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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매체에 익숙한 MZ세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뉴스를 접하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는 그런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MZ세대의 뉴스 소비 방식을 짚어보고, MZ세대와 언론 간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해법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매체사는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는 어떤 답이 어울릴까. 아마 대체로 공영방송 KBS를 비롯해 지상파 방송사, 종합 일간지, 혹은 지역에 깊게 뿌리내린 지역 언론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한 20대의 실제 답변은 언론계 종사자나 언론학자의 예상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21 언론수용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는 네이버(34.4%)를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으로 꼽았다. KBS(12.7%)와 JTBC(9.9%)가 뒤를 이었지만, 그다음 순위로 유튜브(7.9%)가 이름을 올린 것도 특기할 만하다. 60대 이상에서 KBS, MBC 등 소위 ‘레거시 미디어’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과는 명확히 구분된다.
이 결과물을 받아 든 언론 종사자 다수는 ‘플랫폼과 언론사를 구분하지도 못하는 독자들 같으니라고!’라며 혀를 끌끌 찰지 모른다. 하지만 어디 이것이 미디어 환경을 잘 알지 못하는 독자만의 잘못이랴. 언론이 플랫폼과 구별되지 못한 채 존재감을 잃어가는 데는 사라진 독자를 찾으려는 노력에 소홀한, 특히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2)라 불리는 2030 젊은 독자군을 발굴하고 시대 흐름을 따라가는 데 실패한 스스로의 탓이 적지 않다.
언론 생태계에 대해 무척이나 무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거시 미디어에 충성도가 높은 60대보다 20대의 세상에 대한 호기심, 정보 탐색 및 습득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정보 범람의 시대, 디지털 네이티브에 가까운 이 독자들은 오히려 어떤 집단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취사선택하는 데 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소식과 정보가 고여있는 네이버와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언론으로 생각하거나, 언론의 역할을 한다고 보는 태도를 갖는 것을 어찌 비판만 할 수 있을까.
MZ세대 독자는 뉴스를 어떻게 접할까
‘뉴스를 안 보는 시대라고? 모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고 있잖아?’ 사생활이 중요한 시대인 것을 알지만, 북적이는 만원 지하철에서 시선을 둘 곳이 마땅치 않을 때면 독자들의 행동을 관찰하기 위함이라 정당화하며 타인의 스마트폰 스크린을 흘깃 보곤 한다. 그럴 때면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많은 확률로 다수 시민은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뚫어져라 보고 있지만, 역동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이들의 화면을 들여다보면 뉴스 가치가 꾹꾹 담긴 활자가 가득하다. 다만 그 형태가 확연히 달라졌을 뿐이다.
다매체·멀티플랫폼·디지털의 시대, 독자들은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 나서고 있다. 출근길 아침이면 휴대폰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재빠르게 공유되는 ‘아침 뉴스 브리핑’ 소식지가 한 예다. 한때는 기업 홍보 담당자 등만 읽었을 법한 조간 뉴스 브리핑 형식의 메시지가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보편화된 메신저를 통해 일반 독자에까지 가닿고 있는 것이다.
정부 정책, 투자 상황, 사건·사고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메시지는 간편하고 효율적인 정보 습득이 필요한 일군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아 버렸는데, 여러 개 일간지의 내용을 모조리 요약한 경우도 적지 않고 이따금 주요 일간지의 지면 기사도 이미지 파일 형식으로 공유된다. 물론 제호와 편집이 드러나지 않는 이런 이미지 파일만을 보고 독자들이 구체적인 출처를 구분하고 식별하기란 쉽지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MZ세대가 적극적으로 뉴스를 발굴하고 의견을 공유하는 장(場)이 된 지 오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지난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MZ세대의 71.4%가 ‘최근 한 달 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온라인 커뮤니티는 MZ세대가 시간을 보내는 흔한 공간이다.
디시인사이드, 에펨코리아, 클리앙 같은 남초 커뮤니티와 여성시대 등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화제가 되는 뉴스 기사를 정성스레 캡처해 게시물로 편집한 글을 무척 쉽게 찾을 수 있다. 파급력 있는 이슈를 다룬 커뮤니티 게시물에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는 것은 보편적 풍경이다. ‘달글(한 주제에 대해 댓글로 토론하는 글)’을 만들어 주요 기사의 링크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특수한 경우에 ‘화력(기사 댓글 작성과 추천 등으로 집단 의견을 표출하는 행위)’을 모으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신문 지면이나 언론사 닷컴 웹페이지를 통해 측정할 수 있는 독자 관여(engagement)는 아니지만, 분명 저널리즘을 향유하고 확산하는 새로운 방식임에는 틀림없다.
