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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이상이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감’이라는 뜻의 상생(相生). 포털과 언론이 상생하려면 포털에 의지하지 않는 언론사만의 콘텐츠 전략이 있어야 한다. 미디어 소비 양상의 변화와 플랫폼의 발달 속에서 언론이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음악에서 두 개의 음향체 간의 대립과 경합을 특징으로 한 악곡을 콘체르토(concerto)라고 한다. 협주곡을 의미하는 콘체르토는 라틴어로 ‘경합하다’라는 뜻을 지닌 콘체르타레(concertare)를 기원으로 한다. 경합은 두 개의 음향체가 상호 대등한 위치에 있어야 성립되지만, 오늘날 협주곡에서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같은 몇 개의 두드러진 악기 또는 단일 독주악기가 협주를 주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뜬금없이 음악 얘기를 꺼낸 이유는 포털과 언론의 상생을 위해서는 두 행위체의 대립과 경합의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상호 대등한 위치, 즉 힘의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둘 간의 힘의 균형추는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상생의 전제조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힘의 균형추가 무너진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힘이 일방적으로 우세해지면 협력, 조화라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포털과 언론이 상생하려면, 바로 이 힘의 균형추를 다시 맞추는 것이 전제돼야 하며, 따라서 포털과 언론의 상생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언론이 어떻게 포털과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포털과 언론의 힘겨루기 잔혹사
포털에서 처음으로 뉴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야후코리아부터다. 이후 2000년 다음에서 초기 화면을 통해 뉴스를 게시했고, 2003년 미디어다음의 출범,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 제공과 더불어 포털과 저널리즘의 불안한 동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포털의 권력화, 힘의 균형이 기울어지기 시작한 시점은 거대 포털사이트가 뉴스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한 2004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포털 저널리즘’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임종수, 2005). 이후 많은 언론학자가 포털과 저널리즘, 혹은 ‘포털 저널리즘’에 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왔다. 최홍규·최믿음·김정환(2018)의 논문 <포털 뉴스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2004년 이후 연구된 포털과 저널리즘 관련 논문은 모두 79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기의 부침을 감안하더라도 연평균 5편 이상 지속적으로 연구가 수행돼 온 것이다. 79편의 연구를 보면, 주로 여론 형성과정에서 포털의 영향력과 저널리즘 차원의 규제 필요성과 같은 연구들이 주로 수행돼 온 데 비해 언론사의 비즈니스 모델 재편이나 디지털 전환과 같은 언론사 입장에서의 대응 전략에 관한 연구들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언론사 입장에서 그저 손 놓고 구경만 했던 것은 아니다. 언론사들도 포털 뉴스의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려는 시도들이 지난 2004년 이후로 줄곧 있었는데, 이러한 힘겨루기 전략은 크게 △콘텐츠 공급 중단과 △대안 플랫폼 구축이라는 두 가지 차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언론사들은 자사 뉴스 콘텐츠의 경제적 보상을 얻기 위해 포털에 뉴스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거나 제한하는 방식을 통해 포털과 힘겨루기를 해왔다. 언론사의 기사 공급 중단은 2004년 7월, 5개의 스포츠신문이 네이버와 다음, 야후코리아, 네이트, 엠파스 등 기존의 상위 5개 포털에 뉴스 제공을 중단하는 대신, 당시 신생 포털이었던 파란닷컴에 독점 기사 공급 제휴를 맺는 데서 시작됐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파란닷컴의 콘텐츠 독점 제공 계약은 기존 포털과 경쟁하기 위한 신생 포털의 콘텐츠 수급 전략이 빚어낸 결과였다. 결과적으로 파란닷컴이 포털 사업을 종료하면서 단기 수익에 급급했던 스포츠신문 5개사 중에 스포츠조선을 제외한 4개 스포츠신문이 부도, 매각 등으로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
이후 2008년 7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비롯해 매일경제, 한국경제, 문화일보 등 일부 신문사들이 미디어다음에 기사공급을 중단했다. 이 시기는 광우병 촛불집회가 본격화되면서 보수언론의 절독, 광고거부 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던 시기로서, 일부 언론사들은 그 진원지를 다음의 아고라로 보고 기사 공급을 중단한다. 즉, 이 시기의 기사 공급 중단은 정치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힘겨루기의 결과였다. 정치적 이슈에서 촉발된 포털과 힘겨루기는 별다른 소득 없이 2011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다음에 기사 공급을 재개하면서 일단락됐다.
