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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 일어난 두 청년의 죽음에 대해 우리 언론은 최소 세 배 이상 차이 나는 보도량을 기록했다. 이런 보도량 차이를 ‘노골적인 차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이 두 사건은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언론이 두 청년의 죽음을 어떻게 다뤘는지 찬찬히 짚어 본다. 편집자 주

고 이선호 씨 아버지 이재훈 씨가 지난 6월 19일 이 씨의 시민장에서 추모사를 하던 중 추모객에게 큰절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봄, 우리 사회는 두 청년의 죽음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 한강 인근에서 사망한 의대생 손정민 씨와 평택항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300㎏가량의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대학생 이선호 씨. 사실 둘은 특별히 비교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 죽음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의미에서부터 제도 개선의 방향성, 언론 보도의 문제점까지 공통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두 죽음을 다룬 언론에 대해 ‘죽음마저 차별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 질문은 사실일까. 이선호 씨는 4월 22일에 사망했고, 손정민 씨는 4월 25일에 실종된 뒤 30일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난 상황에서 두 죽음에 대한 언론 보도를 비교해봤다.
미디어의 관심도, 손정민 씨가 훨씬 높아
먼저 두 청년의 죽음의 보도량 차이를 보자. 두 사건 모두 사건 발생 초기에 청년의 본명보다는 사건명으로 언급됐기에 정확한 보도량을 추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최대한 관련 보도가 많이 추출될 수 있는 키워드로 ‘한강 손정민’과 ‘평택항 이선호’를 선택해서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와 네이버 뉴스에서 각 사건 발생일부터 6월 27일까지의 보도량을 비교해봤다.
먼저 빅카인즈 분석 결과, 손정민 씨 관련 보도는 총 2,245건, 이선호 씨 관련 보도는 734건이었다. 빅카인즈는 주요 종합일간지와 방송사, 경제지, 지역지 54개의 뉴스를 분석해주기 때문에, 주요 언론이 해당 사안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살펴보는 척도가 될 수 있다. 그 결과 손정민 씨 관련 보도가 이선호 씨 관련 보도보다 3.1배 정도 많았다.[표 1]
[표 1] 손정민, 이선호 씨 관련 미디어 노출량 비교(사건 발생일~6월 27일)
빅카인즈에 등록되지 않은 인터넷 언론사를 포함한 810여 개 ‘네이버 뉴스 검색 제휴 언론사’에서는 두 사안을 얼마나 보도했을까. 네이버 뉴스에서 손정민 씨 관련 보도는 총 8,300건이었다(1회에 4,000건으로 제한 검색돼 기간을 나눠 3회에 걸쳐 추출). 이선호 씨 관련 보도는 2,300건이었다. 다양한 인터넷 언론사로 검색 폭을 넓히자 손정민 씨 관련 보도가 이선호 씨 관련 보도보다 3.6배 이상 많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유튜브에서 두 사안의 관심도 격차는 어떨까. 유튜브에서 손정민 씨 관련 게시물을 조회수 순으로 필터링한 뒤 조회수 50만 회 이상을 기록한 게시물을 세보니 총 114건이었다. 해당 게시물의 조회수를 합하면 대략 2억 6,500뷰를 기록한다. 반면 이선호 씨 관련 게시물 중에서 조회수 50만 건 이상은 단 3건으로 총 421만 뷰였다. 손정민 씨 관련 게시물이 이선호 씨 관련 게시물보다 건수로 38배고 조회수로는 63배 차이를 보였다. 분명한 것은 우리 언론은 최소한 세 배 이상 손정민 씨의 죽음에 더 주목했고, 유튜브에서는 비교가 불가할 수준으로 손정민 씨 관련 게시물이 넘쳐났다는 점이다.
죽음을 차별한 것이라 볼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런 보도량 차이를 ‘두 젊은이의 죽음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손정민 씨 관련 보도가 과다하게 많이 보도된 것일 뿐, 이선호 씨 관련 보도가 적었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번 사안에서는 ‘이선호 차별’보다는 ‘손정민 과열’을 지적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 이선호 씨 관련 보도를 다시 한번 돌아보자.
