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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를 담당하기 위해 만든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올해로 출범 5년을 맞았다. 지난 2월 26일에는 그간의 공과를 확인하기 위해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5년간의 공과’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지면으로 옮겨 본다. 편집자 주
벌써 5년, 혹은 불과 5년
포털이 처음 뉴스 서비스를 시작한 지도 벌써 20년이 지났다. 20년이 지난 지금 포털은 뉴스 콘텐츠를 거의 독점 유통하는 거대한 뉴스 플랫폼이 됐다. 같은 시대를 사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사례를 찾아봐도 포털 혹은 검색엔진을 통한 뉴스 소비의 비중이 우리나라처럼 78%나 되는 곳은 없다. 이러한 뉴스 소비 경로의 독점화 현상은 자연스럽게 뉴스 유통 과정의 공정성에 관한 문제를 불러일으켰고, 네이버와 당시 다음카카오는 2015년 5월 28일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라는 명칭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고, 이 기구를 통해 양대 포털의 뉴스 제휴 서비스를 심사, 평가하기로 했다. 당시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설립 취지와 배경을 보면, 제휴 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휴 매체의 부당 이익 요구 등과 같은 제휴 서비스에 직결된 문제들도 있었지만, 당시에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된 어뷰징(abusing) 기사의 증가로 인한 저널리즘 가치의 위협, 그리고 그에 따른 뉴스 이용자 편익의 저해가 위원회 설립의 근본적인 이유였다. 이는 달리 말하면, 뉴스 서비스 평가 기준에 관한 공정성 시비를 차단한다는 기술적인 이슈도 있지만, 그 기저에는 저널리즘의 가치와 공익성을 고려한다는 대의명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설립 기자 간담회에서 제시한 “언론의 공적인 특성에 준해 포털 뉴스 제휴 평가도 공적으로 판단”한다는 취지 글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문제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가 출범한 지 5년, 기수로 치면 5기까지의 활동이 종료되고 6기 체제가 막 출범한 지금에도 이와 같은 거시적, 규범적 차원의 이슈들이 별다른 진전 없이 논쟁적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제평위 활동에 관한 여러 불만 혹은 개선 방안과 관련해서 이와 같은 논의들이 주요 쟁점으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그에 대한 원인은 지난 2월 마지막 주에 열린 ‘제평위 5년의 공과’ 세미나에 집약돼 있다.
미약한 성과와 뚜렷한 한계, 제평위 5년의 잔혹사
쓴소리하기 전에 우선 좋은 말을 몇 마디 하자면, 제평위가 출범한 이후로 일어난 긍정적인 변화도 제법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동일 내용을 반복 전송하는 어뷰징 기사나 자극적인 제목과 키워드를 남발하는 뉴스 생태계 교란 행위가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물론 어뷰징은 시스템의 변화에 기민하게 변형돼 지속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뷰징의 감시와 제재의 틀이 마련됐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둘째,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로 인해 상호 견제가 가능하고, 평가 과정에서의 집단 담합과 같은 불공정 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소기의 성과로 볼 수 있다. 외부에서는 업계의 직접적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함으로써 집단 불공정 행위가 유발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실제 평가 과정에서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셋째, 뉴스라는 공적 성격이 강한 콘텐츠를 민간 기업의 통제로부터 일종의 사회적 거버넌스의 자율 규제 형식으로 관리 운영하게 됐다는 점도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성과의 한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제한적’이라고 언급한 내용은 뒤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어찌 됐든, 제평위 5년 동안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다룰 내용은 다소 거친 비판을 포함해 제평위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제언에 해당한다. 이에 앞서 우선, 제평위에 관해 지금까지 누적된 문제점을 몇 가지 차원으로 구분해볼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 이 글에서는 두 개의 주요한 축을 설정하고자 한다. 먼저, 제평위가 다루는 업무의 범위를 하나의 축으로 설정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서비스 제휴 평가라는 미시적 차원과 공론장 운영이라는 거시적 차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제평위가 취급하는 임무의 성격을 다른 하나의 축으로 설정하면, 기능적(technical) 차원과 규범적(normative) 차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둘을 교차하면 제평위와 관련한 앞으로의 논의는 다음과 같이 네 개의 차원으로 구분된다.[그림 1]

[그림 1]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관련 주요 이슈 맵핑
1. 미시적 차원
1) 기능적 측면