이후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메이저 일간지들이 2013년 7월 뉴스 콘텐츠 공급 중단을 결정한다. 이 시기의 콘텐츠 공급 중단은 뉴욕타임스의 구독 모델이 가시적 성과를 보이면서, 국내 언론사들이 뉴스 콘텐츠 유료화 모델을 모색하기 시작한 데서 비롯됐다.
실제로 2013년 매일경제가 e-매경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신문사들이 구독 기반 콘텐츠 유료화를 추진했다. 사실 이 시기의 기사 공급 중단은 기존의 기사 공급 중단 시도들과는 다소 결이 다를 뿐 아니라, 현재 구독 경제로의 급격한 환경 변화에 따라 콘텐츠 유료화 전략을 수립하는 데 되새겨볼 만한 대목이 많다. 그러나 당시에는 네이버가 트래픽 감소의 원인이었던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트래픽을 회복한 반면, 언론사 자체 트래픽은 급감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네이버에 기사 공급을 재개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는 네이버 모바일에 뉴스 콘텐츠 제공도 거부해왔다. 모바일 미디어 환경에서 콘텐츠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었으나, 자체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분명한 사업 모델이 없는 상태에서 네이버의 모바일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2014년 10월 조선일보를 필두로 2015년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가 잇따라 네이버와 모바일 기사 공급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둘째, 더욱 근본적인 차원에서 언론사들이 기존의 포털을 대신할 새로운 뉴스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5년 아쿠아 프로젝트와 뉴스뱅크를 들 수 있다. 2005년 신문사들이 주축이 된 통합 아카이브 비즈니스 모델로 출범한 아쿠아 프로젝트는 언론사들이 공동으로 DB를 구축해 기사를 공유, 검색할 수 있는 공동 사이트를 만들어 콘텐츠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이후 언론재단(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코리아로 공식 출범했다. 그런데 뉴스코리아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 주요 언론사가 불참하고, 이후 조선일보가 주도한 주요 일간지 중심의 뉴스뱅크가 출범하면서 저작권 신탁을 둘러싼 언론사의 주도권 문제로 이어지게 됐다. 뉴스뱅크는 신문사들이 주축이 된 공동 사이트를 만들어 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유료화를 목적으로 했으나, 뚜렷한 수익 모델의 부재, 그리고 중앙일보 등 경쟁 언론사들의 불참 등으로 인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
간단하게 훑어보기만 하더라도, 2003년 포털과 뉴스 서비스 제휴를 맺기 시작한 이후로 언론사는 거의 매해 콘텐츠 공급을 두고 포털과 힘겨루기를 벌여왔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결국에는 포털에 콘텐츠를 다시 공급하는 상황이 매번 반복됐다. 이러한 기사 공급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면서 언론사는 포털의 트래픽과 체류 중심의 상업주의와 미디어 종속의 논리에 점점 더 종속돼왔다. 언론의 힘겨루기 잔혹사를 돌아보면 다음의 두 가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는 언론사가 적어도 혁신의 측면에서 후발주자 프레임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단순하게 뉴스 콘텐츠의 부가 수익 창구로서 플랫폼에 접근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접근 논리가 틀린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렇지만, 뉴스 콘텐츠가 지닌 상품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부재한 상태에서 플랫폼을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하게 되면 포털의 뉴스 재매개 논리, 그에 따른 저널리즘적 성찰과 책무는 다루기가 어려워진다. 언론이 포털과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포털을 상대로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 아닐진대, 문제를 엉뚱하게 짚었던 것이다.
