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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人사이드] 좌담회: 변화의 한복판, 중국 특파원이 말하다
미디어 人사이드 | 등록일 : 2025-09-26

올해는 2015년 중국이 ‘중국제조(中国制造) 2025’ 정책을 시행한 지 10년이 된 해다. 첨단 제조 강국으로 나가겠다는 중국의 10년 로드맵은 큰 성공을 거뒀다. 급변하는 중국의 기술·사회상을 가장 가까이서 취재하고 있는 베이징 특파원들을 만나 미·중 전략적 경쟁의 영향, 중국 기술 굴기와 한국의 생존 방안 등을 토론했다. 편집자 주

 

최근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은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패권 경쟁 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미국이 관세 인상과 수출 규제에 나서면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로 맞대응한다. 기술 굴기(科技崛起)의 힘이다. 중국은 전기차(BYD), 배터리(CATL), 통신(화웨이), 드론(DJI), 고속철도(CRRC) 등 각 분야에서 세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번 대담에 참여한 김광수(서울경제), 김민정(KBS), 이도성(중앙일보·JTBC), 이벌찬(조선일보) 베이징 특파원은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중국을 상대할 우리의 전략도 나온다”면서 “취재 환경이 녹록지 않지만, 역사적 전환점에서 중국을 제대로 알리는 데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중국제조 2025’ 전략을 진두지휘한 먀오웨이(苗圩) 전 중국 공업정보화부 장관의 신간 ≪중국, 전기차가 온다(2025, 글항아리)≫를 공동 번역하기도 했다. 좌담회는 지난 9월 16일 화상으로 진행됐다. 추가 서면 인터뷰도 더했다. 류현정 조선비즈 콘텐츠 전략팀장(≪신문과방송≫ 기획위원)이 진행을 맡았다.

 

류현정 베이징의 취재 환경은 까다롭고 엄격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어느 정도인가.

김민정 특파원 부임 초기에 있었던 일이다. 공원에서 시민 인터뷰를 진행했다. 중국 공안이 취재 영상 삭제를 요구하더라. 내가 항의하자, 공안은 인터뷰이를 데려와 직접 ‘지워달라’고 요청하게 했다. 인터뷰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나도 더는 버틸 수 없었다. 2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김광수 중국에서 취재 자유는 보장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천안문 광장이다. 2019년 ‘천안문 사태’ 30주년 전후로 외신의 현장 접근이 늘자, 사실상 기자들의 천안문 출입이 제한됐다. 중국 정부는 외신 보도가 자국의 사상 체계를 위협한다고 생각한다. 기업 취재도 어렵다. 중국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중국 현지 기업의 홍보 담당자 연락처조차 구하기 쉽지 않다.

이벌찬 중국에서 외신 기자는 가장 환영받지 못하는 외국인으로 꼽힌다. 민감한 외교 이벤트가 있을 때면, 특파원들에 대한 통제는 극에 달한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베이징 지국장이었던 데이비드 레니(David Rennie)는 작년 9월 고별 칼럼에서 ‘중국에서 취재란 충격적으로 외로운 일(a shockingly lonely business)이 됐다’라고 썼다. 이런 환경을 딛고 기사를 써도 한국 사회에서 아무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거나, 되레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경험도 많이 한다. 이런 좌절감도 베이징 특파원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다.

이도성 중앙일보·JTBC 베이징 총국 사무실에 공안 요원 3명이 들어온 적이 있었다. 동선과 취재 경위를 캐묻고 1시간 가까이 기자들을 붙잡아 둔 끝에야 돌아갔다. 공안들은 ‘중국의 법과 규정을 지키라’는 말만 반복하고 어떤 법을 어겼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중국 어디를 가든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안다. 이곳에 와서야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절감하고 있다.

류현정 지난 9월 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년 만에 중국을 찾았다. 북·중·러 3국 정상이 66년 만에 회동하고 망루에 오른 것은 대단한 외교 이벤트였다. 특파원들은 취재하느라 남다른 고생을 했을 것이다.

