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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포럼] 미디어오늘<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
미디어포럼 | 등록일 : 2021-09-30

미디어오늘이 2015년부터 시작한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가 올해로 7회째를 맞았다. 저널리즘 혁신의 기본은 스토리텔링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스토리텔링에 주목한 이번 콘퍼런스를 지상중계한다. 편집자 주 

 

언론의 신뢰가 바닥 없이 추락하고 있지만 그래도 건강한 저널리즘이 사회의 퇴행을 막는다는 신념으로 현장을 지키는 언론인들이 많다. 해마다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를 기획하면서 생각하는 건 좋은 기사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좋은 기사를 많이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기획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는 더욱 강력한 저널리즘을 모색하는 언론인들이 모여 실험과 도전의 경험을 나누는 자리다.

 

올해 7년째인 이 콘퍼런스는 그동안 디지털 혁신과 테크놀로지, 플랫폼 전략 등의 비중이 컸다. 미디어 비즈니스와 스타트업 관련 주제도 많았다. 지속가능한 저널리즘 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콘텐츠 수익 모델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고 실제로 유료 등록자들의 관심이 큰 이슈이기도 했다. 저널리즘의 질적 강화와 영향력 확대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게 우리의 제안이었다.

 

돌아보면 비즈니스 관련 세션이 많을 때 좀 더 흥행이 잘 됐지만 저널리즘과 비즈니스를 한자리에서 이야기한다는 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저널리즘 이슈를 늘리면 참석자들 만족도는 더 높았지만 유료 등록이 좀 더 줄거나 아무래도 후끈 달아오르는 느낌은 아니었다. 굳이 유료 콘퍼런스에서 저널리즘의 원칙 같은 공연한 이야기를 다시 듣고 싶지 않은 심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 저널리즘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다루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저널리즘 혁신은 단순히 플랫폼 전략이나 포맷의 실험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스토리텔링의 혁신이 돼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날것의 사실이 갖는 힘도 있지만 사실과 사실을 연결하는 맥락과 구조를 읽는 통찰이 필요하고 저널리즘의 본질은 질문을 공유하고 참여를 끌어내는 데 있다는 오래된 고민을 풀어야 했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는 ‘내러티브의 발견, 세상을 바꾸는 저널리즘’ 이라는 주제로,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미디어오늘

 

 

강력한 저널리즘을 위한 스토리텔링의 혁신


미국 하버드대 니먼저널리즘연구소가 해마다 열고 있는 <내러티브 저널리즘 콘퍼런스>는 수백 명의 언론인이 모여 논픽션 글쓰기의 노하우를 이야기 나누는 자리다. 이 콘퍼런스의 발표와 토론을 묶은 《진짜 이야기를 쓰다(Telling True Stories)》라는 제목의 단행본이 나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에서도 이런 콘퍼런스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큰맘 먹고 이걸 실험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한국에 내러티브 저널리즘을 소개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제안을 하는 박재영 고려대 교수를 만났다. 조선일보 기자를 지낸 박재영 교수는 미국에 공부하러 가서 미국 신문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를 책에 쓴 적 있다. 신문 기사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는데 한국 신문은 왜 이럴까. 우리는 왜 거꾸로 된 피라미드 방식으로 무미건조하게 사실을 나열하고 있을까.

 

박재영 교수는 “말하지 말고 보여줘라, 벽에 붙은 파리처럼 관찰하되, 쓸 때는 소설처럼 재미있고 흡인력 있게 맥락과 과정을 드러내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박 교수에게 우리도 한 번 니먼저널리즘연구소처럼 본격 내러티브 콘퍼런스를 해보자고 제안했고 박재영 교수가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와 김혜영 한국일보 기자, 이성원 서울신문 기자 등 어벤저스급 멤버들을 불러 모았다. 몇 차례 브레인스토밍을 거치면서 라운드 테이블을 준비했다.

 

박재영 교수는 아니나 다를까 시작부터 도발적인 질문을 쏟아냈다.

 

“왜 우리는 출입처 발표 내용을 빠짐없이 보도해야 하는가. 왜 정치인이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 적고 또 그대로 보도해야 하는가. 도대체 우리는 누구를 위해서 기사를 쓰는 건가? 회사 부장님인가. 아니면 출입처 취재원들인가. 아니면 동료 기자들인가. 우리는 혹시 우리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는 건 아닌가.”