이선호 씨 관련 보도는 실제 산업재해 사망 사고에 견주면 ‘적은’ 보도량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021년 1월 브리핑에서 ‘2020년 산업재해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총 882명’이라고 말했다. 하루에 평균 2.4명이 ‘살기 위해 노동하다 죽음을 맞는다’는 것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이선호 씨 사망 이후인 4월 23일부터 6월 7일까지 51명이 산재로 사망했다.
그 많은 죽음 중에서 우리가 인지하고 기억하는 죽음이 얼마나 되는지 되돌아보자. 언론이 노동자의 죽음을 제대로 애도하고, 책임 규명과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경우는 손에 꼽아야 할 수준이다. 이런 언론 풍토에서 이선호 씨에 대한 보도량은 적은 편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지나치게 과열된 손정민 씨 보도와 단순 비교해 이선호 씨의 죽음이 ‘차별받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납작한 평가가 될 수 있다.
전국적 의제가 되기 어려운 지역 노동자의 산재 사망
그러나 이선호 씨 관련 보도에서 분명하게 짚고 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그의 사망일인 4월 22일부터 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되면서 기자회견을 연 이후인 5월 5일까지의 언론 보도 행태다. 이 시기에 종합일간지와 방송사는 이선호 씨의 죽음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사망 다음 날인 4월 23일에 평택항 인근의 지역 신문사인 기호일보와 중부일보가 각각 한 건으로 사망 사실을 보도했다. 이후 기호일보는 4월 26일에 ‘안전 관리 미흡에 따른 인재라는 지적이 있다’고 보도했고, 4월 30일 취재기자 칼럼에서 이선호 씨의 죽음을 ‘비정규직 파견 노동자 구의역 김 군과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와 함께 언급했다. 기자는 “알려진 이름 외에도 수많은 청년이, 수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목숨을 내놓았다. 반복되는 사고는 사고가 아니다. 더 이상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동력을 잃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무리 가슴을 저미는 주장을 내놓아도 이 목소리는 전국으로 전달되지 않았다. 이선호 씨 사망 이후 13일간 언론의 보도는 지역 언론의 네 건이 전부였다.
유족과 민주노총, 정의당, 시민단체 등이 함께 ‘고 이선호 군 산재 사망 사고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5월 6일 평택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서야 이 사안은 전국적 이슈가 됐다. 네이버 뉴스 검색 기준으로 5월 6일 자 관련 보도는 총 41건이며, KBS와 한겨레, YTN이 각 세 건씩 보도하고, 주요 언론사 대부분이 한 건씩 관련 보도를 내놓기 시작했다.
이선호 씨의 보도량이 늘어나는 데는 손정민 씨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비교된다는 언론 비평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두 죽음을 비교하는 언론 보도가 늘어났고, 황망한 죽음을 맞은 두 아들과, 진상 규명을 외치는 애끓는 두 아버지의 모습은 다양한 방식으로 오버랩됐다. 이선호 씨 아버지의 오열, 누나의 글, 친구들의 슬픔은 계속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정치인들은 앞다퉈 애도의 말을 전했다. 이래저래 이선호 씨 관련 보도량은 늘어났다.
그러나 우리는 이선호 씨 사망 이후부터 5월 5일까지의 ‘냉정한 언론’에 주목해야 한다. 이 시간 동안 이선호 씨 유족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나마 기자가 찾아와서 이것저것 물었지만, 해당 언론 이외에는 추가 보도조차 나오지 않는 날들, 책임자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도 알지 못한 채 사과조차 받지 못한 날들,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차가운 냉동고에 아들을 눕혀놓은 날들 속에서 언론은 손정민 씨 죽음을 둘러싼 온갖 의혹으로 도배돼 있었다. 그때 언론에 대한 감정은 ‘슬픔 이상의 분노’, ‘차별받는 모멸감’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무엇보다 우리 주변에 이처럼 지역 언론에서 단신으로 언급되는 산업재해 노동자의 죽음이 얼마나 많았을까. 간신히 지역 언론에서 주요한 의제로 부각해도 전국적인 의제로 확산되지 못하는 노동자의 사연은 얼마나 많았을까. 노동자의 상황만 조금씩 다를 뿐, 일상다반사인 산재 사망 사고를 굳이 주요하게 부각할 필요가 있겠냐는 기자와 데스크의 판단은 얼마나 많았을지 되돌아봐야 한다.
