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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서울신문 <2020 청년 정치 원년으로>
취재기제작기 | 등록일 : 2020-07-03

지난 국회에서 ‘만 18세 선거연령 인하’ 법안이 통과됐지만, 청년에게 정치는 여전히 그 벽이 높다. 청년 정치 원년으로, 유권자가 기대하는 청년 정치인의 활동을 진단하고 그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모색한 서울신문 <2020 청년 정치 원년으로> 시리즈. 그 기획과 취재 과정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청년의 연령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수 있냐고 질문을 던지면 일반적으로는 10대부터 20대까지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힘든 취업을 뚫고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30대 초·중반도 청년의 마지노선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청년의 범위는 많이 다르다. 청년의 범위가 고무줄을 있는 대로 늘이는 것처럼 늘어난다. 40대 초반, 아니 40대 중반까지도 청년 정치인이라고 말하는 일도 많다. 아무리 마음은 영원한 청춘이라지만 40대도 청년의 범위에 넣다니 너무 어색하지 않은가. 정치권에서는 청년의 범위가 그렇게 관대할 수 있다니. 

 

‘한국 정치에서 청년의 범위는 몇 세까지일까? 20대? 30대? 아니면 40대?’ 서울신문이 2020년 1월 6일 자를 시작으로 1월 24일 자까지 5회에 걸쳐 <2020 청년 정치 원년으로> 시리즈 기획기사를 내보낸 것은 이러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했다. 올해는 4년 마다 찾아오는 정치권의 가장 큰 이벤트인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는 해이기도 했다. 총선이 있을 때마다 신선함을 강조하며 정치 신인 찾기에 골몰하는 정치권이 유독 ‘청년’을 찾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정치권은 왜 20~30대 청년 정치인에게는 인색하고, 잘하면 비례대표 후보 한 석 정도로 구색 맞추기만 하는 것인지 궁금했고 그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여야가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핵심 중 하나는 ‘만 18세 선거연령 인하’였다. 또 다른 청년 세대가 새로운 유권자로 등장한 게 바로 올해 총선부터였다. 이처럼 정치권이 생각하는 청년 정치와 유권자가 실제 생각하는 청년 정치가 어떻게 다른지 그 간극을 보고 서울신문이 정치권과 유권자 모두에게 제21대 총선에서 좀 더 좋은 선택을 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20 청년 정치 원년으로 1회 - 청년들이 말하는 ‘청년 정치’> <출처 - 서울신문 2020년 1월 6일 자 지면> 

 

 

청년이 생각하는 청년 정치란

 

모든 기획의 구성이 그러하듯 <2020 청년 정치 원년으로> 시리즈 기획의 구성도 큰 틀에서는 간단했다. 유권자가 생각하는 청년 정치란 무엇인지, 실제 청년 정치인들은 어떻게 정치 활동 혹은 선거 준비를 하고 있는지, 한국 청년 정치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지 등을 차례로 전달하는 방향으로 기획안을 구성했다. 

 

청년 정치 기획의 핵심은 10~20대가 생각하는 정치란 무엇인가였다. 하지만 기사를 쓰는 현장 기자들은 30대, 기사를 손질하고 최종 출고하는 부장급 기자들은 40~50대다. 이 때문에 기자들이 생각하는 청년 정치의 방향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만 18세 선거연령 인하에 반대했던 이유는 학교가 정치판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 학생들이 뭘 알고 투표를 하겠냐는 등 학생은 공부나 하면 된다는 기성세대의 틀에 갇힌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10~20대가 생각하는 정치에 대한 답변이 잘 나올지 우려도 됐고 또 어떤 답을 들려줄지도 궁금했다. 

 

설문조사 결과는 당황스러웠고 또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다. 30대 후반의 기자 본인도 청년에 대해 나름의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알 수 있었다. 만 16~39세 205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한 결과 62.9%는 정치 이슈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10명 중 1명은 집회나 시위 같은 시민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들은 각 정당이 총선을 맞아 영입한 청년 인재에 대해 특수한 배경을 지닌 이들이라 보편적인 청년층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청년 정치인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청년팔이’라는 냉정한 지적도 있었다. 현재 정치 주류를 이루고 있는 586세대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스펙을 쌓아도 취업이 안 되고 평생을 벌어도 집 한 채 살 수 없는 오늘날 청년들의 문제를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를 직접 경험해 본 청년이 국회에 더 많이 입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구구절절 다 맞는 이야기였다.