 

“첫 번째 원칙은 무조건 다르게 써야 한다는 것”

 

박재영 교수는 “첫째, 무조건 다르게 써야 한다, 둘째, 어떻게든 읽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원칙이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건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당장 오늘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해하지만 뭔가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를 찾는다. 박재영 교수는 정보와 재미를 둘 다 잡는 방식으로 글을 써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말 중요한 뉴스라면 재미있게 쓰고, 읽고 나면 소름이 돋고 전율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선수들은 커피 한잔하며 만나볼 수 있을 정도로 친근하게 보였다. 단, 카페인이 당신을 대담하게 만들어, 어떤 경우에도 확실하고 조용하게 당신의 빌어먹을 눈을 후벼 파낼, 그들의 스포츠에 도전장을 내밀도록 하지만 않는다면. 그들은 당신이 만났던 어떤 팀보다 더 자주 경기 중에 미소를 지을 텐데 그 미소는 몇몇 적들과 관중을 오도할 것이다. 그들은 미소 짓고, 파괴하고, 미소 짓고, 파괴한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7월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양궁 9연패 소식을 다룬 기사의 첫 문단이다. 박재영 교수는 “좋은 기사는 독자를 끌고 가는 힘이 있는 기사고 관점이 관습적이지 않으며 사안에 대해 생각하도록 도와주는 기사”라고 설명했다. 이런 내러티브 스토리텔링은 정보 전달력이 좋고 흥미와 몰입도도 높다. 박재영 교수는 “새로운 스토리텔링 실험을 하려면 기자들의 자기 확신과 함께 회사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기자 출신의 안수찬 교수 역시 내러티브 저널리즘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다. 안수찬 교수는 “100개의 썩은 감을 내놔봐야 팔리지 않는다”면서 “잘 익고 빛깔이 고운 감을 10개만 날마다 들고나올 수 있다면 완전히 다른 방식의 장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역피라미드 방식의 기사는 과거 종이 신문 시절 전화로 기사를 불러주고 지면이 한정돼 있을 때 효과적이었던 방식”이라는 이야기다.

 

 

좌로부터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김혜영 한국일보 기자, 이성원 서울신문 기자, 박재영 고려대 교수 Ⓒ미디어오늘

 

 

김혜영 기자는 “우리는 흔히 특종 기자나 민완 기자를 이상적인 목표로 생각하지만 탁월한 스토리텔러라는 걸 칭찬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취재를 잘해놓고 좋은 재료를 모아 거푸집에 들이부어 붕어빵 기사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는 “현장의 기자들은 더 나은 스토리텔링에 대한 갈증이 있는데 뉴스룸의 오래된 관행이 새로운 시도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는 “간병 살인 기획 취재를 하면서 그동안의 보도에 사람 이야기가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들의 머리를 망치로 내리친 한 아버지는 “간병이라는 게 언론에 나오는 것과 다르다”면서 “어느 날 같이 죽자”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 기자는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보니, 한 마디 한 마디의 온도가 달랐고 이 모든 게 기사에 녹아든다면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수찬 교수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잘 쓰는 데 3년이 걸린다고 치면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내러티브 기사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면서 “‘노동 OTL’을 쓰던 시절에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찾아 읽기도 했다”고 말했다. 안수찬 교수는 “내러티브 기사라고 해서 주관과 감정을 함부로 드러내도 괜찮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형용사와 부사를 최대한 배제하고 사실관계를 담담하게 서술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자들이 읽고 싶어 하는 건 스트레이트 이면의 맥락

 

이튿날 키노트 발표를 맡은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은 “뉴스 기업이 우위를 갖고 있는 영역은 피처 기사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사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면 속보와 스트레이트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빠른 경우가 많다. 20대 미만에서는 틱톡이 뉴스를 대체하고 있다. 오피니언 역시 건조한 언론 보도보다 소셜미디어에서 훨씬 더 직설적이고 선명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 피처 기사가 언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이야기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미군 수송기에 사람들이 매달렸다가 떨어지는 동영상을 아마 다들 봤을 것이다. 미국 NBC가 비행기를 따라 활주로를 달리는 사람들의 영상을 처음 보도했는데, 매달렸던 사람들이 떨어지는 영상은 트위터에 올려 있는 영상이었다. 사건은 발생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퍼진다. 주류 언론사는 더 이상 속보로 경쟁하기 어렵고 변별력도 없다. 다음 날 아침 신문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며칠 뒤 비행기에서 떨어진 사람들을 수소문해서 이들의 사연을 보도했다. 박상현 발행인은 “기자들은 현장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구경꾼들과 다르다”면서 “기자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팟캐스트가 새로운 뉴스 플랫폼으로 떠오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배경과 맥락을 살려 언론 보도의 뒷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해외 사례로 시작했지만, CBS 씨리얼의 <용돈 없는 청소년> 시리즈는 사실의 힘을 드러내는 돋보이는 기획이었다.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으러 갈 때 가격에 신경을 많이 쓰는 아이였던 것 같아요.”

