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상세
[취재기제작기] 한국일보 <코로나 키즈, 마음 재난 보고서> 취재기
취재기제작기 | 등록일 : 2023-04-28

코로나19로 특히 큰 피해를 본 것은 어린이다. 이른바 ‘코로나 키즈’는 거리두기, 비대면 수업 등으로 마음을 다쳤고 그 후유증도 누구보다 오래 갈 것이다. 코로나19로 아이들이 잃은 것과 그 회복을 위해 어른이 해야 할 일을 짚어본 마음 재난 보고서 취재기를 따라가본다. 편집자 주

 

“재난과 함께 ‘재난 이후’가 시작된다. 재난을 겪는 중인 동시에 재난 이후의 시간을 만들어 가는 지금, 미뤄도 될 질문은 없다.”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 중)

 

‘미뤄도 될 질문은 없다.’

 

올 초 새롭게 꾸려진 기획취재팀에서 첫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2년 전 나온 책을 뒤늦게 떠올린 건, 한 문장 때문이었다. 책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서 소외되고 방치된 이들을 주목하며, 재난의 사각지대를 고발하는 내용.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될 그 무렵 사람들은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그래서 마스크는 언제 벗을 수 있을지’,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있을지’에만 관심을 쏟았고, 마땅히 다뤄졌어야 할 질문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묻혀도 될 질문은 없다.’

 

그 뒤로 2년이 흘렀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해제됐고, 마스크 착용 의무도 사라졌다. 매일 아침 9시 신규 확진자 수를 알리는 뉴스 속보 알람도 언제부터인가 울리지 않는 요즘이다. 사람들은 코로나19 없는 세상에 빠르게 적응해갔다. 서둘러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독려는 불편하고 복잡한 문제들은 빨리 잊어버리자는 다그침으로 들리기도 한다. ‘코로나19가 사라진다고 재난이 드러낸 배제와 차별, 격차, 불평등 문제는 없었던 일이 되는 걸까’, ‘지금이라도 묻지 않는다면, 미뤄둔 질문은 이대로 영영 묻히게 되는 것 아닌가’ 등 팬데믹이 야기한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를 점검해보자는 마음은 2년 동안이나 묵혀둔 반성에서 시작됐다.


재난 최대 피해자 ‘코로나 키즈’

 

재난 이후를 짚어보는 기획을 풀어갈 ‘화자’, 주인공을 누구로 세울지 고민의 답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재난 피해를 가장 크게 입었고, 그 후유증이 가장 오래 남을 ‘코로나 키즈’들이었다. 아이들의 목소리는 평상시에도 조명되지 않지만, 재난 시기엔 더 외면받았다. 방역이라는 침묵이 강요되는 사이, 학교 문이 닫히고, 비대면 수업으로 채워졌던 지난 2년의 공백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어떤 상흔을 남겼을까. 지난해 전면 등교가 시작됐고 마스크도 이제 벗게 됐으니 다 괜찮아진 걸까. 그간 아이들에게 묻지도 듣지도 않았으니 알 턱이 없었다.

 

코로나 키즈를 취재한다고 했을 때, 다수의 ‘어른’들은 “아이들의 떨어진 성적과 학력을 걱정”하는 데 급급했다. 그간의 언론 보도가 왜 학습 결손에만 치우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코로나 얘기냐, 다 괜찮아졌는데 새삼스럽다”고 시큰둥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른들의 시각으로 접근하면 아이들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겠구나.’ 기획을 시작하며 ‘먼저, 아동의 마음 건강과 사회성에 주목한다. 두 번째로, 아이들의 실제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대원칙을 세운 배경이다.

 

본격 취재에 앞서, 코로나 키즈의 취재 범위와 아이들의 마음 상태를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먼저 아동 복지·심리·보육 관련 전문가를 자문단으로 꾸리고, 조언에 따라 코로나19 3년동안 △언어 △인지 △정서 △사회성 △신체 측면에서 ‘필수 발달 시기’를 거쳐야 했던 초등학생들을 주요 취재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입학 때부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2013년생(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살피기로 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실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초등교사 77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문제는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취재를 시작한 2월은 대다수 초등학교가 겨울방학이었던 터라 문 연 학교를 찾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지역아동센터의 협조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아이들 취재는 본인은 물론 교사, 학교, 최종적으로 부모에게 취재 허락을 받아야 했기에, 한 단계라도 거부되면 무산되기 일쑤였다. 2주 동안 쉼 없이 문을 두드린 진심이 가 닿았던 걸까. 서울 휘봉초등학교와 수도권 지역 아동센터 세 곳의 협조로 극적으로 아이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행복을 빨아들인 ‘코로나 블랙홀’

 