구독자 200만여 명(7월 기준)을 자랑하는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경제의 신과 함께(이하 삼프로TV)>는 기자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등 파죽지세로 성장하고 있다. 경제 분야에 관심 있는 수용자에게 <삼프로TV>의 영향력은 지상파 방송 혹은 경제신문의 위상을 뛰어넘는다. 한 예로 지난 대선 각 후보는 <삼프로TV>에 출연해 1시간 30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경제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는 통상 레거시 미디어에 요구되었던 역할이지만, <삼프로TV>라는 새로운 형식과 시도가 덧입혀져 최대 약 700만 회의 조회수를 올리기까지 했다.
<삼프로TV>의 무엇이 달랐고, 미디어 환경의 무엇이 달라졌을까. 채널의 진행자인 김동환 이브로드캐스팅 의장은 단행본 《힘의 역전2, 달라진 세계》에서 “우리 사회 ‘미들(middle·중간매개자)’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으로 경제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문사가 그냥 좋은 신문만 만드는 일을 하면 지금처럼 비대해질 일은 별로 없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날까요? 미들이 너무 비대해져 그것을 관리하느라 그렇습니다. 디지털 시대는 직거래가 가능하고 직접 연결이 가능합니다. 굳이 미들이 필요하지 않아요. 그래서 디지털 콘텐츠 방송을 시작한 것입니다.”
MZ세대 독자는 어디에 관심을 갖는가
디지털을 통한 정보 직거래의 시대, 그렇다면 매개력을 잃어가는 레거시 미디어는 어디서 연결 능력을 회복할 수 있을까. 그것은 새로운 독자들이 중요시하는 시대정신을 재빠르게 포착하고, 그에 대해 집요하게 취재해, 그들의 삶에 녹아드는 데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여전히 언론사에서는 ‘정·경·사(정치·경제·사회)’로 대표되는 주요 포스트에서 생산하는 기사가 주요 보도로 취급된다. 권력을 가진 이들의 의사결정 하나하나가 국민 모두의 삶에 직결되기에 언론이 중히 다뤄야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꼭 MZ세대 독자가 중요시하는 기사 가치와 일치한다고 할 수 있을까. 대부분 산업군에서 MZ세대를 ‘새로운 주 소비층’으로 규정하고, 타깃층에 걸맞은 주력 상품을 개발하려 애쓰는 것과 달리 유독 언론사에서는 여전히 MZ세대를 ‘신풍속’을 주도하는 변방의 독특한 집단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도드라진다.
디지털과 개인주의로 대표되는 시대를 주 무대삼는 MZ세대는 더 이상 묵직한 거대 담론을 자신에게 중요한 이야기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산업화·민주화와 같이 한 세대를 묶는 집단 서사도 존재하지 않는다. 맹목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이념을 지지하지도 않는다. 근래 치러진 굵직한 세 번의 선거에서 특히 20대의 표심은 매 순간 요동쳤고, 특히나 같은 연령 안에서도 성별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3)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MZ세대가 추구하는 가치와 관심사에 대해 조사한 바(2019년 1534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및 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환경 관련 이슈(40%)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감을 실제 위협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이들의 세대적 특징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밖에 동물 이슈가 31.2%로 네 번째에 위치했고 △역사의식·역사문제 이슈(30.2%) △소외계층·약자 이슈(28.9%) △직업 처우 개선 관련(28.7%) △성평등(23.1%) △성소수자(12.4%) △비건·비거니즘(8.0%) 등이 뒤따랐다. 이는 오늘날 신문·방송사가 중요하게 판단하는 가치와 ‘상이하다’고 단정 지을순 없지만, 여전히 권력기관과 유력 정치인·기업가 등의 행보나 발언에 큰 가중치를 두는 뉴스가 늘 피라미드의 상단에 오르는 현실을 고려하면 ‘부합한다’고 확신하긴 어렵다.
