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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삼프로TV 현상이 말하는 것] 언론인이 본 삼프로TV 현상
집중점검 | 등록일 : 2022-02-25

이번 대선 정국에서 떠오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현상’은 레거시 미디어의 위기를 되돌아보게 한다. 언론인에게 삼프로TV 현상이란 어떤 의미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반나절은커녕 시간 단위로 국면이 출렁인다.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대선 시계의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진다. 사건 발생-당사자 대응-상대방 반응-당사자 재반응 등으로 이어지는 대선 현장을 정신없이 좇다 보면 어느새 ‘좋은 기사를 쓰겠다’는 첫 마음은 까맣게 잊게 된다. 타이핑과 전화 돌리기로 대표되는 취재 그리고 마감이라는 현실만 존재할 뿐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현타’1)가 온다.

 

“나, 지금 여기에서 뭐 하는 거지?”

 

주간지 기자라 상대적으로 덜 그래도 되는 환경에 놓여 있지만, 마음이 바쁜 건 비슷한 처지다. 기자 수와 기사량은 과거에 비해 훨씬 늘었다는데, 이에 비례해 저널리즘의 질이 개선되지 않은 건 분명하다. 그에 반해 수용자의 반응은 더 매서워졌다. 업무의 고됨과 환경의 척박함을 토로하고 싶지만, 그건 결국 기자 사정이다. 나 또한 나쁜 기사를 평가하며 좋은 기사를 찾아 헤매는 독자이자 시청자기도 하다.

 

미디어가 주목해야 할 ‘삼프로TV 현상’

 

그렇기에 ‘삼프로TV 현상’은 2022 대선 정국에서 레거시 미디어 언론인이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이슈다. 현장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언론인에게 삼프로TV 현상은 많은 질문을 안겨준다. 유튜브 경제 전문 채널 <삼프로TV>는 기존 보도와 무엇이 달랐기에 ‘나라를 구했다’라는 환호를 받았을까. 수많은 대선 보도와 인터뷰가 쏟아졌지만 왜 하필 <삼프로TV>가 차이를 만들어냈을까. 레거시 미디어가 위기라는데, 삼프로TV 현상은 이를 부추기는 걸까. 어쩜 우리는 ‘가짜 위기’에 눈길을 빼앗겨 ‘진짜 위기’를 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먼저 <삼프로TV>에 주요 대선 주자들이 모두 출연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것은 의외로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 한국기자협회 주최 TV토론 내홍과 관훈클럽 주최 TV토론 무산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윤석열 후보의 출연 여부가 전체 보도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변수였다. 과거 대선과 달리 이번 대선은 TV토론이나 공중파 인터뷰조차 후보들이 골라 출연하는 모습을 보였다.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 쇠퇴가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후보는 “어떤 데인지 정확히 모르고 갔다”라고 밝히긴 했지만, 어쨌든 <삼프로TV>는 주요 대선 주자 모두의 출연을 이끌어냈다.

 

이는 동시에 유튜브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구독자 190만 명의 채널은 타깃 유권자층을 찾는 정치인의 니즈에 맞아떨어졌다. 2월 18일 현재 <삼프로TV>의 구독자 규모는 유튜브 채널 <MBC NEWS>(199만 명)보다 적지만 <KBS NEWS>(151만 명)보다 많다. 주식·부동산 등 자산 시장 정책에 대해 자신의 경쟁력을 어필하고 싶었던 대선 후보들이 출연을 결심했다. 덕분에 동시간이 아니더라도, 주요 주자를 모두 한자리에 놓고 비교해 볼 수 있는 효과를 낳았다.

 

또한 사람들은 대선 후보의 견해를 쭉 이어 듣는 형식의 <삼프로TV>에 만족감을 표했다. 해당 영상들에선 공격적 질문이나 상대방 말 끊기 대신 질문-재질문-재재질문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두루뭉술하거나 빈약한 대답에 대해 다시 물어보며 최대한 답변할 시간을 줬다.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었다. 이에 대한 호평 댓글이 많았다.

 

“대선 후보 토론인데 정책 싸움이 잘 안 보여서, 반가운 마음에 봤다. 시간 타령하면서 중간에 말 끊는 공중파 토론보단 백배 제대로였다.”

 

“이걸 보니 왜 미디어 권력이 공중파에서 유튜브로 온 건지 알겠다. 쓸데없는 형식 없이, 궁금한 것만 가감 없이 대화하는 방송이었다. 한 시간 반 동안 지루하지 않게 봤다.”

 

뜨거운 반응은 조회수로 나타난다. 2월 18일 기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편 698만 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편 362만 회, 심상정 정의당 후보 편 54만 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편 174만 회,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 편 32만 회를 기록했다. 누적 합계 1,320만 회가 넘는다. 2022년 대선의 유권자 수가 4,400만 명 정도가 될 것2)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높은 관심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유튜브의 선전은 새로운 방식으로 ‘정책’에 집중한 결과

 

