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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우크라이나 전쟁 보도의 명과 암] 전쟁보도의 어려움과 그 현실
집중점검 | 등록일 : 2022-04-2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약 한 달이 되기까지 우리 취재진은 현장에 갈 수 없었고 관련 보도는 외신에 의존해야 했다. 외교부가 취재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23년 동안 전장과 내전 현장을 취재해 온 김영미 PD에게 대한민국 전쟁 보도의 현실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나는 23년간 각종 전쟁과 내전 현장을 취재했다. 공식적으로 전쟁 취재를 시작한 것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었다. 그때 아프가니스탄은 전 세계 외신들이 모인 치열한 취재의 현장이었다. 종군 취재 초짜였던 나는 경험과 노하우가 많은 외신들에게 기본부터 찬찬히 배울 기회를 가졌다. 그들에게 배운 전쟁 취재의 원칙은 최대한 현장 가까이 가는 것이다. 전쟁 취재진은 군인이나 경찰관, 혹은 소방관처럼 위험을 감수하며 취재의 의무와 알 권리를 보장하는 직업이다. 즉, 전쟁을 취재하는 종군 취재진은 위험과 취재, 보도를 동시에 감수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수도 키이우(Kiev)에는 1,000명에 가까운 외신들이 치열한 취재 경쟁을 벌였다. 서쪽 도시 리비우(L’viv)에도 2진까지 포진한 국경없는기자회가 프레스센터를 차려 취재진의 안전에 만전을 기울였다. 키이우 인근 부차(Bucha)라는 도시에서 집단 학살 시신이 나왔을 때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외신들이 현장에서 합동 기자회견장을 만들어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그러나 이 현장에 우리 한국 취재진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한국 외교부가 취재진 보호를 내세우며 여권법으로 취재진의 취재 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2007년 8월부터 여권법에 의해 여행 금지 제도를 시행 중이다.

 

외교부 장관은 천재지변·전쟁·내란·폭동·테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국외 위난상황(危難狀況)으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신체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민이 특정 국가나 지역을 방문하거나 체류하는 것을 중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기간을 정하여 해당 국가나 지역에서의 여권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방문·체류를 금지(이하 “여권의 사용제한 등”이라 한다)할 수 있다. 다만, 영주(永住), 취재·보도, 긴급한 인도적 사유, 공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목적의 여행으로서 외교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여권의 사용과 방문·체류를 허가할 수 있다. (여권법 제17조)

 

현재 이 여권법에 의해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됐던 나라는 이라크(2007년 8월), 소말리아(2007년 8월), 아프가니스탄(2007년 8월), 예멘(2011년 6월), 시리아(2011년 8월), 리비아(2014년 8월), 우크라이나(2022년 2월 13일) 등이다.

 

2007년 여행 금지 국가 제도가 시작된 이래, 한국 언론은 국제 분쟁 뉴스의 대부분을 외신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적 시각·관점과는 거리가 있고 국익과 직결되는 중요한 취재를 외국 기자들에게 맡기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세계 경제 규모 11위, 영향력 10위권의 강대국인 대한민국이 국제 정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천재지변·전쟁·내란·폭동·테러 등의 뉴스 현장을 외신에 맡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의 선진국 지위는 누리고 싶어 하지만, 현실에서는 우리 시각의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 국제뉴스가 얼마나 중요한 정보인지 알고 있지만, 자국민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한국 취재진의 전쟁 현장 취재를 통제하는 것이다. 

 

여행 금지 국가 취재 허가 과정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쟁 국가에 대한 취재, 보도를 ‘허가’하는 나라다. 여행 금지 국가에 대한 취재 허가 과정과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취재허가서에는 취재 내용 및 일정과 경로를 다 표기해야 한다. -취재 내용과 일정은 언론사 내 타 부서에도 비밀로 할 정도로 긴밀한 내용이다. 그러나 외교부가 이를 허가서에 기재하라고 하는 것은 언론 검열에 가까운 처사이자 언론을 길들이기 위한 수법이다. 

△경호 업체에 대한 정보를 기재해야 한다. -전쟁 취재에 있어 경호 정보는 취재진의 목숨이 걸린 일이다. 그래서 경호원들의 얼굴이나 신상이 밝혀지지 않도록 보안에 각별히 힘을 기울인다. 그러나 외교부의 공식 서류는 이 정보를 원하므로 자칫 취재진에게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모든 필요 서류를 구비해 신청하고 허가가 날 때까지 최소 2주 이상 기다려야 한다. -이는 뉴스의 신속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절차다. 어떤 전쟁은 1~2주 안에 끝나기도 하고, 전 세계 취재진이 촌각을 다투며 현장으로 달려가는 전쟁 취재 특성상 전혀 맞지 않다. 

