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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 그 책임이 막중하다. 문제가 되는 뉴스가 생산된 경우, 더 많은 비난과 대안 요구가 따를 수 있다. 연합뉴스가 국민의 요구에 부합하는 공영 뉴스통신사로 거듭날 방법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한국 언론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저널리즘 위기에 대한 인식은 팽배해 있다. 위기 현상은 전통적 뉴스미디어 이용률의 감소, 뉴스 신뢰도 저하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뉴스미디어 위기의 원인으로는 미디어 경쟁 환경과 같은 다양한 외부적 요인도 있지만, 뉴스 품질의 문제점도 빈번하게 거론되고 있다. 편파적 보도, 홍보성 기사, 독자의 필요와 요구에 미흡한 기사 등에 대한 지적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언론의 영향력은 올바른 언론 실천 요구로 이어져 왔다. 뉴스 생산의 규범성과 합리성을 갖춘 전문 직업인의 품격과 자질을 강조하고, 내·외부 요인으로부터 자유롭고 건전한 여론 형성을 위한 책임 있는 언론 활동을 촉구해 왔다. 이러한 기대는 언론기관의 성격에 따라 다소 차별적으로 나타난다. 공영 미디어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한 언론 규범을 요구하고,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언론 활동을 주문하곤 한다. 공영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에 대한 기대도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문제가 되는 뉴스가 생산된 경우, 더 많은 비난과 대안 요구가 따를 수 있다.
최근 기사형 광고(금전적 대가로 쓴 기사) 2,000여 건을 포털에 전송한 연합뉴스 사태는 언론 윤리 실천에 모범을 보여야 할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의 자격과 역할에 큰 우려를 남겼다. 이윤 창출을 우선시하는 시장 의존적 저널리즘(market-driven journalism)1) 관행이 연합뉴스에 만연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언론 윤리 실천을 위한 내부 자율 규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이에 본 글은 국민이 바라는 공영 뉴스통신사로 나아가기 위한 대안을 다뤄 봤다.
세계 3대 뉴스통신사에 비해 미흡한 윤리강령
언론 윤리2)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다수 언론사는 내외적 자율 규제 체계를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외적 자율 규제로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1957년 4월 7일 제정한 신문윤리강령이 있으며, 내적으로는 개별 언론사 차원의 취재 및 보도 준칙이나 윤리강령이 있다. 이들은 언론 가치를 높이고, 바람직한 취재·보도 활동을 위한 구체적 행동 규범을 다룬다. 자체 규범이 반드시 실천으로 이어지지는 것은 아닐지라도, 언론 활동을 위한 사내 윤리 근거가 되고 신뢰받는 활동을 외부에 선언하는 역할을 한다.3)
연합뉴스에서도 종합뉴스 정보 매체로서 공정하고 정확한 뉴스를 생산하고, 정보를 국내외에 신속히 공급하며, 특정 세력의 뉴스와 정보 독점이나 왜곡을 배격한다는 취지로 1998년에 윤리헌장을 제정했다(박수택, 2003). 그러나 경영권으로부터 편집권의 독립이 요원하거나 보도 내용이나 언론 활동을 실효적으로 심의하지 않을 경우, 그리고 심의 결과에 따라 적절한 지적이나 시정 요구 혹은 제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유명무실한 선언에 머물 수 있다. 자율 규제는 외부의 통제나 간섭을 벗어나 독립적이며 책임 있는 언론 행위를 하겠다는 것이고 어떤 행위 결과에 대해서는 간섭과 통제를 행사하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최경진, 2008). 그릇된 언론 활동에 대한 소극적인 대응은 적절한 규제 기능 상실로 이어질 것이다.4)

세계 3대 뉴스통신사에 속하는 AP, AFP, 로이터(Reuters)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윤리헌장과 실천강령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AFP는 강령(Charter), AFP 편집 기준과 실천5), 출처 활용 20개 원칙6) 등을 제시하고 있다. AP도 구체적인 실천 지침들을 마련하고 있다. 공정하고 정확한 보도를 훼손할 수 있는 이해 충돌 여지가 있는 취재 활동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특히, 광고를 명확히 구분하고 뉴스룸과 자사의 상업적 활동을 엄격히 분리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보도자료는 어떠한 경우라도 원본의 형태로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자료의 신뢰도를 판단하고 다른 정보원을 통해 해당 정보를 검증한 후에 신뢰할만한 기사로 만들어야 할 것을 주문한다. 로이터에서도 다양한 취재 윤리 규정을 명확하게 공개하고 있다.7) 신속성보다 균형과 정확성을 강조하면서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것은 표절이라고 경고한다. 독자적으로 취재하지 않은 자료는 기사 본문에서 투명하게 출처를 밝힐 것을 명시하고 있다.