김민정 북·중 접경 지역인 단둥에서 김정은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진 1호 열차가 압록강을 건너는 장면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경계는 예상보다 훨씬 삼엄했다. 단둥 시내 곳곳에 사복 차림의 인물들이 배치돼 있었고, 일부 기자들은 중국 공안의 제재로 취재 시도조차 못했다.

이벌찬 9월 2일 김정은 전용 열차가 베이징역에 도착할 당시 한국 특파원 30여 명은 사복 경찰의 눈을 피해 기차 주변 골목과 수풀에 몸을 숨긴 채 망원렌즈를 들이대야 했다. 역 내부에서 취재를 시도하다 붙잡힌 기자도 있었다. 9월 3일 열병식 당일 거리 취재도 철저한 검문과 사진 삭제 요구에 막혔다.

이도성 김정은의 방중 직후 단둥시를 찾았다. 외신 기자에 대한 공안의 통제가 심해 선양을 경유해 우회하는 경로를 택했다. 단둥의 압록강철교는 북·중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다. 국경이 다시 열리자 화물열차와 트럭이 북한으로 향했고 중국 번호판을 단 대형 버스가 북한에서 건너오는 모습도 확인됐다.

 

‘짝퉁차’ 논란에서 글로벌 선두주자로, 판 뒤집은 중국

 

류현정 중국은 국가 통제와 기업 혁신을 동시에 이뤄내고 있다. ‘중국제조 2025’ 정책이 성공한 비법은 무엇으로 보나.

이벌찬 그동안 자유주의 진영에서는 중국의 기술 성과를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조직적인 기술 탈취의 결과로 설명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국가가 산·학·연을 총동원해 신속히 인프라를 구축하고, 그 위에서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지방정부는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맞붙었고 기업은 ‘챔피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생사를 건 경쟁을 벌였다. 승자에게 모든 자원을 몰아주는 이 경쟁 구조는 과거 공산권 국가들이 실패했던 길과는 다른 경로를 만들었다. 국가가 CEO처럼 움직인 ‘국가 총동원 체제’가 중국 기술 정책 성공의 비결이다.

김민정 중국은 자동차 산업의 후발 주자다. 중국 정부는 기존 선도국들과 동일한 성장 방식을 따르는 것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 아래, 새로운 산업 분야를 개척하고 독자적인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전략을 택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의 성장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전략에 기반한 정책 선택의 결과다. 먀오웨이 전 중국 공업정보화부 장관은 ‘길이 자동차를 기다려야지, 자동차가 길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가가 나서 전기차 인프라를 건설하는 데 총력전을 펼친 것이다. 플라잉카, 차세대 로봇 등 미래 산업 전반에 같은 전략이 확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광수 2011~2013년까지 자동차 산업을 취재하던 시기, 베이징과 상하이 모터쇼를 찾은 적이 있다. 당시 중국은 세계 최대 단일 자동차 시장이었지만, 정작 중국 현지 완성차 업체에 대한 관심은 미미했다. 이른바 ‘짝퉁차’ 디자인 논란이나 레이싱 모델이 화제가 될 정도였다. 그러나 불과 10여 년 만에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기술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중국이 오히려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입장이 됐다. 최근 BYD, 지커, 니오 등 중국 주요 전기차 생산 현장을 방문해 보니, 로봇 기반 자동화 설비가 공장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조립부터 검사 공정까지 자동화율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제조 효율성과 품질 안정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었다.

이도성 ‘당 주도의 국가 발전’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 게 맞다. 동시에 분명한 한계도 있다. 일부 지역과 산업은 급격히 발전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곳은 뒤처지면서 임금 체불 시위나 분노 범죄가 발생한다. 중국 정부는 K-POP 공연이나 한국 드라마의 확산도 체제 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한한령(限韓令) 해제가 쉽지 않은 이유다. 중국 발전의 동력이 장기적으로는 구조적 취약성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중국 사회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중국의 경제 성장과 맞물려 개방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엔지니어’ 동경하는 아이들 중국 사회, 기술에 빠지다


류현정 미·중 전략적 경쟁도 한층 가열됐다. 양국의 기술 격차가 얼마나 빠르게 좁혀지고 있나. 오히려 중국이 미국을 넘어섰다고 봐야 하나.

