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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포럼] SXSW 2022, 무엇을 다뤘나
미디어포럼 | 등록일 : 2022-05-27

2022년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가 지난 3월 11일부터 20일까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렸다. 1987년 시작된 이 행사는 주로 영화, 인터랙티브, 음악 등을 다루는 축제이자 콘퍼런스로 해마다 규모를 키워왔다. 이번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에서 무엇이 주요하게 다뤄졌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 3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South by Southwest) 2022’의 주인공은 NFT(대체불가토큰)와 웹3(Web3, 블록체인 기반 차세대 웹)였다. SXSW는 원래 영화인, 음악인, 시각 효과(컴퓨터 그래픽)·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관계자 중심의 문화·기술 콘퍼런스였는데, 올해는 마치 블록체인 행사처럼 치러졌다.

 

NFT·웹3 분야 최고 전문가 60명 이상이 발표자로 나섰고, 패널로 참여한 업계 관계자도 40여 명에 달했다. 3월 12일 낮에 진행된 ‘NFT의 미래(The Future for NFTs Beyond Art and Collectibles)’ 세션의 경우 청중이 몰리며 장시간 줄을 섰던 대기자들이 아예 입장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NFT 예술가로 유명한 비플(Beeple)이 주요 연사로 등장했을 뿐 아니라 앱을 내려받으면 암호화폐를 준다는 길거리 전단도 보였다. 관광용 인력거 광고 배너에는 블록체인 프로토콜 ‘알고랜드(Algorand)’ 광고가 붙었다. 블록체인 문화 페스티벌을 방불케 하는, 보수적인 텍사스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SXSW 2022 발표자로 나선 NFT 아티스트 비플(Beeple) Ⓒ더밀크

 

 

‘예술+디지털 상품’ NFT에 뜨거운 관심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이유는 단순하다. NFT, 웹3라는 기술이 크리에이터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무명 작가였던 비플의 NFT 작품이 6,900만 달러(약 890억 원)에 낙찰되는가 하면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BAYC)’ 같은 NFT 프로필 사진(PFP, Profile Picture)이 억대 가격으로 팔린다. 밴드가 음악을 NFT로 발행해 판매하거나 멤버십 상품처럼 돈을 내고 NFT를 산 멤버에게만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유명 갤러리에 걸리지 않아도 미술 작품을 판매하고, 직접 유통까지 할 수 있다는 건 창작자들에게 큰 변화다. NFT로 사진 같은 디지털 이미지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작품이 판매될 경우 소유권 이전 기록까지 투명하게 블록체인에서 확인 가능하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렸는데, 크리에이터들이 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이유가 없다.

 

수집가 입장에서도 이런 변화는 반가운 현상이다. 디지털 수집품(digital collectibles)을 쉽게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SXSW 2022에서는 처음 NFT를 접한 일반인들이 “NFT 어떻게 받느냐?”고 묻는 장면을 흔히 목격할 수 있었다.

 

오스틴 컨벤션 센터 인근에 마련된 블록체인크리에이티브랩(Blockchain Creative Labs)에서는 마치 연구원처럼 흰 가운을 입은 도우미들이 줄 선 입장객에게 NFT 획득 방법을 안내해주기도 했다.

 

NFT는 인터넷이 연결돼 있으면 QR 코드를 스캔해 쉽게 전송할 수 있다. 이를 에어드롭(Airdrop)이라고 하는데, NFT를 보관해 둔 장소가 발행자 지갑에서 구매자 혹은 수집가 지갑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블록체인크리에이티브랩에서 나눠준 NFT는 새로 발매된 뮤지션들의 음악을 NFT로 만든 것이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에는 30여 팀의 뮤지션이 참여했다.

 

 

SXSW 2022 블록체인크리에이티브랩에서 참가자들이 NFT를 받고 있다. Ⓒ더밀크

 

 

남녀노소가 즐긴 ‘두들스’ 프로젝트

NFT 문턱 낮추기

 

SXSW 2022에서 발견한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블록체인, NFT 프로젝트들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암호화폐, NFT 관련 제품, 서비스의 경우 어려운 용어 때문에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들이 등장했다.

 

SXSW 2022 두들스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들 Ⓒ더밀크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두들스(Doodles)’다. 두들스는 NFT 거래소 오픈씨(OpenSea)에서 가장 인기 있는 NFT 프로젝트 중 하나로 바닥 가격(Floor Price, NFT를 사기 위한 평균 최소 가격)이 4만 5,000달러(약 5,500만 원) 수준에 형성돼 있는 유명 프로젝트다.

 

두들스는 이번 SXSW에서 전용 대형 행사장을 꾸렸다. 두들스 NFT를 보유한 사람뿐 아니라 SXSW 참가자 누구나 방문해 간식을 먹을 수 있었고, 두들스 캐릭터 손톱 장식을 받거나 대형 디스플레이에 실시간으로 가상 낙서(Interactive Graffiti wall)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채로운 체험 이벤트를 준비했다.

