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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SPC 노동자 산재 사망 보도 비평
미디어비평 | 등록일 : 2022-12-30

2022년 10월 15일 새벽,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사망했다. 이 죽음은 언론에 대서특필됐고, 국회, 검찰, 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다양한 차원의 대책 논의와 수사 등이 이어졌다. 시민의 불매운동이 이어지면서 오랫동안 논란이 됐음에도 언론에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SPC그룹의 후진적 노동환경 등이 공론화됐다.

 

이 글에서 이례적인 것은 무엇인가. SPC 노동자의 죽음인가, 그의 죽음을 보도한 언론인가. 많은 이들이 마땅히 충격적인 죽음이라고 말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노동자의 죽음을 대대적으로 부각하고 그 죽음을 막을 수 있는 다양한 사인과 제도가 있었지만 이를 막지 못했던 SPC 사용자 측과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공단, 그리고 정치권의 무능을 지적한 언론이 이례적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1년 한 해에 823명이 산재로 사망했다. 이 수치는 1999년 사고 사망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2022년 9월 말까지 산재 사망사고자도 510명이다. 대한민국에서 일하러 나갔다 죽은 사람이 작년에는 하루에 2.25명, 올해는 1.87명이었다는 말이다. 이쯤 되면 ‘일상다반사’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수많은 노동자가 사망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산재 사망자의 이름이나, 산재 사건은 많지 않다. 정말 많지 않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함께 추모하며 분노하며 언론이 뜨거웠던 기억도 많지 않다.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 수리를 하다 끼임 사고로 사망한 김모 씨와 2018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김용균 씨, 그리고 2021년 연이은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정도다. 일하다 죽는 노동자의 죽음보다 그 죽음을 추모하고 그 과정을 짚어 제도를 개선하자는 언론 보도가 더 귀한 현실에서, 이번 SPC 산재 사망에 대한 언론 보도는 분명 이례적이었다. 그래서 칭찬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처음부터 모두 잘한 것은 아니다

 

노동자의 사망 당일인 2022년 10월 15일 보도량은 많은 편이 아니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검색한 결과, 사고 당일인 10월 15일 관련 보도는 21건뿐이다. 54개 주요 언론 보도를 서비스하는 빅카인즈에서 언론 대부분을 서비스하는 네이버 뉴스 검색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10월 15일 당일 사망을 알린 보도는 총 53건이었다.

 

이 보도량이 많은 것일까 적은 것일까에 대한 판단 또한 ‘절대평가’냐 ‘상대평가’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노동자의 산재 사고가 매일 발생하는 나라에서 사고 당일 이 정도라도 보도한 것은 ‘많은 보도량’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고 발생 작업장은 다른 기업도 아니고 SPC의 파리바게뜨 제빵공장이었다. SPC그룹은 불법 파견과 임금 체납 문제가 계속 불거진 곳이다. SPC그룹은 사회적 합의를 체결했으나 검증 책임을 회피하고 자료 제출에도 응하지 않다가 2021년 4월 일방적으로 사회적 합의 이행 완료를 선언한 바 있다. 임종린 민주노총 전국 화학섬유 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 지회장은 53일간 단식하며 노조 탈퇴 회유 등 부당 노동 행위에 대한 사과와 원상회복을 요구했다. SPC 파리바게뜨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들을 지원하며 함께 싸웠고, 많은 시민이 파리바게뜨 불매운동에 동참했다.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언론은 주목하지 않았다. 바로 그곳에서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이것은 어느 기자가 보더라도 중요한 사건이라고 판단할만한 이슈임이 분명했다. 이런 절대평가의 개념을 생각하면, 빅카인즈 기준 21건, 네이버 뉴스 기준 53건은 분명 많은 보도량이 아니다.

 

특히 당일 방송사 저녁 종합뉴스에서 관련 내용을 다룬 곳은 SBS, MBC, JTBC, YTN 정도였다. 당일 오후 느지막이 벌어진 사건도 아니고 새벽에 일어난 사망 사고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도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다. 15일 당일 관련 보도를 한 건도 내지 않은 종합 일간지는 조선일보와 한겨레, 세계일보였다.

