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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열렸던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올해는 대면 행사로 진행됐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박람회인 이번 CES 현장 취재기를 통해 미디어 업계 종사자들이 주목할 부분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비디오 게임을 정말 좋아합니다. <언차티드(Uncharted)>와 사랑에 빠졌었죠. 우리의 목표는 이 게임의 정수(essence)를 잃지 않는 것이었어요.”
배우 톰 홀랜드(Tom Holland)는 CES 2022 소니 프레스 콘퍼런스 무대에서 “컴퓨터 그래픽 중심의 스파이더맨과 달리 모든 연기를 직접 해야 했지만, 즐거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소니픽처스가 제작한 영화 <언차티드>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배경과 촬영 일화를 설명한 것이다. 영화 <언차티드>의 원작은 동명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용 게임이다.
영화 <스파이더맨> 흥행으로 큰 인기를 얻은 그가 등장하자 단숨에 현장 취재진의 이목이 무대로 쏠렸다. 곳곳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바쁘게 터졌고, 자연스럽게 그는 소니 게임과 영화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영화, 게임, 가상현실 넘나드는 경험
톰 홀랜드는 CES 기간 현장에 배포되는 소식지 《CES 데일리》 표지를 장식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소니의 IP(지식재산권) 중심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확장 전략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분석이었다. PS, 게임, 영화가 한자리에서 이야기됐고, 이를 바라본 청중은 영화와 게임, 가상현실(VR)을 넘나드는 경험을 기대하게 됐다.
실제로 소니는 CES 2022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공동 창조하다(Co-create the Future of Entertainment)’라는 주제를 제시, 미래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전면에 내세웠다. 콘텐츠 제작 능력과 장르를 넘나드는 IP 활용, VR 및 메타버스(Metaverse, 초월 세계) 플랫폼에 하드웨어까지 갖춘 ‘미래 엔터테인먼트 공룡’이 되는 것이 소니의 목표였다.
소니는 이와 관련해 장소, 계절, 시간의 제약 없이 영상을 만들 수 있는 가상 프로덕션 환경과 다양한 각도의 화면 연출이 가능한 초소형 드론 ‘에어픽 S1(Airpeak S1)’을 선보였으며 VR 게임 기기인 PS VR2 제원도 공개했다.
짐 라이언(Jim Ryan)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 CEO가 직접 PS VR2와 컨트롤러를 발표했고, 독점 타이틀 게임인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Horizon Call of the Mountain)’도 함께 소개했다. 하드웨어인 콘솔 게임과 게임 제작 역량을 갖춘 스튜디오를 앞세워 VR, 그리고 메타버스 영역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PS VR2는 시야당 2000×2040의 디스플레이 해상도, 최대 120헤르츠(주사율)를 지원한다. 시야각 110도에 시선 트래킹 기능을 갖췄으며 2020년 말 출시된 콘솔 게임기 PS5와도 호환된다. 부드럽게 VR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확장된 공간감을 제공해 머리 위로 물체가 지나가는 상황 등을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요시다 켄이치로(Kenichiro Yoshida) 소니그룹 회장 겸 CEO는 VR 등 가상 공간에서의 팬 경험 구축과 관련해 맨체스터시티FC와 체결한 협업을 강조하기도 했다.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가 급격히 메타버스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발표였다.
게임부터 자동차, TV까지
메타버스의 무한한 가능성
게임·엔터테인먼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 CES에서는 자동차, TV 등 전통 제조업에 속하는 기업들도 메타버스를 강조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CES 2022에서 모빌리티와 메타버스를 융합한 새로운 개념인 ‘메타모빌리티(Metamobility)’를 제시했고, 삼성전자는 ‘디센트럴랜드’라는 메타버스 환경에서 가상 플래그십 매장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보여준 비전은 메타버스 산업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잠재울 만큼 강력한 수준이었다. 현대자동차가 제시한 메타모빌리티의 핵심은 ‘디지털 트윈(가상 환경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고,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인데, 이를 적용하면 가상 환경에서 공장 기기를 조작해 실제 공장 설비의 위치를 바꾸거나 사물을 옮길 수 있다. 문화 산업으로 분류되는 게임·엔터테인먼트 분야뿐 아니라 실용적인 기술,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준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디지털 트윈 부문 전문성을 갖춘 게임 엔진 개발업체 유니티와 MOU도 체결했다. 오는 2022년 말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완공에 맞춰 세계 최고 수준의 메타버스 기반 디지털 가상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는 이미 이 분야에서 실질적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물리 법칙이 적용되는 완벽한 가상 공간인 ‘옴니버스 플랫폼’을 구축해 상용화에 나섰다. 옴니버스 플랫폼을 이용하면 실시간 3차원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BMW는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플랫폼을 활용, 디지털 트윈 공장을 운영 중이며 공장 근로자까지 디지털 휴먼으로 생성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BMW는 이를 통해 생산 효율을 30%나 개선했다.

