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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징벌적 손해배상제] 누구를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인가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1-03-09

가짜뉴스를 처벌하고 허위 보도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민생법안’. 이 같은 취지에 문제제기를 하는 이는 없지만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시민단체와 학계, 언론 노동자의 목소리를 정리해본다. 편집자 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미디어 언론 상생TF 단장이 지난 3월 2일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언론개혁 입법’에 대한 긴급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가짜뉴스와 허위 조작 정보로 인한 피해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학계는 지금 논의되는 언론 개혁 법안이 얼마나 민주적인지 묻고 있다. Ⓒ뉴스1

 

몇 년 동안 한국 언론의 신뢰도 추락을 지적받을 때면 떠오르는 한 권의 보고서가 있다. 2014년 11월 방송기자연합회에서 발행한 《세월호 보도…저널리즘의 침몰》이라는 재난 보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담은 책이다.1) ‘가짜뉴스(fake news)’나 ‘허위 조작 정보(disinformation)’가 시민의 일상 대화나 학계의 개념으로 등장하기 전이었다. “세월호 학생 전원 구조”라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언론의 오보는 한 해가 다 가도록 더 많은 오보뿐 아니라 선정적이고 권력 편향적이며 본질을 흐리는 보도로 이어졌다. 심지어 세월호 유가족들의 광화문 광장 단식을 향한 혐오의 언어는 언론을 통해 더욱 증폭(amplification)되기까지 했다. 당시 가짜뉴스라는 용어가 있었다면 시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까지 훼손하는 다수 언론을 향한 성토가 됐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가짜뉴스를 처벌하고 허위 보도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민생법안’이라며 정보통신망법 2개 개정안, 언론중재법 3개 개정안과 형법 일부개정안을 발표했다. 민주당 미디어 언론상생TF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3년이 넘도록 뚜렷한 개혁법안을 내놓지 못한 책임의 산물이라고 개정 배경을 밝혔다.2) 그러나 ‘가짜뉴스’에 대한 법 개정안 발의는 작년 “악의적 보도로 인격권 침해 시 손해액의 3배 범위 손해배상”을 명시한 정청래 의원 대표발의안과 상법에 포괄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정부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제21대 국회 개원 직후 본격화된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두고 언론사, 언론현업단체, 학계와 시민사회단체까지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구체적인 검토와 실효성에 대한 점검보다 “가짜뉴스에 대한 처벌인가, 국민의 알 권리 침해인가”라는 단순한 이분법 담론이 구성됐다. 민주당이 3월 내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는 6개 언론개혁법안 또한 이 담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왜 시민은 언론에 신뢰를 보내지 못하며, 언론은 무엇을 간과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보다 집합명사로서의 ‘언론’에 대한 징벌의 찬반 여부만을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와 학계가 본 언론개혁법안

 

언론 및 미디어 관련 시민단체가 발표한 성명을 보면 법 적용 대상에 언론사가 주장하는 ‘알 권리’보다 시민이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라는 평가가 더 많다. 포털 뉴스 서비스 기사의 댓글에서 커뮤니티 게시판 댓글까지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댓글 임시차단 법안’(양기대 의원 대표 발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서는 현행 사생활과 명예훼손으로 한정된 수준을 넘어 “댓글로 인하여 심리적으로 중대한 침해를 입은 경우”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의 주요 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사생활 영역을 침해하는 경우, 그 밖의 인격권을 계속 침해하는 경우 기사 열람 차단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법안(신현영 의원 대표 발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공적 사안에 대한 의혹 제기나 검증 과정이 모두 삭제”되고 중재와 조정을 맡아야 할 언론중재위원회가 사법부의 판단에 앞서 허위와 사실 여부를 결정한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또한 일반 언론사를 포함해 인터넷에서 인격권을 침해하는 악성 행위에 대해 최대 3배까지 피해보상을 명시한 법안(윤영찬 의원 대표 발의 정보통신망법)은 현행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처벌과 손해배상에 가중되는 이중처벌이며 특히 고위 공직자, 정치인, 대기업 사주 등의 권력층이 ‘전략적 봉쇄 소송’으로 남용할 우려가 있다.3)


언론 개혁 6개 개정안에 대한 지적은 크게 법 개정으로 인해 언론에 대해 자의적이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익집단과 표현의 자유를 더욱 제약받는 시민권의 비교로 요약된다. 언론 보도의 주요 취재 대상인 ‘공인’과 ‘기업’은 손해배상 청구와 기사 열람 차단으로 이익을 얻지만, 언론사에 경제적 타격을 주려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리어 일반 시민의 표현물에까지 확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4)


