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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뷰]보고서: 《해외 미디어 동향: 뉴스위크의 혁신 사례》
미디어 리뷰 | 등록일 : 2024-06-28

한국 언론의 디지털 전환은 풀기 힘든 숙제이자 업계의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사례를 눈여겨볼 만하다. 가판대에서 사라졌다 ‘디지털 퍼스트 전략’으로 부활한 뉴스위크를 다룬 한국언론진흥재단 《해외 미디어 동향》 2024년 1호의 내용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일상에서 디지털은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한 손안에 들어오는 스마트폰과 그 안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우리는 항상 디지털 기술을 접하며, 시공간을 초월하여 누군가와 어딘가에 연결돼 있다. 특히 방송과 통신 서비스에서 디지털 기술은 필수 요건이 되었다. 국내에서는 이미 2012년부터 텔레비전 방송의 디지털 송출이 전면 실행되었고, 동영상과 사진 이미지, 음향 등을 포함하는 대부분의 시청각 미디어가 디지털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에는 당연히 사람이 해야 할 일로 여겨지던 뉴스 진행이나 기사 작성까지 생성형 인공지능(GAI)이 활용되고 있어, 신문과 같은 전통 언론사 역시 적극적으로 디지털 기술의 채택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뉴스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반면 여전히 아날로그에 힘이 실리는 분야가 있다. 라디오의 경우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송출되며, 디지털 기기 접근성이 떨어지는 저개발 국가의 교외 지역 거주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청취자 중 다수인 주부나 노년층 등이 기존 라디오 청취 방식에 익숙한 까닭에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 또한 크지 않다. 과거에 비해 청취율이 대폭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이는 라디오’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등 작은 변화만으로도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신문이나 잡지 등 종이 매체도 전통적인 수용자의 주목도와 접근성에 기초해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수용자의 숙의를 촉구하는 활자 매체로서의 자긍심과 종이의 질감을 선호하는 수용자의 읽기 습관이 인쇄매체의 존재 이유를 설명한다는 것이다. 특히 뉴스로 대표되는 언론사의 콘텐츠는 속보 경쟁을 넘어서 느리지만 차별화된 고품질 탐사보도를 지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디지털 기술과 전통 저널리즘 가치 간의 충돌에 직면한 인쇄매체의 고민은 더욱 커진다. 디지털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온라인 매체로 확장을 시도해야 할 것인지, 전통적인 언론사의 강점을 극대화해야 할 것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실상 한국 언론의 다수는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1995년 이후 급속도로 성장했다. 

 

포털의 뉴스 서비스와 블로그, 커뮤니티의 활성화, 시민기자 등 수용자의 참여 확대에 힘입어 다양한 언론 매체가 생겨났으며 이들은 뉴스 생산의 진입장벽을 낮추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양적 성장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전통적인 언론을 대체할 미디어가 늘어남에 따라 뉴스 이용률이 급감하고 있으며, ‘가짜뉴스(Fake news)’나 언론을 사칭하는 정보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정보량이 급증하고 뉴스와 정보의 경계가 흐려짐에 따라 언론사가 고민해야 할 문제도 많아졌다. 먼저 언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책무감이 커졌다. 전통적으로 언론은 행정·입법·사법부와 함께 ‘제4부’로 불리며 우리 사회의 감시자 역할을 부여받아 공권력이나 여론으로부터 독립적이야 한다는 특수성을 지닌다. 이에 ‘감시견(watch dog)’으로서 본래의 기능을 다해야 한다. 

 

반면, 언론사도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하나의 기업인 탓에 보다 많은 수용자에게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진다. 디지털 전환 역시 단순한 기술의 채택과 적용을 넘어서 ‘기업이 디지털과 물리적인 요소들을 통합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고, 산업에 새로운 방향을 정립하는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아날로그적 업무 관행과 환경 변화에 적합한 사업 모델의 부재는 한국 언론의 디지털 전환을 지체시킨다.

 

결국, 감시견에게 부여된 공적 책무와 영리 추구를 통한 지속적인 성장 간의 타협점을 찾아 나갈 필요가 있다. 이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은 해외 주요 언론사의 디지털 전환 사례를 소개하고 국내 언론에서의 적용 방향과 시사점을 탐색했다. 특히 지난 6월 발간된 《해외 미디어 동향》 2024년 1호에서는 미국 뉴스위크 CEO인 프라가드(Pragad, D.)와의 인터뷰를 통해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살펴보았다.1)


뉴스위크 ‘디지털 퍼스트’의 내력

 

지난 1933년 창간해 한때 전 세계 330만 부 이상을 발행하던 유력 시사주간지인 뉴스위크도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혁신을 추구해야 했다. 뉴스위크는 인터넷 매체의 확산에 따라 경영난이 심화된 2010년, 오디오 장비 생산업자인 시드니 하먼(Sidney Harman)에 1달러에 인수되고, 2012년 말 종이판 발행이 중단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비언론인 출신으로 뉴스위크의 대주주이자 CEO로 등장한 인물이 프라가드다. 

