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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현장] 플랫폼 기업의 IP 확보 경쟁
미디어현장 | 등록일 : 2021-03-09

올 초부터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지각 변동이 요란하다. 대형 IT 기업의 합병과 콘텐츠 분야 인수, 투자 소식이 속속 들려오는 가운데, 플랫폼 기업의 IP(지식재산권)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다. 플랫폼 기업은 왜 IP 비즈니스에 집중하는지, 업계 판도와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확장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콘텐츠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은 분야도 없다. 때문에 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콘텐츠 서비스로 눈을 돌리고 IP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은 아무래도 한국 콘텐츠 산업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붕괴도 그렇지만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IT 기업들의 콘텐츠 분야 인수, 투자가 활성화되고 비대면 상황에서 넷플릭스에서 개봉된 <승리호>, <스위트홈> 등 한국 콘텐츠의 연이은 성과들이 의미심장한 징후를 보였기 때문이다. 우연이라기보다는 필연적인, 일종의 징후로서 이 사례들을 볼 필요가 있다.

 

플랫폼 기업의 IP 확보 경쟁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을 결의했다. 신규 합병법인명은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로, 두 회사가 가진 다수의 콘텐츠 IP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이 목표다. 매출 규모가 수천억 원에 달하는 카카오 자회사 간의 대규모 합병은 이번이 처음으로,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이 결합하면 연 매출 1조 원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키워드는 ‘IP 비즈니스’와 ‘글로벌 사업 경쟁력’이다. 새삼 양사가 합병으로 인해 연결되는 자회사와 관계사만 50여 개에 달하는데, 구조적으로는 원천 스토리 IP 확보를 위한 CP(Contents Provider)부터 가수와 배우 등 아티스트, 음악·드라마·영화·공연의 기획·제작사에 이르기까지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와 전 장르를 아우르는 가치사슬을 확보한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리딩 컴퍼니로 성장하겠다는 것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목표다.

 

한편 카카오는 일본의 대형 콘텐츠 기업 카도카와(KADOKAWA)와 제휴해 일본 현지의 IP 활용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카도카와는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잡지, 대중소설 등 일본 문화 콘텐츠 산업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으로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소설판과 만화판을 보급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카카오는 일본 현지 콘텐츠 서비스 ‘픽코마’에 활용할 원천 스토리 IP 수급을 위해 카도카와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후 양사의 제휴 폭이 깊어지며 1대 주주 등극까지 이뤄지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네이버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와 제휴를 체결하고, 브이라이브(V LIVE)와 위버스(Weverse)를 결합하기로 했다. 한편 세계 최대의 캐나다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Wattpad)를 인수했다. 웹툰과 K-POP 분야에서 대형 기업들과 협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디즈니 모델을 지향하고, 네이버는 아마존 모델을 지향한다는 평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카카오는 내부 계열사들을 하나로 묶으며 콘텐츠 IP를 확장하고 있고, 네이버는 외부 기업들과 연결하며 사업을 확장하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IP를 기반으로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플랫폼 기업은 왜 IP 확보에 사활을 걸까?

 

그렇다면 IP 비즈니스는 과연 무엇일까? 지식재산권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원작을 다양한 형태로 확장해서 부가가치를 늘려나가는 방법론을 말한다.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One Source Multi Use)라고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이런 비즈니스 전개 방식은 빅히트의 방탄소년단이 대표적이기도 하다.

 

윤석준 빅히트 공동대표는 “음악과 아티스트라는 원천 IP를 기반으로 빅히트의 세 가지 사업 부문인 공연·IP·플랫폼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융합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설명하고, 그를 통한 고객 경험의 혁신과 가치사슬 확장을 강조한 바 있다. 다시 말해 방탄소년단과 그 음악을 기반으로 형성된 팬덤에 더 많은 콘텐츠와 제품을 선보여 가치사슬의 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뜻이다. 라인프렌즈와 협업한 BT21, 넷마블과 개발한 게임인 <BTS WORLD> 등이 그런 전략의 일환이었다.

