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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1: 팩트체크의 현재와 미래] 국내외 팩트체크의 성과와 한계
집중점검 | 등록일 : 2023-05-26

허위 정보와 오정보의 유통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팩트체크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2017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이래, 팩트체크의 양상은 어떻게 변모해 왔을까. 오는 6월 전 세계 팩트체커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콘퍼런스 ‘글로벌팩트’를 앞두고 국내외 팩트체크의 성과와 한계를 확인해본다. 편집자 주

 

2023년 6월 28일부터 30일 서울 코엑스에서는 전 세계 팩트체커들의 연례 콘퍼런스인 ‘글로벌팩트(Global Fact)’가 열린다. 전 세계 팩트체크 기관의 연대체인 국제팩트체킹연맹(IFCN, International Fact Checking Network)과 한국의 서울대 SNU팩트체크센터는 열 번째를 맞는 글로벌팩트를 공동으로 주최한다. 글로벌팩트가 시작된 이래 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팩트체크를 미국, 유럽 중심의 활동에서 명실상부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적 흐름으로 확대하자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2014년 각국의 팩트체커들이 영국 런던에서 ‘글로벌 서밋(Global Summit)’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처음 모였을 때 참가 기관은 총 44개였다. 그러나 2023년 서울에서 열리는 ‘글로벌팩트10’은 대면 참석 인원이 550명, 온라인 참여 인원이 2,000여 명으로 예상될 만큼 전 세계 팩트체크 커뮤니티는 급성장해왔다.


글로벌팩트10을 통해 본 올해의 팩트체크 이슈

 

글로벌팩트10에서 다뤄질 주제들은 전 세계 팩트체커들이 맞닥뜨린 고민에 응전하는 것이다. 올해 글로벌팩트10의 주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현재 팩트체크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다. 허위 정보와 오정보를 받아들이는 인지적 편향은 늘 있어왔지만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어떤 주목할 만한 차이점이 생겼으며 이를 교정하는 데 있어 팩트체크의 가능성과 한계는 무엇인지 연구 결과가 발표된다. 구글과 유튜브는 허위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벌이고 있는지, 유튜브 알고리즘에 대해 팩트체커들 앞에서 설명하는 자리를 갖는다. 

 

두 번째는 민주주의와 선거, 재난에 관한 것이다.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합리적인 정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선거 시기에 어떻게 팩트체크를 해야 할 것인지, 교통·통신 마비로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기 어렵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 지진 등의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검증된 정보가 소통될 수 있게 할 것인지, 어떻게 프로파간다와 폭압적인 검열이 언로를 차단하는 전쟁 상황에서도 팩트체크가 가능할 것인지 등이 미국, 한국, 브라질, 인도, 나이지리아, 튀르키예, 우크라이나 등의 경험을 통해 공유된다. 

 

세 번째 주제는 AI와 팩트체크의 미래에 관한 것이다. 팬데믹이 잦아들어가는 즈음 글로벌 팩트체크 커뮤니티는 또 하나의 도전에 맞닥뜨렸다. 챗GPT로 대변되는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허위 정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AI가 반복적으로 생산하는 허위 정보에 어떻게 대항할 것인가, 어떻게 생성형 AI의 허위 정보를 감별해내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수행할 것인가 등이 논의된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허위 정보를 저지하는 역할을 하다가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뒤 트위터를 떠난 요엘 로스(Yoel Roth) 전 트위터 신뢰및안전대표(Head of Trust and Safety)가 허위 정보 확산과 플랫폼 기업의 책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감시 대상에게 지원받는 전 세계 팩트체크 기관

 

IFCN이 93개 인증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발표한 <2022 팩트체커들의 현황 보고(2022 State of the Fact-Checkers Report)>1)에 따르면 응답 기관의 절반이 넘는 57%가 비영리 기관이었다. 36.6%가 이윤을 추구하는 언론사였고, 6.4%는 학술기관이었다.2)

 

 


 

 

팩트체크의 주제도 다변화했다. 설문 응답 기관들이 관심 갖는 주제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전통적인 정치 팩트체크(94.6%)가 아니라 건강 관련 허위 정보 폭로(96.8%)였다. 경제문제에 대해 팩트체크(88.2%)를 한다는 비율도 높았다.

