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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출근길 문답, 이른바 ‘도어스테핑’이 뜨거운 감자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일로 국민의 관심이 크다. 막상 직접 취재하는 기자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기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시작된 출근길 기자들과의 문답, 일명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대통령이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간단히 답변하는 일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고, 윤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으로 번져 때론 화제의 중심이 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출근길 문답이 끝나면 기자들은 대통령의 말을 직접 인용하거나 사실 확인을 검증하는 기사를 쏟아냈고, 자연스레 국민의 이목도 출근길 문답에 쏠렸습니다. 출근길 문답이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난 시점, 과연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먼저 취재를 위해 주요 출근길 문답을 복습하며 주요 발언과 논란을 정리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질문지를 짜 직접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에게 전화를 돌렸습니다. 워낙 대통령의 실언도 많았고, 여권 내부에서조차 출근길 문답을 그만둬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던 터라 기자들에게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일 줄 알았습니다. 답변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출입 기자들은 대통령의 파격적인 소통 행보라는 점에서 대체로 출근길 문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대변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대통령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 같은 긍정 평가는 최근 기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기자협회보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객관적으로 입증됐습니다. 기자협회보는 최근 한국기자협회 창립 58주년을 맞아 7월 29일부터 10일간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출근길 문답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7.7%가 ‘긍정적’이라고 답했습니다. ‘매우 긍정적이다’ 18.9%, ‘약간 긍정적이다’ 38.8%의 비율이었습니다. 부정적인 평가는 34.8%였습니다. 윤 대통령의 전반적인 국정 수행에 대해선 압도적으로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음을 생각하면 적어도 출근길 문답만큼은 기자들이 별개로, 또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취재 당시 들었던 말들도 비슷한 맥락이었습니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은 “춘추관 출입인지, 청와대 출입인지 헷갈렸던” 이전의 도식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취재원인 대통령과 직접 맞대면하며 궁금했던 질문을 거리낌 없이 던질 수 있는 취재 환경을 바람직하다고 봤습니다. 종합편성채널 한 기자는 “청와대에선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며 “항상 비서관이나 수석들의 얘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받아 말의 정확한 맥락을 알 수가 없었는데, 그런 점에서 도어스테핑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역지 한 기자도 “과거처럼 아예 기자들을 만나지 않는 것에 비해선 도어스테핑이 훨씬 도움이 된다”며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니 우리가 불필요하게 의중을 분석할 필요가 없다. 논란은 있지만 저는 아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고 했습니다. 용산으로의 대통령실 이전이 세금 낭비인 것 같아 부정적으로 바라봤는데, 출근길 문답을 시행하면서 그 생각이 달라졌다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한두 번으로 끝날 줄 알았던 출근길 문답이 지속되자 소통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인정하는 여론이 형성된 듯 보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1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출근길 문답, 개선할 지점 많아
다만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은 출근길 문답에 여러 개선할 지점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민감한 현안이 나오면 개인적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거나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정책 혼선을 발생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더 심하지 않았나” 등 이전 정부와 비교하는 식의 답변은 부정적인 여론을 키웠습니다. 인사와 관련해서도 여러 발언이 논란이 됐는데,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의 후보자 시절 음주 운전 이력이 논란이 되자 “음주 운전 그 자체만 가지고 이야기할 건 아니고” 등의 말을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공교롭게 이 시기 국정 수행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역전되는 상황이 발생하며 출근길 문답은 지지율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소 중 하나로 평가됐습니다.
통신사 한 기자는 “본인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건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제된 단어로 표현하면 기자든 국민이든 의도한 바를 정확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좀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질문은 당연히 아플 수밖에 없는데, 좀 더 관용적인 자세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최근 들어 출근길 문답에 변화를 주는 등 메시지 관리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말실수가 잇따르자 간단하게 질문만 받던 형태에서 먼저 모두 발언을 하고 이후 질문을 받는 등 정제된 형태로 바꾼 듯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심층적인 질의응답은 이뤄지기 힘들어 보입니다. 출근길 문답이 너무 짧은 순간에 이뤄지다 보니 심층적인 답변을 듣고 싶어도 대통령이 단답형으로 대답을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12일까지 총 35번의 출근길 문답을 진행했는데 총 진행 시간은 약 80분, 총 질문 횟수는 138개였다고 합니다. 이를 계산해보면 한 번의 출근길 문답에 2분 남짓이 소요됐고, 질문 한 개당 답변 시간이 30초도 안 됐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기자들은 매일 출근길 문답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일주일에 한두 번으로 줄이고 20~30분 심층적으로 질의응답을 할 수 있는 방식이 도입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이 8월 14일 공개한 ‘오피니언 리더 100인 설문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이 현행대로 출근길 문답을 유지하되 질의응답 방식을 바꾸고 횟수를 줄이는 등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이 36%로 가장 많았습니다.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정례 기자회견 등을 병행한다’는 답변도 26%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출근길 문답을 유지하되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출입 기자뿐만 아니라 다수의 생각으로 보입니다.