‘언론-MZ세대 수용자의 관심사 괴리’는 자연스럽게 젊은 독자들이 레거시 미디어를 떠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전 생애에 걸쳐 조간신문을 읽고 저녁 방송 뉴스를 보는 ‘뉴스 소비 습관’이 조금도 들지 않고, 자유롭게 디지털 세상을 누비는 MZ세대 독자들에게서 이러한 행태는 더욱 구분된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여러 언론이 새로운 조직과 포지션 등을 도입하며, 기존 언론이 충분히 들여다보지 못했던 사각지대를 밝히고 MZ세대 독자들의 가려움을 긁어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일보의 경우, 2년 전 만들어진 ‘어젠다기획부’ 아래에 ‘기후대응팀’과 ‘마이너리티팀’을 두고 있다. 기후 위기와 소수자 의제에 있어 심층보도를 기획하는 기자들을 전진 배치함으로써, 새로운 의제에 한국일보가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예다. 그 밖에도 동물권과 동물복지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애니로그랩’, 사회 초년생이라면 한 번쯤 고민할 법한 지속가능한 일터와 커리어 개발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전초기지 ‘커리어랩’, 스타트업에 대한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관점을 제공하는 ‘스타트업랩’ 등 MZ세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 기자 1인이 하나의 콘텐츠 실험실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1인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6월 정기 인사를 계기로 1인랩인 ‘허스펙티브랩’에 소속돼 젠더와 페미니즘, 여성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지난해 한국일보 뉴스룸의 콘텐츠 전략과 대외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커넥트팀’에 소속됐을 당시 진행된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뉴스레터 ‘허스토리’를 시작하면서 젠더 이슈와 연을 맺게 됐다. 이후 여러 SNS 채널 팔로워를 포함해 1만 명에 가까운 구독자와 팬을 확보하게 되면서 기존 젠더 뉴스레터 발송 이외에 관련 콘텐츠 생산까지 아우른 새로운 뉴스 브랜드 허스펙티브를 기획했다. 특히 직전 커넥트팀이라는 신생 조직을 통해 디지털 환경에서 독자들과 접점을 만들어내기 위한 다양한 방편과 문법을 고민했던 만큼, 올해부터는 이를 젠더 이슈라는 현업에 적용해가며 콘텐츠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멀게만 느껴지는 언론사와 ‘거리두기’를 이어가는 MZ세대 독자에게 다가가려는 허스펙티브의 열쇳말은 ‘연결’이다. 멀찍이 떨어져 있는 독자들을 다시 저널리즘의 세계로 초대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다가가기’를 시도한다. 지금 당장 내가 알고 싶어 하는 주제를, 다른 뉴스들만큼이나 심층적이고 비중 있게, 그러나 다정한 말 걸기의 방식으로 격주로 뉴스레터를 써 나간다. 성평등에 관심은 있으나 첫 걸음을 떼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무물(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뜻으로 MZ세대가 사용하는 밈)’ 콘텐츠를 제작하고, 저널리즘의 기본에 복무하는 팩트체크 코너를 연재하고 있다.
형식적 실험의 일례로 한국일보는 MZ세대가 열광하는 MBTI 테스트를 여성, 동물 등의 주제로 각색해 온라인상 젊은 독자들이 재밌게 즐기고 한국일보의 브랜드를 각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경험 서비스를 지난해 이래로 선사하고 있다. 또한 소비생활에서 개인 신념과 가치를 드러내는 ‘미닝 아웃(Meaning Out)’이 이들을 대표하는 키워드인 만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후원할 경우 프리미엄 인터뷰 뉴스레터를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구독 서비스를 실험해 보기도 했다. 주체적으로 여성의 길을 넓혀가는 여성 개척자 인터뷰 시리즈와 연대감을 더하는 각종 굿즈 꾸러미를 더한 프로젝트에 지난해 1,000만 원이 넘는 후원액이 모였다.
진심은 통하는 걸까. 허스펙티브 뉴스레터 독자들의 실시간 반응이 쌓이는 피드백 폼에는 매번 이 같은 반응이 돌아온다.
“이런 양질의 뉴스레터를 공짜로 볼 수 없어요. 후원할 방법 없나요?”
“다양한 자료가 있지만 이 뉴스레터가 가장 편하고 안정적이어서 좋습니다. 오래 이어지길 바랍니다.”
어쩌면 MZ세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첫 단추는,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빼고 그들의 눈높이에 서서 미들로서의 친절한 역할을 복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1) 이 글의 제목은 1999년에 발표된 힙합 듀오 드렁큰 타이거의 곡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를 차용했습니다.
2) 수백만의 개인을 한번에 통칭하는 ‘세대’라는 구분은 태생적으로 일반화의 오류를 내재하는 한계를 갖는다. 그러나 ‘디지털’이라는 속성은 계급, 젠더, 학력 등의 구분에 비해 전세대적으로 영향을 미친 생활양식이라는 점에서, 본 논의에서는 시계열상 같은 시기에 유사한 사건·사고와 문화를 향유한 이들을 연령으로 구분한다는 측면에서 ‘MZ세대’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3) 2020년 총선, 2022년 대선, 지방선거 등에서 20대는 특히 성별에 따라 다른 투표 성향을 보였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20대 이하 남성 유권자는 58.7%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으며, 20대 이하 여성 유권자는 33.8%만이 윤 후보를 지지했다. 반면,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경우는 남성이 36.3%, 여성이 58.0%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