세계 3대 뉴스통신사와 달리, 현재 연합뉴스 홈페이지에서는 언론 윤리나 실천강령 등을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8) 연합뉴스에서도 언론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취재 원칙들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이를 공개하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구체적 준수사항들은 언론인의 직업윤리가 되고 자율 규제의 근거가 될 것이다. 서랍 속 규정으로 두기보다 잘못된 언론 관행을 바로잡는 실천 덕목으로 발전시켜 언론 활동의 원칙을 강화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언론사나 기자가 스스로 올바른 관행을 확립하고, 언론인의 책임과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자율적 행동 체계를 시급히 확립해야 할 것이다.
뉴스 품질 개선 위한 노력 요구돼
연합뉴스가 언론홍보대행사 간 거래를 통해 기사형 광고를 포털의 뉴스 섹션에 유통했다는 사실을 접하면, 연합뉴스 뉴스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국가 대표 뉴스통신사로서 자질과 그동안 보여온 뉴스 품질 개선 노력이 의심받을만하다.
경쟁력을 갖춘 뉴스 품질인가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게 이뤄질 수 있다. 공인된 기관으로부터 받는 수상 실적도 뉴스의 질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수단일 수 있다. AFP의 2021년 상반기 수상 실적을 보면, 유럽과 남·북미를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사례만 보더라도 매우 다채롭다.9) 해외 수상 실적을 차치하더라도 연합뉴스의 국내 수상 실적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의 경우, 2021년 상반기 동안 연합뉴스의 수상 실적은 한 건에 머물러 있다.10) 관행적 뉴스 생산을 넘어 국내외 언론사와 치열한 품질 경쟁을 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연합뉴스의 주된 활동이 다양한 영역의 정보들을 신속하게 취재·보도하는 것이지만, 공영 뉴스통신사라면 속보와 더불어 깊이 있는 기사 생산도 필요하다. 독자의 이해와 효과적 판단을 위해 전체 맥락을 짚고 구조적 담론을 다룰 수 있는 언론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2010년대 초 AP가 뉴스 선별 기준으로 임팩트(Impact) 저널리즘을 도입(신우열, 2020)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11) 이는 취재 자원의 한계, 높은 독자 수준, 언론사 간 고조된 경쟁 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AP의 차별화된 전략이었다. 연합뉴스도 속보성 기사를 넘어 문제의 해결책을 강조하거나 바람직한 비전을 제시하는 심층적 언론 활동에 매진하길 기대한다.
특히, 정보홍수 시대를 고려하면 논란이 되는 정보에 대한 사실 확인 작업도 중요하다. 정보의 생산, 유통, 소비 주기가 급속히 빨라지고, 조작되거나 편파적인 온라인 정보 노출 기회도 늘어나면서, 이용자의 올바른 판단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전한 여론 형성을 위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국민의 알권리 보호를 위한 공영 미디어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12) 지난 7월 AFP는13)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조작된 사진과 주장을 팩트체크한 모습을 보여줬다.
해당 기사14)에서는 여러 소셜미디어에 소개된 조작된 내용과 사진을 알려주고, 민영 뉴스통신사인 뉴시스의 사진과 유튜브 영상을 인용해 독자들이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내용이 어떻게 조작됐는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뉴스 가치는 ‘만들어진 것’이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라는 주장(박영흠, 2020)을 고려하면, 지속적인 뉴스 가치 발굴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 뉴스 가치나 취재 방식을 과감히 탈피하는 것도 고려돼야 한다. 2018년 진실탐사그룹 셜록, 뉴스타파, 프레시안의 공동 취재 활동으로 세상에 드러난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의 엽기적 행동과 불법 성범죄 영상 유통’ 관련 보도나 대학생들이 제작한 2019년 ‘n번방 사건’ 탐사보도15) 등을 보면, 우리 언론의 고착된 취재 방식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파급효과가 큰 사건들이었지만, 기성 언론들은 작은 회사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관련 사실들을 안일하게 인식하거나 디지털 성범죄를 뉴스 가치로 판단하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다(박영흠, 2020).
연합뉴스는 타 언론사에 뉴스를 공급하는 통신사이자 여론 주도력이 큰 언론사다. 전통적 취재 활동을 넘어 새로운 뉴스 가치를 발굴하고 취재 방식을 개선할 때 뉴스의 경쟁력도 살아날 것이다. 이번 연합뉴스 사태를 계기로 언론 활동의 원칙을 명확히 세우고 뉴스 품질 개선 노력에 매진할 때, 비로소 급속히 변화하는 시대와 호흡하면서 사회적 필요를 채워나가는 공영 뉴스통신사로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1) McManus, J. H.는 저서 《Market-Driven Journalism: Let the Citizen Beware?》(1994)를 통해 현대 뉴스미디어에 팽배한 상업적 뉴스 생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는 곧 민주주의 위기와 연결된다.
