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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시대, 한국이 가진 미래 기술 경쟁력은 무엇일까. 세계 강국이 지능정보기술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가운데, 우리의 현주소를 살피고, 향후 제21대 국회가 관련 산업 진흥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지능정보기술은 4차산업혁명의 핵심 요소 기술로, 전통적인 ICT 산업은 물론이고 금융, 제조, 의료, 교육을 비롯해 미디어 산업의 지형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이러한 대 전환의 시기에 세계 주요국 역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하에서 경제 패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국내 사업자들도 미국, 중국 거대 사업자의 틈바구니에서 나름의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면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21대 국회의 역할이 중요할 수 있다. 정당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공통적으로 인공지능 산업 활성화와 인력 양성 등 미래 기술의 진흥책들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본 글에서는 미래 기술의 진흥을 위한 정책 방향성과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제언하고자 한다.
데이터도 꿰어야 보배
인공지능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알고리즘 자체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해당 알고리즘에 투입되는 데이터의 양과 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국의 대표적인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센스타임(SenseTime)!)은 현재 기업 가치가 45억 달러(약 5조 5,912억 5,000만 원)를 넘기며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렇게 단기간에 급성장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4억 명에 달하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할 수 있게끔 한 중국 정부의 지원이 있었다. 미국 역시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의 의료 및 공공 정보에 대한 접근과 활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그 결과로 인공지능 기반의 유니콘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렇듯 디지털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모든 나라가 힘을 쏟는 분야가 바로 데이터의 개방과 공유를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이다. 이러한 형태의 경쟁에서는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진 쪽이 생태계를 이끄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데이터를 개방하고 공개하는 데 있어서 민간의 역할도 크겠지만, 정부가 먼저 공적 영역에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그것을 다양한 주체가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기반 생태계를 조성해나가야 한다. 유럽은 미국과 중국에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자국의 로컬 플랫폼 기업이 부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데이터를 국지화하고, 필요한 공공데이터 개방을 확대하는 등의 조치를 펼치고 있다. 프랑스는 2017년 디지털공화국법을 발표하고 정부가 가진 공공데이터를 비롯해 정부가 발주한 다양한 종류의 연구·개발 결과물에 대한 공유를 의무화했다. 이러한 조치를 발판으로, 프랑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데이터의 양과 함께 데이터의 질도 중요하다. 양질의 데이터는 다양한 특성(Feature, 사람과 사물을 설명하는 다양한 종류의 설명변수)들이 통합 관리된다는 특징이 있다. 지금도 우리는 많은 종류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만, 이 데이터들은 각각 관리 주체에 따라서 칸막이(Silo) 형태로 관리가 되고 있어 하나의 꾸러미로 꿰어 내기는 힘들다. 물론 모든 데이터가 통합 제공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가 서로 결합될 수 있는 공통의 키(key)를 가지는 등의 최소한의 기술적 조치들이 강제될 필요가 있다. 헬스 데이터로 예를 들어 보자. 그동안 의사들은 환자의 진료 정보만을 참고해서 진단하고 처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는 개인의 병원, 운동 데이터, 식품 및 영양 데이터, 생활 습관 데이터가 통합적으로 관리돼, 약물, 식이요법, 운동 등을 다면적으로 처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개인 중심의 데이터가 필요한데, 현재 국내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국내의 경우 이른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이 통과되면서 데이터 활용의 길이 열리고는 있으나, 아직도 실제 산업에서 활용 가능한 ‘개인 단위의 분석이 가능한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삼고초려 자세로 인공지능 인력 확보해야
현재 글로벌 주요 기업의 경영진은 최고의 인공지능 관련 인재 영입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달려간다고 할 정도로 치열한 인재 영입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현재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이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추진하는 전략 중 하나가 바로 전 세계 현지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관련 전문가들을 흡수하는 것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들은 중국의 인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베이징에 자체 인공지능 연구센터를 설립한 바 있다. 삼성 등 일부 국내 기업들도 현지 연구소를 설립하고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기는 하지만, 더욱 많은 기업들이 중국, 캐나다, 유럽 등 현지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적극적인 인재 영입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인도, 베트남 등의 개발도상국 우수 인재 확보 전략을 펼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 중견기업과 연구소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소수의 기업과 기관을 제외하고는 우수한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여력이 약한 국내 기업이 우수한 인공지능 전문가를 채용하면 연봉의 50%를 정부가 지원하는 식의 과감한 정책도 고려해볼 만하다. 우리나라의 산업 발전 초기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박사를 모셔오면서 파격적인 대우를 해 줬던 것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기반 기술의 ‘장기전’ 준비해야