개정안들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명칭과 달리 ‘최대 3배 배상’은 ‘배액배상’이므로 실효성 없이 ‘징벌’ 여부에 대한 사회적 논란만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민주당이 제시한 허위 조작 정보의 개념과 ‘고의나 중대한 과실’, ‘악의적’ 등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손해배상액이 판사의 재량에 좌우된다는 평가와도 관련된다. 그러나 기사 열람 차단, 정정 보도 기준 확대, 언론중재위원 증원 관련 3개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언론 보도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를 구제하는 효과적인 제도”라고 도입을 환영하는 의견도 있었다. 다만 정보통신망법에 도입하려는 최대 3배의 손해배상 적용 대상에 언론이 포함되는 것은 무리이며 피해 구제가 어려우므로 새로운 법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5)


한편 학계에서는 개정안들에 대한 평가보다 쟁점과 보완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언론 보도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적용 대상이 되는 언론 보도, 즉 허위 조작 정보의 범위를 어떻게 획정할 것인지, 그러한 판단 기준은 어떻게 설정하고 해석하며, 허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를 핵심 쟁점으로 봤다.6) 언론 보도로 인한 인격권 침해 피해의 정도에 있어 ‘극심한’ 또는 ‘중대한’ 피해의 범위와 그 판단은 어떻게 할 것인지, 언론 보도에 있어 그 내용이 허위인지, 그리고 보도 당시 언론사나 기자가 허위임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허위 정보’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쟁점이 제시됐다. 언론 보도가 그 취재원이나 대상을 ‘비방할 목적’의 판단 또한 개정안이 담고 있는 입법 목적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경우” 비방할 목적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 ‘고의’와 구분돼 언론 보도가 취재원이나 대상에 가해할 의도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악의’는 공인과 사인, 공적 사안과 사적 사안에 차이를 둬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그것이다. 명예훼손에 있어 언론 보도가 허위 정보이거나 현실적 악의가 있었는지 입증하는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 또한 중요한 쟁점으로 소개됐다. 무엇보다 보도가 사실인지 증명(허위성에 대한 반박)하거나 가해 의도가 있었는지 증명(악의의 존재 여부)할 책임이 언론에 지워질 것인지의 여부다. 사실성과 악의 여부를 밝히기 위해서는 기자가 취재원이나 취재 경로를 공개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형법과 민법의 명예훼손에서는 기본적으로 검사나 원고가 입증 책임을 지게 돼 있으나, 그동안 언론 보도의 경우 언론사나 기자가 해당 보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사실임을 판단할 충분한 배경이 있었음을 증명토록 해왔다(위법성 조각사유). 따라서 민주당이 언론중재법에 도입한 징벌적 손해배상(정청래 의원 대표발의안)에서도 사실성과 악의의 입증 책임이 언론에 지워질 수 있다. 이는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법안을 발의할 때 일부 의원들이 예로 든 미국의 경우와 반대다. 미국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민사소송에서 다루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원고(피해자)가 모든 입증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언론개혁법안에 대한 시민단체와 학계의 입장과 평가 기준은 다르지만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민, 공직자(정치인) 및 기업, 언론사, 기자 등 법이 적용될 현실의 행위자 중 ‘누가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고, 누가 권리를 침해받는가’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인터넷 게시물로 인격권을 침해받을 가능성은 누가 더 높은가? 댓글 게시판과 기사 차단으로 이익을 볼 이들은 누구인가? 언론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에 대한 소송에서 그 허위성과 악의를 누가 입증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은 법리적 판단이나 저널리즘의 기준보다 한 사회 내 권력의 불평등한 배분의 문제로 귀결된다.

 

허위 조작 정보의 생산자는 누구인가?

 

