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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페이스북의 치부를 드러내는 전직 페이스북 직원의 내부 고발이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보다 앞선 구글의 내부 고발 또한 화제가 된 바 있다. 그 내막과 원인은 무엇인지, 실리콘밸리 현지의 분석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최근 페이스북(현재 이름 ‘메타(Meta)’)에서 내부 고발자가 유독 많이 나왔다. “마크 저커버그는 CEO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던 프랜시스 하우겐(Frances Haugen)이 처음은 아니라는 얘기다. 올해 4월에는 영국 가디언이 소피 장(Sophie Zhang)이라는 미국인의 내부 고발 내용을 시리즈로 실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소피 장은 2018~2020년 페이스북의 가짜뉴스 감시팀에서 일했다. 그는 전 세계 25개 권위주의 국가의 정부와 연결된 것으로 보이는 가짜뉴스 계정과 페이지들을 찾아냈다. 페이스북이 제거 작업을 했지만 소피 장의 눈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는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의 여론 조작을 페이스북이 충분히 막지 못했다는 사실을 회사 내부 게시판에 게재한 뒤 회사를 나왔다. 페이스북은 6만 4,000달러(약 7,500만 원)의 퇴직금과 함께 회사 내부 이슈를 외부에 말하지 말라는 조항이 포함된 계약서를 들이밀었으나, 그는 이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회사가 사내 게시판에서 글을 삭제하자, 그는 미리 복사해 둔 글을 외부에 포스팅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페이스북 내부에는 어떤 문제들이 존재하는 것일까? 《신문과방송》에서 이에 대해 질문했기에, 페이스북에 다니는 10여 명의 전·현직 직원들에게 조금 물어봤다.1)
그들의 말을 감히 종합해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우선순위 갈등’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페이스북 경영진이 가진 우선순위와 페이스북 소셜미디어 윤리 담당 직원들이 생각하는 사회적 우선순위의 갈등이다.
저커버그의 우선순위, 회사의 ‘생존’과 ‘성장’
먼저 마크 저커버그 CEO를 비롯한 페이스북 경영진이 생각하는 우선순위부터 살펴보자. 전·현직 페이스북 임직원들에 따르면 페이스북 경영진의 최우선 순위는 ‘다음 플랫폼 선점’이라고 한다. 구글이 ‘크롬’과 ‘안드로이드’ 등의 운영체제를 만들었고, 애플은 ‘iOS 생태계’와 ‘앱스토어 생태계’ 등을 조성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고, 아마존은 ‘아마존웹서비스(AWS)’라는 인프라스트럭처를 창조해 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그런 플랫폼들에 종속돼 있다. 페이스북은 고작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지배자들이 룰을 바꾸면 페이스북은 그에 휘둘려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 2020년 애플이 아이폰 등에 설치된 앱들이 개인의 사생활 정보를 이용하면 이를 알려주는 업데이트를 한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페이스북은 애플의 룰 변경으로 상당한 광고 매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2020년 12월 15일 뉴욕타임스 등에 광고를 내고 이렇게 호소한다.
“소상공인들을 위해 페이스북은 애플에 맞서겠습니다!(We’re standing up to Apple for small businesses everywhere!)”

하지만 이 광고는 수많은 언론으로부터 혹평을 받게 된다.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소상공인들을 앞세우는 ‘속 보이는’ 전략임이 너무 쉽게 간파됐기 때문이다. 아주 오랫동안 미국 IT 업계를 취재해 온 카라 스위셔(Kara Swisher)는 이 사태를 보고 뉴욕타임스 기고문 첫 문장을 이렇게 썼다.
“페이스북이 지난 수년간 트럼프 정부 밑에서 아양을 떨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행동하는 것이 때로는 먹힌다는 사실인 것 같다.”
한 마디로 ‘부끄러운 줄 알라’는 카라 스위셔의 이 칼럼을 비롯해 수많은 기고문과 소셜미디어 포스팅이 공론장에 쏟아졌다. 페이스북은 더 이상 애플의 사생활 보호 정책에 대해 대대적 공세를 펴지 못했다.
사실 페이스북이 애플과 충돌을 빚은 것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2018년, 아니 그 이전부터 애플은 페이스북이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 타깃팅 서비스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팀 쿡 애플 CEO는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발언을 해 왔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이 때문에 회사 임직원들에게 “아이폰을 쓰지 말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이런 지속적 과정들은 마크 저커버그로 하여금 플랫폼으로부터의 독립, 또는 ‘나도 플랫폼을 만들겠어!’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기에 충분치 않았을까. 분명한 사실은 최근 수년간 마크 저커버그의 머릿속에 가장 크게 자리 잡은 단어는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에게 페이스북 경영의 최우선 원칙은 ‘생존’이다. 그는 안이하게 생각하다간 금방 경쟁에서 밀려 회사가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회사의 입간판 뒤에 지금은 없어진 ‘썬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 간판을 그대로 놔둬 직원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것도, 본사 주소를 ‘해커 1번지(1 Hacker Way)’라고 짓고 한때 회사의 문화를 규정하는 문장으로 ‘빠르게 움직여서 금방 일들을 해치워 버린다(Move Fast and Break Things)’라고 쓴 것도 그런 경각심에서 비롯한 조치들이다. 페이스북을 중국에 진출시키기 위해 천안문 광장을 달린 것도, 암호화폐 거래 지갑인 ‘노비(Novi)’를 만들고 언젠가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쓸 수 있는 암호화폐를 만들겠다고 꿈꾸는 것도,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꾸고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땅으로 ‘진격 앞으로!’를 외치는 것도 모두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라고 이해해 볼 수 있다.
