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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성별 임금격차가 OECD 가입국 중 가장 크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에 대해 다양한 문제 제기와 원인 분석이 이뤄져 왔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성별 임금격차를 데이터 분석으로 집중 조명한 경향신문 특별기획팀의 취재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왜 여기자들은 페미니즘 기사만 써요?”
2018년 미투 운동 이후 ‘페미니즘 리부트(재시동)’ 때 이 질문을 종종 들었다. 성폭력, 성차별을 다루는 기사들은 ‘페미니즘 기사’, ‘젠더 기사’라고 불리며 몹시 도드라져 보였다. ‘젠더 기사란 무엇인가.’ 젠더 데스크를 맡게 되면서 많이 하게 된 생각이다. 젠더 기사란 여성이 주어인 기사인가, 여성 독자가 관심 있을 만한 주제를 다루는 기사인가, 성차별을 다룬 기사인가.
모든 기사가 성평등해져야
지난해 젠더 데스크를 맡게 되면서 경향신문의 모든 기사가 성평등 관점으로 완성되는지 모니터링하는 것이 주 업무가 됐다. 이란 히잡 시위, 여성가족부 폐지 관련 이슈만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수출 효자 상품’이라는 표현에서 꼭 ‘효자’를 써야 하는지 질문하고, ‘워킹대디’라는 표현은 없는데 ‘워킹맘’을 쓰는 것이 차별적인 것은 아닌지 담당 부서와 논의한다.
그렇다면 젠더 기사라고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모든 기사를 들여다봐야 했고 모든 기사가 성평등해지는 것이 ‘당연하게도’ 중요하다.
우선순위에 밀린 이슈를 찾아
기사가 성평등해지기 위해서는 여러 숙제가 있지만 ‘기획 기사’를 쓴다면 주류의 눈에 보이지 않거나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려 잘 논의되지 않는 이슈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입국 중 항상 1위로 최악을 기록하고 있는 대표적 지표지만 그 원인에 대해 구조적으로 분석한 기사는 많지 않다. 취재 전에는 나 또한 구조적 원인을 잘 알지 못했다.
OECD 성별 임금격차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언론 보도는 남녀가 종사하는 직종분포 차이, 여성의 경력단절이 임금격차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한국은 직무, 직종, 사업장이 같은 남녀 간 임금격차도 주요국 중 최상위권이다. 2005년 여성이 대학 진학률에서 남성을 앞서고 18년여가 지났지만 이러한 격차가 크게 줄지 않는 이유는 같은 일을 해도 임금이 차이나는 구조 때문이다. 이제 교육 수준에서 성별 격차가 있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지위는 여전히 남성의 하부구조다. 이 같은 노동시장의 구조는 저출생의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지만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경향신문 특별기획팀은 제대로 된 ‘설명’을 통해 임금격차를 해결할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별 임금격차의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자 했고 △신입 채용 공정할까 △고임금 업종에서 여성을 찾기 힘든 이유 △보직 차별이 승진 차별로 이어지는 구조 △저임금에 머무는 여성 노동자 실상과 경력단절 이후 저임금이 되는 구조 △성별 임금공시제도 등 5회차 기사를 통해 문제를 진단할 수 있었다.
공공기관 신입 채용에서도 ‘간접차별’
특별기획팀은 이제는 ‘차별이 없을’ 것으로 여겨지는 신입사원 채용이 얼마나 공정한지부터 들여다보고자 했다. 350개 공공기관이 채용 면접 성비·최종 합격자 성비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국회의 13개 상임위원회를 통해 4년간의 채용 데이터를 최초 입수해 분석했다. 과거 몇몇 회사의 성차별적 채용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적은 있었지만 학계나 언론에서 이렇게 광범위한 데이터 분석으로 성별에 따른 채용 차별 경향성을 입증한 곳은 없었다.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면접자 수에서부터 남성이 여성보다 1만 8,000여 명 더 많았고 채용 결과에서도 남성이 여성보다 6,814명 더 뽑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별기획팀은 ‘간접 차별’ 혐의가 있는 기관도 분석했다. 미국 고용평등기회위원회(EEOC)는 특정 집단이나 성(性)의 채용 합격률(응시자 대비 합격자 비율)이 다른 집단이나 성 합격률의 80% 이하일 경우 중립적인 채용 기준을 표방했다 하더라도 ‘간접차별’이 있었다고 의심한다. 이 기준에 따라 분석해 보니 여성 합격률이 남성 합격률의 80% 선보다 낮은 경우가 29.1%였다. 4년간 이들 공공기관이 진행한 1,425번의 채용 가운데 한 차례라도 간접 차별이 의심되는 채용이 있었던 기관은 216개로 전체의 77.7%에 달했다. 한편 공공기관 규모별로 분석해 보니 여성은 채용된다 하더라도 남성에 비해 임금이 낮고 규모가 작은 기관에 갈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고용 형태로 봐도 여성은 정규직보다 무기계약직에 뽑힐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성별에 따른 차별이 없을 것으로 예상됐던 공공기관인 데다, 인적 자본 차이를 찾기 어려운 ‘신입 채용’인데도 결과는 놀라웠다.