“어떤 꿈을 꿔야 할지보다는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를 생각했어요.”

 

용돈은커녕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10대들의 삶. 많은 사람이 씨리얼의 영상을 보면서 ‘이런 건 처음 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일하는 청소년이 대략 79만 명이고 이 가운데 62.5%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한다고 한다. 씨리얼은 물어물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직접 이들이 이야기하게 만들었다. 황민아 PD가 전한 인터뷰이의 말은 언론의 역할을 다시 고민하게 한다.

 

“사실은 너무 말하고 싶었는데 말할 데가 없었어요. 마침 씨리얼이라면 잘 말할 수 있을 것 같았죠. 씨리얼이라면 우리 이야기를 잘 다뤄줄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씨리얼은 가난을 타자화하지 않으면서 뉴스의 사각지대를 파고들고 무거운 ‘돌직구’를 날렸다. 황민아 PD의 이야기다. 

 

“‘저는 저만 이런 줄 알았어요’라고 이야기해요. 왜냐하면 아무도 내가 가난하며 내가 어떤 결핍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일상에서는 공유하지 않으니까 나만 그런 줄 알았고 되게 외로워했다는 거죠. 그랬을 때 뭔가 나와 비슷한 친구들을 만났으면 덜 외로웠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되게 공통적으로 많이 해주셨어요.”

 

“사실이라는 단단한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탐사보도 전문인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스토리텔링이 없는 팩트는 읽히지 않고, 팩트가 없는 스토리텔링은 공허하다”고 강조했다. 심인보 기자는 “동굴을 탐사하는 것처럼 막연했지만 끊임없이 혹시 이런 일이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력을 끌어올리다 보면 어쩌다 운 좋게 사실 확인이 되고 다른 동굴을 만나게 되더라”는 경험을 공유했다. “기사 작성뿐만 아니라 취재 과정에서도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심인보 기자가 소개하는 탐사보도의 스토리텔링 노하우 가운데 하나는 다음과 같다. 취재 순서와 스토리텔링 순서가 반드시 같을 필요는 없다. 시간이 아니라 주제에 따라 이야기를 여러 토막으로 나누되 디테일과 디테일을 연결하는 맥락에 신경을 쓰라는 조언이다. 여러 명이 펼쳐 놓고 그림을 그리다 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연결 고리를 발견하게 된다. 다만 심 기자는 “누군가는 사실과 디테일을 장악하고 스토리 라인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좋은 스토리텔링은 좋은 취재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것은 새로운 이야기인가, 그리고 이 이야기가 전체 이야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를 끊임없이 판단해야 한다. 심인보 기자는 “취재를 하다 보면 사실을 조합하고 취사선택을 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되는데 저널리즘 객관의 의무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면서 “저널리즘에서 스토리텔링은 사실이라는 단단한 한계 안에서 쓸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뷰엔은 비주얼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지난해 연재했던 <신 모던 패밀리>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비트는 대안 가족의 사례를 담았다. 동성 결혼부터 시작해 미혼부와 무혼남, 혼사녀, 1묘 1남 등의 다양한 가족 모델을 소개했다. 박지윤 뷰엔팀 기자는 “잘 빚어낸 비주얼보다 내러티브 맥락 위에서 촘촘하게 설계된 비주얼의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는 3매짜리 단신 기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때가 많다고 한다. 언젠가 방송사 스타일리스트들이 시급 3,800원을 받고 24시간 대기에, 무급 야근을 밥 먹듯이 한다는 기사를 보고 추가 취재를 시작했다. 박지윤 기자의 질문은 ‘저게 가능해?’였고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였다. 취재해보니 놀라운 이야기가 쏟아졌다. 한 스타일리스트는 “여기서 버티지 못하면 누구도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없으니, 악으로 깡으로 버틴다”고 말했다.