 

현장에서 뛰는 청년 정치인의 진짜 이야기 담아 

 

청년들의 생각을 알았다면 실제 정치 무대에서 뛰고 있는 청년 정치인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했다. 이 부분이 이번 기획에서 예상외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었다. 지역구를 준비하는 청년 정치인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획취재를 시작했던 작년 12월 말 당시 제20대 국회의원 당선 평균 나이는 56.5세, 30대 의원은 단 3명이었다. 현재 정치권의 주류가 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우상호 전 원내대표 등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 생)의 핵심 정치인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새천년민주당에 발탁됐다. 이들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을 타고 제17대 총선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되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이는 윗세대 선배들이 힘 있게 끌어주지 않으면 기성 정치권에서 청년 정치인이 혈혈단신으로 자리 잡기란 어렵다는 이야기와도 같다. 

특히 이번 총선을 앞두고 그런 윗세대의 배려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 정당에서 청년 정치인을 키우는 대표적인 방식은 ‘비례대표’ 후보로 삼는 것이다. 하지만 제21대 총선은 연동형 비례대표 제를 제멋대로 이용하려는 각 정당의 위성정당 창당 때문에 비례대표에 청년을 배치하려는 시도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지역구 준비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도전이야말로 청년이 해야 할 일”이라든가 “실패도 인생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등의 듣기 좋은 말은 현실 정치에서 온몸으로 부딪히고 있는 청년정치인들에게 꿈만 꾸고 말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기획기사 2회 ‘너무 높은 지역구의 벽’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정의당 소속으로 지역구를 준비하는 청년 정치인을 겨우 섭외해 그들의 일과를 함께하며 총선 준비를 지켜본 결과는 그러했다. 현장을 찾은 후배 기자들은 경로당, 포장마차, 지하철 등을 청년 정치인과 함께 다니며 그들이 겪는 현실 정치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했다. 실제 청년 정치인들의 인사를 받은 시민들은 청년들이 ‘뭘 안다고 정치에 뛰어드나’라는 냉소적 시각을 보이기보다 “이제는 젊은 일꾼이 필요하다”며 오히려 격려했다. 분량 때문에 기사에 미처 다 담지 못한 청년 정치인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시민들의 냉소적 시선보다 ‘재정’이라는 현실적 문제였다. 선거 사무실을 빌리고 선거운동원을 꾸리고 명함 한 장 인쇄하는 이 모든 일에는 돈이 필요하다. 결국 ‘재정적 부담’이 청년 정치의 가장 큰 벽이었다. 갓 대학을 졸업해 바로 취업을 해서 정치에 뛰어들었다 해도 모태 부자가 아닌 이상 그런 막대한 선거자금을 충당하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당들도 이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정당이 청년 정치인을 대상으로 경선 비용 면제 등 지원책을 내놓긴 했지만 경선을 뚫더라도 본선은 오로지 후보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궁극적인 해결은 될 수 없다. 재정적 부담이라는 현실은 이상과 달리 냉혹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듣기에만 좋은 말에 청년들이 몸서리친 이유다. 이 어려움은 앞으로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다. 


<2020 청년 정치 원년으로 2회 - 너무 높은 지역구의 벽> <출처 - 서울신문 2020년 1월 9일 자 지면>

청년에게 정치라는 큰 분야를 맡기기는 못 미덥다는 인식 역시 문제였다. 실제 만나거나 이야기를 들어본 청년 정치인들은 젊지만 경험이 많았고, 열정도 넘친다고 자부했다. 수년간 지역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일찌감치 풀뿌리 정치를 몸으로 체득하거나 국회의원 보좌진부터 시작하며 법과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을 배워온 청년 정치인들도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 생활, 아르바이트, 시민단체 활동 등을 하면서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꿀 필요성을 느껴 정치권에 뛰어든 이들도 있다. 정치가 성역의 존재가 아님에도 정치는 아무나 할 수 없다고 편견을 가지며 선을 그어온 것 자체가 청년 정치인의 등장을 막아섰던 벽이었다. 20대 초반에도 세계적인 뮤지션이 되고 30대 초반의 청년 실업가가 탄생하는 이때 유독 정치에서만 ‘노쇠함’을 요구했고 그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는 게 기획기사를 준비하면서 깨달은 부분이었다.