페이스북이라는 거대 회사의 경영권을 빈틈없이 쥐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CEO. 그는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강력한 CEO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리고 그의 눈에는 생존과 성장이라는 단어들이 어른거린다. 이를 위해 그가 목표로 하는 경영 키워드는 메타버스라는 플랫폼인 것이다.
회사 우선순위와 인류 공동 가치가 충돌할 때
페이스북 직원들에게는 사용자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이 있다. 특히 사용자들이 폭력적이거나 비윤리적 행동을 할 때 이를 막아야 하고, 해커들이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탈취하기 위해 활동하면 이를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페이스북이라는 공간 내 감시자로서 페이스북 직원들의 역할은 필요하다.
그래서 그들은 때때로 우리가 모르는, 그러나 매우 놀랄만한 일들을 본다. 예를 들면 ‘아랍의 봄’이 일었던 2010~2011년 페이스북 직원 일부는 페이스북을 통해 일어난 아랍의 민주화 열풍을 먼저 느끼고 있었다. 2019년부터 홍콩과 대만, 그리고 심지어는 중국 본토 내에서 활발하게 이뤄진 홍콩의 반중 시위 움직임 역시 일부 페이스북 직원은 알고 있었다. 미얀마의 로힝야족 박해가 일어나던 시점에 일부 페이스북 직원들은 로힝야족에 대한 증오를 조장한 포스팅들이 급속히 공유되고 있는 사실을 목격했다. 그들은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가 대량의 가짜 계정을 만들어 사람들의 생각을 조작하려 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들은 에티오피아의 군사정권이 페이스북을 통해 자금을 모으고 무력 충돌을 조장하려는 움직임도 알게 됐다. 또한 2021년 대선 결과에 반대하는 일부 극우 집단들이 미국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려 한다는 움직임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런 움직임을 보고 근대사회 이후 인류의 공동 가치로 자리 잡은 인권, 자유, 평등 등을 위해 행동하고 싶을 것이다. 민주화를 더 응원하고 싶을 것이고, 학살이나 인권침해, 여론 선동 등에 대해는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의외로 많지 않다. 페이스북 포스팅 노출 알고리즘 등에 대한 조절이 이뤄져야만 할 텐데 이런 사항들은 보통 개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차원이 아니라, 최소한 부사장(VP) 이상의 임원이 판단해 줘야 한다. 하지만 페이스북 임원과 경영진은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빨리 달려간다’는 목표 의식을 확고하게 가진 ‘적(Zuck, 마크 저커버그의 이름을 줄인 말)’과 한편이다. 지구 멀리에서 인권, 자유, 평등을 위해 싸우는 이들과 공감하며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페이스북 직원들의 편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일부 직원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것이다. 결국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사내 공론장’인 게시판에 글을 쓰거나, 아니면 프랜시스 하우겐이나 소피 장처럼 내부 고발을 하는 것밖에 없다. 어떤 사람들은 아무리 멀리 있어도 학살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전체주의 정권에 맞서 싸우다 스러져가는 사람들과 심지어 자신의 나라가 가진 민주주의의 심장이 점령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나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들 중 용감한 일부는 내부 고발을 통해 세상에 사실을 알리기 시작한다. “페이스북이라는 회사는 인류 공동의 가치를 지키는 데 관심이 없다”라고. 그리고 여기에 사실 중요한 주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미국 주류 언론이다. 그들은 내심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은 신문과 방송을 대체하는 뉴스의 소비 유통 경로로 자리 잡았잖아. 기존의 언론사 중에는 페이스북 때문에 망할 위기에 처한 곳들도 많아. 그런데, 그렇게 언론 산업을 뒤흔들어 놨으면, 언론 산업의 기본적 책임은 다해야 할 것 아냐. 왜 돈은 다 벌어가고, 책임은 다하지 않는 거야?”
경영진의 확고한 생각, 내부 고발자들의 채워지지 않는 불만, 그리고 언론의 페이스북에 대한 문제의식. 이 세 가지가 만나 이뤄진 결과가 페이스북 내부 고발 사건의 본질이 아닐까?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구글에서도 내부 고발이 있었다. 인공지능 엔지니어였던 팀닛 게브루(Timnit Gebru)가 구글이 개발하는 대규모 인공지능의 편향성을 걱정해 문제를 제기했던 사건(2020년 12월)이었다. 이 역시 비슷한 프레임워크 속에서 관찰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날 GPT-3와 같은 강력한 인공지능이 탄생할 수 있는 배경이 되는 대규모 인공지능은 보통 100억 개 이상의 파라미터를 학습한다. 그런데, 그러한 학습의 먹이가 되는 언어들이 편향돼 있다면? 생존과 성장, 그리고 창작에 대한 욕심을 가진 구글의 경영진, 그리고 세상에 태어나서는 안 되는 편향된 인공지능을 막아야 한다는 개인의 양심 두 가지가 충돌한 결과가 팀닛 게브루 사건이 아닐까 한다.2)
1) 응답해 준 전·현직 직원들은 모두 실명을 밝히길 원치 않았으며, 직접적인 인용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오로지 그들이 말하는 대략적인 회사 분위기만을 전달할 뿐이다. 필자 주
2) 페이스북은 10월 29일 회사의 이름을 ‘메타’로 바꿨습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이름을 여전히 ‘페이스북’으로 사용했습니다. 이유는 기사 내용의 상당 부분이 사명을 메타로 바꾸기 전에 있었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회사의 내부 사정들은 이름을 바꾼 후에도 대부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필자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