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상세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쉽고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다. 결코 넘볼 수 없을 것이라 여겼던 창작의 영역까지 침범한 인공지능.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떻게 규제해야 할지, 인공지능 콘텐츠를 둘러싼 쟁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장면1: 집단 퇴장
2023년 7월 13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영화 <오펜하이머(Oppenheimer)>(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의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장. 맷 데이먼(Matt Damon),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 에밀리 블런트(Emily Olivia Leah Blunt), 킬리언 머피(Cillian Murphy) 등의 배우들이 사진만 찍고 나갔다. 이날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이하 배우 조합)이 파업을 결의한 데 따른 것이다. 배우들은 파업 규정에 따라 영화 촬영 및 홍보, 시사회 출연을 할 수 없다(영화는 호평을 받으며 극장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장면2: 1.94점
2023년 5월 23일. 네이버웹툰 신작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1화의 별점이 10점 만점 중 1.94점에 그쳤다. 네이버웹툰의 요일 웹툰 600여 편 중 가장 낮은 점수였다. 독자들은 “인물의 손가락이 어색하다”, “화풍이 컷마다 변한다”, “배경이 인물과 뭉쳐 보인다”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제작에 불만을 드러냈다. 네이버웹툰의 별점은 보통 9점대 후반으로 후한 편이다. 1점대 점수는 독자들이 내린 일종의 ‘응징’이었다(최근 1화 별점이 겨우 2점대를 회복하기는 했다).
AI가 과학자와 기술자가 고군분투해 온 난제에서 인류의 실존 문제로 진화하고 있다. 할리우드 작가 조합에 이은 배우 조합의 파업, 네이버웹툰의 별점 테러 사건의 배경에는 창작 생태계에 빠르게 침투하는 AI가 있다. AI는 묻는 말에 척척 답할 뿐만 아니라 스토리 초안을 순식간에 써준다. 명령어(프롬프트)를 잘 입력하면 유명 작가의 화풍을 베낀 그림까지 뚝딱 만들어 준다.
창작자들은 묻는다. 결국 AI가 자신들의 밥그릇을 걷어차고 거대 제작사만 배 불리는 것이 아닌가? 콘텐츠 애호가들도 의문표를 던진다. 인간의 혼이 담긴 작품이 아닌데도 돈까지 내며 봐야 하나. 더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한다. AI는 창작의 도구가 아니라 창작의 주체로 올라서려는 것 아닌가.
멈춰 선 꿈의 공장…극강의 대치
미국 배우 조합은 한 달 넘게 영화·TV 제작자 연맹(AMPTP)과 협상을 벌였지만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 5월 2일엔 작가 노조(WGA)가 파업에 돌입했다. 두 노조의 동반 파업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배우로서 조합을 이끌던 196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배우 조합 회원 수는 16만 명, 작가 조합 회원 수는 2만 명에 달한다.
두 노조의 동반 파업으로 꿈의 공장이 멈춰 섰다. 마블의 ‘슈퍼히어로’ 시리즈의 세 번째 속편인 <데드풀(Deadpool) 3> 촬영이 중단됐다.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미션 임파서블 7)>의 해외 홍보 투어도 취소됐다. 톰 크루즈가 배우 조합과 제작자 연맹 사이 중재에 직접 나섰지만, 파업을 막지는 못했다.
배우 조합과 넷플릭스, 디즈니 등 대형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영화·TV 제작자 연맹은 재상영 분배금(residual) 문제, 기본급 인상, AI 도입에 따른 권리 보장 등을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재상영 분배금은 영화와 방송이 반복 송출될 때마다 출연자에게 지급되는 금액이다. 스트리밍 시대가 되면서 유선방송에서 작품이 재방영되는 횟수가 줄고 DVD 시장마저 쪼그라들어 배우와 작가들이 부가 수익을 올릴 기회가 줄어들었다.
킴 마스터스(Kim Masters) 할리우드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 편집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사업 모델은 방송 성공에 따라 재상영 분배금을 지급했지만, 스트리밍 기업들이 (정보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기존 유료 케이블 방송 대비 구독료를 파격적으로 낮추면서도 이익을 낼 수 있었던 데는 이런 비용 절감 효과도 있었다.
최근 넷플릭스의 히트 쇼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Orange Is the New Black)>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뉴요커(The New Yorker)와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의 형편없는 보상에 대해 폭로했다. 출연진들은 프로그램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지만, 정작 자신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출연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출연 배우인 엠마 마일스(Emma Myles)는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의 7개의 시즌 중 6개 시즌에 출연했다. 하지만, 그의 경제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인기 드라마 <프렌즈>의 출연진들이 상당한 재상영 분배금을 받아온 것과는 대조된다. 스트리밍 회사들이 이런 수익 배분 모델의 기반을 허문 것이다.