제평위의 평가는 크게 입점과 제재로 구분되는데, 미시적 차원에서 제평위의 기능에 관한 비판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입점 및 제재심사의 공정성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입점과 관련해 지난 5년간 네이버와 카카오에 입점 제휴를 신청한 매체는 모두 5,021개로서, 이 중에 검색 제휴 심사를 통과한 매체는 526개, 비율로는 약 10.5%에 해당한다. 검색 제휴는 여타 검색엔진의 경우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추면 검색에 노출하게 돼 있어, 약 10%에 불과한 낮은 통과 비율은 다양한 뉴스 서비스 사업자들의 검색엔진 진입을 막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는 결과적으로 검색 편향성 또는 특정 사업자를 우대하는 검색 중립성 문제를 야기한다. 또한 검색 제휴 사업자들의 5년간 평가 자료를 보면, 회차별 통과율의 편차가 최대 18.7%, 최저 2.28%로 부침이 심한 것으로 나타나 평가의 일관성 문제가 제기된다. 특히 정성평가 비율이 높아진 지난 2019년 이후 검색 제휴 통과율이 눈에 띄게 감소한 반면, 심사위원 간 평가점수의 표준편차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뉴스스탠드 제휴나 콘텐츠(CP) 제휴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가장 최근인 2020년 뉴스 콘텐츠 및 스탠드 제휴는 각각 4건, 1건으로 전체 지원 매체 155개 중 3.23%에 불과했고, 검색 제휴와 마찬가지로 2019년 3월 이후 정성평가 비율이 늘어나면서 제휴 통과 매체 수는 급감하고 평가점수의 표준편차는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그림 2] 표준편차의 증가는 평가위원 간 점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이므로 전문성 이슈가 제기될 수 있고, 통과율의 급격한 감소는 기 입점 매체의 기득권 강화 또는 적어도 심사의 공정성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따라서 적어도 아웃링크 방식의 검색 제휴와 스탠드 제휴의 경우 입점 심사 절차를 폐지하고 개방형 입점 제도로 전환함으로써 이용자 접근권과 검색 중립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 제휴의 경우에도 진입장벽이 높고 퇴출과 제재가 미미한 현행 방식을 낮은 진입장벽과 퇴출 제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개선함으로써 경쟁과 다양성을 증진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방안은 2월 26일 ‘제평위 5년의 공과’ 세미나에서 두 명의 발표자 모두 동일하게 제안했다.

다음으로, 연도별 제재 현황을 보면 네이버는 지난 5년간 경고는 443개 매체, 노출 중단은 1일 중단 제재가 145개, 2일 중단이 28개 매체였다. 카카오 또한 경고가 248개 매체로 가장 많았고, 1일 노출 중단이 152개, 2일 노출 중단이 50개 매체였다. 두 매체에서 가장 장기간 노출 중단이 된 사례는 네이버가 1개 매체에 대해 1개월 노출 중단을, 카카오는 1개 매체에 13일 노출 중단을 제재한 것을 들 수 있다. 가장 강력한 제재인 재평가를 통한 계약 해지의 경우 검색 제휴는 2020년에 43개 매체가 재평가 대상에 올라 이 중 1개 매체를 제외한 42개 매체가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그렇지만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처분이 크게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작 중요한 콘텐츠 제휴 매체의 경우 계약해지가 2017년 이후 단 한 건도 없으며, 경고나 노출중단 처분 역시 상대적으로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림 3]을 보면 검색 제휴 매체의 경고 및 노출 중단은 상대적으로 증가해온 데 비해(붉은색 화살표), 콘텐츠 제휴의 경고나 노출 중단은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노란색 화살표). 즉, 핵심 제휴 사업자들에 대한 제재는 거의 없거나 생색내기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효성 있는 제재를 위한 방안과 현행 패널티 조항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 규범적 측면
평가의 공정성과 제재의 실효성 이슈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 하는 평가 기준의 문제와 직결된다. 현재 재평위의 저널리즘 평가 요소를 보면, 저널리즘의 품질 요소와 윤리 요소, 이용자 요소 등의 8개 항목에 대해 정성평가 점수를 최대 80점 부여하고 있다. 각각의 요소에 대해서는 제평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평가 기준을 세세히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평가 항목을 보면 평가자의 규범적 판단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이 매우 광범하게 분포해있다. 실제로 저널리즘 품질을 측정하기 위한 요인은 매우 다양하며, 신문품질평가지수나 PEJ 보도지수, 뉴스 평가지수 등 기존의 품질 평가 관련 연구를 보면, 평가 과정의 전문 역량이 요구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저널리즘의 가치에 대한 규범적 기준이 확립된 전문성 있는 평가자가 일정 기간의 평가 훈련을 거쳐야 평가의 일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규범적 기준과 훈련이 부재한 상태에서는 평가 자체가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진행될 우려가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알고리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심사체계에서는 한 평가위원이 담당하는 심사평가 매체 수가 많아 평가의 질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정성평가 요소 중에 평가위원의 정성평가가 굳이 필요치 않은 이용자 요소나 기사 생산 체계, 편집 배열 방식과 광고윤리 등은 현재 동일 기사 중복 송고에 적용하고 있는 알고리즘을 활용해 평가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평가의 내실을 기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평가위원 선정 시 전문성 요소를 핵심 요소로 반영하는 것이다. 