 

 


 

 

팩트체크 기관의 설립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와 브렉시트 이후, 2020년 코로나19 이후 각각 가파르게 급증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양적 성장세가 둔화했다. 설문에 참여한 인증기관 중 2022년에 개설된 곳은 한 곳뿐이었다. 

 

 


 

 

2022년 설문에 참여한 인증기관들의 재정 상황 동향에서는 재정이 안정된 기관과 취약한 기관 사이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한 해 예산이 50만 달러(약 6억 6,000만 원) 이상인 기관은 2021년 18.6%에서 2022년 24.7%로 늘어났다. 반면 한 해 예산이 2만 달러(약 2,600만 원) 이하인 기관은 25.9%에서 9.7%로 줄었다. 존립이 어려운 기관들이 문을 닫는 가운데, 생존에 성공한 기관들은 재정적으로 안정돼 가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재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메타의 제3자 팩트체킹 프로그램(Third Party Fact-Checking program)이다. 설문에 응답한 93개 기관의 재원 중 45.2%를 차지하는 것이 메타의 제3자 팩트체킹 프로그램이었고, 29%가 각종 지원금(grants), 그다음이 개인이나 기관의 후원과 구독 수입(6.5%)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팩트체크 기관들의 활동이 소셜미디어에서 발생하는 허위 정보를 가려내는 데 집중돼 있으며 그러한 활동에 대한 대가로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지원받는 비용이 재정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구글과 유튜브는 세계 각국의 팩트체크 기관을 돕기 위해 2025년까지 1,320만 달러(약 174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고, IFCN이 글로벌팩트체크펀드(Global Fact CheckFund)라는 이름으로 이를 재분배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금들도 팩트체크 기관의 안정적인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한국 팩트체크의 질적 변화 

 

한국 팩트체크의 성장세와 변화는 SNU팩트체크의 활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팩트체크 결과물을 게시하는 국내 유일의 플랫폼인 SNU팩트체크에는 2023년 5월 현재 32개 언론사가 제휴 언론사로 참여하고 있다. 2017년 3월 29일 SNU팩트체크 플랫폼이 활동을 시작한 이래 4,564건(2023년 5월 22일 기준)의 팩트체크 결과물이 게시됐다.3) 2021년 913건, 2022년 897건 등 해를 거듭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NU팩트체크 제휴 언론사들이 가장 많이 팩트체크한 분야는 사회(33.8%, 2,409건)였다. 근소한 차이로 정치(33.2%, 2,365건) 분야가 2위였으며, 경제 분야 팩트체크가 3위(12.3% 878건)였다. SNU팩트체크가 시작된 이래 19대와 20대 두 번의 대통령 선거와 총선 등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가 있었지만, 팩트체크 주제는 정치에서 사회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4)


 

