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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현장] 법원 기자실 출입 소송의 의미
미디어현장 | 등록일 : 2022-01-28

2021년 11월 19일 서울행정법원은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이 서울고등법원을 상대로 제기한 ‘출입증발급 등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거부 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다. 이른바 ‘법원 기자실 출입 소송’의 전말과 법조 기자단이 소송의 표적이 된 이유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등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언론위원회 소속 변호사를 통해 2020년 12월 서울고등법원(이하 서울고법)에 서울법원종합청사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을 신청한다. 서울고법은 출입기자에게 출입증을 내주는 것은 맞지만 출입기자단 가입 문제는 기자단의 자율에 맡기고 있으므로 기자단 간사에게 문의하라고 답변한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등은 이 답변을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 신청에 대한 ‘거부 처분’으로 보고 이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낸다. 드디어 2021년 11월 19일, 서울행정법원은 이 “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한다. 서울고법은 항소했고, 현재 서울고법원장을 피고로 한 이 사건은 서울고법에 계류 중이다. 여기까지가 이른바 ‘법원 기자실 출입 소송’의 현재까지의 전말이다.

 

‘출입증 발급 거부 취소 소송’ vs. ‘법조 기자단 해체 소송’

 

이 판결의 의미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른바 ‘법조 기자단’을 비판해온 사람들은 애초에 이 사건을 ‘법조 기자단 소송’ 또는 ‘법조 기자단 카르텔 해체 소송’이라고 불렀다. 1심 승소로 법조 기자단을 허물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된 것처럼 환영했다. 이런 해석이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지 판결문을 살펴보자.

 

뉴스타파 등이 서울중앙지방법원(이하 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이 함께 사용하는 서울법원종합청사의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을 신청하자 청사 관리권자인 서울고법은 ‘기자단 간사에게 문의하라’고 통지했다. 1심 재판부는 서울고법이 스스로 결정을 명확히 내리지 않은 채 청사 출입 문제를 제삼자에게 미룬 것은 법치 행정 원칙에 어긋난다고 봤다. 적어도 서울고법이 원고에게 출입기자단의 의견을 받아오면 어떤 결정을 내리겠다고 하거나 혹은 직접 기자단의 의견을 받아서 처분할 수도 있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는 점을 판결문에서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또 서울고법이 기자단의 의견을 물어서 어떤 결정을 할 수도 있지만 이때도 스스로 수립한 원칙에 근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과정을 모두 생략한 채 거부 처분을 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기자단에 판단 일임은 잘못’ 지적… 서울고법의 선택은?

 

1심 판결문만 놓고 보면 앞으로 서울고법은 뉴스타파 등의 신청에 이런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문제가 된 것처럼 ‘기자단 간사에게 문의하라’는 무성의한 대응 대신 △기자단의 동의를 받아서 신청하라고 하거나 △일단 신청을 받은 뒤 직접 기자단의 의견을 물어보고 출입증 발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모두 1심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이러이러하게 할 수도 있었다’고 예시한 방식이다. 기자실 출입이나 출입증 발급 여부를 결정할 때 스스로 수립한 원칙에 근거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 서울고법은 청사 내에서의 보안 유지나 법원의 질서, 재판 관계인의 인권 보호 등을 출입증 발급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다.

 

서울고법은 이런 기준을 적용해 뉴스타파 등에 출입증 발급과 기자실 사용을 거부할 수도 있다. 1심 판결 취지가 ‘서울고법은 스스로 마련한 기준에 따라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이지 원고들에게 이를 허용하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기자실 사용이나 출입증 발급에 관한 사항을 기자단이 알아서 판단하도록 일임하지 말라는 것으로 기자단의 의견을 듣지 말고 서울고법 마음대로 하라는 것도 아니다.