평가의 전문성을 제고하려면 전문성을 갖춘 평가위원의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심의위원회의 인적 구성, 나아가 위원을 추천하는 단체의 대표성과 추천 인사의 선정 기준이 필요하다. 사실 참여 단체의 구성은 출범 이후 줄곧 제기돼온 문제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2월 26일 ‘제평위 5년의 공과’ 세미나에서도 이선민 시청자미디어재단 정책연구팀 연구원은 언론 관련 기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시민단체가 포함된 반면, 언론 관련 활동이 활발한 시민단체가 배제된 점, 유사 직능단체가 중복 참여하는 점 등의 문제가 반복해서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저널리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또 다른 쟁점은 보도자료 재가공 위주의 품질 낮은 기사 대신 자체적으로 심층 취재를 거친 고품질 오리지널 콘텐츠의 생산 유통을 어떻게 장려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 점은 제평위에서도 비교적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현행 제평위 규정에도 자체 기사를 정의하고 이를 정량평가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현행 자체 기사 정의를 적용할 경우, 보도자료 재가공 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심층 취재와 탐사보도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따라서 자체 기사에 저널리즘 품질 요인을 추가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별도로 정의하고 이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으로 (1)오리지널 콘텐츠 별도 섹션 구성, (2)오리지널 콘텐츠의 기사 노출 우선 배치 및 노출 시간 연장, (3)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 자체 기사 비율에 가중치 부여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2. 거시적 차원
이 글에서 미시적 차원과 거시적 차원을 구분한 것은 제평위의 근본적인 문제와 개선 방안을 다루는 관점의 차이를 반영하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미시적 차원의 이슈들은 대체로 현행 제휴평가위원회의 주요 임무인 심사평가와 관련된 이슈들이고, 이는 현재 위원회의 거버넌스 구조를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평가 체계와 규정을 정비하는 수준에서 개선이 가능한 것들이라고 한다면, 이제부터 논의하게 될 문제들은 조금 결이 다른 이슈들로서, 제평위의 임무와 지향점에 관한 방향 설정의 문제와 연관돼 있다.
1) 기능적 측면
위원회의 구성에 필요한 근거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언론사와 포털 사업자라는 민간 사업자 간의 사적 계약을 공적 형식의 기구가 결정하는 다소 특이한 거버넌스 구조로 돼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5개 생산자 단체와 2개 언론 전문 단체 대표가 참여하는 운영위원회가 정책 및 제도를 결정하고, 여기에 8개의 전문가 단체 및 시민단체를 포함한 15개 단체가 2인의 심사위원을 추천해 구성된 심의위원회가 실제 평가를 담당하는 이원 구조로 돼있다는 점에서 운영위와 심의위의 역할과 기능이 적절히 분담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제평위 거버넌스를 노사정 모델을 활용한 이해관계자 참여형 의사결정기구와 중립형 심의기구로 개편하는 방안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안에 따르면, 계약 당사자인 포털과 언론계, 공적 이해관계자가 모두 참여하는 의사결정기구가 제도 설계와 운영 규칙 등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며, 심의위원회는 중립적 인사들이 심의만 담당하는 이원 구조로 운영된다. 이는 사실상 심의위는 전문기구화하고, 유명무실한 운영위를 대폭 확대 개편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다루지 못했던 다양한 저널리즘 관련 의제를 폭넓게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배정근 교수가 제시한 두 번째 안 또한 기존 구조 내에서 운영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심의위의 중립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운영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함으로써 기존에 취급하지 못했던 저널리즘의 가치와 공적 논의를 활성화하고 상대적으로 과중한 심사평가의 기능과 균형을 맞추고자 한다. 다만, 현행 구조에서 운영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개선안이 될 수는 없고, 특히 계약 주체인 포털 사업자가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자기 결정권과 책무성을 위배하는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다. 사실 포털이 주요한 행위자임에도 의사결정의 주체로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제평위가 포털의 책임 회피용 위원회가 아니냐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따라서 실질적인 포털의 의사결정 참여와 책무성을 부여하는 거버넌스로 재편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제평위 구조가 해체 후 재구성 수준의 대폭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거버넌스 개편안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2) 규범적 측면
