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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알 권리와 공익적 기록을 목적으로 한다 해도, 폭동·재난·대형 사건 현장 등에서의 모든 취재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언론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며 법리와 충돌하는 지점은 무엇인지, 서부지법 폭동 현장 취재 사건 판결문을 통해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현장을 촬영했던 정윤석 다큐멘터리 감독이 2026년 4월 30일 대법원에서 건조물침입죄로 벌금 200만 원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정 감독은 “개방된 법원 후문을 통해 법원 경내로 들어간 다음 본관 건물 뒤쪽까지 진입”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법원도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하여 정치적, 역사적 상황을 촬영하고 있었고, 사건 당시에도 촬영을 위하여 법원 경내에까지 진입한 사실, 경찰에 물리력 등을 행사하지 않고 촬영만 한 사실”은 인정했다. 목적의 정당성은 부정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출입이 통제되는 법원 안으로 진입한 이상, 침입성과 침입의 고의가 인정되고, 정당행위로 보기에는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과 보충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개인적으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을 표현의 자유 내지 예술의 자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적 작품 활동의 경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보도 목적이 명백한 언론기관과 비교하여 그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한지, 제3자의 법익을 침해하는지 등 정당행위 성립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라는 것이다. 현장에 있던 JTBC 취재진은 기소하지 않고 정 감독만 기소했더라도 검사의 공소제기가 기소 여부와 기소 대상을 판단하는 재량, 즉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것은 아니라고도 판단했다. 사건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차이
검찰은 정 감독이 ‘다중의 위력을 행사’해 법원에 침입했다며 특수건조물침입죄로 기소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정 감독이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촬영만 하다가 체포되었을 뿐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경찰과 대치하는 등의 행위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검사는 항소했지만, 항소심도 무죄를 선고했다. 정 감독을 체포한 경찰관도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정윤석이 다중의 위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고, 당시 영상을 보더라도 정 감독이 집회 참가자들과 합류하거나 합세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검사가 법리오해(다중의 위력을 행사한 사실이 인정됨)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까지 한 이유는 판결문상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정 감독은 서부지법에 침입한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일괄 기소돼 재판받았고, 정 감독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 48명은 특수건조물침입,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용물건손상, 특수감금 등으로 징역형이 선고됐다. 보도에 따르면 정 감독은 다른 피고인들과 재판을 분리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형사소송법상 변론의 분리는 법원의 재량이므로 절차가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수십 명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한 목적으로 법원에 진입했던 사정이 충분히 다투어질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공통되는 양형 이유를 설시하면서 “법치주의의 핵심 요소인 사법권 독립을 심각하게 위협한 사안”이라고 표현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각 범행으로 정당한 공권력 행사가 무력화”됐고,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있던 공무원들 및 이 사건 각 차량에 갇힌 수사관 등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공포에 떨었다”라는 사정 등을 언급했는데, 이러한 양형 이유가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는 진입 목적이나 행태 자체가 달랐던 정윤석 감독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현장 기록의 자유, 어디까지 허용되나
