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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제작기] 한국일보 <무법지대 코인 리포트> 취재기
취재기제작기 | 등록일 : 2023-07-28
코인(coin) 관련 사건·사고 보도를 자주 접하지만, 배경지식 없는 일반인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일보 탐사팀은 상장폐지된 코인을 심층 분석하고 내부자들을 집중 취재해 시리즈로 보도했다. 무법지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코인 사기의 원인을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코인은 어렵습니다. 실제로 코인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복잡한 IT 기술부터 코인 업계 생태계까지 이해하려면 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기자들은 물론이고 독자 대부분은 코인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 보니 유의미한 코인 관련 기사가 나와도 십중팔구 제목도 읽지 않고 지나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코인을 잘 몰랐던 사회부 기자 두 명이 코인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쉽게 풀어쓸 수 있을지, 코인 전문가가 보더라도 새로운 내용과 전문성을 갖출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지난 2월 기획취재 아이템을 선정할 때 쉽사리 코인을 주제로 선택할 수 없었던 이유입니다. 탐사기획 주제로 코인을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무모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코인을 아이템으로 선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코인 초짜 기자들이 보기에도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입니다. 코인 업계는 온통 사기판으로 변질돼 있었습니다. 한국일보 탐사팀이 코인 문제를 처음 접한 건 <수상한 왕국: 쌍방울·KH그룹의 비밀>을 취재할 때였습니다. 코스닥 상장사의 무자본 인수합병(M&A)에 돈을 댔던 사채업자들이 대거 코인 판으로 넘어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실제로 쌍방울과 KH그룹도 코인에 손댔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한 취재원은 코인을 탐사 주제로 다뤄볼 것을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사전 취재를 하면서 ‘어렵다는 이유로 피하면 안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코인 사기가 횡행하는 데는 어쩌면 이런 배경도 한몫했습니다. 코인은 그들만의 리그였습니다. 일반인들이 관심이 없다 보니 관련 보도가 나와도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정책 입안자나 수사기관도 코인을 투기나 도박으로 여기고 방치하니 사기꾼들이 활개를 쳤습니다. 코인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최대한 쉽게 풀어 실상을 보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취재하던 사이 코인 때문에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납치·살인 사건이 발생했고,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인 60억 원어치를 보유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국은 코인 게이트로 비화하기까지 했습니다. 곪았던 문제가 뒤늦게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국내 최초로 시도한 상장폐지 코인 전수조사

“이 정도면 논문인데요? 이걸 어떻게 하셨어요?”

조재우 한성대학교 블록체인연구소 교수가 지난 4월 말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입니다. 탐사팀은 기본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코인이란 무엇인지부터 공부했습니다. 어떻게 사기가 발생하는지, 구조적 문제점은 무엇인지 파악했습니다. 취재진이 완벽하게 이해해야 쉽게 설명할 수 있기에 교수와 변호사, 국회의원실, 거래소 및 발행 업체 관계자 등 수십여 명을 두루 만나며 물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새로운 팩트와 의미도 이끌어내고 싶었습니다. 고민 끝에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고팍스·코빗)에서 상장폐지된 코인을 전수조사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상장폐지된 코인은 사기 증거가 남은 사건 현장입니다. 이를 모아서 보면 코인 사기 패턴과 구조적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실적 Ⓒ한국일보

한국일보는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된 코인 315개를 전수조사했습니다. 2017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상장됐다가 폐지된 코인입니다. 이 조사만 꼬박 2개월 넘게 걸렸습니다. 일과 중엔 전문가를 만나거나 코인 업계 관계자를 만나야 하기에 주로 퇴근한 이후 가내수공업처럼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각 거래소 공지(코인들의 상장·폐지 날짜와 폐지 이유) △쟁글(Xangle)1) 등 코인 정보 업체 △각  발행 업체의 트위터와 텔레그램 △깃허브(GitHub) 소스 코드 수정 여부 △발행 업체 본사 주소 △발행 업체 운영자 등을 일일이 확인해 데이터를 만들었습니다. 크롤링(crawling, 웹페이지를 그대로 가져와 데이터를 추출하는 행위)이 아닌 기자가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는 만큼 오류를 잡기 위해 한 차례 검토도 거쳤습니다. 이처럼 광범위한 상장폐지 코인 전수조사는 최초의 시도입니다.