 

두들스가 NFT 프로젝트인지도 모르는 주부, 아이들, 나이 많은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와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두들스 NFT를 보유하고 있다면 자신의 두들스 NFT를 우주선에 태워보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현장에 참여한 사람들은 하나 같이 “귀엽다(So Cute!)”를 연발했다. 두들스 캐릭터는 귀여운 만화 캐릭터인데, 평화롭고 행복한 이미지를 극대화한 공간으로 행사장을 꾸며 참석자들이 두들스 캐릭터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갖도록 만들었다.

 

재밌는 점은 이 두들스 프로젝트 주요 멤버들이 ‘대퍼랩스(Dapper Labs)’ 출신이라는 점이다. 대퍼랩스는 캐나다 기반 블록체인 업체로 2017년 세계 최초 NFT 게임인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를 개발한 회사다. 과거 크립토키티가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전략이 180도 달라졌다. 대퍼랩스 시기에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문턱을 낮춰 사용자를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폭스·워너브라더스 대중적 IP 활용한 NFT

 

업계 전문가들은 크리에이터들의 적극적인 참여, 대중 접근성 확대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NFT가 소수의 전유물에서 대중이 즐기는 도구·상품으로 취급되는 시기가 온다는 관측이다.

 

미디어 기업은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의 대표적 미디어 기업인 폭스와 워너브라더스는 미디어가 NFT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똑똑히 보여줬다. 대중에 익숙한 IP(지식재산권)를 가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장점을 살려 IP 기반 NFT를 제작, 호평을 받았다.

 

블록체인크리에이티브랩에서 제공한 ‘출석 증명 프로토콜(POAP, Proof of Attendance Protocol)’이 대표적 사례다. POAP는 실제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에게만 발행하는 NFT 배지다. 가상 환경과 실제 경험을 연계하는 연결고리로 활용하거나 기념할 만한 발자취를 남기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데, 폭스는 여기에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 월드 레슬링 엔터테인먼트)’라는 자체 IP를 접목했다.

 

 

워너브라더스가 선보인 DC코믹스 기반 NFT 하이브리드 카드 Ⓒ더밀크

 

 

WWE 로고 이미지와 SXSW 2022, 블록체인크리에이티브랩 글자를 넣어 POAP 배지를 발행, 특별함을 더했다. POAP를 받은 방문객은 ‘2022년 3월 텍사스 오스틴에서 WWE로 유명한 폭스 행사장에 방문했다’는 추억을 블록체인에 새길 수 있었다.

 

워너브라더스는 대중의 큰 사랑을 받는 ‘DC코믹스(DC Comics)’ IP를 활용, 실물 캐릭터 카드와 NFT를 연동하는 색다른 체험을 제공했다. 워너브라더스 행사장에 참여한 관람객들에게 ‘하이브리드’ 카드팩을 제공한 것이다. 하이브리드 카드는 슈퍼맨, 배트맨 등 DC코믹스 캐릭터가 그려진 카드와 그 카드를 스캔하면 얻을 수 있는 NFT로 구성됐다.

 

스마트폰 전용 앱(Hro) 카메라로 실물 카드에 그려진 QR 코드를 인식하면 NFT가 발행되며 이 NFT는 앱 내에서 거래할 수 있다. 워너미디어는 155명의 DC코믹스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담은 카드 총 600만 장을 판매할 계획이다. DC코믹스 캐릭터 팬, 수집가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인 셈이다.

 

재미 요소 더한 NFT 활용 사례도 등장

 

물론 NFT가 정체된 미디어 산업을 부활시킬 도깨비방망이는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며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는 초기 단계의 시스템이다. 이런 기술과 산업에서는 언제든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실제로도 여러 약점이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적어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선택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인재와 자본이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고, 실제로 다양한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점도 NFT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게 하는 요소다. 투자 전문업체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2021년 블록체인·NFT 분야에 투자된 금액(2021년 11월 말 기준)은 274억 달러(약 32조 5,000억 원)로 2020년 65억 달러(약 8조 3,000억 원) 대비 4배 이상 급증했다. 2021년 투자된 금액은 앞선 10년 동안 투자된 것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P2E(Play-To-Earn, 게임하면서 돈 벌기)’, ‘MTE(Move-To-Earn, 운동하며 돈 벌기)’ 등 재미 요소를 더한 NFT 사용 사례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암호화폐나 NFT 기술에 관심 없는 일반 대중도 이 분야에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P2E 게임 ‘엑시인피니티(Axie Infinity)’를 만든 제프리 저린(Jeffrey Zirlin) 스카이마비스(Sky Mavis) 공동창업자는 “NFT 게임인 엑시인피니티를 하기 위해 ‘암호화폐 지갑(Ronin Wallet)’을 내려받은 횟수가 400만 건 이상”이라며 “엑시인피니티 같은 NFT 게임이 웹3의 대중화를 가속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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