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상세
[미디어현장]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성공 전략
미디어현장 | 등록일 : 2023-10-27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종이 잡지의 쇠퇴는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으로 180년이 넘게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잡지 산업에 주는 교훈을 확인해본다. 편집자 주

 

잡지 산업의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광고보다 인쇄판과 디지털 콘텐츠 구독자로 더 많은 수익을 내는 잡지들이 있다. 올해로 창간(1843년 9월) 180년이 넘은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도 그중 하나다. 그리고 이제 이코노미스트는 뉴욕타임스와 함께 종이보다 디지털로 구독 수익을 더 많이 내는 잡지가 됐다. 디지털 환경과 모바일 기반 매체 이용이 보편적인 상황 속에서 이코노미스트는 어떻게 성공적인 행보를 보일 수 있었을까?


소셜미디어로 실험 거듭한 이코노미스트

 

우선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워싱턴포스트 등과 마찬가지로 기사를 정보가 아닌 상품으로 보고 디지털 전환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취재기자, 디지털 마케터, 엔지니어의 역할을 분담하고 소셜미디어 전담팀도 운영했다. 여기에 이코노미스트가 중점을 둔 데이터 저널리즘을 강화하고, 이를 시각화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맞게 게시하는 실험 정신을 발휘했다.

 

출판계 디지털 전환의 핵심은 온라인 이용자의 유료 콘텐츠 구매 유도다. 이에 이코노미스트는 단순 유입 독자들을 독자 데이터 수집에 용이한 유료 콘텐츠 구독자로 전환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중에서도 페이스북, 트위터, 스냅챗 등 소셜미디어의 팔로워가 증가하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뉴스 콘텐츠를 플랫폼에 따라 달리 재구성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 이코노미스트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빨간 카드 모양의 ‘오늘의 사실(Fact of the Day)’을 게시해 이코노미스트 웹사이트로의 연결을 유도했다.

 

이때 이코노미스트 독자들의 사용 빈도가 높고 커뮤니티 유대가 강한 점을 고려해 2009년 9월 개설한 트위터 계정이 일종의 발판이 됐다. 이코노미스트의 디지털 마케팅 디렉터였던 데이비드 험버(David Humber)에 따르면, 트위터에서 이코노미스트를 팔로우하는 이용자들을 구독자로 전환하기 위해 이코노미스트닷컴 자체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들의 이메일과 트위터 팔로워들의 이메일을 상호 참조해 시의적절한 콘텐츠로 이들에게 접근했다고 한다. 당시 글자 수 제한이 있었던 트위터에 팔로워의 시선을 사로잡는 일러스트와 본문 기사 링크를 게시해 자연스레 본지 웹사이트로 유입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잠재적 구독자인 팔로워를 공략하는 것이 마케팅 차원에서 더욱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내 18~34세의 41%가 사용할 만큼 젊은층 중심인 스냅챗의 디스커버(Discover)에 2016년 10월부터 주말마다 14~17개의 콘텐츠를 게시하기 시작한 것 역시 일종의 도전이었다. 그래픽·비디오·애니메이션의 형식과 비즈니스·정치·과학·기술 관련 텍스트를 혼합하는 구성이었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여타 잡지보다 비교적 젊은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이를 새로운 구독자를 확보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이로써 미국의 잠재적 독자들에게 이코노미스트가 경제·금융 분야에 한정된 잡지가 아니며, (2016년 당시) 173년이 넘은 주간지라는 정체성과 역사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었다.


전문성과 연결성

링크드인을 통한 뉴스레터 출시

 

소셜미디어뿐만이 아니다. 이코노미스트의 뉴스레터 편집자 서니 후앙(Sunnie Huang)은 2018년 인터뷰에서 이미 뉴스레터의 중요성과 취지, 그리고 활용 전략에 대한 고민을 밝힌 바 있다. 뉴스레터 전담팀은 실제 독자들을 대상으로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했고, 이들의 요구 사항과 피드백을 반영해 이코노미스트의 저널리즘적 가치를 반영한 뉴스레터를 끊임없이 수정·개발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끝에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편집자 추천 뉴스를 일곱 개로 늘려 선택의 폭을 넓혔고, 경제 관련 주제에 국한하지 않고 스포츠를 포함한 문화 전반을 다루며 더 넓고 깊이 파고드는 기사를 뉴스레터에 담았다. 

 

마침내 2022년 7월, 링크드인(LinkedIn)에 뉴스레터인 디이코노미스트위크어헤드(The Economist Week Ahead)를 출시해 올 상반기(2023년 3월 기준) 구독자 270만 명을 확보했다. 이는 이코노미스트가 발행하는 전체 뉴스레터 14개(구독자 전용 뉴스레터 11개와 무료 배포 중인 뉴스레터 3개) 중 구독자가 세 번째로 많은 것이다. 사실상 뉴스레터 구독자는 잡지사와 직접 소통하는 충성 독자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구독자를 관리하고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독자들의 트래픽, 선호 기사, 구독 습관 등을 추적해 일종의 패턴을 파악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통해 온라인상의 다양한 시도에 대한 성공 여부도 훨씬 수월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주 세 개의 기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에서 한 달간 다섯 건의 무료 기사 제공으로 페이월(paywall, 온라인 기사 유료 구독) 정책을 바꾼 것 역시, 일반 독자가 구독자로 전환하거나 웹사이트의 직접 유입 독자로 로그인하기까지 다섯 건의 기사를 읽는다는 데이터에 따른 것이다.

