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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8일, 드디어 2년 1개월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다.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맞이한 첫 주말은 자유로운 일상을 즐기는 사람들로 많은 곳이 북적였고, 밤 늦게까지 주요 번화가는 불야성을 이뤘다. 우리들의 귀중한 일상은 지난 3년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어 5억 명이 넘는 인구가 감염돼 620만 명이 사망하고, 국내에서는 1,600만 명이 감염되고 2,100여 명이 희생된 뒤에야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4월 18일 기준). 국내의 코로나19 상황은 코로나19 병독성과 집단의 면역력이 균형을 이루는 당분간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새로운 변이형이 등장하거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집단의 면역력이 감소하면 균형은 깨지고,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코로나19 대응은 여전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원이 필요했으며, 신종 감염병에 대한 대중 교육 및 정책 자문이라는 측면에서 언론의 역할도 매우 지대했다. 언론은 코로나19에 대한 정보와 행동 양식들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파함으로써,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 방역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했다. 또한,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방송함으로써 코로나19에 대한 여러 방면의 정책을 간접적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언론의 긍정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한계를 드러낸 것도 사실이고 전문성 및 신뢰도는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돼, 이번 글에서는 전문성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자 한다.
만반의 준비 필요한 재난 관련 보도
언론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필자의 지난 글1)에서도 지적을 했고, 정확한 취재 및 정보 전달을 위한 좋은 전문가를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서 논의한 바가 있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방향에서 얘기를 나누고자 한다. 필자는 코로나19 대응 초기부터 여러 언론을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들을 제공해 왔으며, 주로 뉴스 프로그램의 생방송 대담이라는 형태로 방송에 출연했다. 지난주에 고정적으로 출연하던 3개 방송사로부터 대담 코너가 중단됐다는 연락을 받았고, 마음의 부담을 많이 내려 놓고 필자도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는 생각을 했다. 생방송 대담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즐겁고 좋은 경험이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부담을 주는 시간이었다. 필자가 느낀 생방송 대담의 부담은 크게 2가지였는데 하나는 시간 부족에 대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주제의 전문성에 대한 것이었다. 대담용 원고는 대부분 질문과 함께 질문에 대한 근거를 제공하는 기본 자료가 제공되는 경우가 많지만, 생방송은 여과 없이 필자의 발언이 방송되기 때문에 전문가라 하더라도 충분한 조사와 본인 주장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10~20분의 대담이지만 방송 전에 받은 질문지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된 정보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최소 1~2시간이 사용되며, 분장 및 방송국 이동에 대한 것까지 고려하면 대담 1회를 준비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시간은 최소 2~3시간 정도다. 그런데 필자가 경험한 많은 대담에서 방송용 원고를 전달받은 시간은 2~3시간 전이 가장 많았다. 한마디로 방송 출연은 미리 정해지지만, 방송 전 질문은 최소한의 시간만을 남겨 두고 전달되는 경우가 흔했다.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뉴스 및 방송의 특성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주기 어렵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전문가 역시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을 기반으로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조사 및 검증에 시간이 필요하다. 3시간 전에 원고를 전달받는 경우는 어느 정도 방송에 대한 준비가 가능하지만, 방송 출연 3시간 이내에 원고를 전달받는 경우는 전문가라 하더라도 충분한 검토 시간을 갖지 못할 수도 있다.
전문가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동 및 분장에 관련된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검토 및 검증의 수준을 낮출 수밖에 없다. 질문지는 다른 보도의 내용을 근거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해당 질문의 근거가 되는 보도, 보도의 근거가 되는 원본 자료 또는 논문, 관련된 외신 원문 및 원본 데이터까지 검토를 하지만, 부족한 시간을 가지고는 질문지에 적힌 자료나 근거가 되는 보도를 검토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이렇게 되면 원래 보도의 행간에 숨은 의미, 원문이 표현했던 내용, 데이터를 검토함으로써 알게 되는 새로운 내용들을 놓치게 되고 전문가의 의견이 아니라 근거가 되는 보도를 재인용하는 대담이 된다. 이런 대담은 전반적으로 내용이 부실하게 되며, 여러 전문가들이 나오더라도 비슷한 의견을 반복하는 대담이 되기 쉽다. 그리고 대부분의 의학 관련 전문가들은 환자와 관련된 급한 업무가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빠듯하게 질문지가 제공되면 역시 충분한 검토를 하기 어렵다. 전문가의 의견이 필요한 경우는 급작스러운 새로운 소식보다는 관련 분야에 대한 심도 깊은 견해일 것이므로, 가급적 정제된 질문을 가능한대로 일찍 전달하는 것이 전문가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전문가만큼 전문성 갖춰야하는 방송사
필자가 코로나19 관련 대담을 하면서 느낀 또 다른 아쉬운 점은 대담 주제 및 질문의 깊이와 다양성이었다. 전문가를 대담에서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주제의 선정이나 질문의 준비가 필요한데, 일부 대담에서 주제나 질문이 너무 피상적이고 유사한 질문이 반복된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적절한 대담에 필요한 주제와 질문을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전문성이 필요하고, 이러한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충분한 교육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력 교체가 자주 발생하고, 관련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어려운 방송 인력의 특성으로 인해 해당 분야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인력들이 방송 관련 대담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구조로는 깊이 있는 대담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 어느 정도 준비 시간이 있는 대담이라면 출연 전문가와 의견을 교환하며 적절한 주제와 질문을 선정할 수 있겠지만, 매일 이루어지는 대담이라면 이러한 방법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관련 인력의 적절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적 자원 개발을 위한 체계와 오랜 시간에 걸친 관심 및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미 확보한 인력에 대한 지속적인 보수 교육을 진행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상으로 필자가 방송에 출연하며 피상적으로 느꼈던 점에 대한 짧은 생각을 정리했다. 위에서 언급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관계자들이 잘 알고 개선하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연하게 방송에 나가게 됐던 외부 전문가로서도 짧은 시간에 반복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업무의 고단함은 충분히 알 수 있었고, 좋은 방송을 만들고자 하는 관련 인력들의 고민도 충분히 이해가 돼 부족한 글을 정리하게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즐겁지 않은 일로 인한 인연이지만, 알게 된 모든 인연들이 앞으로도 좋은 방송을 하기를 바라며 부족한 글을 마친다.
1) 이혁민, 인포데믹 방역의 핵심은 ‘전문성’, 《신문과방송》, 한국언론진흥재단, 88쪽, 2021년 11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