뉴스제휴평가위원회라는 명칭에서 보듯, 이 위원회의 핵심 역할은 뉴스 서비스 매체의 제휴 여부를 평가하고 심사하는 데 있다. 그런데, 상당수의 언론계, 학계 전문가를 비롯해 뉴스를 직접 소비하는 독자들은 제평위의 역할을 제휴 평가 및 심사 업무에 한정하지 않는다. 이 둘 간의 괴리는 제평위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지향점, 이 위원회를 바라보는 시각차에서 비롯된다. 이는 ‘제평위 5년의 공과’ 세미나에서 김성순 변호사가 정확히 지적한 바 있다. 제평위가 지향해야 할 원칙과 방향성이 포털 중심의 뉴스 생태계가 갖는 사회적 의미를 정확히 짚어내고 이를 근거로 포털뉴스생태계와 연관된 생산자와 수용자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치 지향적으로 반영하는 데 있다면, 이를 구현하기 위한 거버넌스 구조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지녀야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거버넌스 개편의 논의에서 제휴 평가를 넘어서는 사회적 협의체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실 제평위가 취급하는 사안들 중에는 제휴 평가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뉴스 서비스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이슈들이 매우 많다. 가령,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책무성, 댓글이나 실검, 여론 다양성과 소비 다양성의 증진과 같은 이슈들은 제평위의 직접적인 업무는 아니지만, 큰 틀에서 직결되는 업무기도 하다. 그런데도 현재 제평위 체제에서는 이러한 이슈를 제대로 다룰 수 없다. ‘제평위 5년의 공과’ 세미나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여러 토론자가 제기했다. 가령, 4기 심의위원장을 역임한 임성원 KBS 시사제작국장은 제평위가 이러한 현안을 광범하게 다루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가칭 뉴스위원회라는 구조 개편을 통해 포털이 서비스 운영 정책과 관련한 거시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순 언론인권센터 변호사 역시 포털이 공론장으로서의 공적 책무를 수행하려면 포털 정책에 참여, 권고하는 기능이 운영위에 부과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비판의 기저에는 포털 사업자가 공적 책무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평위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건강한 뉴스 생태계와 공론장을 만들어가기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있다. 건강한 뉴스 생태계와 민주적 공론장의 형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품질의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교환돼야 한다. 예를 들면, 젠더, 인종, 노동, 환경, 장애인, 성 소수자 등의 다양성 주제를 일정 비중 이상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체에 입점 우선권을 부여한다든지, 또는 매체와 관계없이 사회적 다양성 주제 기사의 경우 일정 비율로 노출 우선순위를 할당하는 방안과 같이 사회적 다양성을 증진하는 적극적인 정책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는 현행 제평위 구조에서는 의제화되기 어렵다. 또한, 뉴스 이용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실제로 다양하게 수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경험적 데이터가 부재하므로, 실증 데이터의 축적 및 분석이 병행돼야 하는데, 이 역시 현행 제평위 구조에서는 수행되기 어렵다. 결국 포털이 뉴스 서비스의 공적 특성을 이해하고 공론장으로서의 특수한 공적 지위를 인식하고 있다면, 제평위는 민주적 공론장의 형성과 운영, 뉴스 이용자의 알 권리 및 접근권 보장, 표현의 자유 증진 등 민주주의의 공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지향점이 설정돼야 한다.
그렇지만, 누구도 가지 않은 길
지금까지 ‘제평위 5년의 공과’ 세미나에서 발표된 주요 내용을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된 네 가지 차원으로 구분해 살펴봤다. 지금까지 언급된 내용 가운데 꼭 다뤄야 하지만 불가피하게 누락된 내용이 하나 있는데, 바로 지역 매체의 다양성 이슈다. 입점 심사과정에서 지역 매체의 차별 문제는 제평위 활동 내내 제기돼온 문제다. 실제 데이터상으로도 콘텐츠 제휴 매체의 경우 지역 매체는 3개 사에 불과해 비율상으로 전체의 2.42%에 그치고 있다. 현재 6기 제평위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매체 TF를 구성해 논의를 거듭해, 올해 상반기 중에는 결론을 낼 예정이다(이 글을 작성한 직후, 제평위에서 권역별 1개 지역 매체에 대해 특별 심사를 거쳐 입점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면의 한계상 다른 지면을 통해 자세히 논의하고자 한다).
포털이 처음 뉴스 서비스를 시작한 지 벌써 20년, 포털이 저널리즘의 공적 특성을 자각하고 자율형 독립 심의기구를 출범한 지 이제 겨우 5년이 지났다. 사실 이 위원회의 성과가 미미하다고는 하지만, 제평위가 디딘 첫걸음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호주와 EU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에 뉴스 전재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최근 일이다. 뉴스 콘텐츠의 저작권과 사용료 확립 이슈가 최근에서야 확산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해가고 있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평위가 제기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사회적 협의기구로 발전한다면, 포털과 언론, 이용자와 전문가가 모두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뉴스 거버넌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길도 아직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