김민정 중국의 로봇 기술이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뤘지만, ‘쇼케이스’ 수준인 경우도 적지 않다. 중국 정부도 대외적으로 중국의 기술 굴기를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다만, 내가 감탄하는 것도, 또 두려운 것도 ‘속도’다. 충전기를 전국적으로 빠르게 보급해 전기차 산업 성장을 이끌었듯, 중국은 앞으로도 기술 발전을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한 속도전에 나설 것이 분명해 보인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좌담회에 참석한 이벌찬(조선일보), 이도성(중앙일보·JTBC), 김민정(KBS), 김광수(서울경제) 베이징 특파원 ⓒ한국언론진흥재단

 

 

김광수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 아직 사람과 자연스럽게 교감하거나 매끄럽게 움직이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걷는 수준’에 머물렀던 로봇들이 최근에는 ‘뛰는 동작’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격투 동작을 선보이는 로봇은 허공에 주먹과 발차기를 휘두르다 중심을 잃고 넘어지기도 하지만, 곧 스스로 일어나 다시 동작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몇 달 사이에 이 정도의 변화를 보인 만큼, 향후 1~2년 내에는 괄목할 만한 수준까지 도달할 것이다. 중국 로봇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 크다. 한국은 물론 일본,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언론사 기자들도 로봇 전시장을 자주 취재한다.

이벌찬 ‘중국제조 2025’가 제시한 10대 핵심 기술 분야와 2018년에 추가된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무려 7개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이 중국에서 배출됐다. 미국의 기술 통제에도 중국이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것이다. 딥시크(DeepSeek)의 성공 사례만 보더라도 정부가 산·학·연을 총괄 지휘해 첨단 기술의 두터운 기반을 마련한 뒤, 그 위에 젊고 기동력 있는 ‘천재 스타트업’이 주인공으로 나선 방식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양국 간 AI 기술 격차가 6개월~1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도성 로봇박람회와 모터쇼를 취재할 때마다 중국 사회 내부의 과학기술 열기를 실감한다. 걷지도 못하는 아기부터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어린이들도 대거 박람회를 찾는다. 우리로 치면 인플루언서에 해당하는 왕훙(網紅)들이 대거 몰려들어 영상을 촬영하고 수십만 팔로어와 이를 공유한다. 사회적 관심이 높으니 왕훙도 전시장을 찾는 것이다. 마치 한국에서 아이들이 K-POP 스타를 꿈꾸듯 중국에는 ‘뛰어난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이 지금은 기술적 우위를 갖고 있다고 해도 중국 아이들이 성장한 미래에도 그 우위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류현정 결국 트럼프 1기 시절부터 시작된 미국의 대중국 기술 통제, 즉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조치가 실질적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 아닐까.

김광수 실제로 미국의 대중 기술 제재가 강화되면서 중국은 오히려 ‘국산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핵심 부품과 기술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중국 기업들은 고사 위기에 내몰렸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정부 차원에서 자금과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표적 사례가 화웨이다. 화웨이는 5G 스마트폰에 필요한 칩을 확보하지 못해 약 2년간 신제품을 내놓지 못했지만, 2023년 자체 개발 칩을 탑재하며 다시 제품을 출시했다. 이후 글로벌 시장에 재진입해 점유율을 회복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의 제재가 단기적으로는 중국 기업을 압박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기술 자립을 촉진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중국의 기술 발전을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다. 추가 제재를 할 경우 미·중 간 협상과 갈등은 더욱 격화될 수밖에 없다.

