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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유튜버를 협박한 일명 ‘사이버레커’로 불리는 또 다른 유튜버들이 구속 기소됐다. 대안 언론이라고 주장하는 그들에게 힘을 실어준 데는 이를 소비하는 구독자뿐 아니라 무비판적으로 따라간 기성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 사이버레커 문제에서 언론이 지향해야 하는 지점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유명 유튜버 ‘쯔양’의 사생활을 폭로한다며 협박해 돈을 갈취한 혐의로 유튜버 ‘구제역’과 ‘주작감별사’가 결국 구속 기소됐다. 유튜버 ‘카라큘라’는 쯔양에게 돈을 뜯어내라고 이들에게 권유하고 자신은 또 다른 유튜버를 협박해 돈을 갈취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유튜버 ‘크로커다일’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협박, 공갈, 강요죄다.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형법에 있는 전통적인 죄목이다.
쯔양의 유튜브 계정을 구독하는 사람은 2024년 9월 10일 현재 약 1,070만 명이다. 자신이 협박받은 사실을 공개했던 영상의 조회 수는 600만을 넘길 기세다. 그의 먹방 영상을 보면 조회 수 2,000만 회를 넘긴 것이 세 편이 있다. 가장 마지막에 올린 먹방 영상도 450만 회를 넘겼다.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도 많지만, 이 정도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구제역이니 주작감별사니 하는 이들도 나름 적잖은 구독자가 있었지만 쯔양과는 체급이 다르다. 하지만 이들은 인기 유튜버의 이미지를 훼손할 정도의 영향력은 있다. 이번엔 여럿이 힘을 합쳤다. 이들은 2021년쯤 ‘한국 온라인 견인차공제회’라는 조직도 만들었다고 한다. 사고가 나면 몰려오는 견인차에 빗대 사람들은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일에 몰려드는 유튜버들을 ‘사이버레커’라는 속어로 불렀는데, 아예 자기네 조직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SNS 단체 대화방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하고, 어떻게 돈을 받아낼지 상의했다고 한다. 구제역과 주작감별사는 2023년 2월 쯔양에게 “탈세와 사생활 관련 의혹을 제보받았다. 돈을 주면 이를 공론화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협박해 5,500만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구제역은 쯔양에게 “탈세 등 의혹이 공론화되길 원치 않으면 내 지인의 식당을 홍보해 달라”고 요구해 촬영을 강요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언론과 동일시했지만 목적은 ‘돈’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이 사용한 용어다. 제보, 공론화 같은 것이다. 자신들이 하는 일을 미디어, 언론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들이 평소 ‘정의 구현’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도 눈에 띈다. 하지만 이들이 나눈 대화 내용을 보면 이들은 사생활 관련 내용을 공개해 조회 수를 올려 돈을 벌거나, 혹은 비공개 대가로 돈을 뜯어내는 카드를 쥐고 있었다. 어느 쪽이든 그냥 돈이 목적이었다는 말이다. 심지어 “사이버레커연합회에도 제보가 들어갔다. 제보 내용이 공개되지 않도록 유튜버와 기자들을 관리하려면 5,000만 원 정도는 줘야 한다”고 겁을 줬다는 조사 내용도 있다. 역시 낡은 방식이다.
자신들이 받은 제보가 사실이고 유명인의 도덕성 문제여서 공론화했다면 명예훼손에 대한 면책을 주장해 볼 수도 있다. 그런 공익적 콘텐츠가 많은 조회수를 기록해 수익이 발생한다고 누가 비난하지 않는다. 이것이 정상적인 언론이 활동하는 방식이다. 제보가 사실일 뿐만 아니라 공익성이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대중 앞에 서는 사람을 상대로 사실 여부를 떠나 이미지에 부정적인 내용을 공개하겠다며 무리 지어 협박하고, 돈을 요구한 것은 아주 질 나쁜 범죄일 뿐이다.