NFT, 디지털 콘텐츠 경계를 확장하다
NFT(대체불가토큰)도 올해 CES에서 새로운 기술 트렌드로 추가되며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NFT 플랫폼이 탑재된 스마트TV 라인업을 공개했다. NFT 플랫폼이 탑재돼 있어 NFT 예술 작품을 미리 보거나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패스트(VinFast)는 신형 전기차를 사전 예약으로 구매하는 고객에게 NFT 인증서를 발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NFT WTF’, ‘Creator Economy in the Context of Crypto’ 등 NFT 관련 콘퍼런스와 전시 행사도 이어졌다. 특히 성공적인 NFT 생태계를 만들려면 ‘팬과 크리에이터가 어떤 유대 관계를 맺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됐다.
NFT가 게임, 영화, 드라마, 예술 작품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소유하고 효과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 것이다. 바꿔말하면 NFT로 인해 디지털 콘텐츠의 경계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예컨대 소셜미디어에서 흔히 공유되는 셀피(Selfie) 같은 디지털 이미지도 NFT를 만나면 가치를 지닌 상품이 된다.
실제로 중국 암호화폐(Crypto) 업계 인플루언서인 아이린 자오(Yuqing Irene Zhao)는 최근 자신의 사진으로 만든 NFT를 발매,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대학생 고잘리(Ghozali) 역시 5년 동안 찍은 셀피 이미지 기반 NFT로 100만 달러(약 12억 원) 이상 매출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CES 2022 프레스 콘퍼런스에 참여한 NFT 거래소 아트블록(Art Blocks) CEO인 에릭 칼데론(Eric Calderon)은 “디지털 아트 형태의 NFT는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소프트웨어”라며 “NFT 사용 및 판매 방식 측면에서 시장 저항이 가장 적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기존 예술 작품의 유통 질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블록체인크리에이티브랩스(Blockchain Creative Labs)는 미국 프로레슬링 경기 주관 단체인 WWE와 파트너십을 맺고 레슬러들의 이미지 사진, 영상 등을 이용한 NFT를 선보이기도 했다. 스콧 잔헬리니(Scott Zanghellini) WWE 신사업 부문 대표는 “WWE 기념품을 사던 팬들의 습관이 디지털 시대, 온라인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ESG도 메가 트렌드
과감한 도전 나서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친환경 기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스마트 홈 디바이스, 스마트 시티, 푸드테크 등 이번 CES에서 공개된 다양한 제품 전반에 친환경 기술이 녹아 있었다. 곰팡이균 발효 기술로 유제품과 대체육류를 개발, 자원 소모를 줄인 마이코테크놀로지(MycoTechnology), 물 소비를 80% 절감할 수 있는 샤워기를 개발한 레인스틱(RainStick)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 따르면 미국 대표 지수 S&P 500에 포함된 에너지 기업의 80% 이상이 ESG 관련 목표를 경영진 보상과 연결했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 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은 ESG 요건을 고려한 글로벌 지속 가능 투자 시장 규모가 2012년 13조 2,000억 달러(약 1경 5,721조 원)에서 2020년 말 35조 3,000억 달러(약 4경 2,042조 원)로 2.7배 급증했다고 밝혔다.
최근 기술 업계에서 큰 화제가 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도 마찬가지다. 역대 최대 규모의 과감한 기술 M&A로 메타버스 분야 미래 먹거리를 확보했다. 메타버스와 블록체인·NFT, 친환경 테마는 모든 분야를 빨아들일 기세다. 이 변화는 기존 미디어 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틀을 깨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