 

 

빅히트가 넷마블과 개발한 게임 <BTS WORLD> <출처 - <BTS WORLD> 사이트 화면 갈무리>

 

 

그렇다면 플랫폼 기업들은 왜 IP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있는 걸까. 이것은 인터넷 환경의 변화와 수익 구조의 변화라는 맥락으로 살펴볼 수 있다. 사실 우리가 지금 플랫폼이라고 부르는 형태는 인터넷 서비스에 국한된다. 네이버는 이메일, 블로그, 카페, 뉴스 등으로 다수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그들로부터 발생하는 트래픽으로 광고를 판매했다. 199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터넷 비즈니스는 사실상 기존의 미디어가 전개하던 광고 비즈니스와 동일한 구조를 가졌다.

 

그리고 이런 구조의 시장은 2015년 무렵에 모바일로 전환됐다. 카카오는 무료 채팅인 카카오톡 서비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며 대량의 사용자를 모았다. 처음에는 광고 모델을 고민했지만, 채팅이라는 개인화된 서비스 특성상 광고는 작동하지 않는 시장이었다. 모바일 환경에서 광고는 오히려 사용자 경험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게임을 제공하거나 카카오 프렌즈의 스티커를 판매하면서 수익화를 꾀했지만 그리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 포털 서비스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사실 플랫폼은 양면 시장의 구조를 가진다. 양면 시장이란 공급자와 사용자 모두 나름의 이득을 얻는 구조를 말한다. 플랫폼 사업자는 이런 경제 구조를 통해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 순환구조가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키며 계속해서 확장하는 수익 모델을 만들게 된다. 네이버든 카카오든 이런 생태계 조성에는 아직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대규모의 트래픽을 기반으로 광고를 판매하거나,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가져가는 단순한 구조기 때문이다. 이런 형태의 시장은 이미 조성된 규모의 파이를 나누는 방식으로 순환할 뿐, 시장 자체가 확장되거나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인터넷 환경에서 콘텐츠는 점점 무료에 수렴하게 된다. 이전까지 콘텐츠를 담았던 ‘제품’을 제작하는 비용과 물류를 유통하는 비용이 줄어들면서 무형의 콘텐츠에 과금하기가 애매해지는 것이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비용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으니, 콘텐츠는 사실상 무료화되는 대신에 그를 통해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음원이 대량 소비된다고 해서 음원 수익으로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없고, 대신 콘서트와 굿즈로 수익 모델을 개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런 배경에서 발생한다. 2021년 현재, 콘텐츠 비즈니스는 필연적으로 부가가치 사업, 즉 IP 비즈니스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같은 글로벌 서비스가 한국에 진출하고, K-POP과 한국 드라마 등이 새로운 한류를 만들어내는 현재, 인터넷 서비스는 콘텐츠 서비스로 전환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런 배경에서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는 콘텐츠 비즈니스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확장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콘텐츠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은 분야도 없다.

 

플랫폼 기업의 IP 확보 전략

 

이렇게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된 인터넷 비즈니스 환경에서 IP의 확보가 중요해진다. 재화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재화의 가치를 관리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방향이 되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네이버와 카카오뿐 아니라 SKT와 KT 같은 통신사업자에게도 영향을 준다. 이제까지 통신사업자들은 한국에서 특수한 위치에서 막대한 영향력과 이익을 얻었다. 통신사업자들은 인터넷 통신망 사업을 기반으로 하드웨어(스마트폰)와 네트워크를 판매했다.

 

그러나 넷플릭스와 왓챠 같은 OTT 서비스가 주류가 되고, 사용자들이 대거 이 새로운 시장으로 이동할 때, 통신사업자들은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는 시장을 확장하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스마트폰 기술의 발달은 구형과 신형 전화기의 성능 차이를 좁혔고, 이로 인해 사용자들이 구형 전화기를 교체하는 시점이 점점 늦춰지고 있다는 것은 통신사업자들이 체질 개선과 업종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기를 요구한다.