2) 언론 윤리 문제는 언론의 사명과 임무뿐만 아니라 취재·보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비위나 부조리 행위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박수택, 2003).
3) 1990년대 초, 여러 언론사가 윤리강령을 제정한 배경에는 언론의 잘못된 윤리 관행을 수습하는 과정과도 일정 부분 맞물려 있다. 1991년 보사부 기자단이 해외 시찰을 목적으로 외부 기관으로부터 거액의 비용을 모금한 사건이 알려지자, 여러 언론사에서 이를 사과하는 보도를 내면서 윤리강령 제정을 서두르게 됐다(김창룡, 1996). 김창룡(1996)에 따르면, 개별 언론사로서는 한겨레가 1988년 최초로 윤리강령을 제정했다. 이후 윤리강령 제정이 다른 언론사로 확산했다.
4) 신문윤리강령과 실천요강 위반 여부를 심의할 수 있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기능도 효과적으로 작동돼야 한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언론윤리강령과 실천요강을 위반한 신문사 및 통신사에 대해 ‘주의’, ‘경고’, ‘공개경고’, ‘정정’, ‘사과’, ‘관련자 경고’ 등을 할 수 있다. 2021년 신문윤리위원회의 상반기 심의 결과를 보면, 신문기사에 대해 한 건의 ‘경고’가 있었지만 이를 보도한 메이저 언론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경고의 경우, 최소한 자사 신문에 경고받은 내용을 보도하는 규제 강화방안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5) https://www.afp.com/sites/default/files/22_jun_2016_afp_ethic.pdf
6) https://www.afp.com/sites/default/files/20_principles_of_sourcing_march_2018.pdf
7) https://www.reutersagency.com/en/about/standards-values
8) 본 연구자가 윤리강령 검토를 위해 연합뉴스에 요청한 결과, 내부적으로 윤리헌장을 가지고 있지만 담당자의 허락을 통해서만 전달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약 3페이지 분량의 윤리헌장이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요 뉴스통신사의 윤리강령에 비해 구체성은 상대적으로 미흡해 보인다.
9) AFP 홈페이지에 게재된 ‘수상 실적(Awards)’에 따르면, 아시아발행인협회(Society of Publishers in Asia)로부터 영상과 사진 부문 두 건, 홍콩국제앰네스티와 홍콩언론인협회로부터 기사, 사진, 영상 부문 다섯 건 등이다.
10) 관훈클럽에서 수여하는 ‘관훈언론상’은 2014년(32회)부터 네 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지난 7년간 연합뉴스의 수상실적으로는, 2018년 ‘국제 보도 부문’ 한 건과 2014년 ‘사회 변화 부문’ 한 건이 있다. 가장 많은 특파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국제 보도 부문’에서의 연합뉴스 실적은 미흡해 보인다.
11) 임팩트 저널리즘 혹은 문제 해결 저널리즘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 엄격하고도 압도적인 보도를 말한다. 이는 전형적인 속보나 스트레이트 기사 작성 방식을 뛰어넘어 뉴스의 심층성을 요구한다.
12) 2019년도 연합뉴스 경영평가보고서(뉴스통신진흥회, 2020)에서도 탐사보도팀과 팩트체크팀의 인원이 전체 대비 1% 수준으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연합뉴스 홈페이지에는 별도의 ‘팩트체크’ 디렉토리가 없다.
나아가, 뉴스 도매업을 담당하는 뉴스통신사에 적합한 홈페이지 구축도 필요해 보인다. AFP의 경우, 제휴 언론사들이 기사 유형이나 내용 확인을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다.
13) AFP의 팩트체크 카테고리는 ‘TOP NEWS’, ‘REGIONS’, ‘TOPICS’로 구성돼 있다. ‘REGIONS’은 6개 지역으로 구분돼, 지역별로 잘못된 정보들을 안내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뉴스를 클릭하면, 하이퍼링크를 통해 해당 뉴스의 출처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뉴스 본문에서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거나 판단의 근거가 되는 사이트를 제공한다.
14) <This image of South Korea's Moon Jae-in writing a 'pro-Pyongyang message' has been doctored>, AFP, 2021. 7. 8, https://factcheck.afp.com/http%253A%252F%252Fdoc.afp.com%252F9ED464-1
15) ‘n번방 사건’의 경우, 2019년 9월 연합뉴스를 관리·감독하는 뉴스통신진흥회의 공모 수상작을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해 11월 한겨레가 보도하기까지 대학생 기자의 취재물에 대한 기성 언론사의 보도는 이뤄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