△취재 허가 여부로 어느 매체에 특종을 줄지에 대해 외교부가 통제력을 행사한다. -이번 우크라이나 취재도 SBS, KBS 양 매체 중 어느 방송사의 단독인지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이는 외교부가 어느 매체에 우선권을 줬는지를 판가름하는 기현상이 됐다. 

△한 나라의 입국 허가는 해당 국가의 주권에 해당한다. 우리 정부가 남의 나라에 대한 입국 허가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국가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전쟁 발발 직후 현장을 찾은 해외 기자들과 달리, 우리나라 취재진은 지난 3월이 돼서야 우크라이나에 입국할 수 있었다. Ⓒ연합뉴스

 

 

 제한적 취재 허가의 문제점

 

지난 2월에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외교부의 취재 허가제가 한국 취재진의 엄청난 반발을 가져왔다. 그러자 외교부도 취재의 자유를 무한정 제한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외교부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 제한적 취재 허가를 내줬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전쟁이 발발하고 약 한 달이 지난 3월 처음으로 국내 언론사가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를 받고 우크라이나에 입국했다. 허가 신청 후 약 보름 만이다. 촌각을 다투며 취재진이 취재현장을 누벼야 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신청 요건을 갖춘 언론사도 외교부 출입 언론사로 한정됐다. 독립 PD나 외교부 출입처가 없는 언론사들은 제외됐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경호 업체와의 계약서를 요구했다.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중소 언론 매체나 비정규직 언론인(프리랜서)에게는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전쟁 중에는 경호라는 의미가 무색하다. 이는 군대와 함께 움직이는 종군 취재라는 취재진 특성상 맞지 않다.

△취재 허가 지역은 키이우에서 약 500km 떨어진 최후방 체르니우치(Chernivtsi) 주에 한정하고 취재 기간은 3일 이내로 했으며 한 번에 4명 이하로 다른 언론사와 겹치지 않게 제한했다. 사실상 취재, 보도의 가치가 전혀 없는 장소와 기간을 국가가 지정하고 인원수까지 제한해 허가를 내준 것은 취재진 통제와 검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도 1950년, 종군 취재 기자들이 취재한 덕에 한국전쟁에 대한 기록이 남았다. 미국 종군기자의 한국전쟁 기록은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소중한 자료로 보존되고 있다. 또한 1980년 광주 민주화 항쟁 때도 위르겐 힌츠페터(J rgen Hinzpeter)라는 독일 기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을 취재 보도한 덕에 광주의 실상이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2009년 이스라엘-가자 분쟁 때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의 전장을 원천 봉쇄했다. 또한 어떤 외신의 출입과 취재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때 외신 기자들은 전장 봉쇄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프랑스 대통령은 자국의 기자들이 가자지구의 전장에 들어가 취재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이스라엘 정부에 요청까지 했다. 이들이 이렇게 취재 봉쇄라는 것에 예민한 이유는 알 권리 때문이다. 또한 각자 나라의 국익과 관련된 취재를 멈출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취재로 국민의 알 권리 보장해야

 

전쟁은 역사의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다. 우리가 전쟁을 취재하는 것은 스포츠나 취미가 아닌 역사를 기록하는 직업의 책무 때문이다. 문명이 진행된 현대, 취재 자유 보장은 기본 원칙이 됐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양국의 프로파간다(선전전)가 특히 부각되는 전쟁이다. 어느 나라가 거짓된 선전을 하는지 밝혀내는 것은 현장의 취재진이다. 다른 나라는 이 의무를 위해 수많은 취재진이 우크라이나 중심부에서 취재 활동을 한다. 그러나 이런 전장 취재진의 임무를 이해하지 못하는 대한민국 외교부의 지나친 통제는 한국 국민의 알 권리를 막는 것이며 국제뉴스의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것이다. 여권법으로 취재진을 처벌한 지난 15년간 대한민국 취재진의 시각으로 취재한 전장 기록물은 거의 전무하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왜 이때 외신들의 시각만을 전할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해야 한다. 안일하게 정부 핑계만 대고 있는 취재진은 국민적 비난을 받는 것이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단 한 명의 한국 취재진이 없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부끄러운 비난을 듣고 있다. 알 권리를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국민은 당연히 언론을 비난할 수밖에 없다. 또한 취재의 자유를 외교부에 구걸하는 언론의 한심한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이에 나는 대한민국 외교부가 입맛에 맞는 취재진에게 특종을 주는 형태가 돼버린 전쟁 취재를 더는 받아들일 수 없다. 지난 15년간 막대한 비용으로 근근이 현지 취재진을 고용해 취재하는 기형적인 취재 형태로부터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만약 전쟁 지역의 특수성상 여행 금지 국가를 지정해야 한다면 취재진에 한해 단순히 신고 후 입국할 수 있게 하는 정도로 제도를 개선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전쟁 현장은 단순한 국제뉴스가 나오는 곳이 아니다. 세계 각국의 이익과 시각이 복잡하게 엮여 있는 곳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취재진의 자유로운 취재는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이자 선진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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