 

이런 정도만으로도 판결이 무의미하다고 볼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판결로 마치 법조 기자단이 해체될 상황이 됐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판결문을 넘어서는 것이다. 항소심에서도 1심 판결의 취지가 유지된다면 서울고법은 자체적으로 기자실 사용이나 취재를 위한 출입증 발급에 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고, 구체적으로 신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기자단의 의견을 듣는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

 

‘법조 기자단’이 소송의 표적이 된 이유


지금부터는 왜 법조 기자단을 표적으로 이런 소송이 제기됐는지 생각해보자. 아무래도 이 소송은 몇몇 대형 사건들에 대한 보도를 둘러싸고 기자들이 검찰과 유착해 검찰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도 법조와 비슷한 출입처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유독 법조 기자단과 관련해 민변까지 나서 소송에 나섰던 것은 법조 기자단에 대한 비판적 시각의 반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법조 기자단은 하나의 이익을 공유하는 카르텔과 같은 집단이다. 검사들이 수사의 표적으로 삼은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정보를 흘려주면 기자들이 이를 받아쓰면서 여론을 조성하는 등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것이다. 검찰이 선택적으로 정보를 흘리는 것이나, 언론이 이런 정보를 크게 다루는 것은 문제지만 사실 이런 식의 일은 취재원이 강한 정보 통제권을 갖고 있을 때 어디서나 일어난다. 청와대나 국정원, 경찰 같은 권력기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보를 잘 통제할수록 정보에 목마른 기자들을 줄 세울 수 있는 힘이 커진다.

 

그런데 유착이라고 말을 하려면 무엇보다 공통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취재원과 기자가 추구하는 이익이 똑같기는 어렵다. 검사는 수사의 성공과 명성을 원하고 기자는 타사에 앞선 보도로 성과를 내기를 원한다. 기자에게는 수사 자체의 성공보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각종 부조리를 경쟁사보다 앞서 보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아가 언론은 검찰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통상 수사 대상과 그 주변을 상대로 경쟁적으로 취재해 보도하고, 그런 보도를 통해 드러난 것들이 수사의 단서가 되면서 사건의 파장이 증폭되기도 한다. 수사 대상으로서는 검찰과 언론이 한 팀이 돼 자신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일 가능성이 크다. 서로 앞서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언론사들이 수사 대상을 죽이기로 결의라도 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경쟁에 매몰된 언론이 확인되지 않은 혐의를 단정적으로 보도하거나, 본질에서 벗어난 망신주기식 신상털이 보도를 남발하면서 비판을 자초하는 경우도 많다.

 

논란이 됐던 보도들이 40여 개 매체의 200명이 넘는 기자가 포함된 기자단이 검찰과 집단적으로 유착한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지는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다만 이런 소송으로 얻으려는 궁극적 목표가 법조 기자단이라는 카르텔을 깨는 것이라면 좀 사안을 차분하게 볼 필요가 있겠다.

 

기자단 가입 여부에 따른 취재 여건의 현실적 차이


그렇다면 기자들이 법조를 취재할 때 기자단 가입 여부에 따라 어떤 실질적인 차이가 있는 걸까? 이번 소송 대상은 서울고법과 중앙지법이 있는 서울법원종합청사 출입 문제였지만 전체 법조 기자단 가입의 실효를 따져 보자.

 

기자단에 가입된 언론사는 기자실 내에 고정 좌석을 갖고 기자단을 통해 배포되는 각종 수사나 행사 등과 관련해 대변인 등이 발표한 내용을 전달받을 수 있다. 각종 판결문이나 요약문 같은 자료도 기자단에 배포된다.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재판 방청권을 취재진에게 줄 때도 법원은 기자단에 좌석 배정을 맡긴다. 이런 구체적인 이점 외에도 취재 대상 건물에 안정적으로 출입할 수 있고, 기사 작성을 하는 공간을 갖는다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결국 기자단에 가입하지 못한 기자는 각종 판결이나 보도자료, 수사나 재판 관련 일정 등에 관한 정보를 구하기 위해 기자단 소속 기자들에게 문의해야 한다. ‘기자가 기자를 상대로 취재를 하라는 말이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주요 사건 재판에 들어가려면 일반 방청객들처럼 줄을 서야 한다. 기자단 소속 기자들도 모든 재판에 직접 들어갈 수는 없지만 공동 취재단을 통한 취재를 할 수는 있다.

 

그런데 희망하는 모든 기자를 기자단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물리적인 공간의 제약이라는 현실적 문제와 함께 기자단에 제공되는 정보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있다. 정보가 어떻게 관리될지, 어떤 목적으로 정보를 사용할지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일부 부처에서 기사 작성의 편의를 위해 엠바고를 걸고 사전에 배포한 자료가 유출된 사례도 있었다.

