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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사의 80%가 디지털 유료 구독을 실시하고 있지만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역 언론은 디지털 환경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크게 축소된 상황이다. 미국 지역 언론의 위기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 2월 27일 CBS의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에서는 지역 언론의 위기를 집중 조명했다. 이전에 호황을 누렸던 펜실베이니아 포츠타운머큐리(Pottstown Mercury) 신문사는 이제 단 한 명이 지역 행사를 취재하고 신문을 발간하며, 오랜 전통의 시카고트리뷴(The Chicago Tribune)은 헤지펀드에 팔려 재정난과 건물 매각을 경험하는 등의 위기를 보여줬다. 이는 현재 미국 지역 언론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동시에 다양한 위기 타개 시도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미국 지역 언론 위기의 의미와 어떤 회복 움직임이 있는지 살펴본다.
지역 언론 붕괴는 민주주의 위기
디지털 시대의 무한 경쟁은 누구나 정보 생산자가 될 수 있는 프로슈머(prosumer)를 탄생시켰으나 동시에 흐름을 잘 파악하고 적응하는 자만이 생존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특히 언론 산업의 경우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야 했다. 이 적응 과정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한 것이 튼튼한 인프라, 그리고 자본이다. 인프라가 건실한 뉴욕타임스도 인터넷 뉴스 시대 초기에는 무료로 뉴스를 소비하는 환경에서 고전했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확산, 다양한 뉴스 채널의 등장으로 종이신문 구독이 급격히 감소하자 이를 타개할 대안을 모색했으며 결국 도달한 결론은 디지털 신문의 유료화였다. 디지털 신문 유료 구독을 추진하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된 것은 고품질 저널리즘과 이미 축적된 충성 독자층이었다. 이들을 중심으로 ‘고급 정보는 유료’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시도를 했으며 뉴욕타임스는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2010년대 초반부터 언론사 최초로 디지털 유료 구독을 실시했다. 이후 미국 모든 언론사의 80% 이상이 디지털 유료 구독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2022년 현재도 여전히 디지털 유료 구독에서 가장 성공을 거두고 있는 언론사는 전국지인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이며 지역 언론으로 갈수록 각 지역 언론사의 잠재 구독자 중 5~10%만이 디지털 유료 구독을 하고 있다.
미국의 지역 언론은 종이신문 구독자 이탈과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디지털 구독 속도로 인해 전체적으로 규모가 줄고 재정적으로 축소된 상황이다. 일부 전국지, 오랜 전통을 지닌 지역 언론사들은 생존했지만 새롭게 등장했거나 영세한 지역 언론사들은 폐업의 길로 들어섰다. 즉 이전에 비해 그 지역을 보다 자세하게 다루고 감시 기능을 하던 지역 언론의 힘이 약화된 것이다. 언론사의 규모가 준다는 것은 인력 감축, 저널리스트들의 감소를 의미한다. 따라서 현재 미국 지역 언론의 가장 큰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다(Sullivan, 2020). 미국은 영토 규모로 인해 주지사의 권한이 막강하며 각 주는 하나의 나라처럼 운영된다. 즉 중요한 정책 결정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일임되는 흐름을 보인다. 전국지보다 지역신문이 그 주에서는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 지역 언론사의 규모 축소로 인해 중요 사안에 대한 분석과 감시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이틈을 타고 지역 언론 시장에 허위뉴스 웹사이트도 침투하고 있어 그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Mahone & Napoli, 2020). 정치적으로 편향된 허위뉴스 사이트는 독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혼란을 야기하여 지역 언론에 또 하나의 위협이 되고 있다. 종이신문의 감소는 지역 언론에 디지털 뉴스 사이트의 등장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약 550개 지역의 디지털 뉴스 사이트는 대부분 직원이 6명 이하인 영세성을 보이고 있다. 지역 언론의 축소로 인구 10만 명당 저널리스트 수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신문사 감소로 하나의 지역신문이 넓은 지역을 커버하거나, 지역신문이 하나도 없는 지역이 많아졌다. <출처 - https://news.northwestern.edu/stories/2022/06/newspapers-close-decline-in-local-journalism/>;
