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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이 2022년 기획·보도한 <사투리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 시리즈는 거제의 정체성과 문화를 지키자는 주제 의식을 담아 독자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는 인터넷 기사에 사투리와 표준어를 병기하는 새로운 기획을 선보였다. 거제신문의 사례를 통해 지역 언론의 역할을 되새겨본다. 편집자 주

지역신문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지역의 다양한 이슈와 정보를 다루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을 지키고 건전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일하기에 남다른 사명감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지역신문은 지역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다루며 지역민이 자신의 지역을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거제신문이 지난해 기획한 <사투리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지역 사투리가 사라지면 곧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도 함께 사라진다는 우려 속에 ‘지역신문의 역할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사투리는 그 지역 사람들이 살아온 자취와 흔적인 만큼 점점 사라져가는 지역 사투리를 보존하는 일은 곧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를 지키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투리는 지역 문화와 정체성이 녹아 있는 문화유산이기에 사투리 보존만큼 매력적인 취재 아이템도 없었다.
거제 지역 사투리 문화의 소멸은 인구 감소에 따른 소멸이 아니라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지역 사투리 소멸 사례를 보면 대부분 표준어 교육과 급격한 인구 감소가 원인이지만 거제 지역의 사투리는 급격한 도시 발전으로 인한 외부 인구 유입에 따른 요인이 더 크기 때문이다.
거제 지역은 조선 산업의 발전으로 1970년대 이후 전국의 수많은 조선업 근로자들이 모여들면서 급속도로 공업 도시화가 진행됐고 지역 고유의 문화도 급속도로 사라져갔다. 실제 지난해 기준 거제 지역 토박이와 유입 인구의 비율은 3:7 정도로, 지역 토박이 인구보다 외부 유입 인구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제 지역 사투리의 전승과 연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관심이 적었고 이를 활용한 문화 콘텐츠 개발도 타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사투리 찾아 전국 방방곡곡으로
기획의 주제를 사투리 보존과 활용으로 잡은 것은 사투리 활용 사례를 발굴해 지역 주민에게 거제 고유의 언어인 사투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사투리 문화 및 산업 콘텐츠를 활용해 관광산업에 접목하자는 명확한 목적이 있었다.
또 사투리에 무관심한 지역 청년층과 청소년들에게 지역 사투리의 우수성과 문화적 가치를 알리는 교육 자료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도 얻을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였다.
기획취재를 계획할 당시 거제 지역 사투리 활용 사례는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마을의 ‘샛바람 소리길’ 안내판이 유일할 정도로, 거제 지역의 사투리 보존과 활용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거제 지역에서 유일한 사투리 콘텐츠인 샛바람 소리길 안내판은 이 길의 유래를 특색있고 정겹게 사투리로 소개하고 있지만, 개인이 세운 것이다. 따라서 거제 지역에 없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전국의 사투리 활용 모범 사례를 배울 필요가 있었기에 사투리 활용 사례를 찾아 떠나는 것에서부터 기획을 시작했다. 전국의 사투리 활용 모범 사례를 거제 지역과 비교해 지역 특색에 맞게 적용하고 행정부서에 건의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전라남도 강진군과 목포시였다. 강진군 ‘와보랑께박물관’은 소박하지만 흥미진진한 볼거리로 가득했다. 사람들이 멀쩡한 물건을 버리는 게 아까워 하나씩 주워 모으고, 물건만큼 사라져가는 사투리가 안타까워 관련 자료를 30년 가까이 모으다 보니 자연스레 박물관이 만들어졌다는 김성우 관장은 전라도 사투리뿐만 아니라 남한 지역 사투리 자료도 함께 연구하고 있었다. 입구부터 박물관 외부까지 전라도 정서가 가득한 사투리 팻말은 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정감을 주고, 생소한 사람에겐 특별한 경험과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았다.
와보랑께박물관에 이어 전라도 사투리 활용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찾은 곳은 목포 서산동 ‘시화마을’이었다. 이곳은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의 삶과 애환을 기억하기 위해 골목 곳곳을 사투리 시화로 꾸민 마을로, 좁고 가파른 골목길 가득 새긴 전라도 사투리가 인상적이었다. 벽화와 시화는 유명인이 아닌 이곳에서 태어나 반백 년 이상을 살아온 주민들의 이야기였고, 전라도 특유의 정서와 분위기는 관광객의 발길을 끌 뿐만 아니라 각종 영화나 드라마 촬영 장소로도 소개되고 있었다.
사투리 사례를 발굴하기 위한 여정은 전라도에서 충청도로 이어졌다. 충청도 사투리는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에 비해 발음과 억양이 표준어에 가까워 별다른 특징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수확이 컸다.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의 특징이 된소리 발음과 억양이라면 충청도 사투리는 느림과 능청스러움의 미학이 돋보였다. 평범한 등산로에 사투리를 활용한 충청북도 제천시 청풍호 ‘자드락길’은 이색적이면서도 정겹고 친절하기까지 해 힘든 등산길을 오르는 등산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었다.