상장폐지된 코인 수에 놀랐습니다. 5년여 사이에 누군가 투자한 코인 315개가 거래소에 상장됐다가 거래 중지된 것입니다. 같은 기간 전체 상장된 코인이 1,192개였던 것을 고려하면 10개 중 3개는 거래 중지를 당한 것입니다. 어쩌면 너무 쉽게 상장되는 게 문제의 핵심이었습니다. 거래소 상장 뒷돈 문제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일일이 확인한 315개 코인의 상장폐지 사유에선 ‘먹튀(일명 러그풀, rug pull)’의 흔적이 가득했습니다. 코인 발행 후 관련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상장폐지된 ‘프로젝트 위험’ 48.9%로 가장 많았습니다. 코인 발행업체는 코인 발행 후 주요 거래소에 상장시켜 가격을 최고점으로 끌어올린 뒤 코인을 털고 나옵니다. 이후 사업 진행을 서서히 멈추면서 잠적합니다. 코인 발행 업체의 러그풀 사기 패턴입니다.

상장폐지 됐다고 코인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탐사팀은 상장폐지 이후 코인들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관리가 안 되고 있다면 진짜 먹튀라는 의미입니다. 이 점을 확인하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각 발행 업체의 트위터와 텔레그램의 활성화 정도, 소스 코드 수정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315개 코인을 대상으로 홈페이지 연결 여부를 조사했더니 74개(23.5%)는 연결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트위터와 텔레그램 커뮤니티는 각각 46.0%와 52.1%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습니다. 블록체인 개발 코드는 깃허브 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는데 상장폐지된 전체 코인은 평균적으로 1년 8개월 전에 마지막으로 소스 코드를 수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개월만 수정 안 돼도 해당 사업의 진정성 여부를 의심해봐야 한다는 게 한 블록체인 개발 업체 대표의 진단입니다.

상장폐지 코인 전수조사 Ⓒ한국일보

전수조사에 이은 코인 사기 판결문 분석

코인 발행 업체의 주소와 운영자를 일일이 확인한 건 속칭 ‘김치코인’ 여부를 구분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국인이 코인 발행에 관여한 코인을 업계에선 김치코인이라 부릅니다. 상장폐지된 코인 중 10개 중 3개는 김치코인이었는데, 코인원(44개)과 빗썸(32개)에 많이 몰려있었습니다. 국내 코인만 따로 분류해 통계를 내는 건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코인의 상장폐지 현황을 정확히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치코인만 따로 통계를 냈을 때 상장폐지된 전체 코인보다 러그풀 의혹이 짙어졌습니다.

상장폐지 코인 전수조사와 더불어 이번 기획에서 중요한 데이터는 코인 사기 판결문 분석이었습니다. 상장폐지 코인이 ‘미시’ 분석이라면 판결문 분석은 ‘거시’ 분석이었습니다. 코인 사기로 처벌받은 이들은 누구이며, 어떤 죄를 지어 얼마나 처벌받았는지 체계화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일보는 이를 위해 2021년 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최근 2년간 선고된 코인 사기 판결 사건 180개를 분석했습니다. 

판결문 검색어는 ‘코인’ & ‘사기’였습니다. 고양시 일산에 있는 법원도서관에 가 일일이 판결문을 검색·인쇄하고, 분석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분석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기자들이 180개 사건 판결문(상급심까지 240여 개)을 모두 읽고 일일이 분석하는 것입니다. 분류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사건 번호 △선고 일자 △피고인 수 △혐의 △형량 △코인 사기 대분류 △코인 실제 존재 여부 △거래소 상장 여부 △서비스 및 실물 연동 홍보 여부 △코인 가치에 대한 법원 판단 △피고인 직업 △다단계 조직 여부 △피해 금액 △합의 여부 등입니다.

눈에 띄는 건 상장 예정 사기(63.3%)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입니다. 거래소에 상장돼 코인 거래가 시작되면 가격이 오르는 속성을 통해 피해자들을 이용한 것입니다. 이외에도 코인 개발 업체 사기(26.7%), 대리 투자 사기(21.7%), 다단계식 코인 판매(17.2%)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강남 납치 살인 사건의 배경이 된 퓨리에버 코인은 코인 개발 업체 사기의 전형이었습니다. 퓨리에버 코인은 공기 청정 활동을 하면 암호화폐를 지급한다고 홍보했는데, 실제 개발 업체 사기를 보면 농산물 유통 관리 등 블록체인 기술과 무관한 사업에 코인을 결합해 사기를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현재 재판 중인 사건도 추적했습니다. 코인 사기 사건의 시작과 끝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 자·타칭 ‘코인 대통령’이라 불리던 심모 씨 사례를 접했습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2심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심 씨는 고소인 등에게 더마이더스터치골드(TMTG)라는 코인이 금과 연동되고 오케이캐쉬백 등과도 연동될 거라고 속여 판 혐의를 받았습니다. 심 씨가 손댔다는 코인만 20여 개에 이른다는 등, 피해 금액만 1조 원대에 이를 거라는 등 소문이 무성했습니다.

