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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저널리즘 하우투 17 - YTN <강릉 이야기>를 통해 본 탐사 보도 하우투
기획연재 | 등록일 : 2022-07-29

 

2021년 9월 20일 방송된 <강릉 이야기> <출처 - YTN 화면 갈무리>

 

 

KTX 강릉역 인근, 강릉시 교동 모텔촌에 이주 노동자들이 모여 산다. 모텔에 월세 내고 장기 투숙하며 그날그날 농촌과 어촌, 공사 현장을 옮겨 다니면서 일하고 일당을 받는다. 그들이 강릉에 자리 잡은 건 2017년부터다. 이듬해인 2018년 2월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강원도 일대에는 경기장과 선수 숙소를 짓기 위한 공사 현장이 수없이 생겨났다. 노동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신체 조건이 뛰어난 노동자들이 날아왔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그들은 강릉에 남아 강원도 일대의 1차 산업을 떠받치고 있다. 

 

지난해 5월 강릉 이주 노동자들 사이에서 코로나19가 집단 발병했다. 강릉역 인근 모텔촌은 사실상 코호트 격리됐다. 강릉시 행정명령에 따라 사흘에 한 번 이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 검사가 실시됐다. 음성 확인증이 없으면 일터로 나갈 수 없었다. 강제 검사나 다름없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주 노동자에게 진단 검사를 강제하는 건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메아리 없는 공허한 선언에 불과했다.

YTN 취재진은 5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강릉역 인근 모텔촌을 취재했다. 이주 노동자 대부분 스무 번 가까이 콧속에 면봉을 집어넣는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주 노동자 거주지는 ‘게토(Ghetto)’화 됐다. 한국인들은 그곳에 가는 걸 극도로 꺼렸다. 그들은 평소 이용하던 목욕탕에서 입장을 거부당했다. 한 초등학교는 이주 노동자 가정 아이에게 부모의 음성 확인증이 없으면 등교하지 말라고 했다. 그들은 거리에서, 대형마트 엘리베이터에서, 자신을 마치 바이러스처럼 바라보던 혐오의 시선들을 마주했다. 경험담은 생생했고 슬펐다.

 

<YTN 탐사보고서 기록>은 YTN 기자들이 만드는 기획 탐사 보도물이다. 심층 취재를 통해 사건 뒤에 감춰진 구조적 부조리를 추적하고 기록한다. 지난해 9월 20일 방송된 <강릉 이야기>는 팬데믹과 인권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강릉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비추는 미시적 접근을 통해 풀어냈다. 기자의 해설 없이, 강릉역 인근 모텔촌에 사는 내외국인 인터뷰만으로 40분을 구성했다. 인권 존중의 당위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차분하고 담담하게 ‘우리의 안전’과 ‘그들의 인권’에 관한 질문을 시청자들에게 던졌다.

 

 

<강릉 이야기>는 팬데믹과 인권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강릉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비추는 미시적 접근을 통해 풀어냈다. <출처 - YTN 화면 갈무리>

 

 

코로나19 시대, 인권의 의미를 묻다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생존이 걸렸는데 인권이 대수냐고. 그 대상이 외국인이라면 더 그렇다. 당장 우리가 살아야 하는데, 그들까지 생각해야 하느냐고 되묻는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건 풍요로울 때 선심 쓰듯 꺼내 쓰는 여윳돈이 아니다. 평화로울 때 존중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무시해도 되는 그런 편리한 가치가 아니다. 이 끝 모를 팬데믹 기간, 우리는 인권에 무감각하다. 지난해 전국 광역자치단체 17곳 가운데 10곳이 이주 노동자에 대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강제했다. 영국 등 서유럽 대사관이 발끈하고,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서울시는 철회했지만, 나머지는 그대로 밀고 나갔다.

 

<강릉 이야기>는 팬데믹 상황에서 왜 인권의 가치가 더욱 소중한지 취재했다. 그들을 차별하고 분리하면 그들만 괴로운 것이 아니라 우리도 고통스럽고 힘들다는 사실을,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로 보여줬다.


우리 안의 혐오와 차별을 드러내다

 

<강릉 이야기>는 이주 노동자의 다수를 이루는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당시 지방자치단체들은 이슬람 종교 행사인 라마단 때문에 코로나19가 퍼졌다며 강제 검사를 정당화했지만, 역학적 근거는 없다. 전문가 자문과 현장 취재를 통해 무슬림에 대한 혐오가 근거 없는 허위 정보와 기독교 근본주의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보여줬다. 더 나아가 강원도 일대 1차 산업 현장을 취재해 흔히 불법 체류자라고 부르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을 양산하는 건 우리 사회라는 사실도 보여줬다. 우리가 그들에게 시혜를 베푼 것이 아니다.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그들은 이 땅에서 땀 흘리고 있다.

 

이주 노동자 취재는 어려웠다. 그들은 시선을 두려워했다. 언어가 다르니 소통도 힘들었다. 특별한 비법 같은 것 없다. 강릉역 인근 이주 노동자 집단 거주지에서 석 달 정도 살다시피 했다. 조심스럽게 천천히 다가갔다. 선한 사람들이었다. 코로나19 감염 경험이 있는 이주 노동자, 차별을 겪은 이주 노동자, 그리고 이른바 불법 체류자들이 입을 열었다. 자신들을 향한 혐오와 차별에 분노하면서도 일자리를 주고 치료도 해준 우리에게 고마워했다. 이주 노동자들을 가족 같이 대하는 한국인도 적지 않았다. 한 미용실 사장님은 몸 아픈 키르기스스탄 청년을 사비를 털어 치료하고 본국으로 보내줬다. 취재가 끝난 뒤 제작에 들어갔는데, 미용실 사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청년이 본국에서 끝내 숨졌다는 소식이었다. 다시 강릉으로 가 인터뷰했고, 다큐멘터리의 구성을 바꿨다. 강릉 이주 노동자 커뮤니티의 마당발 역할을 하는 러시아 여성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를 만난 곳도 현장이었다.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의 힘은 강하다. 탐사 보도를 하면서 언제나 깨닫는 교훈이다.

 

강릉에서 심층 인터뷰한 이주 노동자와 주민만 42명이다. 그들의 말을 텍스트로 풀어내니 두꺼운 책이 세 권이었다. 국내 이주 노동자는 200만 명에 이른다. 그들을 우리와 분리하는 정책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어떻게 더불어 살 것인가? 우리 사회는 그 답을 찾아가고 있다. 적어도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그들의 인권’과 ‘우리의 안전’은 다른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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