이미 시작된 미니룸 현상·AI 연기 복제
게다가 스트리밍 회사들은 작품의 초안 작성 단계에만 작가를 고용하고 전체 개발 과정에서 작가 고용을 줄이고 있다. 이를 두고 ‘미니룸(Mini-Room)’ 현상이라고 한다. 작가 여러 명이 달라붙어 수개월에서 수년씩 걸려 쓰던 TV·영화 대본도 챗GPT 같은 AI로 만들 수 있다면 이 같은 현상은 가속할 것이다.
AI를 활용한 ‘연기 복제(performance cloning)’도 현실이 됐다. 자동 오디오북, 각종 합성 음성 작업, 디지털 아바타 등 연기 복제 기술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3D(3차원) 스캐너 스튜디오에서 단 몇 분만 시간을 투자하면 손쉽게 디지털 영상 콘텐츠를 양산할 수 있다.
배우 조합의 수석 협상가인 던칸 크랩트리-아일랜드(Duncan Crabtree-Ireland)는 “배우들의 디지털 초상권을 보호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제작자 연맹은 보조 연기자들이 하루 일당만 받고 촬영하면 그 이미지를 회사가 소유하고 이후 AI로 작업해 영원히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제작자 연맹 측은 3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했으며 해외 재상영분배금도 76%나 인상했다고 밝혔다. 또한 연금·건강보험료 상한액을 대폭 인상하고, 배우의 디지털 초상권을 보호하는 획기적인 AI 대책을 제안했음에도 배우 조합이 파업에 들어갔다고 반박했다.
휴먼 터치·진정성 부족하면 극도의 위화감 유발
논란이 된 웹툰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은 2022년 5월 24일 웹소설 연재 플랫폼 문피아에서 연재된 웹소설을 웹툰화한 것이다. 인기 웹소설을 웹툰으로 제작하면 독자층을 더 넓힐 수 있다. 문제는 웹툰 제작사가 웹소설을 빠르게 웹툰화하기 위해 AI를 활용하면서 독자의 눈에 거슬리는 장면을 제대로 검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등장인물의 손가락이 5개보다 적거나 많았고 배경에 등장한 상자가 다음 장면에서 오크통으로 변해 있었다고 한다. 보조 인물이 엉뚱한 곳에 올라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제작사는 후보정에만 AI를 활용했다고 해명했지만, 독자들을 이해시키기엔 부족했다.
이 같은 불만은 곧 AI의 저작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졌다. 한 독자는 “불법 웹툰 보지 말라고 하면서 남의 그림을 무단으로 베껴 생성하는 AI 그림은 좋다고 허락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웹툰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들도 “도둑질로 만든 AI 웹툰을 반대한다”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 네이버웹툰 도전만화 코너는 누구나 웹툰을 올릴 수 있는 아마추어 창작자 플랫폼이다. 도전만화에는 ‘AI 웹툰 보이콧’ 게시물이 연달아 올라왔다. 게시물을 올린 창작자들은 “무단 도용과 복제·짜깁기한 이미지, 훔친 그림의 상업적 이용, 초상권 침해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독자들의 날 선 반응에 깜짝 놀란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공모전에서 AI 활용을 제한했다. 네이버웹툰은 ‘2023 지상최대공모전’ 웹툰 부문 2차 접수 단계부터 생성 AI 활용작을 받지 않기로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인간이 웹툰을 지배함’ 공모전에서 “인손인그(인간의 손으로 인간이 그린) 작품들의 많은 지원을 바란다”고 공지했다.
독일에서는 AI를 활용한 ‘가짜 인터뷰’ 기사가 문제가 됐다. 독일 주간지 디악투엘레(Die Aktuelle)는 잡지 2페이지에 걸쳐 <미하엘 슈마허(Michael Schumacher), 뇌 손상을 입은 이후 첫 인터뷰>란 제목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미하엘 슈마허는 자동차 경주 포뮬러원(F1) 챔피언 타이틀을 7번이나 거머쥔 ‘F1의 황제’로 꼽힌다. 그는 2013년 프랑스의 스키장에서 바위에 머리를 부딪히는 사고로 두 차례 수술을 받은 이후 의식을 찾지 못한 상태다.인터뷰 기사는 “사고 이후 나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나의 아내와 아이들, 가족 모두에게 끔찍한 시간이었다” 등 슈마허 발언을 담았다. 해당 잡지는 대화형 AI(챗봇) 사이트인 ‘캐릭터.ai(Character.ai)’에서 슈마허 챗봇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이를 기사로 재구성했다. 잡지는 AI로 만든 가상의 인터뷰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표지 하단에 작은 글씨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진짜 같았다”라고 쓴 것, 기사 말미에 캐릭터.ai를 사용했다고 밝힌 것 정도였다. F1 팬과 독자들이 경악했고 슈마허 가족 측은 주간지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디악투엘레의 모기업인 푼케미디어그룹(Funke Mediengruppe)은 디악투엘레 편집장을 보직에서 해임했다.