10년간(2013~2022)의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데이터를 분석해 여성이 생애 가장 높게 달성할 수 있는 평균임금이 남성이 28~30세에 받는 평균임금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여성은 보통 30~39세에 약 209만~293만 원으로 임금 생애 최고점을 찍지만 남성의 평균임금은 28~30세에 이미 약 214만~304만 원으로 여성 임금 최고점을 넘어선다. 여성의 임금은 최고점 도달 이후 계속 하락하면서 남성을 한 번도 추월하지 못했다. 충격적인 결과였다.
현대차 한국 공장, 여성 공개 채용 ‘0명’
상대적 고임금 업종에 여성이 현저히 적은 것은 성별 임금격차의 요인 중 하나다. 그동안 여성이 저임금 업종에 많이 종사하기 때문에 임금격차가 크다는 분석은 많았지만 왜 고임금 업종에 여성이 적은지 분석한 기사는 찾기 어려웠다. 취재 중 현대자동차그룹은 생산공장 기술직 직원 공개 채용에서 여성을 선발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현대차 울산·아산·전주공장에는 300여 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데, 이들은 사내 하청 업체 소속이었다가 법원의 불법 파견 판결이 나면서 정규직이 된 노동자들이다.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가 크다는 지적에 대해 일부에서는 ‘여성은 남성보다 거칠고 힘쓰는 일을 기피하기 때문’이라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논리는 정규직으로는 여성을 뽑지 않으면서 사내 하청으로는 여성을 남성과 다름없이 생산 라인에서 일하게 했던 상황을 설명하지 못한다.
한편 해외 공장 상황은 달랐다. 우선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비율은 36%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 노동자가 절반인 캐나다 오샤와 공장을 비롯해 미국, 영국, 인도 등의 자동차 제조업 통계를 분석해 보니 한국에 비해 여성 노동자 비율이 몇 배 높았다. 캐나다 최대 민간 부문 노동조합총연맹 유니포(Unifor) 위원장인 라나 페인(Lana Payne)은 인터뷰를 통해 “자동차 조립 부문은 캐나다 여성 노동자 평균임금보다 30% 높은 임금을 제공한다. 여성도 이런 좋은 일자리를 가질 자격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여성이 좋은 일자리에 가지 못하는 것이 임금격차의 주요인인 것이다.
여성은 ‘협력, 지원’, 남성은 ‘기획, 인사’
직무 분리가 승진 차별로 이어지는 구조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했다. ‘유리 천장’이라 불리는 현상의 구조적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10년간(2013~2022) 행정부 과장급, 실·국장급의 성별 보직 현황을 언론사 최초로 분석했다. 중앙정부의 17개(기획재정부 미제출) 부, 4개 처, 6개 위원회,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등 총 28곳의 지난 10년간 과장급(4급) 이상 인사 보직 자료는 13개 국회의원실을 통해 입수했다. 여성 공무원의 숫자가 ‘양적으로’ 늘었지만 실제 보직 현황을 분석해 보니 여성 과장들의 직책에는 전 부처에서 ‘협력’, ‘지원’, ‘국제’, ‘해외’, ‘교류’, ‘소통’ 등의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 고정관념이 반영된 보직 배치였다.
한편 부처 조직도의 앞단, 상단에 있을수록 핵심 보직으로 여겨지지만 여성들은 부처 핵심에서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보직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분석으로 기획, 인사와 같은 핵심 업무를 경험하지 못하면 승진이 어려운 구조를 드러낼 수 있었다.
국회는 정부보다 상황이 나빴다. 국회사무처 자료를 통해 국회의원 보좌직원의 성별 다양성을 분석해 보니 보좌직원 중에 가장 높은 직급인 4·5급(4급 보좌관·5급 선임비서관)에 여성 보좌직원이 아예 없는 국회의원실은 133개(44%)였고 여성 보좌직원이 한 명도 없는 의원실도 3개나 됐다. ‘2023년도 국회의원 보좌직원 보수 지급기준’을 참고해 전체 보좌직원 성별 임금격차를 계산해본 결과 월정급여로만 계산한 성별 임금격차는 21%로 나타난다는 사실도 전했다. “국회야말로 성평등에서 가장 먼 곳”이라는 여성 보좌직원들의 인터뷰는 씁쓸했다.