이벌찬 오히려 미국은 해야 할 제재 수단을 최대치로 동원했다고 본다.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 시장 진입을 봉쇄하거나 규제를 강화하며 중국이 해외에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러한 압박은 중국 경제의 수출 의존 구조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최근 중국 부동산 침체와 소비 위축은 외부 자금 유입이 차단된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예상하고 엔비디아 AI 칩을 대량 확보해 지금까지 버텨왔지만, 토종 반도체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낮은 수율의 차량용 반도체나 기술력이 떨어지는 칩·부품을 활용하며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불필요한 중국의 국력 소모를 초래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국가 총동원 체제가 견고해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막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부상하는 중국, 변화하는 국제 질서 속 한국의 전략은

 

류현정 최근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북한·중국·러시아가 밀착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신냉전’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벌찬 중국은 여전히 ‘신냉전’이라는 표현을 꺼린다. 중국은 여지를 남겨두며 상황을 관리하는 전략을 택해왔다. 그러나 최근 북·중·러 세 정상이 함께 단상에 오른 장면은 기존 기조를 깬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이 그토록 꺼리던 ‘삼각 연맹’을 세계 앞에 드러내면서 충격을 줬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드는 모습이다. 과거 시진핑 주석이 집권 직후 한국을 우선 방문하며 한때 한국을 ‘미·중 사이의 방파제’로 기대했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는 분석이다. 한국 배터리 기업은 2016년 중국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제도(신에너지차 보조금을 중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에만 지급하는 제도)와 2022년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북미에서 제조·조립된 배터리 부품에 세제 혜택 제공을 골자로 하는 제도)로 큰 손실을 입었다. 이처럼 한국은 미·중 충돌과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는 상황에 놓였다.

김광수 전문가들은 북·중·러의 결합 고리가 아직까지는 한·미·일에 비해 약하다고 평가한다. 러시아가 중국의 주도권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북한 역시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 속에 전략적으로 엮여 있을 뿐, 3국이 공고한 동맹을 구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대중(對中) 견제 기조가 강화되며 한국 기업들의 중국 내 투자와 사업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에 투자 압박을 노골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한국 연간 예산의 절반을 웃도는 3,500억 달러(약 490조 4,900억 원) 규모의 투자 압박은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들지만, 만일 현실화될 경우 한·미 간 경제적 연결 구조는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김민정 최근 열린 열병식에서 천안문 망루에 북·중·러 정상이 함께 오른 장면은 국제사회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과거 냉전 구도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와의 밀착을 지렛대로 삼아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나아가 대미 협상의 공간까지 모색하는 정황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북·미 대화의 향배가 한반도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정치 체제 내부의 권력 이동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은 여전히 ‘당이 주도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권력 승계와 재편 과정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누구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10년, 20년 후 중국 권력 지형이 한반도와 세계 질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류현정 중국의 굴기와 복잡한 정세 소용돌이에서 한국은 어떤 전략을 짜야 할까.

이벌찬 중국은 세계 최대의 단일 시장으로, 한국 기업들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곳이다. 설령 0.5%, 0.1% 수준의 중국 시장 점유율만 확보하더라도 규모 자체가 압도적이다. 실제로 많은 유럽 기업 역시 극히 낮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갈라파고스’를 넘어 세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현실을 한국이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중국을 하나의 독립된 시장으로 보고 중국인 맞춤형 제품을 내놓는 노력을 이제라도 다시 해야 한다. 또한 중국은 한국에 상당한 전략적 자원을 제공할 수 있다. 세계 희토류 공급의 대부분을 쥐고 있는 중국은 한국 산업이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내재적 경쟁력’을 쌓는 것이다. 중국은 천재 이공계 군단을 보유 중인데, 한국의 수재들은 의대로 쏠린다. 이래서는 한국이 중국에 대한 기술 우위를 다시는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이 경쟁력이 있을 때 한국의 외교 공간도 커진다.

