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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한국 언론의 중국 보도, 중국 언론의 한국 보도] 한중 수교 30주년 보도 분석: 한국 언론이 바라본 중국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2-10-28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언론은 다양한 기사를 보도했다. 경향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기사와 KBS, MBC, SBS, JTBC, TV조선 보도 분석을 통해 언론이 한중 수교 30주년을 어떻게 다뤘는지 살펴본다. 이를 통해 국내 언론의 중국에 대한 시각을 확인해본다. 편집자 주

 

국내 신문사와 방송사가 한중 수교 30주년 특집 보도를 어떻게 했는지 살펴봤다.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일인 8월 24일을 기점으로 8월 22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 동안 경향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지면에 실린 특집 기사와 KBS, MBC, SBS, JTBC, TV조선이 보도한 한중 관계 관련 뉴스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협력보다는 경쟁, 경제보다는 안보

 

조선일보는 A섹션에 12건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 가운데 7건은 25일 보도한 뉴스로, 한중 수교 30주년 행사를 중심으로 양국 정상과 외교부 장관, 양국 대사 및 재계 주요 인사의 발언을 병렬하며 양국의 입장을 대조했다. 조선일보는 한중 수교 30주년 관련 사설을 게재하지 않았다. 25일 7건의 기사 가운데 1건은 1면에 보도했고, 6건은 기획으로 구성된 4면과  5면에 게재했다. 1면에 게재한 기사는 제목1)에서 드러나듯 한국은 ‘소통’을, 중국은 ‘협력’을 강조한 것을 보도하며 양국이 서로 교류해야 한다면서도 입장 차이를 부각했다. 조선일보는 한중 관계를 한국과 중국 양국의 관계로만 설정했다. 경제와 군사안보 중심으로 보도했으며, 서로 소통해야 한다면서도 양국의 경쟁 관계를 지적했다. 한중 수교 후 양국의 GDP가 모두 배로 성장했다고 하면서도 현재 중국이 한국과 ‘경쟁’하고 있고 또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며 한국의 위기감을 부각시켰다. 한중 양국 관계의 걸림돌에 대해서는 북핵 문제, 중국의 사드 보복, 한한령을 꼽으며 군사안보 문제와 정치·경제를 분리하지 않는 중국 체제의 문제를 짚었다.


안보 갈등 최소화, 경제 중심의 총체적 협력 강화

 

중앙일보는 A섹션의 6개 면을 기획 지면으로 구성하고 16건의 기사를 보도했다. 22일 5건, 23일 5건, 24일 4건, 25일 1건, 26일 1건으로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행사보다는 한중 관계 30년의 발전 과정과 현재 양국 관계 및 양국 사회 분위기를 중심으로 보도했다. 기사 16건 가운데 1면 기사는 2건, 사설은 1건이었다. 24일 자 사설 <한·중 수교 30년…화이부동으로 새로운 미래 열자>는 한중 관계의 과거, 현재, 미래 세 부분으로 나눠 구성했다. 사설에서는 30년 전 한중 수교에 대해 탈냉전의 세계사적 조류에 부응하는 결단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지난 30년의 한중 관계는 호혜적이었고, 중국이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데는 한국의 기술과 투자 그리고 고도성장 경험이 도움이 됐으며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한 데는 중국 시장의 역할이 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재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질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고 정의하고 그 배경으로 사드 문제, 미·중 패권 경쟁을 지목해 양국 관계에 미치는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중앙일보는 한중 관계를 군사안보와 경제의 틀에 가두지 않고 민간 영역에까지 광범위한 범주로 넓혀 보도하려 했다. 미래의 양국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어려운 점을 설명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며 화이부동(和而不同)을 기본으로 삼자고 제안했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정책적 선택을 할 때 한중 관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전문가 의견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활용해 한국 국민의 민심을 보여주려 했다. 8월 22일 자 1면 기사 <“사드 정상화” 안보 주권 지키되 “확대는 반대” 한·중갈등 최소화>에서는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이 전국 성인 1,028명을 대상으로 한중 양국 관계 이슈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4%가 ‘기배치된 사드 기지는 정상화하되, 추가 배치는 반대한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70%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나 양국 정상의 교류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까지 아우르는 총체적 협력이 필요할 정도로 관계의 회복이 쉽지 않음을 보도했다. 8월 23일 자 8면 기사 <바람직한 한·중 관계 발전방향은? “경제 협력”이 44%로 1위>에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국민이 인식하는 바람직한 한중 관계 발전 방향은 북핵 문제보다 경제 협력에 있다고 보도했다.


성급한 디커플링 자제, 국익 중심의 균형감 갖춘 외교정책 추구

 

경향신문은 6개 지면을 기획 지면으로 할당했고 모두 15건의 기사를 보도했다. 22일부터 26일까지 매일 기획면을 구성·보도했는데 22일 3건, 23일 3건, 24일 4건, 25일 4건, 26일 1건의 기사를 실었다. 15건의 기사 가운데 사설은 2건, 1면 기사는 2건이었다.

