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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는 이름 그대로 물고기가 하천을 따라 상·하류를 오갈 수 있도록 만든 길이다. 문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방치된 어도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김진아 광주일보 기자는 이러한 실태를 현실감 있게 보도해 사회의 관심을 환기했다. 3개월에 걸쳐 광주·전남의 어도를 일일이 파헤친 취재기를 따라가 본다. 편집자 주
하천 옆 난간에 기대서서 한참을 내려다봤습니다. 물고기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물이 없는 곳에서 물고기를 찾을 수 있을 리 없었습니다. 고개를 조금 돌리니 바로 옆 설치된 보(洑)와, 그 양 끝에 있던 어도(魚道)가 눈에 띄었습니다. 어도는 댐이나 보 같은 하천 구조물이 생길 때 물고기의 이동이 막히지 않도록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시설입니다. 말 그대로 ‘물고기의 길’입니다. 문제는 그 길이 전국 곳곳에서 제 기능을 못 한다는 점입니다.
3개월간 광주·전남 전역을 돌며 내비게이션에조차 위치가 잡히지 않는 어도를 일일이 찾아다녔습니다. 차량 접근이 불가능한 지점은 도보로 진입하고, 구조물의 상태를 가능한 한 자세히 확인했습니다. 어떤 어도는 낙엽과 쓰레기로 막혀 있었고, 어떤 곳은 물이 흘렀던 흔적조차 없는 곳이었습니다.
첫 취재를 시작했던 2025년 4월 기준 전국 어도는 5,573개였고, 그중 한국농어촌공사가 개보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대상은 3,864개였습니다. 5,000개가 조금 넘는 시설 중 3,000개가 넘는 곳이 정비 대상으로 분류됩니다. 설치와 관리의 방식 자체를 점검해야 하는 규모였습니다.
3개월간 144개 어도 직접 찾아나서
취재를 막 시작할 당시 회사 안에서도 현실적인 질문이 나왔습니다. “다른 사회부원 없이 혼자서 다 돌아볼 수 있겠느냐”라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그 무렵 운전도 함께 시작했던 저는 차량 뒤에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고 전남 하천 곳곳을 찾아다녔습니다.
현장에서 제 손에는 영상 촬영용 카메라인 오즈모(Osmo)가 늘 들려있었습니다. 독자가 실제로 ‘어도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랐던 현실을 체감하게 하고, 생태계 단절의 현실을 시청각적으로 입체화하고 싶었습니다. 취재 과정의 현장성을 생생하게 담기 위해 영상으로 기록했고 사내 유튜브 채널에 직접 편집한 영상을 업로드하기도 했습니다.
지역에 있는 어도를 모두 확인하기 위해 엑셀 파일로 조사할 전체 목록을 새로 만들고 방문 지점을 하나하나 표시했습니다. 현장에서 마주한 어도는 낯설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하천 주변에서 한 번쯤 봤을 구조물입니다. 그러나 어도라는 이름과 기능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그 간극이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봤습니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시설은 관리에서도 뒷전으로 밀리고 있었습니다.
자료상 기재된 주소에 도착했다고 해서 곧바로 어도가 보이는 건 아니었습니다. 당연히 보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따로 없는 곳이 많았고, 하천 주변이 사유지처럼 막혀 있어 멀리 돌아 들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소리가 들리면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까이 가면 풀숲과 제방 경사면으로 인해 하천이 보이지 않기도 했습니다. 서둘러 내려갈 수 없는 위험한 곳은 막대기로 찔러보고 무너질 듯한 비탈을 한 걸음씩 옮기며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자리에서 확인한 어도는 고이다 못해 썩어 까맣게 변한 물에, 부서진 벽체까지 그야말로 한탄이 절로 나오는 모습이었습니다.
현장에서는 몇 가지 유형이 반복적으로 확인됐습니다. 첫째, 경사와 낙차 문제입니다. 권고 기준은 높이 1m에 길이 20m, 대략 5도 수준의 완만한 경사지만 상당수 지점에서 그 기준과 거리가 있었습니다. 낙차도 대부분이 30cm였고 무려 40cm에 달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둘째, 유량이 형성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어도 내부에 물이 흐르지 않거나, 흐름이 끊겨 건천에 가까운 구간이 많았습니다. 물고기 이동을 위해 만든 길인데 어도의 출수부가 보 입구보다 높은 위치에 설치되는 등 물조차 흐르지 못하면서 기능 자체가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셋째, 퇴적물과 쓰레기, 잡초로 인한 폐색(閉塞)입니다. 파손이 눈에 띄는 곳도 있지만, 더 흔한 문제는 외관상 멀쩡해 보여도 출입구가 막혀 있거나 내부가 퇴적물로 채워져 사실상 막혀 있는 경우였습니다. 특히 하천 주변에는 농업용 비닐, 생활 쓰레기, 구조물 잔재 등이 쉽게 유입되면서 관리가 정기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관리 책임의 분산과 예산 부족으로 발생한 이 같은 문제는 하천의 복원력 자체를 약화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본 곳은 전체 물길 중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전국의 모든 하천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수생 생태계 전반의 불균형이 초래되고 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작은 물부터 바꿔야 큰 물도 바뀐다
보도 이후 약 15곳을 다시 찾았습니다. 일부 지점에서 쓰레기 정리 등 개선 흔적이 확인됐습니다. 전라남도 일부 지자체는 추가 조사를 진행했고, 한국농어촌공사도 불량 어도를 추가로 더 찾아내고 있습니다.

저는 이 취재의 결과가 문제 진단에서 멈추지 않길 바랍니다. 그래서 모범 사례로 꼽히는 어도를 함께 제시하고, 불량 어도와 구조적 차이를 비교했습니다. 생태 맞춤형 설계, 모니터링, 사후 관리가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 정비 속도에 대한 계산도 제시했습니다. 현 수준으로 개보수를 진행하면 140년 이상이 걸린다는 전망은 지금의 행정 속도와 규모를 대입했을 때 나오는 결과입니다. 애초 잘못된 설계와 느슨한 관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비용을 키우고, 회복 가능성을 낮춘다는 점을 여실히 느꼈습니다.

해당 보도는 지역신문의 전국 의제 선도 가능성을 증명하면서 제418회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 ‘2025 지역신문 컨퍼런스’의 대상작이 됐습니다. 당시 발표를 들은 청중들께서는 “이렇게 모든 현장을 직접 다 찾아갔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하천에서 한 번쯤 봤는데 필수 환경시설인 어도라는 사실을 몰랐다. 덕분에 그 중요성을 지역사회에 조명할 수 있었다고 본다”라는 말씀을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들은 한 어민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작은 물이 바뀌어야 큰 물도 바뀌지 않겠냐.”
이번 취재를 경험 삼아 앞으로도 이처럼 아무도 조명하지 않던 지역 곳곳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문제점을 발굴해 내는 취재를 계속하면서 작은 물부터 바꾸는 언론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