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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전성시대가 되면서 한국 드라마의 해외 수요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국내 드라마 제작에 해외 자본의 유입도 늘고 있다. 외국 자본의 국내 투자는 언제부터 시작돼 어떤 양상을 띠고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한국의 방송 프로그램 시장은 수요과점 구조로 수요자인 방송사가 우월적 지위를 행사하면서 제작사의 수익률이 매우 낮았다. 따라서 외국 자본이 한국 드라마 제작사의 지분을 획득해 경영에 참여할 유인이 매우 낮다. 그러나 외국 자본이 한국 드라마 제작사에 지분을 투자한 사례는 있다. 지분 투자의 동기를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한국 드라마 제작사와 공동으로 사업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로 중국 사업자가 투자하는 경우, 다른 하나는 한국 드라마의 방영권을 쉽게 구매하기 위해서 해외 OTT 사업자가 투자하는 경우다. 한편 외국인이 한국 드라마의 방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제작사에 지분을 투자하지 않고, 특정 드라마 제작에 투자하는 방법을 취할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외국인이 드라마 제작사에 투자한 사례를 먼저 보고 다음에 드라마 제작에 투자한 사례를 살펴본다.
한국 드라마 제작사에 대한 외국 자본의 투자
외국 자본이 한국 드라마 제작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사례는 지금까지 한 건뿐이다. 누적된 적자로 경영 수지가 나빴던 초록뱀미디어를 2014년에 중국의 방송 콘텐츠 배급사이자 공연기획사인 주나인터내셔널(Juna International Limited)이 인수했다. 2015년 말에는 초록뱀미디어가 김종학프로덕션과 A9미디어, 파워엠이엔티를 보유한 SH엔터테인먼트그룹을 인수했다.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016년 4월에 주나인터내셔널은 초록뱀미디어의 주식을 장내 매도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해갔다.
공동으로 사업하기 위해 투자한 사례로는 키이스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중국 기업의 투자를 들 수 있다. 중국 진출에 관심이 많던 키이스트는 2014년에 소후닷컴으로부터 150억 원을 투자받았고, 소후닷컴은 키이스트 지분 6.4%를 확보했다. 2017년 이후 한한령과 김수현의 입대 등으로 중국 내 시너지 사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소후닷컴은 2018년 이후 키이스트 주식을 매도했다. NEW에 2014년 10월 중국 엔터테인먼트 그룹 화책미디어(Zhejiang Huace Film & TV)가 536억 원 투자 유치로 2대 주주(지분 12.8%)가 됐고, 화책미디어는 다른 중국 기업과 달리 현재도 지분을 유지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2016년 6월에 텐센트(Tencent)와 그 계열사로부터 약 1,000억 원의 투자를 받았고, 텐센트 등은 YG엔터테인먼트 지분 12.7%를 보유했다. 텐센트의 계열사 웨잉(Weying)은 2020년 10월부터 주식을 처분하면서 2021년 3월에 YG엔터테인먼트의 3대 주주 지위에서 이탈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드라마 제작사가 아니지만 여기서 언급한 이유는 최근에 문제가 된 드라마인 <조선구마사>와 <철인황후>의 제작에 참여한 YG스튜디오플렉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IHQ에 대한 투자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투자다. 디즈니는 2017년 3월에 계열사 A&E텔레비전네트웍스코리아를 통해 179억 원을 투자해 IHQ 지분 5%를 확보했다. 이후 A&E텔레비전네트웍스코리아와 IHQ는 콘텐츠를 공동으로 개발해 요리 대결 프로그램 <맨 vs 차일드 코리아>를 제작했다.
다음으로 한국 드라마의 판권을 용이하게 확보하기 위해 해외 OTT 사업자가 제작사에 투자한 사례를 보자. 중국 최대의 OTT 사업자를 보유한 텐센트는 2017년에 텐센트 모빌리티를 통해 <킹덤> 제작으로 유명한 에이스토리의 지분 6.4%를 확보해 3대 주주가 됐다. 에이스토리는 텐센트 지분 투자를 계기로 중국 OTT용 드라마 <쉘 위 폴 인 러브(Shall We fall in Love)>를 제작해, 중국에 내려진 한국 콘텐츠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2017년 중국에서 드라마를 방영했다.