 

현장에 다가가니 그들만의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었다. 어시스턴트들의 가방을 털어보기도 했다. 박지윤 기자는 “이 영상은 되게 경쾌하고 재미있는데 묘하게 ‘짠 내’가 났다”고 했다. 삶의 이야기를 담으니 비로소 현실이 드러났다. 여성 고문 피해자들을 만난 기획 취재는 기사와 영상을 따로 구성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에 개인의 경험을 녹였지만 영상에서는 날 것 그대로의 슬픔을 담았다.

 

새로운 스토리텔링 모델과 독자와 함께 성장하는 플라이휠

 

박지윤 기자는 읽는 뉴스에서 보는 뉴스로 옮겨가는 시대에 새로운 스토리텔링 모델을 제안했다. 자신을 기자와 영상 디렉터, 인터뷰어, 스토리텔러, 프로젝트 매니저까지 다양한 역할로 규정한다.

 

“제가 카메라를 직접 들어보니까 카메라가 굉장히 폭력적인 도구였어요. 총구를 들이대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타인의 고통을 그저 중계하거나 전시하는 태도는 되도록 지양하고, 때로는 은유나 상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신현규 매일경제신문 실리콘밸리 특파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신현규 기자는 ‘미라클 레터’라는 이름으로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희망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사실 전달의 관행을 벗어나 독자의 관점에서 뉴스라는 상품을 분석하고, 전달 방식을 고민하고, 맥락과 인사이트를 담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일하다가 골목식당으로 돌아온 요리사 같은 경험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신현규 기자는 “한국에 있을 때는 글을 쓰기도 싫었고 소셜미디어에 기사를 공유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댓글을 읽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라클레터를 쓰면 그런 일이 없더라고요. 긍정적 피드백이 오히려 많고. 대부분 독자분이 주시는 반응은 ‘건강 조심해라’, ‘고생이 많다’, ‘잘 봤다’, ‘이역만리에서 밥은 먹고 다니냐’ 이런 응원의 메시지들이 늘어났죠.”

 

신현규 기자는 미라클레터의 경험에서 얻은 두 가지 포인트를 강조했다. 첫째, 독자들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면 ‘플라이휠(flywheel, 선순환)’이 돌기 시작한다는 것. 둘째, 아직 저널리즘이 충족시키지 못한 수많은 니즈(needs)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골목 식당처럼 손에 잡히는 독자들과 소통을 시작했더니 평판과 신뢰가 쌓이고 구독자들이 다른 구독자들을 데리고 오는 자원의 선순환이 일어나면서 독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콘텐츠 커뮤니티가 가능하더라는 이야기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미디어오늘

 

 

“날마다 투쟁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올해 콘퍼런스에서는 특별히 ‘젠더와 저널리즘’을 주제로 라운드 테이블을 구성했다. 이슬기 서울신문 젠더연구소 기자는 “어떤 조직이든 젠더 이슈에서 완전히 일치된 의견을 만들기는 어렵다”면서 “날마다 투쟁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뉴스레터 ‘허스토리’를 운영하는 이혜미 한국일보 기자는 “젠더 감수성이 떨어지는 기사를 내는 언론사는 독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 젠더 데스크를 맡고 있는 이정연 기자는 “한겨레 같은 진보 언론에서도 아직도 ‘여직원을 여직원이라고 쓰는 게 뭐가 문제냐’는 질문을 듣곤 한다”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지만 설명하고 설득하는 게 젠더 데스크의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여러 의견이 충돌할 때는 보고서 형태로 의견의 차이를 정리하고 최선의 해법을 제안하면서 공감대를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정은령 서울대 SNU팩트체크센터장은 “탈진실의 시대에는 사실과 의견의 분리라는 기존의 객관주의 보도만으로는 허위 정보의 서사의 틈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면서 “흔히 사람들이 덜 충분하지만 진실한 정보보다 부정확하지만 매끈한 서사가 있는 허위 정보에 끌리게 되는데 그래서 대응 서사를 제시하거나 논리적 허점을 밝혀내는 카운터 내러티브가 중요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정은령 센터장은 카운터 내러티브의 다섯 가지 전략을 제안했다. 첫째, 배경 설명이 포함돼야 한다. 기사에서 다루는 발언과 사건, 배경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담고, 왜 이 보도가 중요한지 설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둘째, 상충하는 의견을 담아야 한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서로 동의하고 있는 영역이 어떤 것인지 그 겹쳐지는 영역들을 찾아서 진실의 영역을 확보하는 것을 ‘진실의 삼각검증’이라고 부른다. 셋째, 풍성한 근거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코멘트 몇 개가 중요한 게 아니라 논문과 통계, 보고서, 무엇보다도 숫자로 입증해야 한다. 넷째, 맥락을 풀어 쓰려면 피라미드 방식으로 쓰는 게 좋다. 앞뒤 자르고 “자, 오늘은 이랬어”라고 던지는 기사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시작해서 이렇게 해서 오늘까지 온 거야”라고 정리해 주는 족집게 정리 같은 기사가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이야기다.