기울어진 균형추의 회복은 발상의 전환으로부터
언론사 입장에서 기울어진 균형추의 회복은 지금까지 가져온 ‘후발 주자’ 전략을 탈피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로서 포털이 이용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부가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인하는 데 뉴스 콘텐츠를 활용한다면, 언론사로서는 궁극적으로 ‘콘텐츠 제공자 관점에서 플랫폼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이에 대한 실마리를 얻기 위해 두 가지 통계지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국내 언론사의 인터넷 콘텐츠 판매 비중이 매우 낮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9 신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신문사의 인터넷 콘텐츠 판매 비중은 8.9%로서 뉴욕타임스의 2019년 디지털 구독 및 광고 매출 비중인 41.8%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반면, 국내 신문산업의 광고 매출 비중은 60.7%로 여전히 광고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달리 말하면, 디지털 콘텐츠의 판매와 디지털 구독 매출을 늘릴 기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두 번째 지표는 SNS를 통한 뉴스 이용으로서, <2017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를 기준으로 할 때 국내 SNS를 통한 뉴스 소비는 약 13.4%로서 같은 해 미국의 약 51%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내 뉴스 소비에서 포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는 하더라도, SNS를 통한 뉴스 소비가 확대되는 추세를 고려해볼 때, 새로운 뉴스 유통 경로로서 SNS는 포털 의존도를 낮추고 자사 뉴스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매력적인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두 개의 통계 지표를 종합하면, 최근의 뉴스 미디어의 관심은 이른바 멀티 플랫폼 전략의 수행과 모바일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맞는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콘텐츠 유통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모바일 플랫폼 전략은 어느 정도 유효한 전략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뉴스 미디어가 살아남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은 광고 수익의 비중을 줄이고 콘텐츠 판매 수익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최근 미디어 생태계에는 구독 경제의 흐름에 맞춰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단적인 예로, 홍정도 중앙일보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중앙일보의 신년 목표로 구독모델 뉴스 플랫폼의 완성을 제시했다. 이렇듯, 국내 언론사들도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는 목표와 방향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와 관련한 실행 전략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모바일로 한정할 경우 더 그렇다. 가령, 국내 주요 언론사들의 인스타그램 활용도는 매우 낮으며, 카카오톡의 채널 계정 역시 중앙일보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활용도가 낮고 언론사 간의 편차도 크다. SNS의 경우 자체 사이트로 아웃링크되기 때문에, 자체 플랫폼의 확장성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많음에도 언론사들의 모바일 멀티 플랫폼 전략에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자체 모바일 앱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이미 5년 전에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Reuters Institute)에서 뉴스 미디어의 모바일 전략으로 푸시 알림과 웹 속도 개선, 챗봇 활용, 가상·증강현실, 음성 뉴스 검색 등의 다섯 가지를 제시한 바 있지만, 국내 언론사에서 이러한 전략을 채택한 사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일단,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제외하면 모바일 앱 다운로드 수 자체가 매우 적을 뿐 아니라, 자사 앱이 여러 개로 분산돼 있거나(조선일보), 글씨 크기 조정이 어렵고(중앙일보), 광고 크기나 양이 지나치게 많은(동아일보) 등 이용자 편의 측면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특히 동아일보 앱의 경우 뉴스 공유하기 도중 앱이 종료되는 기술적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제기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앱으로 독자들을 확보해 이들을 연결하려는 목적보다는 단순히 트래픽을 늘리는 수단으로만 간주하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의 구독 경제 패러다임에서는 플랫폼에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전략으로부터 구독 모델 기반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플랫폼 의존도를 줄이면서 콘텐츠 생산자가 여러 변수를 통제할 수 있는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선회는 구독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부상한 데 일차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최근의 코로나 환경으로 인해 독자들의 가짜뉴스에 대한 피로감이 증가하고, 퀄리티 저널리즘의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는 데 또 다른 원인이 있다. 