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 일반인 출연자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검증 또한 필수가 됐다. 과거의 부적절한 행동이 드러나거나 방송 출연을 빌미로 범죄를 저지르는 등 출연자로 인한 사건·사고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방송사는 어떤 법적 책임이 있는지, 더불어 그 대안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방송 출연 기회를 일부 연예인이 독점하던 시절, 방송사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연예인의 방송 출연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출연진과 관련된 논란을 통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반인이 방송에 출연하는 경우가 늘고 그 비중도 커지면서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일반인 출연자가 과거 성범죄나 학교 폭력 가해자였다는 것이 SNS에 유포돼 뒤늦게 출연자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거나, 프로그램에 출연 한 예비부부가 불륜 커플이라는 주장에 따라 이미 제작된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이 통편집된 사례도 있다.1)
이렇게 검증되지 않은 출연자로 인해 방송사는 프로그램 제작비 상당의 금전적 손해와 신뢰도 하락이라는 위험을 부담하게 됐다. 이에 더해 법적 책임까지 떠안게 될 수 있다. 출연자로 인한 법적 책임은 대부분 출연자가 방송에서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할 때 발생한다. 방송사 시사 대담 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가 “A와 B는 종북 부부”라며 “이들 부부가 대표 및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단체 홈페이지 관리자가 김정일 동지는 위대한 민족의 지도자라는 글을 게시했다”고 발언한 사안이 그 예다. 법원은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대본이 사전에 준비된 상황도 아니었지만, “제작진은 사전에 출연자가 이들을 종북 부부로 선정한 구체적 근거를 들어보고 적어도 그 주된 근거의 진위 여부는 함께 검토하고 확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8.13. 선고 2013가합519298 판결). 출연자가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한 경우 방송사에 대해서도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방송사, 출연자와 출연자 발언 검증해야
출연자의 발언에 대한 방송사의 주의의무는 보도·시사 프로그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례로 가짜 부부를 찾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커플이 ‘결혼한 지 45년 된 진짜 부부’로 소개됐는데, 법률혼 관계가 아니었던 사건이 있었다. 남성 출연자의 실제 부인과 아들이 “이들은 내연 관계인데 방송을 통해 진짜 부부로 알려져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구했고 언론중재위원회는 “방송사가 정정보도를 게재하고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했다(2013서울조정1032·1033).2) 피해자가 있는 사건의 가해자가 방송에 출연했다는 사정만으로 방송사에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출연자가 만약 자신의 과거나 이력 등과 관련해 사실과 다르게 발언하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제삼자가 있다면 방송사 역시 검증 소홀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일반인 출연자가 방송 출연 사실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도 방송사의 검증 책임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방송을 통해 주식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자가 방송 출연을 빌미로 전문가 행세를 하며 투자금 명목으로 부당이득을 챙겼다면, 방송 내용과 수위, 출연자에 대한 검증 의무 이행 정도에 따라 방송사에도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위와 같이 출연자의 발언이나 과거 행적으로 인해 결방이나 이미지 훼손 등 유·무형적 손해를 입은 경우, 방송사는 출연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2012년경 SBS <짝> 제작진은 성인물 출연 전력 등이 드러나 논란이 된 출연자들을 상대로 ‘출연 서약서 위반으로 프로그램의 진정성과 신뢰도가 실추됐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사안은 판결이 선고되지 않고 강제조정으로 마무리됐다. 그리고 그 외 방송사가 출연자를 상대로 금전적 책임을 물어 인정된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소송을 제기하면 다시 한번 사회적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 출연자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더라도 방송사의 과실 비율도 판단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으로 인해 출연자를 상대로 적극적인 법적 조치를 취하기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일부 국내 방송사는 일반인 출연자에게 금지의무(사업자의 명예훼손, 사회적 물의 야기 등)를 부과하고, 위반 시 정액의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내용을 계약에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약은, 방송사가 일반인 출연자의 발언이나 과거 행적으로 인한 논란이 어느 부분에서 발생할지 예측이 안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더불어 손해액의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워 정액의 손해배상을 규정함으로써 일반인 출연자에게 상시적으로 지나치게 무거운 책임을 지우게 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경 이러한 약관에 대해 시정조치를 한 바도 있다).3)
명확한 가이드라인 필요
결국 출연자의 과거 이력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방송사 입장에서는 보다 세분화된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는 일반인 출연이 지금처럼 빈번하기 전부터 방송의 정확성(accuracy) 차원에서 출연진에 대한 검증을 제작진의 의무로 규정했다. 이는 1999년 방송에서 남편에게 학대당하고 있다고 밝힌 출연자가 미혼으로 드러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사건으로 BBC는 제작진을 징계했고, 거짓 출연에 대비해 출연자들에게 진실서약서를 요구하게 됐다. 현재 BBC는 제작 가이드라인에 ‘출연자에 대한 공정성과 동의(Fairness to Contributors and Consent)’ 관련 내용을 별도 항목으로 두고, 출연자 물색(Finding Contributors) 관련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제작 가이드라인 6.3.12항). BBC 제작 가이드 라인에 따르면, 제작진은 방송 전 반드시 출연자의 신원 확인을 거쳐야 한다. 출연자가 방송 출연의 성격과 의미, 콘텐츠와 장르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것이다. 특히 프로그램의 주연 격이나 출연 분량이 많은 사람에 대해서는 심층 확인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출연자의 신원 및 이야기를 검증해 줄 문서 자료 △출연자가 언급한 사람 이외의 다른 사람들을 통한 입증 △BBC의 명성에 누가될 수 있는 개인정보에 대한 자진 신고 등을 해야 하고, 때에 따라 출연자에게 범죄 기록 확인을 요구할 수 있다. 또한 예능 프로그램을 포함해 출연자 모집 광고를 할 때는 제작자가 제작 책임자와 상의하도록 하는 등 부적절하거나 부정직한 출연자를 걸러내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4)
검증되지 않은 일반인 출연자의 사생활로 인해 방송사가 입는 손해는 크다. 한번 발생하면,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반인 출연자의 사생활을 일방적으로 규제할 수도 없다. 추상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손해배상 조항 등만으로 규율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고, 명확한 법적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후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결국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작진이 사전에 부적절하거나 부정직한 출연자를 걸러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앞으로는 방송사가 일반인 출연자와 계약 시 확보한 문서 등을 근거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신원 확인 과정에서 일반인 출연자의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이는 관련 내용에 대해 제작진이 비밀 유지 보장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인 출연자의 방송 출연은 많은 시청자에게 친숙한 느낌을 전달하는 동시에,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일반인 출연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연예계 진출 등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주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위와 같은 검증의 강화를 통해 일반인 출연자들의 방송 출연과 관련된 논란이 줄어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2) 언론중재위원회, <언론조정중재시정권고사례집>, 191-195쪽, 2013.
3) 공정거래위원회는 그 내용에 대해 오디션 프로그램 일반인 출연자 계약 시 ‘출연자에게 부당하게 추상적인 금지의무(사업자의 명예훼손, 사회적 물의 야기 등)를 부과하는 조항’을 출연자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고, 손해배상액을 정액으로 정한 규정 등을 상시 손해배상청구를 당할 위험을 부담하고 있는 조항으로 보고 2016년 4월 26일 시정토록 했다. 이에 따라 방송사들은 관련된 조항을 아래와 같이 시정했다.
<참조 - 공정거래위원회, <서바이벌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 참가자의 권리 보호 강화>, 2016.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