‘가짜뉴스’라는 단어를 접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 또는 기관은 기자나 언론사다. ‘허위 조작 정보’라 해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가짜뉴스나 허위 조작 정보에 대한 규제나 처벌은 기자나 언론사를 대상으로 해야 마땅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미디어(media)라는 개념이 그렇듯 언론 또한 한 사회 내 다양한 행위자 중 하나이며 수많은 관계망 중 일부를 이룬다. 가짜뉴스와 허위 조작 정보의 모든 생산자가 언론사나 기자는 아니라는 뜻이다. 2020년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시리즈 <미디어 재판(Trial by Media)>은 이런 점에서 흥미롭다. 제목만으로 봤을 때 미디어가 어떻게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조작된 정보를 시민에게 제공해 스스로가 ‘공정하고 중립적인 심판관’이 되는지 보여줄 것 같다. 그러나 일곱 편의 에피소드가 보여주는 현실은 전혀 다르다. <미디어 재판>에서 여론을 좌우하는 미디어의 영향력과 권력과 결탁한 언론사주나 기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도리어 배심원제를 핵심으로 하는 미국 사법 체계의 특징을 노려 미디어를 그 수단으로 삼는 피의자와 변호사들의 권모술수가 이 시리즈의 핵심을 이룬다. 이들이 이용하는 미디어는 뉴스뿐이 아니다. 유명 토크쇼와 예능 프로그램, 심지어 종교 방송까지 피의자의 이미지를 반전시키는 데 활용한다. 흑인 청년들에게 총을 난사한 백인은 무법천지인 뉴욕 지하철을 지키는 자경단으로 변신하고, 사기와 자금 세탁을 자행한 창업주는 신실한 종교인으로 탈바꿈한다. 집단 강간 사건에서는 초유의 TV 재판 생중계를 통해 피해자의 실명과 주소가 공개되고, 파렴치한 정치인은 도널드 트럼프의 TV쇼까지 출연하며 대중이 자신을 농담거리로 소비하도록 만든다.

 

이런 점에서 2018년 휘트니 필립스(Whitney Philips)가 허위 정보에 대한 저널리스트의 태도와 구조적 한계, 그리고 취재・보도 현장에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증폭의 산소(The Oxygen of Amplification)》7)는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미디어는 어떻게 허위 정보를 생산하는가”가 아니라 번역본의 제목처럼 “미디어는 어떻게 허위 정보에 속았는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필립스는 민족주의자, 백인우월주의자, 적대적인 극우세력 등 2016년 미국 대선 전후 인터넷에서 활동한 익명의 집단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이를 디지털 미디어뿐 아니라 신문과 방송 등 전통 언론이 간과할 수 없도록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물론 언론이 이들의 선전과 선동에 휘둘렸을 뿐이라고 변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가짜뉴스와 허위 조작 정보의 확산에는 언론뿐 아니라 한 사회의 정치・경제 권력과 특정 시민계층이 관여돼 있음은 분명하다.

 

특정한 정치 세력이나 그 지지자들이 아니라 국가 자신이 허위 정보의 생산과 유포자인 경우도 있다. 2014년 민주주의의 기본 절차를 보장받고 유럽 공동체의 일원이 되길 희망했던 우크라이나 시민을 상대로 전쟁을 감행한 러시아가 그 사례다.8) 과두제 정치권력으로 자신들의 부를 쌓는 정치인들(kleptocrat)은 유럽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서구’를 가상의 적으로 만들어 탈역사적인 러시아 민족의 순수함이라는 이데올로기로 만들었다. 급기야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2016년 미국 대선까지 이용했다. 러시아 민족의 우월함을 자신의 진보가 아니라 적대 세력의 쇠퇴에서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2016년 미국 대선을 전후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며 자국, 정확히 말해 미국 백인 노동자와 시민의 이익을 앞세우는 극우 세력에 지지를 보내고 의회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회의를 들게 만드는 전략은 ‘가짜뉴스’라는 한 단어로 설명하기 힘들다. 극우 세력에 지지를 보내고 도널드 트럼프를 옹호하는 미국 시민들에 대한 티머시 스나이더(Timothy Snyder)의 진단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호기심을 품은 시민들은 숨겨진 것을 궁금해하며 폭로의 짜릿함에 해방감을 느낀다. 공론장의 토론으로 상대를 이해하기보다 폭로를 기다린다. 자신과 같이 불완전하고 결함 있는 공직자, 정치인들에 대해 속속들이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트럼프처럼 자신의 사생활과 공직을 구분하지 못하는 정치인만이 살아남는

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이렇게 도래한다.

 

입법 과정부터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오마이뉴스가 ‘언론사 대상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 찬반’을 물어본 2월 초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8%가 찬성 의견을 내놓았다. 자정 능력을 상실한 언론, 오보에 대해 책임지지도 사과하지도 않는 언론, 정파적 관점에서 파편적인 사실만을 취합하는 언론에 대한 실망이 드러난 결과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발의한 언론개혁법안은 이러한 실망과 분노에 대한 대답으로 볼 수 있다. 입법자로서 민주당이 가진 권력은 법이 가져야 할 시민의 “정의에 대한 갈망과 실현 의지”, 즉 법적 정합성이 아니라 “열망의 도덕성(morality of aspiration)”을 구현할 힘이기 때문이다.9) 그러나 입법자의 권력, 정치 권력은 문자로 적힌 법 조항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현실에 적용하고 판단할 때 발휘된다.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 또는 불법정보”, “심리적으로 중대한 피해”, “악의적인 인격권 침해”라는 문구가 모든 언론 보도에 일대일로 대응하지는 않는다. 대개 법 개정은 이러한 불일치에서 시작된다. 현행법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또는 처벌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에 “규범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정치, 특히 입법자의 권력은 현행법에 대한 면밀한 검토보다 이러한 공백이 존재한다는 주장, “픽션적 공백”에 시민의 열망을 투영하며 작동한다.10)