텐센트가 2020년 12월에 JTBC스튜디오의 유상증자에 1,000억 원을 출자한 것도 OTT용 판권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2021년 4월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에서 방영할 드라마 두 편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NEW의 계열사인 스튜디오앤뉴에 660억 원을 투자했다. 디즈니와 NEW는 향후 5년간 매년 한 편 이상의 작품을 거래한다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외국 자본의 한국 드라마 제작 투자
외국 자본이 판권이나 방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드라마 제작에 투자한 사례를 보자. 드라마의 경우 과거에는 주로 중국과 합작해 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서는 한국 드라마 제작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킨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이후 사례만을 제시한다.
2016년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한국 드라마를 구입할 때 오리지널 제작과 판권 구매의 두 가지 방식을 이용한다. 오리지널 제작 시 넷플릭스가 저작권을 모두 가져가는 대신 제작사에 10∼20%의 영업 마진을 보장한다.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방영권을 넷플릭스가 구매하는 경우에는 제작비의 40∼70%를 지불한다. 국내 제작사가 넷플릭스에 방영권을 판매하는 경우, 20∼60%의 영업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금년에는 대형 제작사에게 더욱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애플 TV+, HBO 맥스, 아이치이(iQiyi)와 같은 해외 OTT 사업자들이 한국에 진출하면서 한국 드라마를 조달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금년에 지금까지 보다 더 많은 금액인 5,500억 원을 한국 콘텐츠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애플 TV+는 지금까지 한 개의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의 제작을 확정했다. 애플 TV+가 계획한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는 약 140∼150억 원으로 지금까지 볼 수 없던 규모의 제작비를 투입하고, 제작사의 영업이익의 30%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플러스는 제작사 NEW와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하고, NEW가 제작할 <무빙>의 판권을 구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치이는 2020년에 <편의점 샛별이> 등 30여 편의 한국 드라마 판권을 구매했다. 금년에는 한국 제작사와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하고, 드라마 <루카: 더 비기닝>과 금년 하반기 방영할 화제작 <지리산>의 전 세계(한국과 중국 제외) 판권을 구매했다. 2017년 한한령 이후 텐센트 비디오, 아이치이, 유쿠(youku) 등 중국의 OTT 사업자가 한국 드라마의 OTT 방영권을 구매한 적은 없었다. 아이치이가 지난해부터 한국 드라마의 판권을 구매하는 이유는 글로벌(특히 동남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해외 OTT 서비스의 국내 진출에 대응하는 국내 OTT 사업자들도 드라마를 포함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웨이브는 2025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에 1조 원을 투자하고, 티빙은 2023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에 4,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왓챠는 지난해 독점 콘텐츠로 이용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고, 지난해 말에 투자받은 360억 원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사용할 계획이다. 쿠팡플레이는 초록뱀미디어가 제작하는 드라마 <어느 날>의 국내 독점 판권을 체결했다.
국내외 OTT 사업자들이 한국 드라마를 구매하면서 한국 드라마 시장은 수요과점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 방송사들의 우월적 지위가 상당히 약화됐고, 해외 OTT 사업자들이 일정 수준의 영업수익을 보장하면서 드라마 제작사의 경영수지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 이에 따라 드라마 제작사의 외국인 지분이 확대되고 있다. 제이콘텐트리, 에이스토리, 팬엔터테인먼트, NEW, 키이스트, 스튜디오드래곤, IHQ 등 7개 드라마 제작사의 합산 외국인 지분은 2020년 3월 39% 저점을 기록한 뒤, 2021년 1월에 66%까지 확대됐다. 이 기간 7개 사에 대한 외국인 지분 증가는 외국인이 금융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한 것으로 제휴 관계나 방영권 확보와는 무관하다. 한국 드라마 제작사의 수익률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에 해외 미디어 기업이 한국 드라마 제작사의 대주주로 등장하는 사례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