 

 

왼쪽부터 정은령 서울대 SNU팩트체크센터장, 김영미 다큐앤드뉴스코리아 대표 Ⓒ미디어오늘

 


설명의 책무, 내가 하는 일을 사람들에게 보여줘라

 

정은령 센터장은 “무엇보다도 투명성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팩트체크 저널리스트들이 특히 미국에서 제1의 원칙으로 삼는 것은 ‘내가 하는 일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라’는 것입니다. 내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어떻게 증거들을 수집했고 그걸 당신과 공유할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당신도 이런 증거들을 찾아보고 나와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이렇게 설명하는 거죠. 그게 서사의 경쟁에서 진실이 이기는 길입니다.”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 발표자들은 모두 내가 ‘팬심’으로 모신 분들이다. 뉴스 유료화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는 김인순 더밀크코리아의 대표와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독자 커뮤니티 모델로 놀라운 J커브를 그리고 있는 장경애 동아사이언스 대표, 지역 언론의 희망, 황민호 옥천신문 대표, ‘읽기 중독자’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등의 강의를 이 지면에 다 실을 수 없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특별히 김영미 다큐앤드뉴스코리아의 대표에게 존경의 말씀을 남기고 싶다. 김영미 대표는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에 맞서다 해직된 기자들을 돕기 위해 언론사를 만들고 외신 기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김영미 대표는 “취재를 덜 해도 좋으니 잡혀가면 안 된다”고 당부한다고 한다. 김영미 대표를 소개하면서 “1980년 5월 광주에 힌츠페터가 있었지만 2021년 미얀마에는 김영미가 있다”고 말했는데 전혀 과한 평가가 아니라고 본다.

 

올해 콘퍼런스에서 특별히 신경을 썼던 건 여성 발표자 비중이다. 전체 출연자 36명 가운데 여성이 17명, 비율로는 47.2%였다. 7년 전 첫 콘퍼런스 때는 이 비율이 14.3%밖에 안 됐다. 여성 출연자를 일부러 늘렸다기보다는 실제로 전문가 그룹에서 여성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박지윤 한국일보 뷰엔 기자와 황민아 CBS 씨리얼 PD, ‘틱톡하는 기자 언니’ 신정은 SBS 기자 등 뉴미디어에 밝은 여성 저널리스트들이 늘어나는 것도 반가운 변화다.

 

페이스북의 도달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도 해마다 체감하는 변화다. 콘퍼런스 홍보를 위해 공유 이벤트로 맥북에어를 추첨하고 있는데 도달률이 2016년 42만 604명에서 2017년은 28만 4,879명, 2018년은 23만 474명으로 계속 줄었다. 올해는 9,838명밖에 안 됐다. 2016년에는 공유가 4,331건, 좋아요가 6,853건이었는데 올해는 공유가 110건, 좋아요는 51건에 그쳤다. 그만큼 소셜 플랫폼의 위상도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다.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의 또 다른 재미는 떠들썩한 뒤풀이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안타깝게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콘퍼런스 이틀 전에 자가 격리에 들어가 영상으로 출연한 발표자도 있었고 백신 후유증으로 발표 시간을 두 번이나 늦추고 발표 직전 해열제와 진통제를 집어삼킨 뒤에야 겨우 무대에 선 발표자도 있었다. 내년에는 다들 건강한 모습으로 왁자지껄하게 함께 어울릴 수 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9월 29일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언론의 책무와 신뢰의 위기를 둘러싼 복잡한 질문이 남아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더 치열해야 하고 더 투명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좋은 질문과 강력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성찰과 도전, 끊임없는 새로운 모색으로 저널리즘 혁신이 가능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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