언론 개혁에 반대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가짜뉴스와 허위 조작 정보로 인한 피해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시민단체와 학계의 평가 또는 정리는 그 자체로 지금 민주당의 언론 개혁을 위한 행위가 얼마나 민주적인지 묻고 있다. 언론사와 기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의 표현 또한 규제 대상인지, 정치권과 대기업이 법을 남용할 우려는 없는지, 현행 법령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지, 허위와 악의의 입증이 기자의 몫인지 아니면 권력자의 몫인지 등 질문이 그것이다.

 

언론 개혁은 처벌이나 징벌과 같은 ‘부정(negation)’의 요구에서 출발할 수 없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2014년 4월 참혹했던 저널리즘의 침몰을 되새길 때다. 그때 필요했던 것은 언론에 대한 처벌보다 시급했던 정확한 정보, 피해자에 대한 이입(empathy), 그리고 ‘왜 구하지 못했는지’ 질문할 수 있는 용기였다. 민주당의 언론 개혁 법안이 아쉬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처벌해야 할 언론은 모호하고 새로워질 언론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치인, 공직자, 대기업 회장 등 한국 사회 권력층만을 위한 언론 개혁이 아니라면 언론 개혁을 위한 입법 과정부터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복잡한 민형사 소송이 아니라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와 조정 절차를 더 많은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를 위해 언론계와 법조계뿐 아니라 ‘피해자’의 입장에 설 수 있는 시민의 중재위원 참여를 보장하는 것, 산재해 있는 명예훼손 관련 법령들의 체계를 정비하고 판사의 재량이 아닌 규정에 의해 위자료를 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 언론 보도 피해 구제를 위한 대안은 더 많이 존재한다.

 

그래서 민주당의 언론개혁법안은 그 내용보다 시민, 언론노동자, 학계와 함께 하는 대화를 더욱 필요로 한다. 지금의 개정안으로도 더 나은 언론을 기대하기 부족하다면, 방송법과 신문법 등 다른 법령 개정으로 언론 개혁을 수행할 수는 없는지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한국 사회 언론에 대한 더 근원적인 문제를 고민할 기회, 더 많고 넓은 민주주의를 경험할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1) 김호성·김성한·설치환·심영구·엄지인·이중우·전준형·조승호, 《세월호 보도…저널리즘의 침몰》, 방송기자연합회, 2014.

2) 조현호, <노웅래, 언론노조 비판에 “언론 길들이기 동의 못해”>, 미디어오늘, 2021.2.10,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1916

3) <2월 임시국회, ‘언론개혁 입법’보다 언론공약 이행이 우선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2021.2.5, https://mediareform.co.kr/932

4) <여당은 언론개혁을 명분으로 한 ‘공인 보호 위한 언론 자유 위축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오픈넷, 2021.2.9, https://opennet.or.kr/19333

5) <더불어민주당 6개 언론법안 임시국회 처리는 무리다>, 민주언론시민연합, 2021.2.10, http://www.ccdm.or.kr/xe/comment/301306

6) 여기에서 쟁점 구분은 김민정, <언론중재법 개정법률안의 쟁점: 언론의 자유와 책임>, 2021 미디어 관련 법률안의 쟁점 연속기획 긴급토론회 발제문, 한국언론법학회, 2021.2.24. 참조. 이하 내용에서는 민주당의 언론 개혁 6개 법안이 아닌 언론중재법상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개정안으로 한 정청래 의원 대표발의안과 최강욱 의원 대표발의안을 점검하고 있다.

7) Whitney Philips, 《The Oxygen of Amplification》, 2018, 박상현 옮김, 《미디어는 어떻게 허위정보에 속았는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9.

8) Timothy D. Snyder, 《The Road To Unfreedom》, 유강은 옮김,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 부키, 2018

9) 채영길,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합법성의 문제>, 민주언론시민연합, 2020.11.17, http://www.ccdm.or.kr/xe/ecitizen/299032

10) Giorgio Agamben, 《Stato di eccezione》, 2003, 김항 옮김, 《예외상태》, 새물결,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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