 

23일 자 사설 <한·중 수교 30년, 내부 합의된 외교 전략 절실하다>에서 지난 30년의 한중 관계 역사에 대해 질적으로 심화하고 양적으로 확대된 과정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고 현재 한중 관계는 변곡점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변곡점을 맞이한 원인에 대해서는 미중의 전략 경쟁 심화라는 구조적 요인이 가장 강하게 영향을 미쳤고, 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코로나19에 따른 양국 인적 교류 감소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미중 사이에서 현 정부가 취한 외교정책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탈피하고 균형을 상실한 정책이라고 비판하였다. 현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불안함을 드러내면서 장기적 안목에서 실사구시적 접근을 취할 것을 당부했다.

 

25일 자 사설 <수교 30년 맞아 상호 존중 강조한 한·중 정상, 실천에 옮겨야>에서는 심화되는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한국은 국익을 중심에 두고 내부 합의를 토대로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중국을 향해서는 보복 조치는 주변의 반감을 가져올 것임을 경고하고 상호 존중의 정신 실천을 권유했다. 경향신문은 한중 관계가 함께 ‘윈윈’하던 관계인 것은 옛말이 됐고 기술 측면에서 양국이 상호 보완 관계에서 경쟁 관계로 바뀌었지만, 한국이 수출 시장과 원자재 수입원으로서의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관계로 일방적으로 미국을 지지하고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2)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한중 관계를 대외무역과 군사안보 중심으로 보도했던 조선일보, 중앙일보와 달리 경향신문은 공급망 차원에서도 한중 관계를 조망하면서 한중 관계의 복잡성과 미국에만 치우친 외교·안보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현 정부 외교정책의 성급함을 비판했다. 중국의 배타적 민족주의와 중국을 위협으로 인식하는 한국의 반중 정서도 함께 보도하면서 골이 깊어진 양국의 사회문화적인 갈등도 조명했다.


분명한 대중 정책 원칙 더불어 신중함과 유연함 필요 강조

 

한겨레는 2개 지면을 기획 지면으로 구성해 모두 9건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 가운데 6건의 기사는 23일에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9건의 기사 중 사설은 2건, 1면 기사는 1건이었다. 23일 자 사설 <한중 관계 위기서 맞은 수교 30년, 새로운 길 내려면>에서는 30년 전 한중 수교가 양국의 윈윈 시대를 열었고 시장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에서도 중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양국 관계의 버팀목이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딜레마가 커지고 있는데 그 원인을 안보 차원에서는 사드 배치 문제, 경제 차원에서는 협력·보완 관계에서 경쟁 관계로의 변화 및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이 추진하는 디커플링 정책, 사회 차원에서는 대중국 인식의 악화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 사회의 대중국 인식 악화가 양국 관계의 근본적인 위기라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대중 정책에 대해서는 한국이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강대국들을 설득하며 주변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그 과정에서 국내 여론을 통합하고 정부 정책의 신중함과 유연함을 발휘해야 한다고 짚었다. 23일 자 1면에 실린 기사 <한중관계 변곡점…‘새 균형추’ 찾아라>에서는 복잡하게 얽힌 상호 의존의 세계에서 미국과 중국, 안보와 경제 사이에서의 양자택일적인 외교정책과 사고방식을 비판하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몸무게에 맞는 ‘균형’을 잡을 것을 강조했다.


디커플링 중인 한중 관계 부각

 

KBS <뉴스9>은 모두 2건을 보도했는데 하나는 한중 간 굴곡의 30년 역사를 돌이켜보는 보도였고 다른 하나는 30주년 기념식 관련 현장 보도였다. MBC <뉴스데스크>는 7건의 뉴스를 보도했는데 기획보도 <중국이 변했다> 시리즈 3건이 대표적이었다. <중국이 변했다> 시리즈 보도에서는 중국을 떠나는 한국인, 한국에 관심을 잃은 중국인, 그리고 중국을 위협으로 간주하는 한국인들의 정서를 보여줬다. 하지만 서로 다른 시선과 갈등을 부각했을 뿐 협력과 상생을 위한 해결책은 부재했다. SBS <8뉴스>에서도 7건의 뉴스를 양국의 역사, 현재의 갈등, 30주년 기념식 현장 보도, 빅데이터로 보는 중국에 대한 인식, 한국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 등 다각도로 보도했지만 서로의 시각 차이만을 드러냈고 갈 길이 먼 관계로 보도했다.

 

JTBC <뉴스룸>에서 보도한 기사는 8월 22일 자 기사 <중국서 ‘짐 싸는’ 한국인들…수교 30년 현주소 짚어보니> 1건, 8월 24일 자 기사 <한·중 웃으며 손잡은 30년 전…다른 곳 바라보는 ‘싸늘한 오늘’> 1건으로 2건에 불과하다. 30주년 기념행사에 대한 보도는 없고 한중 양국 사회 간 나타나고 있는 디커플링 현상만을 중심으로 양국의 ‘싸늘한 분위기’를 집중 조명했다. TV조선 <뉴스9>은 8월 24일, 양국 화가들의 작품 전시 행사만 보도했을 뿐 한중 수교 30주년 관련 뉴스는 보도하지 않았다.