라스베이거스리뷰저널(The Las Vegas Review-Journal)은 2015년 재정 위기로 인해 카지노 재벌인 셸든 아델슨(Sheldon Adelson)에게 인수됐다. 웨스트버지니아의 찰스턴가젯메일(The Charleston Gazette-Mail)은 지역의 마약 위기를 다룬 기사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지 1년도 안 돼 파산선고를 했다. 일간지뿐만 아니라 주간지의 보도 축소도 자주 발생한다. 뉴욕, 필라델피아, 보스턴, 로스엔젤레스의 경우 ‘대안 주간지’들의 잇따른 탐사보도팀 폐지로 인해 시 정부의 부패나 비리 등을 감시하는 기능이 사라지게 됐다. 특히 헤지펀드나 그 밖의 자본가들이 현재 미국 지역 언론사의 3분의 1을 소유하고 있어 이들의 입김에 따른 운영으로 참된 지역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이 자본가들은 지역 언론의 진정한 저널리즘 구현을 위한 재투자보다는 직원을 감축하고 언론사들이 소유하고 있던 건물을 매입해 차익을 얻는 수익 창출에만 관심을 뒀다. 이로 인해 저널리스트들은 떠나고, 제대로 된 취재는 불가능해졌으며, 감시를 벗어난 지역 정부의 비리 발생 가능성도 커졌다. 하이퍼 로컬을 기반으로 한 심층 취재, 탐사보도를 위해서는 재정적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 그러나 언론사 빈곤율 측정 결과 전국지가 11%인 것에 비해 지역 언론은 16%로 더 높다. 뉴스 사막화 현상이 점차 심화하며 양질의 저널리즘 구현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한 연구에서는 지역 언론사가 줄어들수록 지방정부의 지출이 더 증가한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Capps, 2018). 즉 신문사의 감시가 사라지자 채권이나 시 재정 지출이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전반적으로 미국의 지역 언론에서 신문과 라디오 뉴스가 텔레비전 뉴스보다 고전한다. 텔레비전의 경우 주요 방송사와의 제휴로 재정이 보다 안정적이며 영상 뉴스의 영향력, 상대적으로 넓은 광고 시장,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다중 방송 채널 확보로 수용자와 연결되는 구조가 신문과 라디오에 비해 유리하다. 통계를 보더라도 전미방송인협회 조사에서 지난 10년간 지역 방송 뉴스 수용자 수는 35% 증가했다(National Association of Broadcasters, 2022). 지역 라디오의 경우 NPR의 위력이 강하다. 지역 라디오 뉴스 방송사가 영세하다 보니 인수와 합병 또는 폐업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비영리 모델이면서 전국적 네트워크와 인지도를 지닌 NPR로 수렴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위기 극복 첫 번째와 두 번째: 뉴스 체인과 컨소시엄 방식
언론 산업, 특히 지역 언론의 위기가 계속되자 지역 또는 전국 단위로 이를 이겨내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그 중 첫 번째가 지역 뉴스 체인이다. 체리로드미디어(CherryRoad Media)사는 미국 중부 지역의 정보를 전한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보다 다양하고 안정된 정보를 지역 정부와 커뮤니티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체리로드미디어사가 소유한 70여 개 지역신문사는 공통된 신문 웹사이트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고, 중앙에서 제공하는 제휴 뉴스를 받고 지역 뉴스를 동시에 커버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한다.
에임미디어(Aim Media)사도 유사한 방식을 사용해 효율적인 지역 언론사 운영을 기대하고 있다. 이 미디어 그룹은 수익에만 몰두하지 않는다. 진정한 지역 언론, 저널리즘을 살리고 유지하는 데 사명감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긴다.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저널리즘의 참된 의미가 퇴색되는 것을 막고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기능 회복을 중시한다.
두 번째는 컨소시엄 방식이다. 컨소시엄은 지역 저널리즘 협회를 통해 활성화하고 있다. 가령 지역독립 온라인뉴스발행인협회(Local Independent Online News Publishers)에는 현재 400개 이상의 지역 언론사가 회원으로 있다. 이 단체는 스폰서, 기부자, 투자자와 지역 언론사의 연결을 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 언론 저널리스트 워크숍을 제공하고 수익 모델 교육도 지속적으로 실시한다. 지역미디어컨소시엄(The Local Media Consortium)의 경우에도 멤버십, 파트너십, 교육, 행사를 통해 지역 언론이 생존해나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또한 연례 시상식을 통해 우수 지역 언론, 기사, 저널리스트 상을 시상하고 있다. 수익 증대와 함께 비용 절감 전략도 공유한다.
이밖에 지역미디어협회(The Local Media Association), 지역미디어재단(The Local Media Foundation) 등이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미디어재단은 지역 언론사와 집중 취재, 심층 취재 등의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한다. 이때 지역에 기여하는 탐사보도를 지원하는 기부자와 연결해줌으로써 언론의 품질 향상과 금전적 지원 등을 동시에 이룰 수 있도록 해준다. 이 단체는 미국에서 소외받는 소수인종의 지역 언론사를 지원하는 활동도 한다.
