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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1: 2021 KPF 저널리즘 주간] 세상을 비추는 미디어 교육
집중점검1 | 등록일 : 2021-11-26

지난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2021 저널리즘 주간’ 콘퍼런스는 ‘다시, 저널리즘’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저널리즘 주간 셋째 날인 30일에는 미디어 교육에 대한 폭넓은 접근이 이뤄졌다. 연구자부터 교사, 학생에 이르기까지 여러 발표자들이 내놓은 미디어 교육에 대한 경험과 제안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2021 저널리즘 주간의 일환으로 진행된 셋째 날 미디어 교육 세션의 전체 주제는 ‘미디어교육, 세상을 비추다(Re: flect)’다. 미디어 교육의 여러 주체들이 그동안 어떻게 세상을 비춰왔고, 비춰진 세상은 어떻게 변했으며, 앞으로 더 잘 비추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각도로 성찰해 봤다. 미디어 교육을 통해 세상을 비춰야 할 책무가 있는 우리에게 통찰력을 제공해 준 몇 가지 논의들을 정리해 봤다.

 

마이클 데주아니(Michael Dezuanni) 퀸즐랜드 공대 디지털미디어리서치센터 교수는 기조 강연을 통해 변화하는 세상 속 호주는 어떻게 미디어 교육으로 세상을 비추는지 소개했다. 국가적인 조사를 통해 사람들이 미디어와 미디어 리터러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파악한 뒤 국가 차원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전략을 수립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통일된 미디어 교육의 틀(framework)을 만들고 정책을 수립하기에 앞서 충분한 조사와 논의를 통해 토대를 다지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마이클 데주아니(Michael Dezuanni) 퀸즐랜드 공대 디지털미디어리서치센터 교수는 기조 강연을 통해 변화하는 세상 속 호주는 어떻게 미디어 교육으로 세상을 비추는지 소개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덧붙여 데주아니 교수는 노하우를 토대로 한국이 미디어 교육에서 유념해야 할 여섯 가지를 제안했는데,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팩트체크 교육을 넘어서는 높고 넓은 미디어 교육을 해야 한다.

• 평생교육 차원의 장기적인 미디어 교육을 설계하고 시행해야 한다.

• 한국적 맥락에 맞는 미디어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 청년, 지역사회와 함께 미디어 교육에 대한 아이디어를 논의해야 한다.

• 여러 주체(방송사, 도서관, 학교, 박물관 등)가 참여하는 국가적 규모의 미디어 교육 협의체가 구성돼야 한다.

• 옹호(Advocate)와 규제(Regulation) 두 가지 측면이 공존하는 미디어 교육이 돼야 한다.

 

오늘날 미디어 교육의 방점이 허위 조작 정보 분별법, 즉 팩트체크에 찍혀있는 점을 감안할 때 데주아니 교수가 제안하는 한 걸음 더 나아간 높고 넓은 미디어 교육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디어 교육을 되돌아보다

 

기조 강연 후 ‘미디어교육의 재구성’ 세션에서는 그 동안의 미디어 교육 방식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법들을 모색해 봤다.

 

첫 번째 발표를 담당한 조병영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뉴리터러시학습: 미디어교육을 다시 생각하는 새로운 접근법’ 강의를 통해 미디어의 내용을 알고 이해하는 학습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왜,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미디어를 사용하고 판단하고 평가하는지를 주체적으로 알아가며 경험하는 비판적 실천 학습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또한 개별 미디어 학습을 넘어서 미디어와 미디어의 관계, 그들이 연결돼 조성하는 복합적 맥락에 대한 이해, 분석 판단하는 학습, 즉 메타담화 학습(metadiscursive learning)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미디어 교육 매너리즘에 빠져 미디어를 잘 안다는 착시에서 벗어나 ‘세상을 비추는 미디어 교육’이란 새로운 관점을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두 번째 발표를 담당한 최숙 타이밍포올 대표는 ‘모두를 위하여,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융합적 재구성’ 강의를 통해 모두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으로 성장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으로 ‘융합’이라는 키워드를 내놨다. 그동안 분절적 구조로 이뤄져 왔던 미디어 교육의 공(功)과 과(過)를 살피면서 미디어 교육의 융합적 재구성 방향을 제시해 줬다.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교육 주체 간, 참여 주체 간, 교육 매체 간, 교과 간 등 다양한 수준에서의 융합적 접근

•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리터러시 중심 교육

• 성찰을 통한 미디어 교육 주체 기관별 정체성 확립

• 공유 지향적 교육 콘텐츠 아카이빙

 

한국의 미디어 교육은 전통 매체와 미디어 교육기관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발전해 온 불가피한 역사로 인해 지금과 같은 모습을 지닐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융합이라는 방향성 아래, 미디어 교육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세상을 비출 구체적인 교육 방안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하는 쉽지 않은 숙제가 남아있는 것이다.

 

세 번째 발표를 담당한 정선임 서강대 박사과정 연구원은 ‘부모의 리터러시가 자녀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결정한다’ 강의를 통해 부모 대상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학부모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두 마리 토끼 즉, 부모 자신의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과 동시에 자녀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를 수 있는 방법을 목표로 둬야 하기 때문에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정 연구원은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부모가 배운 내용을 자녀와 함께 실천하며 변화하려 노력하는 참여형 미디어 중재 프로그램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리고 구체적 사례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모든 가족이 참여하는 ‘뉴스, SNS, 게임으로 부모와 자녀 소통하기’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가족이 미디어 교육 커뮤니티를 개설해 소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미디어 교육을 통해 서로를 비추게 되고 가족의 미디어 리터러시도 함께 함양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


마지막 세션의 제목은 ‘세상을 비추는 미디어교육’이다. 생생한 미디어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어떻게 미디어 교육으로 세상을 비춰야 할지에 대한 노하우를 배우는 세션이다.