 

첫날 보도는 대부분 사망 사실을 알리면서 노동부가 작업 중지를 명령했고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는 기본적인 내용의 단신 수준의 보도에 그쳤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인일보다. 경인일보는 관련 기사를 가장 먼저 보도하고, 당일 3건으로 가장 상세히 보도했다. 또한, 사고 발생 일주일 전에도 손 끼임 사고가 터졌다는 것과 연장 업무 종용 등 열악한 근로 조건과 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연속 보도했다. 이에 2022년 10월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의 민주언론실천상을 수상했다. 평택 현장을 떠나지 않고 현장 취재를 이어간 점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는 지역 언론의 존재 가치를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산재 사망 관련 보도 이어져

 

다음날인 2022년 10월 16일 관련 보도는 2배 이상 늘어났다. 빅카인즈 기준으로 SPC 관련 보도가 50건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언론 스스로 해당 이슈의 뉴스 가치를 느껴서라고 보기 어렵다. 16일 보도에서 전한 가장 주된 내용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였다. 대통령실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불의의 사고 소식을 전해 들은 뒤 상당히 안타까워하고 유족에게 애도를 표하며 정확한 사고 경위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는 없었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 메시지는 빅카인즈 기준으로 10월 16일 당일에만 32건 보도됐다.

 

두 번째로 이 사건에 관한 관심을 촉발한 것은 한겨레의 보도였다. 한겨레는 10월 16일 사고 현장을 방문한 정치권 관계자의 “국과수 감식이 아직 끝나지 않아 선혈도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인데, 그 옆에서 직원들은 빵을 만들고 있다”, “동료 직원이 사망했는데 하루 만에 칸막이 하나 두고 일을 하는 식으로 방치된 상황이다. 이후 동료들의 정신적 트라우마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발언을 보도했다. 15일에는 보도를 놓쳤지만, 사망 사고 이후 사용자 측이 보여준 비인간적인 행태를 전하며 민심을 자극하면서 불매운동에 불을 붙이는 촉매가 되었다.

 

사건 사흘째인 10월 17일에는 빅카인즈 기준으로 관련 보도가 91건으로 늘어났다. 관련 보도가 가장 많았던 날이다.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점을 짚어보는 언론 보도가 앞다퉈 나왔다. 특히 장례식장에 답례품 하라며 파리바게뜨 빵을 놓고 간 SPC의 비상식적인 행태는 또다시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이후 언론 보도 양상은 그야말로 SPC 관련한 내용이라면 무엇이든 따져보는 그런 자세로 이어졌다. 사고가 난 SPL 공장이 산업안전공단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까지 받았고 2016년 최초 인증 후 올해 5월까지 두 번이나 연장돼 7년간 인증받은 사업장이라는 점, 심지어 2020년 정부의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 기업으로 선정되어 3년간 고용노동부 정기근로감독도 면제됐다는 점 등 많은 내용이 보도됐다. 

 

그 와중에 SPC 홍보하는 언론 있어

 