거대 테크놀로지 기업과 지역 언론 협회들은 상호 컨소시엄을 통해 지원을 하기도 한다. 메타 저널리즘 프로젝트(Meta Journalism Project), 구글뉴스이니셔티브(Google News Initiative)를 통해 탐사보도 주제를 선정하고 이를 취재하는 지역 언론사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위기 극복 세 번째와 네 번째: 정부 역할 강조, 서비스 다양화
지역 언론 위기 극복을 위한 세 번째 방안으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 지원 대안으로는 지역 정부의 브로드밴드 보급률 확대가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복지 차원에서 연 수입이 낮은 가정에 디지털 복지를 제공함으로써 뉴스를 접할 수 있도록 한다. 지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 근거는 지역 언론이 붕괴하면 결국 가장 큰 손해는 지역에 돌아가기 때문에 감시자, 정보 제공자로서의 지역 언론을 지역 정부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지역 언론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중앙정부는 아마존, 구글, 메타가 뉴스 제공 시 보다 적극적으로 합리적인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도록 중재한다. 2019년부터 캐나다 지역신문사들이 재정난으로 문을 닫자 퀘벡 지역 정부는 긴급 자금 수혈을 통해 신문사를 구제하고, 공동 소유제도로 전환토록 했다. 즉 독자들이 소유주가 되고 6개 신문사가 소유, 운영을 분리 담당한다. 독자들은 주식을 구매해 소액 소유주가 되고, 언론사들은 섹션을 나눠 기사를 담당하는 등의 참여 소유제 모델을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저널리즘을 존중하는 투자자와의 만남도 고려해야 한다. 자본 증식이 주된 목적이며 저널리즘 구현을 소홀히 하는 헤지펀드사 등은 지역 언론사 소유주로서 자격 미달이다. 진정한 지역 언론 구현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투자자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네 번째는 서비스의 다양화다. 지역 디지털 언론사는 컨소시엄을 통해 자본의 안정을 꾀하면서 텍스트, 비디오, 팟캐스트 등 다양한 디지털 뉴스 서비스 시도를 해야 한다. 특히 비디오, 가상현실, 증강현실 뉴스 제작 시도를 주저하지 말고, 팟캐스트 뉴스 확산에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가장 확산 속도가 빠른 뉴스 분야는 팟캐스트다. 팟캐스트는 뉴스 보도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링 형태로 독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준다.
독자 참여 모델, 즉 독자 니즈 중심 모델도 있다. 가령 지역의 부모들이 어린이 헬스케어 관련 정보를 원한다든지, 지역 정부와 법원 시스템에 관한 쉬운 설명을 찾는다든지 하는 등의 지역민의 요구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민과 직접 만나 대화하는 기회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을 확산할 필요가 있다. 작은 도시라면 매주 시장과의 만남 코너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뉴욕시 주변 작은 도시들을 커버하는 더시티(The City)는 매주 각 도시 시장과의 만남과 인터뷰를 통해 지방선거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퀴즈 등으로 지역 후보 정보를 제공하며, 선거 참여도 유도한다(Tofel, 2022). 오랜 전통을 가진 신문사(The Chicago Tribune, The Baltimore Sun, The LA Times, The Dallas Morning News)들에는 충성 독자를 위한 종이신문 구독과 디지털 신문 활성화, 그 외 독자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비즈니스, 이벤트 등의 혼합 모델이 추천된다. 지역 상위 50개 레스토랑 선정과 독자들이 레스토랑의 음식을 직접 시식하는 이벤트, 펀드레이징(fundraising) 이벤트 등을 개최할 수 있다. 광고 수익과 구독 수익의 조화도 하나의 방법이다. 미국의 지역 언론은 2025년까지 광고 수익과 유료 구독 수익을 50대 50의 비율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는 전체 규모가 축소된 상태에서 광고 비율이 80%를 차지하고 있으나, 예측이 힘든 디지털 광고 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안정적인 충성 독자의 디지털 유료 구독률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위기 극복 다섯 번째: 비영리 모델로 독립성 유지
마지막 방안으로 비영리 모델을 들 수 있다. 미국의 지역 언론은 비영리 모델에서 희망을 보고 있다. 비영리 기부 모델의 핵심은 진정한 뉴스를 원한다면 언론에 기부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고 이를 높이 평가하는 다수의 후원자를 모으는 것이다. 가장 좋은 성공 사례는 텍사스트리뷴(The Texas Tribune)이다. 텍사스트리뷴은 텍사스 내에서 정부 감시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자신들만이 중요 정보를 제공하고 있음을 소구했다. 이를 중요하게 여긴 기부자들로부터 기부를 받아 안정된 운영을 하고 있다. 즉 언론사와 독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비영리 모델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텍사스트리뷴의 저널리스트인 존 조던(John Jordan)은 비영리 지역 언론 모델의 가장 큰 강점으로 자본가 소유주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든다.
또 다른 비영리 언론 단체인 샌안토니오리포트(The San Antonio Report)는 기부를 받더라도 기부자에게 유리한 기사를 작성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천명하고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초점을 둔다. 볼티모어배너(The Baltimore Banner)는 기부와 회원제로 운영되며 이는 비영리와 영리 모델의 혼합이다. 기부 회원제를 운영하면서 유료 구독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요약하면, 미국 지역 언론의 회복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환경은 스토리텔링을 수월하게 하는 다양한 도구를 제공한다. 또한 메타 저널리즘(meta journalism, 뉴스 요약과 진단), 라이브 클리핑(live clipping, 주요 영상 뉴스를 해석을 포함한 쇼츠 비디오로 독자에 제공) 같은 새로운 방식의 저널리즘을 통해 혁신을 시도할 수 있다. 미국 지역 언론은 생존 필요성에 공감하고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