30대 여성 고용률 추락 부르는 ‘경력단절’, 한국이 최악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은 성별 임금격차의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한국이 유독 심각한 이유를 알기 위해 2021년 모든 OECD 회원국(38개국)의 여성 연령별 고용률을 분석했다. 대부분의 OECD 국가 여성 고용률은 20대부터 30대, 40대까지 계속 상승하다 50대 이후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한국만 25~29세 70.9%이던 여성 고용률이 35~39세가 되면 57.5%까지 13.4%포인트나 급락한다. 실제 그래프를 그려보니 한국처럼 30대 고용률이 급격히 추락하는 ‘M자형’ 그래프를 가진 국가는 없었다.
최근 ‘M자형’ 그래프의 기울기가 완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실제 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오히려 경력단절 여성의 경력단절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경력이 단절되면 재취업 시 ‘저임금’, ‘규모가 작은 일자리’로 갈 확률이 높은데 실제 경력단절 이후 300인 이상 사업체 종사 비중은 고용 유지가 가능했던 기혼여성에 비해 2배 이상이나 낮았다.

당신의 회사 성별 임금격차는
이번 기획은 데이터저널리즘팀과 협업하지 않았다면 완성할 수 없는 과제였다. 입수한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자는 목표를 두고 데이터를 정제하고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를 제작했다. 먼저 전체 공공기관 면접·채용 성비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도록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1)를 만들었다. 기관명을 검색하면 해당 기관의 4년간 성별 합격률, 여성 면접자 비율과 합격자 비율을 확인할 수 있다. 보직 차별이 승진 차별로 이어지는 구조를 분석한 데이터도 공개했다.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2)를 통해 모든 부처, 위원회의 보직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성별 임금격차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대안도 중요했다. 특별기획팀은 주요 선진국들처럼 성평등 임금공시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각 회사가 임금격차 데이터를 만들면서 ‘셀프 모니터링(자기 점검)’할 수 있고 이를 ‘공시’해 저절로 사회적 압력을 느끼게 하는 제도다.
이를 위해 먼저 965개 사의 성별 임금공시를 시도해 공개했다. 경향신문의 ‘성별 임금공시’는 인터랙티브 뉴스 웹사이트3)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웹사이트에서는 1,000인 이상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지방 공기업 등 총 965개 사의 남녀 직원 수, 직급별 임금격차, 근속연수 차이, 해당 사업장이 분석한 임금격차 원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공시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2021년도 ‘적극적고용개선조치(AA, Affirmative Action)’ 자료를 기본으로 했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인 알리오(ALIO)·클린아이에 공시된 자료를 함께 찾아 정리했다. AA 자료는 공시 자료가 아니지만 법적 검토를 통해 1,000인 이상 사업장 모두의 정보를 공개했다. 공익적 목적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석 달간 기획 취재를 하면서 ‘성별 임금격차’는 단순히 성차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선진국들이 고용과 임금의 불공정성을 줄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러한 격차가 확대재생산되면 사회의 성별, 계층 간 문제가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27년이 지나도 OECD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는 성별 임금격차 수치가 그 결과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주장을 넘어 꾸준히 불평등에 대해 보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꾸준히 이야기해야 바뀐다
기획하는 내내 곳곳에서 취재를 도와주던 여성 동료들 덕분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님들의 보고서, 여성 교수님들의 논문을 통해 공부할 수 있었고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알아봐 준 국회 보좌직원들의 응원이 있어서 많은 데이터 앞에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힘을 냈다. 이런 기획이 중요하다고 계속 힘을 불어넣어 준 한 여성 보좌직원은 이런 말을 전해줬다.
“핀란드는 성평등 수준이 세계 상위권인데도 여성들이 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해요.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물었더니 핀란드 여성이 답했대요. ‘꾸준히 이야기해야 바뀐다.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요. 그다음부터 저도 계속 얘기해요. 얘기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으니까요.”
앞으로도 이 말을 계속 새기려 한다.
1) https://www.khan.co.kr/kh_storytelling/2023/gendergap/view_1.html
2) https://www.khan.co.kr/kh_storytelling/2023/gendergap/view_2.html
3) https://www.khan.co.kr/kh_storytelling/2023/gendergap/view_3.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