기자들 간 질문 조율 필요성
보도 방식 점차 바뀌고 있어
한편에선 기자들 간에도 질문을 조율할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기자들이 비슷한 질문을 매일 반복하다 보니 대통령도 사람인지라 짜증이 날 수 있다는 겁니다. 기자단 안에서만 공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질문을 정리하면 훨씬 많은 정보를 대통령에게 들을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이 일부 있었습니다. 다른 쪽에선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구체적인 설명이 보완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대변인실 등에서 대통령 발언을 두고 배경과 맥락을 설명해야 하는데, 오히려 오해가 쌓인다는 겁니다. 여러 측면에서 출근길 문답이 정비돼야 한다는 의견들이었습니다.
출근길 문답 형식도 문제였지만 당시엔 관련 보도도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습니다. 별도의 사실 확인이나 추가 취재 없이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받아쓰는 기사가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관련 기사가 나왔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서 도어스테핑을 검색해봤는데, 출근길 문답이 시작된 지난 5월 11일부터 8월 15일까지 54개 언론사에서 총 1,809건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하루 평균 약 19건의 출근길 문답 기사가 나온 것인데, 일부 언론사에서 도어스테핑이란 단어를 쓰지 않는 걸 감안하면 이 양은 더욱 늘어날 걸로 보입니다.
취재 당시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보도 내용과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데 동의하는 기자들도 많았습니다. 다만 출근길 문답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으므로 차츰 나아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경제지 한 기자는 “예전엔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직접 내는 일 자체가 적어서 대통령의 말은 무조건 속보로 나갔다”며 “출근길 문답 초기에도 익숙하지 않으니 그런 방식으로 보도를 많이 했다. 다만 요즘엔 대통령의 말 중에서도 기사화하지 않는 것들도 여럿 있어서 점점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처음과 달리 대통령의 발언에 날을 세우고 사실 확인을 하는 노력을 보이는 언론사는 늘어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의 경우 최근 35차례 출근길 문답을 전문 형식의 기사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이 전문을 분석하면서 “출근길 문답은 윤 대통령의 ‘공식 업무’가 아니고 따라서 공식 기록으로도 남지 않는다”며 “대통령실이 ‘비공식 업무’라고 규정한 출근길 문답은 정치·경제·사회·외교·안보 등 국정 전반에 걸쳐 있다”고 분석 취지를 밝혔습니다.
출근길 문답은 계속돼야 한다
윤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을 시작한 지도 벌써 석 달이 지났습니다. 국민과의 소통을 늘리겠다며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한 이후 윤 대통령은 대체로 휴일과 외부 일정이 있을 때를 제외하곤 출근길 문답을 지속해왔는데요. 다만 여러 논란 때문인지 출근길 문답이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치는 주범으로 지목되며 몇 차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7월 11일엔 대통령실이 코로나19 재유행을 이유로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한다고 했다가 다음날 윤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을 재개하는 해프닝이 일어났고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간 문자 내용이 공개된 7월 26일부터 8월 7일까지도 출근길 문답이 중단된 바 있습니다. 멈춘 배경에도, 재개한 배경에도 항상 ‘위기관리설’이 떠도는데, 아마 국정 수행 평가가 3주째 20%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출근길 문답이 실제 국정 수행 평가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어떤 이유가 있든 출근길 문답은 계속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탈피하는, 역사적인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화는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지속돼야 한다고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은 입을 모아 말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재유행을 핑계로 출근길 문답을 잠정 중단한다고 했을 때 여야 모두 은근히 환영하는 분위기였던 걸 감안하면 더욱더 말이죠. 경제지 한 기자의 말로 이 글을 끝내려 합니다.
“잘 드는 칼이 있는데, 그 칼로 어떤 사람을 찔렀다면 찌른 사람을 욕하지 칼을 욕하진 않잖아요. 대통령이 발언을 잘못한다고 해서 도어스테핑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됐든 간에 기자들을 피할 수 없게끔 하는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