 

먼저 김아미 경인교대 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 객원연구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위하여’라는 발표를 통해 우리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음의 방향성을 지녀야 함을 강조했다.

 

• (디지털시민성) 소비자 아닌 시민으로 자리를 잡도록 하는 교육

• (문화와 정체성) 미디어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상호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 (당사자성) 당사자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교육

 

이 세 가지 미션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역량을 갖춘 교육자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 교육 소재 및 자료 선택에 있어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춘 교육자

• 민감한 이슈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고민하는 교육자

• 미디어 이용에 즐거움을 더할 수 있는 ‘비판적’ 성찰을 지원하는 교육자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교육 명언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미디어 교육에 있어 교사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매우 중요하다. 부모의 리터러시가 자녀의 리터러시를 결정하듯 교사의 리터러시는 결국 학생의 리터러시를 결정한다. 미디어 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제는 왜(why)를 넘어 무엇(what)을, 어떻게(how) 비출 것인가를 깊이 있게 고민할 시기다.

 

그런 의미에서 이경민 대감초 교사의 ‘미디어 마을 공동체 사례와 방향’ 발표, 박한철 덕성여고 교사의 ‘미디어 리터러시, 드디어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 발표는 학교 미디어 교육에서의 무엇(what)과 어떻게(how)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좋은 지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선 미디어 교육을 단계적으로 발전시킨 이경민 교사의 사례를 살펴보자. 단순 뉴스 활용 교육에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TV 바로보기, 영상 제작 교육을 거쳐 융합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으로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교사 중심의 미디어 교육에서 학생 중심의 미디어 교육으로, 더 나아가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하는 미디어 마을 공동체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했다. 또한 재미와 의미를 함께 추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칫 무거워지거나 가벼워질 수 있는 미디어 교육의 균형추를 맞추고 있다.

 

박한철 교사가 가르치고 있는 <청소년과 미디어> 과목은 전국 최초 정규 과목으로 편성된 미디어 리터러시 교과다. 그동안 창의적 체험 활동이나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교과 연계형으로 진행됐던 학교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의 부족함을 보완하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미디어 교육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파편화된 미디어 리터러시가 아닌 우리가 선언적으로 강조해 왔던 미디어에 대한 접근과 비판적 이해, 미디어를 통한 지식과 정보의 획득, 협업과 공유, 사회에 참여하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도 균형 잡힌 미디어 리터러시를 학생들에게 길러줄 수 있게 된 것이다.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고교학점제와 맞물려 학교 미디어 교육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더불어 이태수 전남대 특수교육학부 교수가 발표한 ‘발달장애학생의 스마트폰 세상으로의 여행’은 미디어 교육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대상별로 어떤 미디어 교육을 특화해 진행해야 할지 잘 보여줬다. 스마트 정보 역량과 더불어 발달장애 학생들에 꼭 필요한 지역사회 적응 역량 강화를 접목시킨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미디어 교육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오산 원일중 김유진 학생의 ‘쉽게 다가가는 팩트체크’와 부산 해강초 강윤서 학생의 ‘내가 바라는 미디어 세상’ 발표는 미디어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줬다. 우리가 미디어 교육으로 공들여 비췄던 학생들의 눈이 밝아지고, 자체적으로 빛을 내면서 다른 사람들을 비추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김유진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 팀은 팩트체크를 위해 논문을 찾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자료도 읽고, 기사도 찾아보고, 인터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한쪽 의견에 치우지 않는 것의 중요함을 알았다. 내가 아는 것만이 진실이고, 좋은 것이며, 선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차별과 혐오가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짓 뉴스에 노출되고, 의심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눈에 보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인식만으로도 팩트체크에 대해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게임, 인포그래픽 영상, 캠페인 등으로 우리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발표를 듣고 있는 내내 우리나라 미디어 교육의 미래를 상상해 봤다. 데주아니 교수가 제안한 높고 넓은 미디어 교육, 조병영 교수가 강조했던 내용과 실천이 함께 담긴 메타적 미디어 교육, 최숙 대표가 말하는 융합의 미디어 교육, 정선임 연구원이 이야기하는 부모와 자녀가 소통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미디어 교육, 김아미 연구원이 말하는 한 걸음 더 나아간 미디어 교육, 이경민 교사의 학부모, 교사, 학생이 함께하는 마을 공동체 미디어 교육, 박한철 교사의 체계화된 정규 교과로서의 미디어 교육, 이태수 교수가 말하는 대상 맞춤형 미디어 교육이 종합적으로 구현돼 세상을 아름답게 비추고 있는 미디어 교육의 모습을…. 물론 그 중심에는 김유진 학생과 강윤서 학생과 같은 우리의 새싹들이 있었다.

 

미디어 교육으로 세상을 비춘다는 것, 그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2021 저널리즘 주간의 슬로건에 담긴 ‘다시’라는 말을 나부터 오늘부터 실천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상상 속 미디어 교육의 미래를 오늘의 현실로 만들기 위해 나부터 오늘부터 ‘다시’ 시작할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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