우리 사회의 일부 직업적 유튜버들이 이런 지경까지 간 것이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지난 2021년 한강변 의대생 사망 사건 때 현장에 달려들었던 유튜버들은 확인되지 않은 온갖 의혹을 ‘단독’ 운운하며 퍼뜨리는 경쟁을 벌였다. 이런 유튜버들을 당시 KBS가 인터뷰했는데, 그들의 말은 자못 비장했다. 기성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자신들이 대안 언론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이런 유튜버들의 활동은 과장된 주장이나 의혹 제기에 그치지 않는다. 2020년 12월 아동 성폭행 등으로 복역했던 조두순이 출소할 때 호송차를 가로막거나, 차량 위로 뛰어올라 발을 구르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마을 입구를 점령하고 온갖 소동을 일으켰던 이들의 대부분도 이런 유튜버였다. ‘사이버레커연합회’라는 작명이 드러내듯 이들의 활동은 애초에 공익을 위한 것이라 볼 수조차 없다. 아무리 기성 언론에 불만이 많다고 하더라도, 이런 유튜버들을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럼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번 사건이 터지자 일각에서는 이런 문제를 겨냥한 강력한 법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허위 정보를 생산해 얻은 수익을 몰수하는 이른바 ‘사이버레커방지법’을 만들자는 국회 청원도 등장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사이버레커들로 인한 피해 가운데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건들을 재수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지금은 이런 범죄를 처벌할 법률이 없을까? 그렇다면 이번에 구제역 등 쯔양을 협박했던 유튜버들이 구속기소된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 사실 이들의 행위는 유튜브를 매개로 했을 뿐 전형적인 공갈, 협박, 강요에 해당한다. 정보통신망법을 통한 처벌도 가능하다. 유튜브를 통해 허위 사실로 명예훼손을 했다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범죄 행위로 얻은 수익은 지금도 추징할 수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이런 문제에 대한 국내의 형사처벌이 무조건 낮다고 보기도 어렵다.
소비자와 전통 언론에도 책임 있어
결국은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런 문제를 우리 사회 전체가 정말 중요한 문제로 다루지 않은 것이 이런 일이 반복되는 원인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무엇보다 이번 쯔양 사건처럼 공분을 일으키는 사건이 터지면 잠깐 들끓다가 그냥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유튜브에서 허위 사실을 퍼뜨리거나 엉터리 주장으로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람들이 이번에 적발된 것과 같은 행태를 보이는 사이버레커들 뿐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정치 등 시사 이슈를 다루는 상당수 유튜버도 사실 확인 없이 함부로 의혹을 퍼트리고 조회 수에 따른 광고에 후원금 수익도 올린다. 수위에 오른 채널들은 연간 수억에서 수십억 원의 수익을 올린다. 이런 채널의 문제도 마음만 먹으면 지금의 법체계 안에서도 충분히 다룰 수 있다. 유튜브가 외국 플랫폼이어서 비롯되는 어려움조차 수사기관이 의지를 보이면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다. 문제는 정치적 부담과 인식 부족으로 이런 범죄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말 큰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누군가의 사생활을 부당하게 파헤치고, 음모론을 포함한 의혹을 함부로 퍼뜨리겠다며 협박과 공갈까지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성업할 수 있는 것은 소비자가 있기 때문이다. 쯔양 사건 같은 일이 터지면 마치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목소리를 함께 높이지만, 평상시에는 누군가의 사생활을 폭로하거나 근거 없는 의혹을 퍼뜨리는 동영상을 열심히 구독하며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들이다. 이번에 구속된 유튜버들도 그런 소비자를 믿고 쯔양을 협박할 수 있었다. 쯔양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거나, 평소처럼 폭로 영상을 올려 수익을 올리는 것까지, 모두 충성 소비자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이런 영상물을 적극 소비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생각을 바꾸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유사 언론을 만들어 엉터리 폭로를 무기로 협박, 공갈 같은 질 나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이번에 쯔양이 한 것처럼 적극적으로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숨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과 법원도 이런 문제의 중요성, 심각성을 인식해 어렵게 문제를 양지로 들고나온 피해자들을 도와야 한다. 새로운 법을 만드는 문제는 지금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적용해 본 뒤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협박, 공갈, 강요의 수단이 새로 등장할 때마다 법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유튜버들이 협박, 공갈, 강요를 사업화하는 과정에 전통 언론도 상당히 기여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통 언론은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을 비롯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이슈를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며 하이에나처럼 조회 수를 긁어모았다. 온라인 공간에서 제기된 말도 안 되는 주장을 전통 언론이 어정쩡하게 따라가는 순간 사이버레커들은 협박과 공갈, 강요를 할 힘을 얻게 된다. 전통 언론이 이런 사건을 다루면 사이버레커들은 마치 정당성을 인정받은 듯 기세를 올린다. 전통 언론과 사이버레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슈를 끌고 가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더는 연출하지 않아야 한다. 한편으로는 사실상 공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이버레커 문제를 걱정하는 이중생활은 하루빨리 접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