사투리 발굴 취재에서는 거제와 같은 경상도 사투리권 사례를 찾는 것도 의미 있었다. 같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지역이지만 거제에선 볼 수 없었던 사투리 활용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어 곧바로 응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상도 사투리 활용 사례 취재지는 거제에서 다리 하나(거제대교와 거가대교)만 건너면 지척인 경남 통영시의 ‘동피랑 벽화마을’과 부산시의 ‘초량 이바구길’이었다. 동피랑 벽화마을은 사투리를 활용한 안내판이 벽화만큼 인상 깊었다. 2009년쯤 만들어진 이 안내판들은 통영 지역 시민단체가 동피랑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통영 사투리를 알려주고 싶어 만들었다고 했다.
안내판은 표준어 해석문이 없으면 경상도 사투리권 방문객도 고개를 갸우뚱거릴 정도로 지역색이 강한 사투리를 소개하고 있었다.
부산 초량 이바구길은 일제강점기 부산항 개항시절부터 최근까지 부산의 삶과 현대사 이야기를 ‘이바구’1)라는 사투리를 사용해 소개하면서 강렬한 지역색을 입힌 사례였다.
마지막으로 찾은 제주도는 사투리 활용 사례의 보고(寶庫)이자 교과서였다. 제주도는 섬 어느 곳을 가더라도 지역 사투리를 활용한 사례로 넘쳐났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도 취재는 제주도가 지역 사투리 보존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한때 제주도 사투리도 표준 한국어 교육의 영향으로 사용 인구가 감소하면서 유네스코가 지난 2010년 제주어를 소멸 위기 5단계 중 4단계인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로 분류하기도 했다. 이후 제주도는 사투리를 보존하기 위해 2017년부터 지역 문화재와 관광지의 안내판, 안내 책자 등에 ‘제주어’ 병기 의무화를 시작으로 다양한 제주도 사투리 콘텐츠를 개발해냈다.
제주 사투리는 다른 지역 사람들이 접했을 때 의사소통이 쉽지 않을 정도로 고유한 특성을 가진 언어로 공감대 형성이나 홍보가 어려울 수 있음에도 발길 닿는 곳마다 활용 사례로 넘쳐났다.
제주도의 수많은 사투리 활용 사례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버스정류장의 사투리 활용 사례였다. 표준어로 해석하면 ‘내릴 때 하차 벨을 눌러 주세요’, ‘버스가 서면 뒷문으로 내리세요’ 등 간단한 안내 문구였다. 하지만 제주도민에게는 친밀함과 애향심을, 관광객들에게는 정겨움과 특별함을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거제 사투리로 쓰는 기사
그동안 거제 지역에서 지역 사투리 보존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08년에는 거제도사투리보존회가 결성됐고, 이 중 일부 회원이 2012년 만들어진 (사)경남방언연구보존회에 참여해 《경남 방언사전》을 만들기도 했다.
특히 김용호 거제역사문화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2013년 《풀어보고 엮어보는 거제 방언, 사투리》, 2017년 《재미나게 풀어보는 거제방언 거제말》, 지난해 《재밌는 거제도 사투리》 등 모두 3권의 거제지역 사투리 책을 엮어냈다.
그럼에도 거제 지역 사투리 연구나 보존 사업에 진전이 없었던 것은 지역 사투리는 ‘촌스럽고 무식한 말’이라는 인식과, 조선업 발달로 인해 모여든 타 지역민으로 구성된 거제 시민의 관심 부족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해서였다. 다행히 <사투리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 기획이 보도된 후 지역사회에선 거제도 사투리 보존에 대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기획 첫 보도 이후 KBS 창원방송총국이 거제신문의 사투리 기획보도에 관심을 보이며 <뉴스7경남>의 ‘풀뿌리언론 K’라는 코너에 소개했다.
기획보도가 회를 거듭할수록 지역사회의 관심이 쏟아졌다. 김선민 거제시의회 의원은 사투리 보존을 위한 조례 개정 계획을 위한 자문을 구했고, 거제역사문화연구소는 사투리 보존을 위한 시민운동과 연구를 약속했다. 또 거제시 도시재생과는 현재 진행 중인 도시재생사업에 거제 사투리를 활용할 방법에 대해 문의하기도 했다.
거제신문도 모처럼 지역 사투리 보존을 위한 시민의 관심에 보답하기 위해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편집회의를 통해 2023년부터 거제 사투리 보존을 위해 사투리를 활용한 기사를 지면에 게재하기로 했다.
사투리 게재 기사 코너 제목은 <거제사투리늬우스–뭐시라쿠노>로 보도자료나 기자가 취재한 기사 중 사투리를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는 기사를 선별해 지면에는 사투리 기사를, 인터넷판에는 본문과 사투리 기사를 함께 게재하기로 했다.
기존 기사를 사투리로 바꾸는 작업은 김용호 거제역사문화연구소 부소장이 1차로 원고를 수정하고 거제신문 직원들이 교열 과정에서 또 한 번 사투리를 덧붙여 게재하고, 시민들의 제보나 의견도 참고하고 있다.
<거제사투리늬우스–뭐시라쿠노>는 현재 적잖은 열혈 독자가 생기는 등 코너가 자리매김한 상태다. 그리고 최근에는 학생들이 지역 사투리를 배울 수있도록 신문활용교육(NIE) 지면을 만들어 달라는 의견에 따라 이를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 중이다.
1) ‘이야기’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편집자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