 

제2의 산나 마린 배출을 꿈꾸며

 

“우리도 제2의 산나 마린(Sanna Marin)”을 배출할 수 있을까. 기획 시리즈 마지막 5회의 질문이었다. 산나 마린은 지난해 34세로 세계 최연소 총리가 된 핀란드 여성 정치인이다. 30대 대통령은커녕 30대 국회의원도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 정치권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말도 안 된다”라고 치부할 게 아니라 “할 수도 있지”라고 말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게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분위기를 만들기까지 한국 정치권은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지난해 34세로 세계 최연소 총리가 된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연합뉴스

 

 

시리즈 기획의 마지막 5회는 제20대 국회에서 청년 국회의원으로 활약했던 더불어민주당 정은혜, 미래통합당 신보라, 바른미래당 김수민 전 의원이 각각 정치권에서 느낀 소회와 바라는 점 등에 대한 인터뷰였다. 비례대표로 지난 국회에 입성했던 이 청년 의원들은 이번엔 지역구 후보로 출마했지만 아쉽게도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신보라 미래통합당 전 의원은 인터뷰에서 청년 정치인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청년을 독립된 세대로 규정하고 자립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국가 책무를 정의한 ‘청년기본법’이 국회 통과에 무려 4년이나 걸린 것은 청년들의 문제에 큰 관심이 없는 국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일”이라는 것이다. 제20대 국회에 청년 정치인들이 많았다면 청년기본법 통과 하나에 4년이 걸리진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도 “세대교체가 아니라 세대 공존 차원에서 국회에는 70대도, 20대도 있어야 한다”라며 청년 정치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전 의원은 지금까지 청년의 존재를 소모품 취급했기 때문에 ‘청년 정치’라는 표현이 나왔다고 지적하며 민주화 투사, 법조인 등 특정 집단에서 국회의원이 주로 나왔기 때문에 여성이나 2030세대 대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청년 정치인이 나 오기 힘든 한국 정치 풍토에서 그럼에도 청년 정치인을 키워야 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청년의 목소리가 법과 정책으로 적극 반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제21대 국회에는 눈에 띄는 청년 정치인들이 입성하며 30대 의원들이 제20대 국회 때보다 많아졌다. 환경 전문 변호사로 인재 영입돼 지역구 의원까지 된 이소영 의원과 소방관 출신의 오영환 의원, 당 청년위원장으로 오래 활동하다 지역구 의원이 된 장경태 의원, 당 대학생위원장 출신으로 비례대표 의원이 된 전용기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지역구의 벽을 뚫은 장철민 의원 등은 모두 더불어민주당의 30대 의원이다. 정의당 최연소 비례대표 의원인 류호정 의원은 92년생으로 만 27세며 정의당의 미래를 구상해야 하는 혁신위를 책임지고 있는 장혜영 의원은 만 33세다. 이 젊은 청년 국회의원들에 게 관심과 기대 그리고 적지 않은 걱정이 동시에 쏠려 있다. 가혹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들이 잘 해낸다면 청년 정치인이 더 많아져야 할 이유가 될 수도 있겠고, 기대 이하라면 “역시 청년 정치인은 안 된다”라는 냉혹한 평가가 나올 수도 있겠다. 이들의 성과에 제21대 국회 청년 정치의 명암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제 막 시작한 제21대 국회에 첫발을 내딛은 청년 정치인들의 활동을 응원하고, 양질의 청년 정치인이 더 많이 육성될 수 있도록 꾸준히 기사로 확인해야 한다. 그것이 <2020년 유권자가 뽑은 총선 보도상> 최우수 보도상을 서울신문 <2020 청년 정치 원년으로> 기획기사에 준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명감을 갖고 앞으로도 제21대 국회와 정치권을 취재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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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김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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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 202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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