 

보다 폭넓은 정보 공개로 나아가야

 

이 때문에 지금은 법조 기자단에 가입하려는 언론사는 △일정 인원이 상당 기간 법조를 출입하며 기사를 썼어야 하고 △기존 기자단 투표를 통과해야 한다. 우선 법조 기자단에 가입하려는 언론에 대해 첫 번째 요건을 요구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가 되기 위한 요건에도 들어 있는 것인데, 일상적으로 주요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의 기능을 보호하는 것이다. 안정적으로 수사나 재판에 대한 일상적인 취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상주하는 기자들을 중심으로 취재 지원 체계가 구축되는 것이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제도를 무조건 고수하는 것이 맞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개선점을 강구할 때 제일 중요한 기준은 누군가의 기자단 가입 여부를 넘어 제대로 된 공적 정보가 언론과 시민에게 전달되는 것이어야 한다. 정보 공개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기자단 가입 여부를 떠나 공개되는 정보가 제대로 없다면 기자실 사용이나 기자단 가입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실제로 최근 수년 동안 수사나 재판 관련 정보 제공은 대체로 축소되는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심지어 최근에는 공개 재판의 전제가 되는 공소장을 기소 이후에 공개한 것을 놓고 대검 감찰부는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까지 나서는 상황이다.

 

수사 기밀일 뿐만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수사 사항이 함부로 유출되는 것도 문제지만 모든 정보가 통제되는 상황도 바람직하지 않다. 언론은 수사라는 공권력 작용을 감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과 법원은 지금도 중요 발표를 할 때 그 내용을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지 않은 채 기자단에만 배포한다. 중요 사건에 대해 공보 담당 판사가 판결문 요약본을 공개하고 해설까지 해주면서도 인터넷에는 대부분 끝까지 관련 내용을 올리지 않는다.

 

물론 검찰과 법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경찰도 출입기자단에만 각종 보도자료 등을 배포하고 홈페이지에는 별 의미도 없는 행사 관련 정보만 올려놓는다. 일반 정부 부처들도 비슷하다. 기자단에 들어가지 못한 언론사들이나 민변 등이 이런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폭넓은 정보 공개를 위한 소송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이번 사안의 목표도 ‘제대로 된 보도를 위한 정보의 폭넓은 공개’에 있기 보다는 ‘법조 기자단’ 그 자체에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법조 기자단이 문제라면 오히려 그 카르텔에 끼워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정보의 폭넓은 공개를 요구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각종 발표·설명 자료 등이 기자단에 제공되는 시점에 인터넷으로도 공개된다면 대부분의 언론사는 굳이 소속 기자를 기자단에 가입시켜 법조 기자실을 지키게 할 이유가 없어진다.

 

물리적 공간의 문제와 직결되는 기자단 가입 문제의 경우 1심 판결이 지적한 것처럼 오롯이 기자단에게 판단을 맡기고 있는 것은 변경이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과 법원이라는 중요한 기관에 기자들이 출입하는 것은 그 자체로 권력 감시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실제로 출입 기자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기자실 자체가 별도 건물로 밀려나고 있고, 기자들이 접하는 정보의 질도 낮아졌다. 하지만 기자실을 희망하는 모든 기자에게 개방한다면 지금과 같은 방식의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지금처럼 기자단 투표를 통해 신규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은 변경할 수도 있다. 아예 법조 기자단을 위한 시설 이용에 관한 제3의 공적 논의 기구를 만드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법조를 출입하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주장이 나온 적이 있다. 법조 기자단을 대표하는 사람과 법원 검찰 관계자, 언론학자 등 외부 인사로 논의 기구를 만들어서 일정 기간마다 법조 출입을 희망하는 언론사를 대상으로 시설을 배정하는 심사를 하는 것이다. 이런 기구를 통해 검찰과 법원에서 전체 언론을 상대로 공개하는 정보의 범위를 심사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경찰 기자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방식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협회 윤리강령 실천 요강은 기자단과 기자실에 대해 두 가지를 언급하고 있다. 먼저 “출입처의 기자단 및 기자실이 취재 활동의 편의 이외의 집단 또는 개인의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고, 다음으로 “출입처 기자단의 단순한 보도 편의만을 위한 엠바고와 불합리한 담합을 삼간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규정으로는 기자단과 기자실을 둘러싼 논란을 해결하는 데 아무런 현실적 도움을 주지 못한다. 전반적인 취재 환경에 대해 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 단체들이 중심이 돼 실질적인 연구와 개선책 마련에 나설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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