SNU팩트체크 게시물의 질적 변화 중 두드러지는 것은 검증에 사용하는 근거 자료 개수와 기사 길이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SNU팩트체크의 검증 기사들이 사용한 근거 자료는 2017년 평균 0.45개에서 2023년 평균 7.8개로 급증했다. 이러한 근거 자료들의 특징은 통계, 논문, 보고서, 판결문 등 SNU팩트체크 홈페이지 이용자들도 직접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개 자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SNU팩트체크 포맷은 게시하는 언론사들에게 모든 증거자료를 반드시 입력하고, 공개가 가능한 자료의 경우 링크를 삽입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증거를 뉴스 이용자들과 공유함으로써 기사 투명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게시물의 길이도 2017년 평균 1,183자에서 2023년 3,300자로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뉴스 이용자들에게 어떤 맥락에서 검증을 하게 됐는지를 설명하고 검증에 이용하는 근거 자료들을 늘려온 결과로, 기사의 투명성, 심층성, 맥락성이 강화돼 온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SNU팩트체크는 한국 언론계의 팩트체크 기사 생산 활동을 홈페이지를 통해 집약해 보여주고, 이를 네이버 뉴스홈에 연동해 대중에게 확산한다. 하지만 협력형 모델이 갖는 한계점도 있다. 센터는 언론사의 편집권 독립을 존중해 주제 선정 등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게시물의 생산을 언론사의 자율성에 의존하다보니 수급을 예측할 수 없고, 중요한 사안이 발생해 팩트체크 수요가 커졌을 때도 센터가 특정 주제에 대한 팩트체크를 요청할 수 없다. 팩트체크는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는 고비용 콘텐츠인데 비해 팩트체크를 하는 활동 자체에 대해서는 대가를 지불할 수 없기 때문에 언론사들이 팩트체크를 해야 할 경제적 유인이 없다. 사실 확인이 된 질 높은 정보를 시민에게 제공하는 것이 공익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선한 목적에 동참해 주기만을 언론사에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팩트체크와 관련해 가장 논쟁이 되는 것은 불편부당성이다. SNU팩트체크 제휴 언론사들은 2019년 10월 만장일치로 SNU팩트체크원칙에 합의했다. 그 첫 번째 조항이 ‘팩트체크는 불편부당성과 비당파성을 견지해야 한다’이다. 그러나 이는 어떠한 강제성도 가지지 않는 자율적 합의다. 이와 관련해 SNU팩트체크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팩트체크 위원회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권고문을 채택해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과도하게 치우치지 말고 다양한 후보들의 주장을 검증할 것”을 제휴 언론사들에 요청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SNU팩트체크 혹은 SNU팩트체크 제휴 언론사 중 특정 언론사들이 한쪽 진영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선택적 팩트체크를 한다는 주장은 끊이지 않는다. 

 

재원 취약성도 현재의 팩트체크가 갖는 한계 중 하나다. SNU팩트체크센터의 운영과 한국 언론사들의 팩트체크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실시하는 ‘팩트체킹 취재보도 지원사업’ 등의 재원은 전적으로 네이버에 의존하고 있다. 재정을 지원하는 네이버가 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지켜 지원하되 운영 내용에는 일절 간섭하지 않지만, 펀딩 주체가 단일하기 때문에 재정적인 지속가능성이 취약하다. 재원 다변화를 모색해야 하지만, SNU팩트체크가 직접 팩트체크를 하는 주체가 아니라 팩트체크하는 언론사들의 검증 결과를 집약하는 플랫폼이므로 메타의 제3자 팩트체킹, IFCN의 각종 지원금을 후원받을 수 있는 인증기관(signatory)이 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전 세계 모든 팩트체크 기관들은 경제적인 지속가능성과 편집권 독립이라는 두 개의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허위 정보가 유통되는 거대 테크 기업의 플랫폼을 감시하면서 동시에 이들 테크 기업들로부터 후원을 받는 공존 모델은 강화되고 있다. 생성형 AI의 출현은 자동화된 팩트체킹(Automated Fact Checking)을 통해 빠른 속도로 대량 생산, 유통되는 허위 정보에 맞서기 위해 AI와 팩트체크를 결합해온 팩트체크 기관들에 새로운 도전을 안기고 있다. 6월 28~30일 서울에서 열리는 글로벌팩트10에서는 이 모든 문제가 2023년 현재 시점에서 뜨겁게 논의될 것이다. 

 

 

 

 

 

1) 자료는 포인터 연구소(Poynter Institute) 홈페이지(https://www.poynter.org/wp-content/uploads/2023/04/IFCN_2023_StateFactCheckers2022_v7a-1.pdf)에 공개돼 있다.

2) 이 통계는 2022년 설문조사에 참여한 93개 기관을 기반으로 한 것이므로 전체 IFCN을 대표한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3) SNU팩트체크 홈페이지의 <통계로 보는 SNU 팩트체크>(https://factcheck.snu.ac.kr/number)에서 확인할 수 있다.

4) SNU팩트체크 제휴 언론사들은 팩트체크 결과를 홈페이지에 입력할 때 해당 팩트체크의 주제 분야를 자발적으로 결정하며, 복수 선택이 가능하다.

5) 수치는 <2021 SNU팩트체크 연감>에 따른 것이다. 연감은 SNU팩트체크 홈페이지의 ‘관련 논문/보고서’ 메뉴(https://factcheck.snu.ac.kr/references/paper)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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