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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이를 따라가야 하는 언론사의 고충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게 됐다. 언론 진흥을 사명으로 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재단)은 이러한 어려움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재단은 ‘디지털 혁신’에 초점을 두고 ‘조직적 혁신’과 ‘기술적 혁신’을 목표로 하는 양손잡이 조직1) 형태의 사내 벤처 ‘디지털혁신지원단’을 신설했다.
조직적 혁신: 애자일팀 시도
경영 환경이 바뀌면서, ‘구조는 전략을 따른다’는 원칙이 ‘전략은 조직 구조를 따른다’로 변하고 있다. 이 원칙에 따라, 재단은 단기 성과만이 아니라 전사 관점에서 언론계 디지털화를 위한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평가와 예산 사용에 있어서 비교적 자유로운 별도 조직인 ‘디지털혁신지원단(이하 지원단)’을 구성했다. 지원단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애자일(agile) 조직2)의 형태를 띤다. 디지털 사업과 연구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구성원들이 팀을 이뤄, 재단 내 타 부서들과 소통·협력하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원단은 조직의 형태뿐만 아니라 조직 문화도 애자일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창의와 모험의 시대, 디지털 환경에 발맞춘 사업을 기획하기 위해 구성원의 효율적인 소통을 지향하고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첫째,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한다. 각 담당자는 직책과 직위에 상관없이 자신의 사업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수행하고 책임진다. 의자만 돌려 앉으면 회의실이 되는 환경에서 소수 인원이 자유로운 피드백과 지식 공유를 통해 서로를 위한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역할을 수행한다. 단기적 성과나 형식적 절차에 매몰되기 보다, 충분히 숙고해서 질적인 결과물을 내는 것을 장려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소통, 다양성 존중, 합리성이다.
둘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지향한다. 성과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지원단 내부에서는 ‘빠른 시도와 실패’를 통한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서로 독려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 따라서 디지털화의 방향,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윤곽만 잡더라도 지원단은 제 역할을 해냈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실패는 피드백이 더해진다면 다음번 시도의 완성도를 높여줄 것이다. 지원단은 주력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 외에도 타사와의 협업, 신기술 활용 등 다양한 시도를 기획하고 검토하고 있다. 또 이를 재단의 역량으로 내재화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기술적 혁신: 재단 내외부의 디지털 혁신 지원
이러한 조직적 혁신을 통해 지원단이 목표로 하는 것은 ‘재단과 언론사의 디지털 혁신 지원’이다. 이전에도 언론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특성 때문에 디지털화는 ‘돈 먹는 하마’로 치부되곤 했다.
“언론사가 디지털화하기 위해선 어떠한 조건이 필요할까? 개발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크게 첫째 ‘경영진의 의지와 기다림’, 둘째 ‘내부 구성원의 인식 변화’, 셋째 ‘개발자를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이다.”
《신문과방송》 2018년 9월호
인용한 내용은 지원단 사업의 밑그림이 됐다. ‘인공지능 시대 언론사를 위한 언어정보 자원 제공’, ‘언론사의 디지털 혁신 개발 지원’, ‘언론인·미디어 교육 플랫폼 구축’ 등 세 축의 체계적 지원을 통해 혁신의 씨앗을 심기로 했다. 지원단은 언론의 디지털화가 더 이상 IT 부서만의 단기적이거나 외로운 싸움이 되지 않도록, 시스템·예산·자문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언론의 지속가능한 디지털 환경 구축’에 이바지하고자 했다.

1) 언론사를 위한 언어정보 자원 개발
지원단의 첫 번째 사업은 ‘언론사를 위한 언어정보 자원 개발’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뉴스 추천 배열, 자동 작성, 요약, 댓글 관리, 오탈자 및 비문 자동 교정, 비슷한 주제 기사 묶기, 외신 자동 번역 등 언론 영역의 인공지능 활용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버트(BERT)3), GPT-3 등 언어모델이다. 언어모델은 특정 단어, 문장, 문서 다음에 등장할 단어, 문장, 문서 등의 예측 확률을 계산해 주는 것으로, 기존 자연어처리 기술 능력을 크게 향상시킨 기술이다. 하지만, 현재 공개된 언어모델은 대부분 영어 기반이며 뉴스 기사 데이터 비중이 크지 않아 언론사에서 활용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지원단은 구글이 개발한 BERT 다국어 언어모델에 ‘빅카인즈’4) 기사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학습에 따른 BERT의 한국어 모델 성능 향상을 시도하고 있으며 그 과정과 결과물을 모두 언론사에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언론사가 BERT를 활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및 예시 등도 웹 사이트를 만들어 제시할 계획이다.
