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상세
[집중점검: 이용자 안중에 없는 OTT 전쟁] OTT 시대, 이용자에게 득일까 실일까?
집중점검 | 등록일 : 2020-11-06

지난 6월 정부가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발표한 뒤부터 업계에서는 ‘한국판 넷플릭스’ 탄생을 위한 업체들의 논의가 활발하다. 그런데 정작 소외된 이가 있다. 바로 이용자다. OTT 시대, 주인공인 이용자를 위해 고려돼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 6월, 정부가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발표한 이후로, 정부 부처와 OTT 사업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은 ‘디지털 미디어 강국’ 실현을 위한 정부의 지원 의지를 담은 것이다. 플랫폼 규제 완화, 콘텐츠 제작·투자 지원, 플랫폼·콘텐츠 수출 기반 마련, 국내외 사업자 간 상생 여건 조성 등을 골자로 하는 이 방안은 실질적으로는 글로벌 사업자에 대항할 만한 ‘토종 OTT’를 진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후 시장에서는 ‘한국판 넷플릭스’를 만들겠다며 통신사와 인터넷 사업자, 콘텐츠 사업자들 간의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중이다. 각종 규제를 완화해 해외 OTT의 공세에 맞서고 ‘토종 OTT’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학술적, 정책적 목소리도 들려온다. 다른 한편에선 OTT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간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다. 이처럼 OTT를 둘러싼 당사자들 모두가 글로벌 공룡 사업자에 맞서 국내 사업자들이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중이다. 

 

 

그런데, 다양한 움직임 속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이용자다. OTT 산업 진흥이라는 목표에 다양한 주체가 뛰어들었지만, 이용자는 ‘가입자 수’라는 수치로 치환돼 등장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는 더 많은 사람이 OTT를 이용하게 되면 OTT 진흥이 성공한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진흥과 발전이 과연 이용자에게 득이 될까? 이 글은 OTT를 둘러싼 현재의 논의에서 이용자가 생략됐음에 주목하고, OTT 시대에 이용자가 경험하게 되는 일을 상상함으로써 산업 진흥의 담론 속에서 이용자 복지를 위해 고려할 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OTT 시대, 이용자가 겪게 되는 일들 

 

△ 경제적, 인지적 비용 

OTT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이용자들은 질 좋은 콘텐츠를 더 많이, 그리고 더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사업자들은 불만을 표하지만, 대규모 글로벌 자본이 투입되면서 다양한 글로벌 콘텐츠를 소파 위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동시에 자명한 것은, 이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 또한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미국 등과는 달리 한국에서 OTT 이용은 ‘제로TV’(zero-TV, 집에 TV가 없는 것)나 ‘코드커팅’(cord-cutting, 유료TV 대신 인터넷을 이용해 방송을 시청하는 것)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유료방송이 워낙 저렴하고 결합상품의 경쟁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OTT 이용을 위해 인터넷을 이용해야 하는 이상 이용자는 결합상품으로 묶인 유료방송을 굳이 해지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OTT 이용은 원래 부담하던 비용에 ‘추가’로 요금이 발생하는 계기가 된다. 기존 방송 시스템에 채널이 더해졌는데, 이것이 ‘유료’인 셈이다. 

 

이와 같은 개별 OTT 서비스의 ‘유료 채널화’는 OTT 사업자들이 배타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전략에 집중할수록 더욱 심화한다. 넷플릭스 <킹덤>의 성공 사례가 대표하듯, ‘오리지널 콘텐츠’는 이용자의 OTT 가입을 유인하는 핵심 전략이다. 기존 콘텐츠 생산자와 OTT 플랫폼 간 배타적 제휴도 마찬가지다. 티빙(TVING)에서는 MBC의 <놀면 뭐하니?>를, 웨이브(WAVVE)에서는 tvN의 <놀라운 토요일>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이용자는 여러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복수의 OTT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의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미국 OTT 이용자 중 약 50%가 2개 이상의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이러한 경향은 젊은 세대일수록 두드러진다.1) 그러나 OTT 이용자의 84%가 서비스 가입 시 월 요금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조사 결과나2) OTT 계정 공유가 필요한 사람들을 매칭하는 ‘계정 공유 중개 플랫폼’이 등장하는 데서 보듯, 복수의 OTT 이용 요금은 이용자에게 상당한 부담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다수의 OTT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는 데서 발생하는 심리적 피로 또한 상당하다. 여러 서비스 중 무엇에 가입해야 하는지 모르거나, 가입한 서비스가 제공하는 수많은 콘텐츠 중 무엇을 시청해야 하는지 모르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는 이미 ‘구독 피로(subscription fatigue)’나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국내 OTT 서비스에 가입할 때 통신이나 다른 인터넷 서비스와의 결합 여부를 고려해 소위 ‘호갱’이 되지 않도록 신경 쓰고 계정 공유 시 사기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들이는 노력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된 ‘경험적 지식’ 자체가 새로운 산업을 구성할 정도이다. 

