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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전문위원 신학림 씨가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사흘 앞두고 뉴스타파를 통해 보도한 대장동 비리 사건 중심인물 김만배 씨 인터뷰는 한국 언론의 ‘정파성’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해당 인터뷰가 주요 내용을 누락해 사실관계를 왜곡했을 뿐 아니라 인터뷰 사흘 뒤 김 씨로부터 책값 명목으로 1억 6,500만 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 뉴스타파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취재원과 거액의 금전 거래를 한 사실은 저널리즘 윤리상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자신들이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실 우선의 원칙’과 결코 특정 진영의 편에 서지 않는다는 비당파성의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왔으며 이 원칙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사건이 불거진 뒤 공개된 72분짜리 인터뷰 녹취록은 이 기사가 사실과 비당파성을 원칙으로 작성됐을 것이라고 믿기 어렵게 만든다. 인터뷰 인물이 말한 내용이 생략되거나 부분 인용되면서 이용자에게 전혀 다른 의미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 대해 “취재원 및 취재 정보의 객관성과 신뢰성, 정보의 가치 중립성을 훼손한 것”(언론노조)이라는 비판과 “이해충돌을 방지해야 하는 언론인의 의무 원칙 위배”(언론개혁시민연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 문제의 기사가 녹취록 내용을 선택적으로 활용해 결과적으로 특정 정당에 불리한(반대 정당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한국의 저널리즘에 두드러진 사실 확인의 규율 문제를 훌쩍 넘어선다.
정파성(partisanship)은 일반적으로 정당에 대한 정서와 인식, 태도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정당들은 매일 일어나는 사건과 이슈에 대해 정치적 입장을 밝히며, 정파 간의 상이한 관점과 입장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일들을 판단하고 인식하는 데 중요한 준거로 작용한다(송현주, 2015).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위임받아 그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과 민주적 여론 형성에 기여할 책임을 지니는 언론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정파적 태도나 의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이 보도하는 ‘정파적 의견’은 해당 사안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사실들을 근거로 해야 한다.
문제는, 진실이다.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서 저널리즘이 진실의 임무를 수행할 시 정파로부터의 독립을 강조했다. 이는 정당이라는 기관, 단체나 정치인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좁은 범주가 아니라, 마음의 독립과 계급이나 경제적 지위로부터의 독립, 인종·민족·종교·성별로부터의 독립을 포함한다. 정파성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기자들은 “정신과 마음의 독립을 주요 가치로 새겨야 한다”(234쪽)는 것이다. 이들은 정파로부터의 독립 원칙이 객관적 사실을 취재하는 기자들뿐 아니라 의견과 비평, 논평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정파주의 함정에 빠진 한국 언론
한국의 뉴스 보도에서 정파성의 문제는 저널리즘에 대한 심각한 수준의 위협으로 지적되어왔다. “1980년대 말 민주화가 진행되기 시작한 후 한국 저널리즘은 지독한 정파주의의 함정에 빠져있다”(이재경, 2009)는 비판이 보여주는 것처럼, 한국 언론의 정파성 문제는 사실 확인의 규율과 관련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사실(事實·fact)을 기반으로 한 스트레이트 뉴스, 해설 기사에서도 매체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사실의 취사선택이 일어나고 선정적·왜곡 보도가 확산되고 있다(최창식·임영호, 2021; 현기득·서미혜, 2019; 김영욱, 2011 등). 사실관계가 틀린 기사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 제공”이라는 이유로 ‘이달의 기자상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을 정도로 한국 언론의 정파성 문제가 심각하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정민경, 2020; 이정훈, 2021에서 재인용).