기존의 멀티 플랫폼 전략에서는 콘텐츠의 재가공, 유통의 신속성이 핵심 역량이었다면, 자체 플랫폼 전략에서는 심층 보도와 같은 콘텐츠의 품질이 중요해진다. 즉,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뜨내기 손님 비즈니스에서 객단가 높은 고객 비즈니스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언론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전략은 신뢰라는 자원의 보유 수준에 따라 크게 품질우위, 가격우위, 속도우위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유경한, 2020).1) 비즈니스 전략이 여러 개라는 것은 모든 언론사가 동일한 플랫폼 전략을 수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론사별로 처한 환경과 조건이 다르므로, 포털과 힘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전략 자체에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가령, 모두가 동일한 신뢰 자원이 있지 않으므로 모든 언론사가 탐사보도를 할 필요는 없지만, 모든 언론사가 보도자료를 베끼는 기사를 똑같이 내서도 안 된다. 결국 모든 언론사들에는 일정한 수준의 신뢰가 필요하며, 개별 언론사가 보유한 신뢰라는 자원의 비교우위에 따라 접근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멀티 플랫폼 전략이든 자체 플랫폼 전략이든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에 도전해볼 만한 역량을 지닌 언론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언론 생태계 전반에 걸친 변화는 소수의 대형 언론사 위주로 (혹은 이들의 독과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인데, 그것은 포털의 권력화만큼이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언론 생태계 전반이 플랫폼 민주화로부터 언론 생태계 전체의 민주화로 이행하려면 플랫폼 독과점 이후의 새로운 저널리즘 생태계에 대한 지향점이 있어야 하고, 플랫폼 전략을 넘어선 와해적(disruptive) 혁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필자는 저널리즘을 플랫폼에 제공하는 뉴스 콘텐츠로 바라보기보다는 하나의 실행원리이자 규칙으로 이해하는 ‘프로토콜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이는 언론사가 플랫폼과의 관계 설정에서 수익 추구보다 생태계 변화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언론사가 포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자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언론사의 포털 종속이 심화하는 것은 포털 ‘이용자(user)’와 뉴스 ‘독자(reader)’를 구분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독자를 오해하는 데서 비롯된다. 언론사들은, 경쟁하듯 비슷한 기사들을 포털에 쏟아내는 이유를 대중이 원한다는 데서 찾는다. 물론 독자들이 취향에 맞는 기사를 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뉴스 소비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아니다. 고양이 사이트(cat site)로 대표되는 버즈피드가 몰락한 사례로 보듯, 독자들은 읽었을 때 만족스러운 고품질 기사를 원한다. 이는 저널리즘 차원의 품질 보증이 플랫폼 전략보다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언론사들이 전통적으로 가진 계몽주의적인 독자관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성공한 뉴스 미디어는 독자의 다양한 층위를 세분화하고, 독자들을 연결하는 데 주력해 왔다. 포털의 이용자는 ‘이용자’인 동시에 ‘독자’이다. 포털 입장에서는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그들의 과업이라면, 뉴스 미디어 입장에서는 ‘독자’를 확보하고 이들을 연결하는 것이 과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포털과 언론이 만드는 경합과 조화의 콘체르토
언론사는 뉴스라는 콘텐츠를 판매하는 기업이라기보다 ‘신뢰’를 판매하는 기업이다. 따라서 플랫폼 전략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기에 앞서 신뢰라는 자원이 지닌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 언론사들의 문제는 ‘저급한 상업주의’를 현실 생존 논리로 합리화함으로써 포털 의존도를 스스로 높이고 있다는 데 있다. 결국 포털과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언론사 스스로 수익의 문제에 대해 솔직해져야 한다. 그리고 수익을 창출하는 데 어떠한 생태계 혁신이 필요한지에 대해 깊은 고민이 수반돼야 한다. 포털은 플랫폼 사업자로서 이용자를 확보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임을 스스로 규정한다. 그렇다면 언론사는 포털과 차별화되는 수익 극대화 이외의 목적으로 스스로를 규정할 수 있을까? 그 목적을 저널리즘 원칙에서 규정할 수 있다면, 힘의 균형은 바로 그 지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음악으로 돌아가서, 콘체르토는 라틴어로 ‘경합하다’라는 의미도 있지만, ‘협력하다’라는 의미도 있다. 즉 콘체르토는 경합과 조화, 경쟁과 협력의 이중적 의미가 동시에 내포된 단어인 셈이다. 저널리즘 생태계를 혁신하면서 언론이 포털과 만들어 가는 경합과 조화의 콘체르토를 기대해 본다.
1) 언론사에게 신뢰란 사실 인터넷 시기가 도래한 이후로도 상당 기간 동안 그저 주어지는 것, 마땅히 소유되는 것으로 간주돼 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정의할 수 있는 미디어 분야의 신뢰란, 콘텐츠 생산자와 플랫폼, 그리고 수용자의 3자 관계로 구성된 미디어 환경에서 주어진 조건 하에 복잡성을 최소화하면서 불확실성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복잡성의 최소화, 불확실성의 대처란,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또는 부가적인 인지적 노력을 가능한 최소한으로 투입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직접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검증된 조직 또는 개인이 사실과 견해, 분석과 평가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