사실 이번 대선에서 유튜브의 선전은 일찌감치 예측돼 오긴 했다. 민주화 이후 유권자의 직접 선택을 받아야 하는 대선후보들은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왔다. 2002년 ‘노무현 바람’에는 당시 막 떠오르기 시작한 인터넷언론이 있었다.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을 위협하는 새 미디어의 등장은 이후 대선 레이스에서도 계속됐다. 2012년에는 트위터, 2017년에는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SNS)가 그 역할을 했다. 사람들의 미디어 소비 형태가 변함에 따라 2022년 대선에서는 정치 관련 유튜브가 맹위를 떨칠 거라는 점은 쉽사리 예상 가능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삼프로TV 현상은 예측 범위 바깥의 일이었다. 각 대선 후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나 환호와 비판을 동시에 받는 정파성 강한 정치 채널이 아닌, 경제 전문 채널이 대선 시즌 유권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삼프로TV>는 여의도에서 회자하던 각종 의혹을 터뜨리거나 후보들의 센 발언을 위주로 전달하던 정치·시사 유튜브와는 다른 결을 가졌다. 알고리즘으로 확증편향을 재생산시킨다는 비판을 받던 유튜브가 정치권에서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유튜브 경제 전문 채널 <삼프로TV>에 대선주자(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김동연)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출처 - 유튜브 <삼프로TV> 모바일 화면 갈무리> 

 

핵심은 ‘정책’이었다. 시사IN은 지난 1월 각 대선 주자(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영상에 달린 댓글 11만 건을 분석한 바 있다.3) 해당 영상들에는 조회수 버금가게 댓글이 많이 달렸다. 2월 18일 현재 이재명 편 7만 3,000여 개, 윤석열 편 7만 500여 개, 심상정 편 4,200여 개, 안철수 편 3만 2,000여 개의 댓글이 있었다. 격한 비난이나 비속어가 드물어 분석 대상으로 삼기 충분했다. 댓글을 다는 사람들끼리도 감탄했다.

 

“정치적인 편 가르기 없이 영상에 대한 평가만 주를 이뤄서 읽기가 좋다.”

 

“댓글들이 극단적이지 않고 품격이 있다.”

 

‘정책’은 네 후보의 댓글 의미망 분석에 공통되게 잡히는 핵심 키워드였다. 댓글의 의미망을 분석해 지도를 그려보면, 네 후보의 의미망 지도 모두에서 ‘정책’은 가운데 큰 자리를 차지했다. 또한 지도에 등장하는 다른 단어가 ‘정책’이라는 단어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됐다. 그만큼 정책이 중심에 있다는 뜻이다. <삼프로TV> 해당 영상에 댓글을 남긴 이들은 각 후보의 정책을 알고 싶어 했고, 그에 기반해 각 후보를 평가했다. 다만 각 후보에 따라 ‘정책’이라는 단어가 긍정어기도, 부정어기도 했다.4)

 

정책에 대한 갈증과 이를 접하게 돼 반갑다는 <삼프로TV> 댓글 전반의 내용은 지금까지 레거시 미디어의 대선 보도 양상을 되돌아보게 한다. 정책 기사는 들이는 공에 비해 반응이 적은 편이다. 모두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그만큼의 대접을 받지 못했다. 특히 각 후보가 선거 레이스를 질주하는 과정에서 정책 기사는 우선순위가 되기 어려웠다. 대선 주자의 말과 행동은 선거 보도의 블랙홀이 된다. 관련 맥락과 검증에만 충실해도 좋은 보도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시시각각 벌어졌다. 여기까지가 ‘현실론’ 혹은 ‘경험론’이다.

 

그런데 그 현실과 경험이 깨지는 일이 일어났다. 대선 후보들이 <삼프로TV>에 나와 경제 정책에 관해서만 90여 분간 자기 생각을 풀어놨는데도, 모두 합쳐 1,300만 회가 넘는 조회수가 나왔다. 결국 문제는 방법론이다. ‘정책 기사는 인기 없다’가 아니라 ‘어떤 형식과 내용의 정책 기사가 인기 없었다’로 이해해야 한다. 지금껏 레거시 미디어가 관행적으로 정책 기사를 써왔다는 의미기도 하다. 지금껏 해오던 정책 보도의 패턴을 관습적으로 반복하다 삼프로TV 현상에 부닥친 셈이다.

 

그러기에 삼프로TV 현상은 레거시 미디어의 위기를 일부 드러낸 것이다. 검증과 의제 세팅 등으로 발휘했던 레거시 미디어의 전통적 영향력이 이제 유튜브로 전부 이동했다고 호들갑 떨 필요도 없지만, 현상 자체가 반짝하고 사라질 것이라 판단해서도 안 된다. 관습화된 혹은 낡은 사고방식과 행태는 부지불식간에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역습한다. 마치 레거시 미디어에게 <삼프로TV>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삼프로TV 현상은 이미 좋은 질문을 던졌다. ‘언론인 000 님에게 삼프로TV 현상은 뭔가?’ 현상에 대한 해법과 진단은 각자 다를 수 있다. ‘진짜 위기’는 이 질문을 인식하지 않고 있거나 외면할 때 온다.

 

 

 

 

 

 

1) 현실 자각 타임의 준말로 실제 상황을 깨닫게 되는 순간을 말한다. 편집자 주 

2) 선거인 명부는 2월 26일 확정되며, 2020년 총선 당시 전체 유권자는 4,399만여 명이었다. 

3) 데이터 기반 전략 컨설팅 기업 아르스프락시아(Ars Praxia)의 텍스트 분석 시스템을 이용했다. 

4) 김은지,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삼프로TV〉 댓글 분석해보니>, 시사IN, 2022.1.27.,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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