한국 언론의 정파성은 특정 정당과 이해를 함께하는 정당 정파성을 특징으로 하는데(김영욱, 2011), 특정 정당·정파·단체 등에 대한 기자·매체의 지지 및 편향 태도와 이들 지지 세력을 독자로 확대하려는 상업적 요구, 알고리즘에 의한 뉴스 접근이 가능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확산이 결합하면서 정파성 문제는 다양한 측면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미디어 환경이 디지털 기반으로 재편되면서 입맛에 맞는 뉴스를 원하는 독자들을 향해 정파적 보도는 상업적인 방향으로 더 강화되었다(이정훈, 2021). 채드윅(Chadwick, 2017)은 디지털 환경에서의 언론을 연결 및 공유라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통해 다양한 주체들이 뉴스와 의견을 주고받는 ‘하이브리드 미디어 시스템’이라고 명명했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미디어 시스템에서는 저널리즘 훈련을 받지 않았거나 저널리즘의 객관주의에 동의하지 않는 다양한 온라인 매체가 기존 매체들과 경쟁하며 수용자들이 적대적 매체 지각, 확증편향, 알고리즘에 따른 뉴스 선택 등에 노출되었고, 정파적 뉴스 시장은 확대일로에 있다.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맞서는 사회적 이슈를 보도하는 데 저널리즘의 기본 규율인 사실 보도의 원칙, 독립성의 원칙이 정파성에 의해 위협받는 일은 사회·문화·경제 분야 보도에서도 드물지 않다. 한국 정치가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의 극심한 대립과 양극화로 치달으면서,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은 그대로 정치 이슈가 된다. 세월호 사건이 그랬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 백신 접종 같은 전문 의료 분야까지 정치화됐다. 최근 교사들의 죽음과 시위, 교권과 학생 인권의 상호배제적 접근 등도 그대로 정치 이슈가 됐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다.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징검돌로서의 사실 확인의 규율이 위기에 처했다. 정치가 아닌 일상의 사건에서 정파성은 어떻게 ‘좋은 저널리즘’을 위협하는지, 지난 8월 한동안 전국을 시끄럽게 했던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과 난맥상, 문제 해결과 관련한 보도 역시 정파성의 예로 살펴볼 만하다. 지난 8월 2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막식에서 청소년 참가자들이 폭염에 쓰러지고 곰팡이 핀 달걀, 오물이 넘치는 화장실 등 위생 문제가 불거진 뒤 영국·미국 참가단의 퇴영, 태풍 카눈 상륙으로 인한 새만금 야영장 철수,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으로 급히 장소를 옮긴 K-POP 콘서트 겸 폐막식까지, 국제 행사 파행 ‘사건’은 명백한 정치적 이슈가 됐다. 예산 집행과 관련한 명백한 사실들조차 △전 정부와 현 정부 중 어느 정부의 탓이냐 △집행위원장인 민주당 소속 전라북도 도지사의 무능 때문이냐,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현 정부 장관들의 무능 때문이냐 등 정파적 태도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보도됐다. 전 정부 탓과 현 정부 책임론이 불거진 정가 발언을 ‘중계’하는 보도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독립적인 취재를 통해 수집한 사실들로 파행의 원인과 책임을 파헤치는 기사는 많지 않았다.
독자 확보 경쟁 속 더욱 심화
한국 언론의 정파성은 종이신문의 쇠퇴와 디지털 환경으로의 전환 가운데 치열한 시장 경쟁이 빚어낸 상업주의 성격이 뚜렷하다. 보수-진보 세력의 양극화와 이로 인해 양분된 진영의 세력 다툼이 치열한 가운데, 디지털 환경에서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그것이다. 하지만 정파성은 독자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종국에는 언론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낳는다. 정파성을 배제한 정확한 사실 보도가 독자를 끈다는 점을 경제 뉴스의 정파성 연구에서 찾아낸 이승윤(2023)은 “‘정파성이 극도로 강력한’ 유튜브 정보의 홍수 시대에는 팩트체크 뉴스가 (저널리즘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말한다. 그 점에서, 2020년 ‘신뢰받는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의 한 현직 언론인의 자성이 지금 우리 언론의 정파성 문제를 풀기 위한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언론의 과도한 정파성이 한국 언론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다. (…) 언론이 정파 보도에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파와 무관하게 사실관계 확인과 상식, 합리에 기반한 논리적 연결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