 

2018년부터 SKT가 IT 기업을 지향하며 SM엔터테인먼트, 빅히트 등과 콘텐츠 제휴를 맺어온 것이나 KT가 최근 IPTV와 케이블TV를 미디어 플랫폼으로 정의하며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한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특히 KT는 콘텐츠 전문 기업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하고 콘텐츠에 대한 투자 및 기획, 제작, 유통뿐만 아니라 원천 IP 개발에도 신경 쓰며, 2023년까지 대형 오리지널 콘텐츠를 연간 10~20개 시리즈 수준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KT의 방식은 카카오의 방식과 거의 동일하다. 한 마디로 콘텐츠 비즈니스의 수직계열화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 플랫폼, 콘텐츠의 연결 구조를 만들고 거기서 파생되는 부가가치를 주요 수익 모델로 삼겠다는 뜻이다. 카카오가 카카오M과 카카오페이지를 결합해 콘텐츠 IP의 개발, 기획과 제작까지의 과정을 동일한 구조로 만드는 것과 KT의 청사진은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네이버 역시 자체 제작이 아니라 전문 글로벌 기업을 인수하고 투자하면서 같은 구조를 짠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어떤 구조든 간에 콘텐츠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방향은 같기 때문이다.

 

IP 경쟁력이 시장에 미칠 영향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것은, 네이버·카카오 등 기업이 가진 서비스와 글로벌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다. 사실 이들 IT 플랫폼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은 콘텐츠 왕국이 아니라 콘텐츠를 기반으로 서비스 사용자를 확보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부가가치를 극대화해서 이윤을 남기는 일이다. 그렇다면 콘텐츠는 오히려 중심이 아니라 수단이 된다. 그런데 과연 무엇을 위한 수단일까?

 

카카오와 네이버 모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카오뱅크와 네이버은행은 각자의 서비스 내에서 돈을 쓰거나 빌리거나 모으는 데 유용한 기능을 제공한다. 마일리지 적립의 방식이든, 예·적금의 방식이든 사용자들은 은행이 아니라 IT 기업들을 이용하는 데 더 익숙하다. 이것을 전제로 카카오, 네이버가 지향하는 것은 이 사용자들이 자사의 콘텐츠에 계속해서 돈을 쓰게 만드는 일이다. 구독 서비스야말로 이 기업들이 지향하는 바이다.

 

구독 서비스가 도입되면 사용자들은 매달 꾸준한 비용을 지출하고, 이를 토대로 IT 서비스 기업들은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게 된다. 또한 이것은 해외 진출에도 유리한 방식이다. 서비스보다 콘텐츠에 대한 거리감이 적다는 점이야말로 한국 IT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엔터테인먼트 및 지식 콘텐츠가 유용한 이유다. 현재의 IT 비즈니스 구조에서 중요한 것은 지배력의 확장이고, 시장의 규모를 본다면 한국 시장 자체는 중요해지지 않는다. 시장 환경이 점차 국경 없는 시장으로 전환되면서 인터넷 비즈니스는 반드시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한국 플랫폼 사업자들의 글로벌 진출은 당연시될 것이다. 동시에, 글로벌 기업의 한국 시장 진입도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국내와 해외 사업자들이 한국에서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관점을 몇 개 꼽아볼 수 있다. 먼저, 인터넷 비즈니스의 변화라는 맥락에서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 그 과정에서 콘텐츠 생산자의 권리와 수익 배분 문제는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대규모의 사용자가 늘어날 경우, 콘텐츠의 판매 가격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신 콘텐츠의 부가가치를 통해 창작자의 수익을 향상하고, 그 수익을 적절한 방식과 비율로 분배하는 것은 지금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더 심화할 이슈다. 마지막으로 플랫폼이 조성한 생태계 안에서 기존 미디어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콘텐츠 기반의 플랫폼 생태계가 조성될 때, 기존의 언론이나 미디어가 맡고 있던 정보의 게이트 키핑이라는 역할은 필연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이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인 사안이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변화들은 새삼 모든 것이 연결돼 있음을 상기한다. 콘텐츠 비즈니스가 IP 비즈니스로 전환되는 구조와 플랫폼 기업들이 콘텐츠를 중심으로 기존의 사업 모델을 재구성하는 과정은 모두 앞으로 우리가 겪게 될 라이프스타일의 대전환을 가리키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복잡하고 촘촘하게 연결된 시장 구조에서 우리가 자기 정체성을 재발견하고 지키기 위한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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