김광수 중국은 정부 주도의 강력한 추진력 아래 산·학·연이 단일대오로 미래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산당 일당 체제의 특성을 살려 5년, 10년 단위의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산업 정책의 큰 틀이 바뀌는 경우가 잦다.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에서 약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산업 분야라면 정권의 이해관계를 떠나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산업 경쟁력은 단기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 달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사실상 확정됐다. 중국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경우 북한 문제 대응은 물론,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균형 있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파원이 전하는 중국, 그러나 진짜 답은 ‘직접 경험’


류현정 지난 10년 중국이 기술 굴기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정작 한국에서는 후임자를 구하지 못할 정도로 중국 특파원 기피 현상이 두드려졌다. 한국이 중국의 부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이벌찬 중국 관련 보도가 한국 사회에서 외면받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사드(THAAD) 사태 이후다. 약 9년에 걸쳐 반중 정서가 확산하면서 중국을 취재하는 기자들까지 비난과 불신의 대상이 됐다. 중국 전문성을 쌓으려 했지만 결국 다른 분야로 옮길 수밖에 없었던 기자들이 적지 않다. 언론사들이 베이징 취재에 필요한 예산 투입을 주저하면서 현지 특파원의 삶은 점차 팍팍해지고 있다. 현지에서는 취재원을 만나기 위해 잦은 식사 자리를 마련해야 하고 선물을 제공해야 하는 등 관계 유지를 위한 비용과 노력이 든다.

김민정 회사마다 기자마다 중국 특파원 지원을 꺼리는 이유는 제각각일 것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점은 ‘자유로운 취재 환경의 부재’다. 앞서 단둥 취재 경험에서 드러났듯이, 한국에서는 전혀 어렵지 않은 취재조차 현지에서는 제약과 감시로 인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이 중국 특파원직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광수 여러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첫째, 중국에 대한 무지와 불신, 혐오로 인한 불안감이 크다. 둘째, 교육비 부담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생활 물가 자체는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임대료와 교육비, 특히 국제학교 수업료가 폭등했다. 쌍어 학교(bilingual school)나 한국 국제학교로 눈을 돌려도 한국에서 교육을 시키는 것과 비교해 메리트가 크지 않다. 셋째, 해외 생활에 대한 선호도 자체가 예전보다 낮아졌다. 과거에는 ‘해외 근무’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지금은 해외 생활을 경험한 사람이 많다. 맞벌이가 늘어 배우자가 함께 외국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류현정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한다.

이벌찬 중국이 체급 차이를 딛고 미국과 정면 대결을 벌이는 전환점에 선 시기다. 하드웨어 파워의 미국과 소프트웨어 파워의 중국, 민간 기업 주도 경제와 국가 주도 경제, 자유주의 사회와 전체주의 사회, 글로벌 인재 풀과 천재 군단이 정면으로 맞붙는 역사적 순간에서 한국 사회에 중국 실상을 정확히 전하는 것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

김광수 어느 나라든 현장에서 직접 경험해야 더 정확하게 흐름을 파악할 수 있지만, 중국은 그 특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전해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중국은 국가의 통제와 검열로 외부에 100%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국과 함께 G2로 꼽히는 중국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지금보다 중국 특파원의 수와 비중은 더 늘려야 한다. 최근 한국인의 중국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졌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중국을 직접 찾는 발걸음은 부족하다. 더 많은 한국인이 중국 현장을 방문해 산업과 사회, 정부의 변화를 몸소 확인해야 한다고 본다. 중국에 오면 ‘두 마리 개(편견, 선입견)’를 데리고 왔다가 ‘한 마리 개(백문이 불여일견)’만 가지고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이도성 중국은 스스로를 자주 ‘떨어질 수 없는 이웃’,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이라고 표현한다. 중국은 수천 년 동안 지지고 볶고 부대끼며 살아온 우리의 거대한 이웃이다. 중국이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느냐도 중요하고 우리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혐오를 걷어내고 객관적으로 중국을 바라보는 태도부터 갖춰 나가야 한다.

김민정 한국 사회의 중국 인식은 점점 양극화되고 있다. 누군가는 중국을 과도하게 경계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과소평가한다. 잘못된 정보에 의존하면 확증편향만 커지고 자극적이거나 오도된 판단이 사회에 확산될 위험이 크다. 언론사 역시 성찰이 필요하다. 중국 관련 기사를 단순히 조회수 경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지는 않은지, 어떻게 하면 객관적인 양질의 정보를 시청자와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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