 

이와 같은 경제적, 인지적 부담은 ‘OTT 시장의 성장’ 및 ‘다양한 콘텐츠의 이용’이라는 수사 속에서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비용처럼 간주되곤 한다. 그러나 OTT가 대세가 될수록 OTT의 ‘유료 채널화’가 유발하는 비용의 문제는 심화할 것이다. 이미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한 달 무료체험 제도를 없애고 월 요금제를 인상했고, 국내 플랫폼에서는 일주일 후에 무료로 전환됐던 콘텐츠들이 월정액 서비스로 재상품화하고 있다. 비용의 문제가 통신 요금의 경우처럼 이용자 복지의 이슈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 다양성 

아직 한국은 유료방송 가입률이 90% 이상으로 높은 편이지만, OTT 가입이 확대될수록 젊은 층을 중심으로 코드커팅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신혼부부나 1인 가구에서 유료방송 서비스 해지 비율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3) 코드커팅이 지속되고, 비용 때문에 제한된 수의 OTT 서비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여기서 떠오르는 것은 콘텐츠 다양성의 문제다. OTT가 미디어 시장을 풍부하게 한다는 긍정적 진단도 있지만, 이는 산업 전체를 봤을 때의 이야기일 뿐, 개별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이용 콘텐츠의 다양성이 오히려 제한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플랫폼 다양성, 추천 알고리즘 다양성, ‘공적’ 콘텐츠 다양성의 측면에서 그러하다. 

 

먼저, 제한된 수의 플랫폼에 콘텐츠 다양성이 종속되는 경우다. 닐슨에 따르면, 이용자가 OTT 서비스에 복수로 가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용 가능한 콘텐츠 범위를 늘리기 위해서'이다. '평소 TV로 보거나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 '들어봤던 특별한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가 뒤를 잇는다.4) 이 결과는 역설적으로 하나의 OTT 서비스로는 콘텐츠 다양성이 충족되지 않고, 콘텐츠 범위를 늘리기 위해 추가로 OTT 서비스에 가입해야 함을 보여준다. 콘텐츠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개별 이용자는 상술한 경제적, 인지적 비용을 필수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개별 플랫폼 내 콘텐츠 이용이 ‘편성’이 아닌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통제된다는 점에서 이용의 다양성이 제한될 수 있다. 콘텐츠를 공간적으로 분산해 저장하는 메뉴 시스템에서 이용자는 콘텐츠 선택의 자율성이 극대화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알고리즘의 통제 프로토콜을 따르는 상황에 놓인다. 실질적 의미의 다양성과 자율성은 오히려 제한되는 것이다. 포털이나 검색엔진의 역사에서 보았듯, OTT 추천 알고리즘의 공정성 및 편향성 문제는 콘텐츠에 투입되는 자본과 가입자 수가 증가할수록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연합에서 최근 논의되는 ‘넷플릭스 쿼터제’ 등을 자국 콘텐츠 보호 외에 콘텐츠 다양성 측면에서 진지하게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OTT 서비스가 기존의 방송과 같은 역할을 하며 콘텐츠의 공공성과 공익성, 다양성을 실현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코드커팅이 심화하고 OTT의 ‘구독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영상 콘텐츠 지형이 재편될 경우 이용자가 콘텐츠의 ‘종합편성’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인가? 방송이 해체되고 OTT가 채널화할 때, OTT에 미디어 공적 가치를 요구할 수 있을까? 이 점에서 특히 주목해볼 것은 방송이 지니는 ‘현 재성’의 가치와 데일리 뉴스 콘텐츠의 특수성이다. 매일의 뉴스 보도나 이벤트 중계, 드라마 등의 현재적 연출 전략을 통해 방송은 ‘사회적 시간(social time)’을 구성해 왔다. 이러한 기능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집중되고 ‘몰아보기(binge-watching)’ 전략이 우세한 OTT 서비스에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아직은 OTT 서비스를 통한 ‘생방송’이나 ‘뉴스’ 프로그램을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실시간 서비스’와 ‘주문형 서비스’, ‘시청각미디어 서비스’와 ‘정보사회 서비스’, ‘영상 콘텐츠’와 ‘비영상 콘텐츠’의 경계5)가 어떤 플랫폼에 의해 언제, 어떻게 변화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이 점에서 넷플릭스에서 다큐멘터리 <익스플레인>이 성공적으로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이를 제작한 곳이 뉴스미디어인 복스미디어(Vox media)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정보성 다큐멘터리에 이어 뉴스를 유통하게 될 때 OTT에 대한 논의는 지금의 산업 논리와는 다른 모양을 하게 될 것이다. 