현재 갈등에만 집착하는 한중 수교 30주년 보도

 

국내 신문사와 방송사의 한중 수교 30주년 특집 보도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모든 언론사가 ‘안미경중(安美經中)’3)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뉴스가 안보는 미국에 의지한다는 전제로부터 시작하지만 경제문제 측면에서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논지가 다르다. 안보 이슈에 몰두한 조선일보는 중국을 한국의 경쟁자로만 평가하고 중국과의 협력보다는 양국 간 경쟁과 갈등을 부각하고 있고, 중국과의 디커플링에 대해서도 관망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무게중심을 안보보다 경제 협력에 두고 있는 중앙일보는 안보 이슈를 적절히 통제하면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지향하고 있다. 안미경중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려 하는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안보냐 경제냐, 미국이냐 중국이냐 등의 양자택일을 반대하고 국익 중심의 균형 잡힌 유연한 외교 노선 구축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두 신문도 여전히 안보 갈등, 경제 관계 변화, 대중국 인식 악화를 중심으로 보도하며 실제로는 안미경중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안미경중 프레임은 지난 세기 구 냉전체제를 배경으로 형성된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국제 환경에서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 30년간 공급망과 시장이 고도로 통합된 글로벌화를 배경으로 한 미중 경쟁 속 새로 구성된 현재의 신냉전체제에서 안미경중 프레임이 과연 설득력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안미경중 프레임보다 더 큰 문제는 언론 보도가 안보와 경제 이슈에만 집착하며 경직된 구시대 냉전 문화와 발전주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 있다. 이는 다양한 여론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하며 정부의 유연한 외교 노선 구축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다.

 

둘째는 대부분의 보도가 현재의 갈등 국면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교 30주년 특집기획이라면 현재의 갈등 상황을 직시하면서도 역사 속에서 지혜를 찾고 다양한 미래를 상상하면서 갈등 극복을 위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실제 보도는 버거운 현실 갈등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 5년간 있어온 한중 관계에 대한 안보와 경제 중심의 논의들을 총정리하고 재확인한 것에 불과했다.

 

그 원인은 한중 관계 보도에서 정치인·경제인·경제 전문가·국제정치 전문가의 목소리만 압도적으로 높을 뿐 다양한 전공을 배경으로 하는 역사학자·문화학자·사회과학자들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주변화돼 있다는 데 있다. 문제 분석과 진단에서는 국제정치 전문가와 경제 전문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역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지혜와 미래에 대한 상상력은 여러 배경을 가진 인문학자와 사회과학자들의 다양한 목소리에서 찾을 수 있다.

 

셋째,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다루는 언론 보도는 객관성을 지향하는 저널리즘 정신 실천보다는 선전·선동에 가까운 보도 행태를 보여줄 때도 있다. 8월 22일 자 경향신문 5면의 기사는 <“착한 중국인은 1989년 다 죽었다”…한국 MZ ‘반중 정서’ 확대>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했다. 부정적인 내용일수록 차분하고 냉정하게 보도함으로써 현실의 엄중함을 전달할 수 있는데 굳이 선정적인 제목을 붙이는 보도 행위를 선전·선동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객관적인 사실이지만, 특히 젊은 세대가 중국을 포함한 일부 특정한 국가들에 대해 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현실에 대해 언론도 자신들의 보도 행태를 한번쯤은 비판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젊은 세대의 타국에 대한 인식은 많은 부분 자국의 미디어로부터 영향을 받아 구성되기 때문이다.

 

 

 

 

 

 

1) 조선일보, 8월 25일 자 1면 <尹 “직접 만나 협의 기대” 習 “전략적 소통 강화”>, 4면 <韓中교역 30년간 47배 늘었지만… 美中 경쟁시대 ‘새 협력’ 시험대>, 4면 <“외교·국방 차관급 2+2 대화 등 전략소통 채널 만들자”>, 4면 <“중국은 매력적이지만 가시가 있는 장미꽃”>, 5면 <尹 “북핵에 中 건설적 역할 희망” … 習 “같은 배 타듯 한마음 협력을”>, 5면 <中인민대 교수 “한국의 칩4 참여, 양국관계 큰 타격 없을 것”>, 5면 <베이징 수교 행사 참석자, 20주년때의 절반 그쳐>

2) 보통 한 나라의 경제는 그 나라와 연관이 많은 주변 국가나 세계 경제의 흐름과 비슷하게 흘러가는데(동조화, coupling), 탈동조화(decoupling)는 이런 움직임과 달리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편집자 주 <출처 – 한경 경제용어사전> 

3)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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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오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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