눈여겨볼 만한 그래미상 가이드라인
인간과 AI의 지독한 갈등 속에 눈여겨볼 만한 ‘중재안’도 나왔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중음악 시상식인 그래미상(Grammy Award)의 가이드라인이 그것이다. 전미 레코딩 예술 과학 아카데미(NARAS, National Academy of Recording Arts and Sciences·레코딩 아카데미)가 지난 6월 17일 발표한 새 가이드라인은 AI 활용을 완전히 배제하거나 AI를 창작자로 극단적으로 수용하지 않았다.
‘AI 음악 및 콘텐츠도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래미상은 인간 창작자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AI를 활용한 음악이라고 할지라도 인간이 곡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면 해당 작곡자나 작사가가 수상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이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음악 산업계 리더, 기술 기업가, 스트리밍 서비스 관계자, 아티스트 커뮤니티 관계자들과 함께 서밋(회담)을 개최했다. 레코딩 아카데미가 숙의를 통해 마련한 그래미 가이드라인은 다른 영역에서도 참고할 만한 가장 현실적인 시상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이드라인은 제66회 그래미 시상식(Grammy Award 2024)에 적용된다.
약관 들여다보는 창작자들
이제 창작자들은 컴퓨터가 대규모 학습을 통해 뭐든지 대량으로 순식간에 복제해낼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약관 세부 사항까지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이유다. 올 1월 그래픽 도구 ‘포토샵’으로 유명한 소프트웨어 회사 어도비(Adobe)가 저작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어도비의 서비스 약관에 있는 ‘제품과 서비스 개발과 향상을 위해 머신러닝(가령, 패턴 인식) 등의 기술에 사용자의 콘텐츠를 이용해 분석할 수 있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어도비가 포토샵 사용자들이 만든 그래픽으로 AI를 훈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창작자들 사이에서 AI가 본인의 화풍이나 디자인을 학습하지 못하도록 ‘AI에 활용 금지’라는 문구를 명기하는 옵트아웃(배제) 운동도 확산했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3월 네이버가 “언론사의 사전 동의 없이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연구를 위해 뉴스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새 조항을 뉴스 콘텐츠 제휴 약관에 추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새 조항은 언론사들의 즉각적인 반발에 부딪혔다. 네이버웹툰에도 비슷한 조항이 있다. 네이버웹툰 도전만화 약관의 “게시물은 네이버웹툰 및 네이버 서비스를 위한 연구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후 AI 보이콧 움직임이 더 거세졌다.
네이버는 이미 2018년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 사용자가 제공한 콘텐츠를 인공지능 분야 기술 연구 등의 연구개발 목적으로 네이버 및 네이버 계열사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사용자 약관에 추가했다. 현재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초거대 언어모델(LLM) ‘하이퍼 클로바’를 운용 중인데, 네이버 게시물 상당량이 하이퍼 클로바 학습에 사용됐을 것으로 보인다.
슈퍼스타라면 입장이 다를까
18세기까지만 해도 유럽 오페라 가수들은 공연으로만 돈을 벌 수 있었다. 이동에 대한 물리적 제약 때문에 아무리 노래를 잘 불러도 지역에서 유명한 가수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가수들은 스트리밍 음악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 팬으로부터 돈을 벌 수 있게 됐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슈퍼스타는 더 돈을 벌기 쉬운 구조가 된다. 유명 배우나 스포츠 선수들은 AI 기술 덕분에 별도의 촬영 없이 출연료를 챙길 수 있게 됐다. 광고주들도 유명인의 이미지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AI 활용에 적극적이다. AI 스타트업 메타피직(Metaphysic)은 최근 북미프로풋볼(NFL)의 스타 선수 데이온 샌더스(Deion Sanders)의 1989년 전성기 시절 모습을 AI로 재현해 프록터앤드갬블(P&G)의 질레트 면도기 광고에 활용했다. 올해 83세가 된 전설적인 골프 선수 잭 니클라우스(Jack Nicklaus)도 최근 AI 기업 소울머신즈(Soul Machines)와 자신의 38세 전성기 모습을 AI로 구현하는 데 합의했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 5>에서 해리슨 포드의 젊은 시절 얼굴은 AI가 만들었다.