한국 언론의 문제점 거의 모두 드러낸 손정민 보도
두 죽음은 보도 내용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손정민 씨 관련 보도의 문제점은 이미 많은 언론에서 지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손정민 보도의 문제로 속보 경쟁, 명문대 의대생 부각, 의혹 부풀리기, 미스터리화, 친구 A 씨 타살 음모론 확산 등을 지적했다(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방송 모니터). 중요한 것은 모든 허위 조작 정보와 음모론의 진원지를 유튜버와 시민의 댓글인 양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기실 이런 문제적 보도와 영상은 전통적 언론사들이 더 많이 내놨다는 것이다.
손정민 씨 관련 유튜브 조회수 상위 10건은 모두 기성 언론사의 유튜브였다. 조회수 10만 이상 게시물 29건 중 12건은 일반 유튜버였으나, 신문사 2건, 지상파 방송사 3건, 종합편성채널 6건, 보도전문채널 1건, 기타 언론사도 1건 있다.[표 2]
[표 2] 손정민 관련 유튜브 조회수 상위 게시물 분석
이른바 ‘사이버 렉카’ 역할을 하며 확인되지 않은 여러 정보를 나열하는 유튜버 못지않게 기성 언론사들이 손정민 씨 관련 아이템으로 ‘클릭 장사’, ‘조회수 장사’를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보도는 대부분 누군가의 보도를 그대로 긁어온 그야말로 ‘복붙(복사해 붙여 넣는)’ 보도들이었으며, 손정민 씨 아버지, 유튜브, 커뮤니티 주장 등을 검증 없이 받아쓰는 ‘앵무새’ 보도들이었고, 특정인과 가족의 인권을 유린하는 보도들이었다.

보도량은 많지만, 팩트체크 없는 ‘앵무새 저널리즘’만 넘친 이선호 보도
이선호 씨 관련 보도도 아쉬움이 크다. 보도 초기, 그의 죽음의 문제점은 기자의 언어로 정리되지 못했다. 대부분의 보도에서 문제는 아버지 발언, 친구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과 SNS 글을 전하는 것에 그쳤다. 기자가 현장을 탐문하고, 담당자와 전문가의 인터뷰를 통해서 평택항의 고용 형태와 관리의 문제점을 발굴하는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많은 이선호 씨 관련 보도는 아버지의 발언, 둘째 누나의 SNS 글과 큰 누나의 장애등급, 친구들의 회고 등으로 메워졌다. 언론은 손정민 씨의 경우와 이선호 씨의 죽음마저 또 다른 ‘사연팔이 아이템’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이어서 대선주자를 비롯해 온갖 정치인의 애도 한마디와 문재인 대통령의 조문으로 기사를 도배했다.
이선호 씨의 죽음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 그 많은 보도에서 정작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보에 대한 천착은 드물었다. 유족과 대책위가 진정으로 원하는 보도는 사고를 둘러싼 진상 규명, 항만 노동자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점 고발,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권 상황, 실질적으로 산재 사망을 줄이기 위해 무엇이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보도였다. 그나마 지역 언론에서 기호일보, 중앙 언론에서 한겨레가 사건을 둘러싼 문제점을 고발했지만,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을 지적한 것이 아닐까 싶다.
6월 21일 매일노동뉴스에 실린 권영국 변호사의 <고 이선호님이 남긴 과제>는 그의 죽음으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항만 하역 작업의 고용 실태가 드러났음을 피력했다. 이에 5대 항만의 일용직 노동자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불법 인력 공급 및 중간착취 문제를 해결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것이 고 이선호님이 우리에게 해결 과제로 남긴 숙제 중의 하나를 제대로 푸는 길”이라고 했다.
두 젊은이의 죽음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낙제점이었다. 아니 젊은이의 죽음마저 장사로만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면키 어려웠다. 두 사안 모두 만만한 아이템은 아니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난제일수록 더 차분하고 집요하게 취재력을 발휘했어야 하며, 저널리즘의 정도를 지키려는 데스크의 노력이 필요했다. 언론과 언론인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시민의 질문 능력, 시민의 인권 감수성, 시민의 상식을 언론인은 갖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