아이들의 마음 상태를 보다 세밀하게 들여다보기 위한 방편으로 그림치료를 시도했다. 임상미술치료 권위자 김선현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대한트라우마협회장) 연구팀의 도움이 컸다. 처음엔 인터뷰를 낯설어했던 아이들도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건네자, 마음속 가득 찬 응어리를 풀어냈다. 도화지에는 팬데믹 시기 상실하고, 아파하고, 그러면서 조금씩 성장한 아이들의 마음이 다채롭게 들어찼다. 행복과 재미를 빨아들이는 ‘코로나 블랙홀’, 텅 빈 학교 운동장에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모습, ‘친구가 보고 싶다’며 침대에 누워 눈물 흘리는 장면도 있었다. 공포와 불안, 통제, 억압을 상징하는 검은색 사용 비율이 가장 높았고, 분노와 불만, 아픔 등을 의미하는 빨강색도 많이 표현됐다. 코로나19 3년이 남긴 그늘에서 아이들은 여전히 신음하고 있다는 걸, 그림은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취재팀은 코로나19 시기 공적 교육, 돌봄 시스템의 붕괴로 저마다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 키즈들의 마음 재난을 보다 깊이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시기 스마트폰에 빠져 밤낮이 바뀐 올빼미 생활로 학교에 자주 빠져서 겨우 유급을 면한 은솔이부터, 부모의 경제력, 조부모의 돌봄 하에 코로나19 3년을 ‘축적의 시간’으로 보낸 강남키즈 윤재와 집에서 책상 없이 침대 위에 밥상을 올리고 원격 수업을 들으며 고군분투했던 조손가정 지후, 극에 달한 육아 스트레스가 폭발해 우발적으로 막내아들 성현이를 학대한 이소영 씨네 가족까지. 형편이 어렵고, 돌봄에 취약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재난은 더 가혹하게 덮쳤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재난에 꺾이지 않았다. 현장 교사들은 아이들이 학교를 제대로 나오지 못한 “2년의 공백만큼 어려진 것 같다”고 걱정했지만, 아이들은 코로나19라는 척박한 토양 위에서 느리지만 단단하게 자라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얻은 거요? 슬픔과 불행이요.”

 

“행복과 자유, 시간, 단짝 친구를 잃어버렸죠.”

 

아이들은 또렷하고 정확한 목소리로 자신들이 유년시절 마땅히 누렸어야 할 소중한 것들을 빼앗긴 것에 속상해했고, “우린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하고 원하는 것도 못 해야 하냐. 억울하다”는 호통으로 어른들이 망쳐 놓은 세상을 꾸짖기도 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책임도, 할 일도 분명히 짚으며 요구했다. 팬데믹이 다시 온다면 학교 문을 쉽게 닫지 말라고. 아이들의 목소리도 들으라고 말이다. 너무나도 명쾌한 아이들의 진단과 해법을 들을 때마다 놀라움과 미안함에 말문이 막혔다. ‘아이들이 뭘 알겠어’라고 가볍게 넘겨왔던 어른들의 생각이 얼마나 오만하고 편협한 것인지, 새삼 반성하게 됐다.


재난 이후 어른들이 할 일

 

기획이 나간 이후, 정부와 교육계가 즉각 반응을 보였다.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1학기를 지력, 마음력, 신체력 세 가지 회복 탄력성 향상에 집중하는 디딤돌 학기로 운영하겠다고 밝혔고, 경기도교육청 역시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습, 신체, 사회성, 심리·정서 등에 결손이 발생한 초등 3·4학년’을 위한 ‘더(T·H·E) 자람 프로젝트’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4월에 발표된 범정부 차원의 아동 정책 추진 방안에 영유아 발달 지연 실태조사와 아동 정신 건강 실태조사 등이 포함된 것도 실질적 성과다. 코로나 키즈 마음 재난 회복 지원을 위해 추적·관찰 필요성을 강조한 기획의 마무리 제언이 반영된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재난을 통해 드러난 약한 지점들을 하나하나 놓치지 말고 챙겨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지나간 일은 너무 쉽게 잊으려 든다. 코로나19 팬데믹도 마찬가지로 언제 그랬냐는 듯 벌써 옛날 일로 치부해버린다. 애써 기억을 지우려는 사이, 마땅히 물어야 할 질문들은 미뤄지고, 묻히고 만다. 아이들에게 진짜 재난은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빨리 잊자’고 다그치는 어른들, 우리 사회이지 않았을까. 재난 이후, 우리에게는 아직 던져야 할 많은 질문이 남아있다. 어른들이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하는지 아이들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저자의 다른 미디어
  • 필자 : 강윤주
  • 소속 :
  • 직함 :
  • 발행 : 2023-04-28
  • 조회수 : 71
  • 키워드 :
블로그 공유 트위터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