집회 참가자들에 의해 이미 개방된 법원 후문으로 들어간 행위가 평온을 해치는 침입 행위인지에 대한 쟁점은 별론으로, ‘언론의 자유’의 관점에서 법원 판결의 두 가지만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사건 현장’에서 긴급성과 보충성은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는지의 문제다. 법원은 “정 감독이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작품 활동을 위한 목적”이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강제로 개방한 후문을 통해 법원 경내로 들어간 것은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법원 안으로 진입하기 전에는 법원 후문 밖 골목길에서 휴대전화 줌 기능으로 건물 출입구 근처를 촬영했고 이 영상에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을 끌어내리다가 뒤로 넘어지는 장면이 촬영돼 있었다며, 법원 안으로 진입하지 않아도 다큐멘터리 제작에 필요한 영상을 어느 정도 촬영할 수 있었으므로 긴급성이나 보충성도 인정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다큐멘터리라는 매체가 지닌 ‘현장성’에 대한 고려가 결여돼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사건의 현장을 기록하는 작업의 정당한 목적을 인정한다면, 핵심은 ‘어느 정도의 영상’을 확보했는지가 아니라, 사태가 전개되는 ‘바로 그 시간과 공간’ 안에 카메라가 실제로 자리하고 있었는지에 있다. 특히 역사적 사건의 현장은 다시 촬영하거나 재구성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인터뷰 대상자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집에 찾아가지 않고도 다른 장소에서 만나거나 방문 외 다른 인터뷰 수단을 고려해 볼 수도 있겠지만, ‘법원에 난입하는 시위 현장’은 그 순간이 아니면 촬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취재 정당성, ‘소속’인가 ‘행위’인가
다음으로, 정 감독의 촬영을 ‘개인적’ 작품 활동으로 규정하고, ‘언론기관’에 비해 엄격하게 정당행위를 판단하는 것이 정당한가의 문제다. 과거에도 법원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희망버스’ 집회에 참가했다가 조선소에 침입한 혐의로 기소된 다큐멘터리 감독에 대해 공동주거침입죄로 벌금형을 선고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노4237).1)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피고인이 다큐멘터리 촬영을 빙자해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시위에 참여했음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면서도, “사적으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을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하여 이를 언론인의 취재원 접근권과 마찬가지 수준으로 타인의 주거의 평온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했다.
그러나 위 판결이 선고된 2015년과 비교하면, 지금은 소셜미디어 기반의 1인 미디어가 증가하면서 ‘언론인’의 범주를 정의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언론사’란 방송사업자, 신문사업자, 잡지 등 정기간행물사업자, 뉴스통신사업자 및 인터넷신문사업자로 정의한다(제2조 제12호). 그러나 인터넷신문에 5인 이상의 취재 및 편집 인력을 고용하도록 했던 법률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린 이후(2015헌마1206, 2016헌마277), 인터넷신문 등록과 운영이 쉬워졌고, 언론사로 등록되지 않은 개인 또는 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도 크게 증가했다.2)
누구나 취재 활동을 할 수 있는 시대인 만큼, 취재의 자유가 남용될 수도 있으므로 취재 목적의 행위가 정당한지 더욱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는 ‘소속’이 아닌 ‘행위’를 중심으로도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정 감독 사건에서도, 정기간행물 등록관리시스템상 언론사로 확인되는 매체 소속의 다른 피고인이 본인은 기자로 활동했을 뿐이라며 정당행위를 주장했는데, 법원은 증거 조사 결과 단순히 취재 목적으로 침입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촬영된 영상 어디에도 취재하는 듯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경찰관들을 밀고 통로 안쪽으로 들어가 법원 7층까지 올라갔다는 것이다.
정 감독에 대해서는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한 목적은 인정하면서도 언론기관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정당행위가 아니라고 평가한 이 판결은, 사건의 현장성이 기록의 공적 가치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 취재의 정당성은 소속이 아니라 실제 수행된 기능을 중심으로도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본다.3)
보도에 따르면 정 감독이 청구한 재판소원 사건에서 최근 헌법재판소가 ‘기자와 저널리스트를 구분하는 기준을 설명해달라’는 보정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1) 대법원에서 상고기각으로 확정됐다.
2) 언론중재위원회의 2025년 연구용역보고서 <언론중재법 개정을 통한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뉴스 콘텐츠로 인한 피해구제 방안 연구>에 따르면, 2024년 12월에서 2025년 5월까지 유튜브 정치 채널을 운영한 주체를 분석한 결과 1~50위권 채널 중 언론사 비중이 평균 46.7%, 비(非)언론사 비중이 53.3%를 차지했다고 한다.
3) 유럽연합의 「유럽언론자유법(European Media Freedom Act)」은 ‘언론사’나 ‘저널리스트’라는 전통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더욱 포괄적 개념인 ‘미디어 서비스’와 ‘미디어 서비스 제공자’라는 개념을 도입했는데, 이는 언론의 범주를 넓히고 언론 자유 보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중요한 변화라고 평가된다(박아란(2025), <언론 자유 개념의 확장과 재구성-법원 판결과 유럽연합 미디어자유법(EMFA)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이론, 21(1), 37쪽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