 

 

 

무엇보다 이코노미스트는 링크드인 이용자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를 드러내고 이를 토대로 인맥을 넓혀가는 데 집중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에 콘텐츠-독자, 독자-독자 간 촘촘한 연결을 위해 기존 소셜미디어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토론을 유도하는 뉴스레터를 발행했다. 대개 뉴스레터에 이코노미스트 특유의 관점을 드러내는 질문을 던져 열띤 토론을 끌어냈는데, 이는 링크드인 플랫폼 이용자들이 관련 분야 네트워크에서 자신의 지식을 뽐내고자 심도 있는 대화의 장을 펼쳐나간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의 실험을 통해 알아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뉴스레터는 최근 워싱턴포스트가 온라인 혁신 차원에서 기획하고 있는 참여형 뉴스 콘텐츠(미 전역의 독자들이 자신의 의견과 논평을 제출할 수 있는 오피니언 세션)보다 훨씬 즉각적이고 상호적인 소통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독자 데이터 확보가 독자 수입으로

 

지난 제73회 세계뉴스미디어총회(World News Media Congress)에서도 독자 데이터 확보의 중요성이 거론됐다. 과거 종이신문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독자 정보를 디지털 환경에서는 체계적으로 관리해 독자 수입(reader revenue)으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가 2017년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상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클릭하는 일반 이용자를 유료 구독자로 전환하는 데 약 9주가 걸린다. 이는 종이잡지 일반 독자를 디지털 콘텐츠 구독자로 전환하는 것보다 긴 시간이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독자 데이터를 활용하면 타깃팅과 세분화로 획득 비용(CPA)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어 오히려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이코노미스트는 인쇄물 구독자의 이탈률에 따라 유통량이 급감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돌파구를 모색했다. 그리고는 위기를 기회 삼아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서 이코노미스트 구독자라는 정체성을 부여하고, 온라인 채널을 통해 독자 간의 유대를 형성하는 매개가 됐다. 이는 특정 주제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잡지 고유의 매력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에 따른 다양한 대응

한국 잡지계에 주는 시사점은?

 

매체 환경 변화는 마치 1980년대 MTV 등장으로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두려움을 동반한,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의 시대가 열린 것처럼 미디어 생태계의 수순인지도 모른다. 여기에 디지털 환경에 능동적으로 반응하고 적응해 나가는 수용자들은 더 이상 종이 잡지에 매몰되지 않고 이를 하나의 트렌디한 상품으로 소비하거나 콘텐츠 자체를 온라인으로 손쉽게 획득하는 추세다. 그러므로 잡지가 온·오프라인을 오가더라도 고유의 콘텐츠는 초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색을 더욱 선명히 드러내야 한다. 창간 80년 만인 2013년 종이판 발간을 중단한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온라인 뉴스 웹사이트인 더데일리비스트(The Daily Beast)와 2010년 합병했다가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그저 그런’ 기사를 쏟아냈던 말로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종이판 뉴스위크가 폐간되고 이듬해 이코노미스트는 주간지의 모든 기사를 섭렵할 수 없는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일간 디지털판 격인 애플리케이션 에스프레소프롬디이코노미스트(Espresso from The Economist)를 출시한 바 있다. 당시에는 인쇄물의 디지털화, 주간지의 일간판 배포로 이코노미스트 고유의 정체성을 이탈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잡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지 않는 구독자들의 읽기 습관을 반영한 이 앱은 오히려 디지털 매체 이용에 익숙한 이들의 재구독률을 끌어올렸다. 또한 인쇄물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지역의 독자층을 공략해 시장 외연 확장 기회로 활용했다.

 

애플리케이션부터 소셜미디어 플랫폼, 뉴스레터와 같은 이코노미스트의 디지털 미디어 환경 적응기는 우리의 잡지 산업을 돌아보게 한다. 종이신문과 잡지의 질감, 특유의 냄새를 선호하는 구독자들이 스크린의 터치감에 익숙해졌듯이, 잡지계는 구독자의 변화된 읽기 방식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2 잡지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잡지사의 84.8%가 자체 홈페이지를 이용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에 따라 각기 다른 대응 전략을 갖춘 이코노미스트의 행보를 염두에 둔다면, 단순히 홈페이지에 기사를 게재하는 것만으로 잡지 콘텐츠의 디지털 전환을 완성했다고 단언할 수 없다. 본래 잡지가 추구해 온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구독자들의 미디어 습관에 맞춰 잡지 발행 방식을 전환하려면 양질의 콘텐츠 기획 및 취재만큼 디지털 기술 분야와 온라인 마케팅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코노미스트의 디지털 대응 전략을 선례 삼아 한국의 잡지산업 진흥계획도 보다 구체적으로 꾸려져야 할 것이다. 

저자의 다른 미디어
  • 필자 : 이은별
  • 소속 :
  • 직함 :
  • 발행 : 2023-10-27
  • 조회수 : 27
  • 키워드 :
블로그 공유 트위터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