모든 언론 보도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었다. ‘파리바게뜨가 영국 런던에 1호점을 열게 됐다’는 보도자료를 사망 사고 다음 날 SPC 측에서 배포했다. 한국노총은 17일 발표한 의견문에서 “SPC그룹은 계열사에서 노동자가 죽는 중대 재해가 발생했음에도 관련 뉴스가 보도되자 16일 파리바게뜨 런던 매장을 오픈하며 영국 시장에 진출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파리바게뜨에 납품하는 재료 작업을 하다 죽은 노동자에 대해 애도하기는커녕 관련 기사를 덮으려 했던 것이 아닌가 의심되는 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 내용은 실제로 보도됐다. 빅카인즈 기준으로 10월 16일에는 한국경제, 아주경제, 파이낸셜뉴스, 아시아경제가, 17일에는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네이버 뉴스 검색에서 홍보성 기사를 찾아보면 한 술 더 뜬다. 조선일보는 사망 당일 관련 보도를 내지 않더니 10월 17일 <파리바게뜨 英 진출… 런던에 1호점 열었다>를 보도했다. 홍보성 기사들은 더 있다. 사망 당일인 15일에는 “SPC그룹이 쉐이크쉑 싱가포르 9호점 ‘정션 8점’을 열었다”는 홍보성 보도가 있었는데, 이 내용은 20일 스포츠조선에서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21일에도 <쫄깃 촉촉 돌에 구운 베이글>이 라는 홍보성 기사를 냈다. 이 기사는 온라인 기사는 삭제됐지만, 지면 보도는 확인할 수 있다. 중앙일보는 10월 21일 <맛있는 도전/‘짱구 캐릭터 열쇠고리’ 20종 출시...MZ세대 굿즈 맛집 등극>에서 SPC 계열사 베스킨라빈스에서 추억의 인기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 속 주요 등장인물의 모습을 담은 키링을 선보였다고 보도했다. 빅카인즈 기준 모니터 대상 기간(10.15~12.14)에 SPC 홍보성 보도는 50건이다. 물론 이 수치는 네이버 뉴스 전체로 확대하면 훨씬 늘어날 것이다. 해당 기업에서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그룹 차원의 홍보를 중단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일단 그룹이 판단해야 할 일이지만, 언론사의 판단 역시 주요하다. 사망 사고에 대한 제대로 된 보도 없이, 홍보 기사부터 내놓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불매운동 어떻게 보도했나

 

사고가 발생한 2022년 10월 15일부터 두 달 사이 빅카인즈 기준 SPC 관련 보도는 총 1,641건이다. SPC를 검색해 나온 모든 보도를 일일이 보면서 특수목적법인(SPC)을 제외하고, 산재사망사고 관련 보도와 SPC 제품 관련 보도만 추려내고 중복 보도도 제외했다. 이 중에서 불매운동이 언급된 보도는 154건이다. 

 

불매운동 관련 보도는 기본적으로 불매에 동참하는 움직임을 전한 보도, 불매하겠다는 선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칼럼 등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보도가 불매운동을 부추긴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는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맹점주의 생존권과 그들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보도, 그들의 목소리를 담은 보도들도 존재했다. 매일경제 <SPC 해피포인트 이용자 ‘뚝’…불매운동에 가맹점주 속앓이>(2022.10.26)는 불매운동에 대해 전하면서 가맹점주협의회의 입장문을 상세히 전했다. “이번 사고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고 회사의 미흡한 대처에 대해 저희 역시 많이 비판하고 질책했다”는 내용과 함께 특히 소상공인 가맹점주들이 ‘피 묻은 빵’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사실과 다르게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이라면서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러한 가맹점주의 목소리는 충분히 나올 수 있을 만한 내용이었으며, 이를 전하는 언론 보도도 문제는 없다. 또한 이런 보도들 이후 본사 차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가맹점주의 목소리를 주요하게 보도했으며, 이후 SPC 측이 가맹점주의 빵을 반품받겠다는 입장이 보도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보면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보도가 많았지만, 자영업자인 가맹점주의 생존권과 불매운동을 연결시킨 보도들도 적절하게 이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피 묻은 빵’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가맹점주의 우려는 앞으로 우리 언론의 산업재해 관련 보도에서 함께 고민해볼 만한 내용이기도 하다. 실제 관련 표현은 빅카인즈 기준으로 10월 15일부터 12월 14일까지 두 달간 72건의 보도에서 언급됐다. 이는 중대재해의 심각성을 부각한 은유적 표현이지만, 해당 사건만을 선정적으로 부각하는 것을 넘어서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접근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SPC 산재에 대한 언론의 관심과 사건을 둘러싼 추가적 문제를 다양하게 발굴한 보도 행태는 칭찬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런 관심이 SPC 한 사업체에 대한 보도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은 현실이다. 어쩌면 이번 보도는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최소한의 배려’ 차원에서만 부글부글 끓어오른 것은 아닐까 되짚어봐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시행 1년도 되지 않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을 공식화했으나 이에 대한 집중적 보도는 찾기 어렵다. 이제는 한 기업을 때리고, 한 사람의 죽음을 추모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최소한’ 일하러 나갔다가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언론이 제대로 목소리 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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