통신은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 수준의 IT 강국으로 이끈 일등 공신이다. 강력한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지금처럼 콘텐츠 및 단말 관련 산업들이 자생할 수 있었다. 통신 산업이 성장한 궤도를 살펴보자. 국내 통신 산업은 정부 주도의 강력한 진흥 정책의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DMA(2세대 이동통신)라는 표준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중심으로 세계 최초로 상용화시키고, 이후 그 결과물을 재빠르게 산업화시키면서 초기 시장을 형성했다. 이후 시장의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정부 역시 통신사업자들이 설비를 기반으로 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효과적으로 정책을 집행하면서, 국내 통신 인프라는 아직도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 경제하에서 정부의 역할은 전통적인 통신 산업의 그것과는 차별돼야 한다. 미국을 여행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공감하겠지만, 미국은 결코 네트워크가 빠른 나라가 아니다. 그런데도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이 탄생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결국,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서 네트워크 속도와 성능 중심 지표의 중요성이 예전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근본적으로 플랫폼 산업은 (통신 산업과 달리) 정부 주도로 성장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 수 있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서 정부의 역할은 산업 진흥을 위한 직접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반 기술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애플의 아이폰과 시리를 탄생시킨 기술도 결국은 미국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에너지국(DoE, Department of Energy) 등의 정부 연구소에서 장기 프로젝트로 개발된 것들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례다.[그림]

[그림] 애플 탄생에 포함된 미국 정부 연구소 기술
<출처 - Mazzucato, M.,≪The Entrepreneurial State: Debunking Public vs. Private Sector Myths(revised ed.)≫, PublicAffairs, 2015>
알고리즘 확산에 따른 의도치 않은 차별 경계해야
정부가 산업 진흥의 역할을 줄이더라도 할 일은 많다. 데이터 경제의 패러다임에서 대부분의 기업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에 의한 의도치 않은 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차별은 데이터 투입 단계에서의 차별과 결과 차원의 차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알고리즘 성능은 어떤 데이터를 투입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내놓은 테이(Tay)라는 인공지능 서비스의 경우, 이용자들의 댓글 서비스에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쏟아 내고, 문제가 제기되자 출시 16시간 만에 서비스를 조기 중단했다.
기존 이용자들의 댓글을 학습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렇듯 인공지능은 어떤 데이터가 학습에 이용되는지에 따라 의도치 않은 (인종)차별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다른 사례를 들어보자. 예를 들어,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할 때 표준어 기반의 언어를 중심으로 학습을 시키면 사투리는 잘 알아듣지 못한다. 이 경우, 사투리를 쓰는 사용자들은 인공지능 스피커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고, 그 결과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인공지능 스피커 성능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사용 데이터가 많이 쌓여야 하는데 사투리를 쓰는 고객은 다 이탈해 버렸으니 지속적인 성능 개선이 힘들다. 즉, 데이터에 의해 사투리를 쓰는 이용자들이 의도치 않게 배제되고, 표준어를 사용하는 그룹만 남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물론 극단적인 예를 들기는 했지만, 인공지능 기반의 서비스들은 이러한 의도치 않은 차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영향을 면밀하게 관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정부는 인공지능의 확산으로 인해 소외계층에 대한 정보의 격차 문제가 있는지, 부의 양극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지 않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부분의 미디어 서비스들이 인공지능 기반의 추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이용자의 확증 편향 혹은 필터버블 효과가 강화된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물론 알고리즘 자체에 의도된 편향은 없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진보 성향의 친구들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보수적 콘텐츠를 공유할 가능성이 줄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및 추천 알고리즘이 미디어 다양성을 해치지 않는지, 또 그것이 사회 전체적인 여론 형성 과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이에 대한 바람직한 정책을 개발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인공지능 사업자들도 알고리즘의 개발 및 사용 과정에서 어떤 데이터가 활용되고, 인간의 영향이 얼마나 있는지(누가 만들었고, 왜, 어떻게 만들었는지 등)를 가능한 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알고리즘에 의한 의도치 않은 차별 가능성에 대해 자신의 윤리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글로벌 플랫폼 견제, 로컬 플랫폼 육성의 전략적 정책 필요
전 세계에서 자국의 플랫폼을 보유한 국가는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 미국, 중국, 러시아, 체코, 일본 그리고 한국 정도다. 나머지 나라들에서는 대부분 구글, 바이두 등 글로벌 플랫폼을 이용한다. 다행히 현재 국내에는 네이버(라인)와 카카오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 사업자가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규모를 해외 사업자들과 비교하면 참담하다. 구글의 매출은 국내 최대 규모인 네이버의 매출보다 약 40배 이상 크다. 중국의 기업들도 최소한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여기서 “국내 플랫폼 사업자를 해외 대표 사업자들과 비교 하는 것이 맞는가?”, “규모가 그렇게 중요한가?” 라고 반문하는 독자가 있을 수 있다. 데이터 기반 경제에서 규모의 경제는 경쟁력을 보유하기 위한 핵심 요소다. 또한, 모든 서비스에는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 사업자가 경쟁력을 잃으면 그 자리에는 해외 사업자들로 손쉽게 채워질 수 있다. 물론 “해외 플랫폼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면 도리가 없다. 그러나 플랫폼은 국내 모든 산업에 영향을 주는 기간산업으로 그 영향력이 큰 만큼, 향후 해당 산업의 경쟁력이 국가 전체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로컬 플랫폼 기업들이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규모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지금 국내에서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성장하고 확장하는 것을 ‘공룡’ 혹은 ‘문어발’ 확장으로 규정, 전통 산업 영역을 침범하는 악의 축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내 플랫폼들은 투자와 확장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결국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는 세계 플랫폼들에 시장을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실현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