이 사건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자 심 씨 사기 피해자 28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가운데 심 씨로부터 두 차례 사기를 당한 김모 씨에 대해선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심 씨 고소인을 통해 피해자들을 소개받았는데, 코인 사기 피해자 방에 한국일보 기자들의 취재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양한 피해자들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더마이더스터치골드(TMTG) 코인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김 씨가 지난 4월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한 후 일터인 충북 청주의 한 모델하우스로 돌아가고 있다. 수억 원의 사기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김 씨는 이 모델하우스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일보

심 씨의 코인 발행 업체에 검찰 고위 간부 출신 전관 변호사와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가 지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이 발행 업체는 조세회피처로 알려진 세이셸에 자체 거래소를 세워 다단계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유명 로펌 소속 전관 변호사들이 이곳 주주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당사자로부터 사실임을 확인했습니다. 심 씨는
해당 변호사로부터 함께 근무하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를 소개받아 2심을 맡겼습니다. 그러나 심 씨는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결국 법정 구속됐고, 3심에선 해당 로펌의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를 추가로 영입해 상고했지만, 결국 기각돼 원심 확정됐습니다.

지금도 활개치고 있을 코인 사기꾼

코인 업계가 사기판으로 변질된 데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책임이 컸습니다. 발행 업체들이 ‘절대 갑’의 위치에서 막강한 권한과 이해 상충 업무를 독점하면서 오직 ‘수익’을 맹목적으로 좇다 보니 여러 문제점이 불거졌습니다. 당장 수면 위로 떠오른 △상장 피(fee) △시세조작 묵인 관여 △고객 예치금 무단 사용 △자체 발행 코인 사기 등 따져볼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특히 국내 코인 거래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업계 1위 업비트는 한 번도 처벌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죄를 짓지 않았기에 처벌을 피했을 수 있지만 취재원들의 시각은 달랐습니다. 실제로 업비트는 2018년 거래 장부를 조작해 검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회원 계정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1,221억 원가량의 원화와 코인을 허위로 입력해 4조 6,417억 원가량의 자전거래2)를 일으키고, 254조 원가량의 허수주문을 제출해 1조 8,817억 원 상당의 사기적 거래를 한 혐의로 송치형 의장 등이 기소됐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업비트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고, 특히 검찰의 압수 수색이 위법했기에 증거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업비트는 재판 과정에서 국내 최고 로펌의 부장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를 선임했습니다. 탐사팀은 단순히 변호사만 전관으로 이용하지는 않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업비트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전관을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방어막을 쌓고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2020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3년여간 인사혁신처와 국회 퇴직 공직자 취업 심사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경찰청(경위·
경감) 3명 △금융감독원(2급·4급) 2명 △검찰청(검사) 1명 △국회 보좌관(4급) 1명 △공정위(3급) 1명 △국무조정실(고위공무원) 1명 △한국수자원공사(임원) 1명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임원) 1명이 두나무로 취업했습니다. 같은 기간 금감원 3급 공무원과 검사가 각각 빗썸코리아와 빗썸홀딩스 최대 주주인 비덴트로 옮긴 것에 비하면 5배 이상 많은 수치입니다. 지난해 두나무의 매출은 1조 2,493억 원, 영업
이익은 8,101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64.8%에 달합니다.

3개월여에 걸쳐 만난 코인 사기꾼들은 하나같이 자신했습니다. ‘나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금도 코인 사기꾼들은 강남에서 버젓이 활개치고 있을 겁니다. 지난달 30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코인 업계는 무법지대에서 벗어날 테지만 탐욕과 무지가 있는 한 사기꾼들은 법의 틈에 기생해 또 다른 형태로 사기를 이어갈 겁니다. 코인에 투자하기 전 공부하고 경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1) 투자자를 위해 가상화폐 관련 소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 편집자 주
2) 대량 주식 매매를 중개하는 증권회사가 두 개 이상의 내부 계좌를 활용해 특정 주식을 반복적으로 사고파는 행위. 편집자 주 <출처 – 한경 경제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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