 

다양성의 문제는 결국 ‘신뢰할 만한 정보’를 담보했던 방송의 브랜드가 해체될 때 개별 OTT 플랫폼 브랜드가 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와 연결된다. 흥미롭게도 이 과정은 과거 구독의 대상이자 ‘신뢰할 만한 정보’의 대명사였던 신문이 포털이라는 플랫폼으로 수렴돼 유통되던 모습과 반대의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언론으로서 포털’ 논쟁과 유사한 이슈가 영상 콘텐츠 산업에서 대두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어떤 시스템이 가장 충실하게 다양성과 공익성을 실현할 수 있을지, 공적 개입이 필요한 지점과 사적 자율성을 존중해야 하는 범위는 어디인지, 기존의 방송과 OTT, 글로벌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 모두가 이용자에게 만족을 전하고 신뢰를 얻는 방법이 있는지를 산업 진흥과 더불어 고민하고 설계할 필요가 있다. 

 

△ 이용자 분화와 소외 

콘텐츠 다양성은 개인 수준뿐 아니라 집단 수준에서도 고려해야 하는 문제다. OTT 서비스가 마치 방송처럼 사회 구성원의 공통 경험을 구성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OTT가 지향하는 바가 공영방송은 아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공동체 지향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용자가 세분화하고 미디어 정보가 더욱 파편화되는 경향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공적 담론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을 육성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의 다수’를 고려하는 방송과 달리 OTT는 ‘겨냥된 소수’에 콘텐츠를 맞추려 한다는 점에서 특정 이용자가 경로 선택권으로부터 소외되는 일이 없는지도 아울러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용자를 위한’ 논의 우선돼야 

 

현재 진행되는 OTT 관련 세미나의 대다수는 ‘산업 활성화를 위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이는 사실상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외부의 적’에 대항해 국내 사업자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고, 그 주요 전략은 정부의 지원(혹은 규제 완화)을 등에 업은 사업자들 간의 연합과 동맹이다. 당사자들의 합종연횡과 이의 거버넌스를 위한 부처 간 주도권 싸움 속에서 ‘왜’ 산업을 활성화해야 하는가의 물음은 점점 잊히는 중이다.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는 궁극적으로 이용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질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로부터 사회적 다양성을 증진하는 모습이어야 할 것이다. 다수의 토론회에서 이용자가 원하는 OTT의 가치와 효용은 무엇이고, 어떻게 이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후순위로 밀려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넷플릭스도 유튜브도 영원한 승자일 수는 없다. 사업자와 정부 부처가 따르고 동맹을 맺어야 할 대상은 결국 이용자다. ‘사업자 간 차별 철폐’나 ‘산업 활성화’에 앞서 ‘이용자의 복지’ 및 ‘콘텐츠 이용 환경의 개선’을 위한 논의가 OTT 시대를 이끌어나가기를 기대한다. 

 

 

 

 

 

 

1) 강은성, OTT 전성시대 '고민' 빠진 이용자…"도대체 몇개나 구독해야?", 뉴스1, 2020.1.28, https://www.news1.kr/articles/?3825843 

2) Nielsen’s Total Audience Report: February 2020, The Nielsen Company, 2020. 

3) 신지형, 유료방송 서비스 가입 추세 분석, KISDI STAT Report, 18(6) 

4) Nielsen’s Total Audience Report: February 2020, The Nielsen Company, 2020.

5) 이 구분은 지난 3월 보도된 방송통신위원회 ‘중장기 방송제도개선 추진반’ 정책제안서 의 방송 개념 재정립 방안을 차용한 것이다.

저자의 다른 미디어
  • 필자 : 이소은
  • 소속 :
  • 직함 :
  • 발행 : 2020-11-06
  • 조회수 : 24
  • 키워드 :
블로그 공유 트위터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