언어정보 자원 기반 알고리즘의 실제 적용 사례로서, ‘저널리즘 가치 기반 뉴스 배열 알고리즘’ 개발과 알고리즘 리터러시를 위한 교육용 사이트 ‘뉴스알고(NewsAlgo)’의 고도화 사업 또한 병행해 추진 중이다. 저널리즘 가치 기반 뉴스 배열 알고리즘은 재단이 기 보유한 뉴스트러스트 알고리즘을 활용해 이용자 선호도가 아닌 저널리즘 가치 기반의 11개 요인에 따라 기사를 우선 배열한다. ‘좋은 기사’라는 것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합의되기 어렵고 저널리즘 가치는 기계적으로 측정되기 어렵기 때문에 만든 대안적 뉴스 배열 알고리즘이다. 물론, 뉴스 배열에 정답은 없다는 점을 알고 있어서, 언론사·학계·산업계로 구성된 ‘디지털혁신자문위원회’의 자문을 통해 저널리즘 가치, 측정 요인의 타당성 및 활용 방안을 끊임없이 검토하고 업데이트해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가장 근접한 안’을 만들어 가고 있다.
재단 미디어 교육에 이용되고 있는 뉴스알고는 뉴스 배열 알고리즘이 활용된 대표적인 사례다. 뉴스알고는 기 작성된 기사 링크를 입력하거나 직접 기사를 작성했을 때 저널리즘 가치에 맞춰 점수를 측정해 주는 사이트로, 재단 미디어 교·강사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보재로 활용되고 있다. 접근 권한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수없이 받을 정도로 현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으며, 추후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을 신설해 기사 작성을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할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2) 언론사의 ‘디지털 혁신’ 지원
두 번째 사업인 ‘디지털 미디어 서비스 개발 지원 사업’은 언론사의 자체적인 디지털 혁신을 지원한다. 이 사업은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으나 자체 개발 능력(인력, 재원 등)이 부족한 언론사가 마음껏 도전할 수 있도록 개발 주제에 대한 제약을 최소화했다. 이를 통해 언론 환경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디지털 혁신을 고민하고, 재단은 예산 및 PMO(Project Management Office, 프로젝트 관리 조직)를 통한 자문을 지원한다.
2021년 지원한 25개 매체 중 ‘개발 필요성’, ‘서비스 내용의 적절성 및 독창성’, ‘사업성’, ‘수행 능력’ 및 가점에 대한 평가를 거쳐 [표]와 같이 7개 사가 최종적으로 선정됐다. 나아가 가점 사항에 ‘소스코드 공개’를 포함시켜 선정된 언론사만이 아니라 언론계 전반에 디지털 혁신 시도가 확산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림 2]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수업지도안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미디어 교육 포털, FORME(forme.or.kr) ©한국언론진흥재단
[그림 3] 신문 읽기, 기사 스크랩, 수업지도안 등을 제공하는 온라인 뉴스 활용 교육 사이트, e-NIE(enie.forme.or.kr) ©한국언론진흥재단
3) 온라인 통합 교육 플랫폼을 통한 교육 혁신
코로나19로 비대면 교육이 확산하면서, 재단도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이에 재단 고객인 국민-언론인-미디어 교·강사가 재단의 4개 미디어·언론인 교육 사이트를 한데 모아볼 수 있는 통합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각 교육 간 중복 기능 제거 및 회원 체계 통합 등을 목표로 하는 ‘온라인 통합 교육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현재는 정보화 전략 수립 단계기 때문에 타당성 검토 과정에서 통합 범위가 현재 계획과 달라질 순 있다. 전략 수립 후 개설될 통합 교육 플랫폼은 궁극적으로 올해 개원한 미디어교육원5)에 이어 온라인에서 그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 ‘언론과 국민의 접점이 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자 하며, 향후 재단이 새롭게 진행하는 교육들이 별도의 사이트 개설 필요 없이 통합 교육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또한 효율적인 학습 관리 및 교육 효과 증진 등을 위해 퍼실리테이션 툴, 메타버스 적용 등 다양한 디지털 실험도 시도할 예정이다.
[그림 4] 기사 배열 알고리즘을 실습할 수 있는 알고리즘 리터러시 툴, 뉴스알고(newsalgo.or.kr) ©한국언론진흥재단

[그림 5] 언론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언론인 전문 역량 강화 교육 사이트, 언론인교육센터(www.journalismschool.kr)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단은 혁신을 위한 조직적 실험과 기술적 실험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모든 사업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많았다. 이 실험을 언제까지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이 조직에 속한 사람들도 아직 모른다. 다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실험을 통해, 재단이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혁신의 과정에 조금이라도 도움 될 기록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1) 기존 조직의 자원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해 내는 파괴적 혁신 시도
2) 급변하는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실무 중심으로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하고, 부서 간 장벽 없이 유연하게 조직을 꾸려나가는 기업 환경
3) BERT(Pre-Training of Deep Bidirectional Transformer of Language Understanding)는 2018년 구글이 개발한 자연어처리 사전 훈련 기술로, 알고리즘이 자체적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스스로 읽고 학습하는 방식으로 단어의 문맥, 관계 등을 판단하고 예측하는 자연어처리 언어모델이다.
4)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제공하고 있는 뉴스 빅데이터 기반 분석 서비스
5) 황미연, <국내 1호 연수기관으로 거듭난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 《신문과방송》, 2021년 6월호 참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