영국 드라마 시리즈 <블랙 미러>의 최신작 <존은 끔찍해(Joan is Awful)>는 할리우드 배우·작가 조합이 우려하는 미래 엔터테인먼트 제작 환경을 그럴싸하게 그려냈다. 평범한 존의 일상이 실시간으로 할리우드 스타 주연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스트리밍된다. 이 할리우드 스타는 실제로 연기한 게 아니다. 등장하는 인물과 장면은 모두 최신 컴퓨터 그래픽과 딥페이크 기술로 만들어졌다.
슈퍼스타들은 자신의 매력도를 극대화하는 데 AI를 활용할 것이다. 하지만 AI 성능이 계속 올라간다면 슈퍼스타의 처지도 달라진다. 테크놀로지 기업들이 각종 데이터를 합성해 만든 디지털 휴먼이 슈퍼스타의 자리를 넘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유된 번영’은
자동적으로 보장된 결과가 아니다”
산업혁명 시대 러다이트(Luddite) 운동의 결말을 떠올려 보자. 기술 확산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일 것이다. 웹툰에도 부정적이었던 만화가 이현세 씨가 AI와는 먼저 손을 잡았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출판 만화도 서서히 없애진 게 아니라 한순간에 쓰나미처럼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이현세 스타일에 특화된 AI 모델을 만들고 있는데, 44년 동안 그린 작품 4,174권 분량의 만화를 ‘학습용 데이터셋’으로 구축했다.
이미 웹툰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은 많다. ‘채색을 도와주는 AI’, ‘스토리보드를 그려주는 AI’, ‘웹툰 배경을 그려주는 AI’ 등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웹툰 자동 생성 기술 ‘딥툰(DeepToon)’을 개발 중이다.
지난 3월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생성형 AI는 자신이 일생에 걸쳐 경험한 두 번째 혁명적 기술 혁신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빌 게이츠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AI 기술의 잠재력이 내가 1980년 그래픽 사용자환경(GUI)을 처음 접한 이후 가장 중요한 기술적 진보”라고 썼다.
다만 이 대목에서 대런 아세모글루(Daron Acemoglu)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사이먼 존슨(Simon Johnson)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의 최근 저서 《권력과 진보》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저자들은 ‘기술 낙관주의’에 중대한 일침을 가한다. ‘공유된 번영’이 기술 진보 자체에 내재된 요인으로 자동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세모글루 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2012)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근대 초기 농업에서의 기술 발달은 인구의 90% 가까이를 차지한 농민에게 아무런 이득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영국 산업 혁명 초기의 직물 공장은 소수의 사람에게 막대한 부를 창출해주었지만, 노동자의 소득은 100년 가까이 증가하지 않았다.
저자들이 강조하는 것은 ‘선택’이다. 그들은 “공유된 번영은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노동의 한계생산성(노동자 1명을 추가 투입했을 때 증가하는 생산량)’을 높이고 테크놀로지의 이득이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 분배될 수 있어야 가능하다. 그렇게 되느냐 아니냐는 경제적·사회적·정치적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이번 배우 조합이 파업을 결정하는 데는 스트리밍 CEO들이 받는 거액의 연봉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CEO 연봉으로 컴캐스트는 9,030만 달러(약 1,156억 원), 넷플릭스는 7,470만 달러(약 956억 원),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5,340만 달러(약 684억 원), 월트디즈니는 2,320만 달러(약 297억 원), 파라마운트는 3,200만 달러(약 409억 원)를 지급했다.
프랜 드레셔(Fran Dresche) 배우 조합 의장은 “고용주들이 월스트리트와 탐욕을 우선시하면서 본질적인 기여자들은 잊고 있다”고 질타하면서 “CEO들은 수천만·수억 달러의 연봉을 받을 때 일선의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저임과 열악한 작업환경에 시달린다”고 일갈했다.
배우·작가들이 수익을 배분받으려면 스트리밍 시청률 등 근거 데이터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 규칙까지 만들고 합의해야 하니 배우·작가 조합과 제작자 연맹의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다.
미래의 공장은 사람 한 명과 개 한 마리, 이렇게 딱 둘만 고용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사람이 하는 일은 개밥을 주는 것이고 개가 하는 일은 사람이 기계에 손을 못 대게 하는 것이다. 미래의 공장에 대한 농담 같은 예언은 할리우드 파업 사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며 다양한 형태로 각자가 마주할 운명일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전 세계 많은 언론이 ‘꿈의 공장’에서 일어나는 파업 사태를 대서특필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