 

뉴스위크가 추구한 혁신의 방향을 프라가드는 ‘레거시 스타트업(Legacy start-up)’으로 정의한다. 전통적인 미디어의 강점을 살리되, 스타트업 기업과 같이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뉴스위크는 온라인 구독이나 인쇄본 판매 등 정형적인 수익 모델을 탈피해 다양한 사업 모델을 탐색했다. 2012년 종이판 발행 중단과 2014년 복간 등 과거의 경험에 기초해 온라인에는 속보성 기사를, 프리미엄 인쇄본에는 정독이 필요한 심층 기사를 제공하는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협찬과 랭크 콘텐츠 등 새로운 유형의 기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디지털 환경에 걸맞은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구글을 비롯해 조사기관인 스타티스타(Statista), 동영상 기반 플랫폼인 스타팅포인트(A Starting Point)와 파트너십을 맺고 병원, 학교 등의 객관화된 순위 자료를 발표하는 것이다.프라가드는 뉴스위크의 핵심 전략이 고객 가치의 분석에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온라인 플랫폼과 협업을 통해 고객에 대한 도달률과 광고 수익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고객의 필요를 분석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그는 뉴스룸에서 인공지능의 활용 또한 동일한 맥락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기자와 뉴스생산자의 위협 요소가 아닌 기회로 수용하고, 독자 선호도나 데이터 분석 등의 기초적 도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뉴스위크는 마이크로소프트코파일럿(Microsoft Copilot)과 챗GPT, 이미지 생성기인 달리(Dall-E) 등 독자적인 AI 도구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책임성 있는 AI 활용을 위해 기사 작성의 핵심적인 도구로 사용할 경우 반드시 편집국에 보고하고 공개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결국, 매체 신뢰도를 증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AI를 활용해 기술과 저널리즘 윤리의 균형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프라가드와 뉴스위크 경영진은 체계적인 디지털 퍼스트 전략 추진을 위해 콘텐츠의 기획 및 제작에서 성과 분석까지 기자와 경영진 모두가 디지털 중심의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인터넷 언론과 IT, 전자 기업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를 영입했다. 동시에 기자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객관적 지표로서 OKR(Objective and Key Results)을 도입하였다. OKR은 실적 목표가 아닌 성과와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가시적인 결과물을 창출케 하는 지표다. 또한 온라인상의 트래픽 수를 넘어서, 독창성, 인지도, 영향력 등을 고려한 기사 콘텐츠 평가 지표를 도입했다. 새로운 평가 지표의 도입은 기자 구성원과 논의와 합의 과정을 거쳐 완성됐으며, 그 결과 2017년 초 800만 명에 머무르던 뉴스위크의 온라인 이용자 수가 2020년 1억 명 이상으로 증가하는 성과도 나타났다. 

 

 

<해외미디어동향>2024년1호표지ⓒ한국언론진흥재단

 

 

레거시 미디어의 자긍심을 스타트업 정신과 결합 

 

물론 뉴스위크의 성공사례가 한국 언론의 디지털 전환에 정답이나 기적의 해법이 될 수는 없다. 뉴스위크나 뉴욕타임스, 타임과 같은 유력 해외 언론사의 사례는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시장 규모가 작은 국내 환경에 비추었을 때 먼 나라 이야기에 그친다는 비판적 시선도 있을 수 있다.

 

모바일 기반의 미디어 이용과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가 보편화되면서 언론사가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포털 뉴스의 무료 이용과 무분별한 뉴스 퍼나르기로 인해 언론사가 플랫폼에 더욱 종속되는 상황이다.

 

언론사 스스로 주목도가 높은 상업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에 천착함에 따라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영합게임(zero-sum game)에 빠져있다. 언론사의 영리 추구가 저널리즘의 가치를 훼손하고, 디지털 전환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효율적이지 않은 일이라는 패배주의도 확산되고 있다. 결국, 저널리즘 가치 수호와 디지털 중심의 언론사 운영은 양립할 수 없는 가치로 평가되고, 디지털 전환은 경영진과 관련 전문 인력의 과제일 뿐 기자의 임무와는 무관하다는 인식이 팽배하게 되었다.

 

언론의 독립성을 위해 뉴스룸과 경영이 분리돼야 한다는 전통적이면서도 당연한 명제가 디지털에 대한 콤플렉스로 변질되고 있다. 플랫폼과 기술에 대한 강박감이 저널리즘의 가치를 훼손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뉴스위크의 사례는 이와 같은 관습적 사고의 변화를 요구한다. 뉴스위크는 IT 기업의 강점을 도입하되, 저널리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뉴스의 필수불가결한 보완재’라는 정론지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 누구보다 먼저 디지털적으로 사고하고,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부족한 재원과 작은 국내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더욱더 ‘레거시 스타트업’과 ‘디지털 퍼스트’로 대표되는 뉴스위크의 전략을 참조할 만하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달 방식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저널리즘 가치는 분명히 존재한다. 객관성과 심층 분석에 기초한 뉴스 발굴, 한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려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혁신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조직의 핵심 가치가, 저널리즘적 사명이 디지털 환경에서도 효과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언론사의 모든 구성원이 협력해 나가야 한다. 레거시 미디어가 가진 자긍심을 높이되, 조직 운영과 기사 가치 평가, 독자 수요 분석에 디지털 기술과 AI를 과감히 적용하는 등 스타트업 정신을 강조한 뉴스위크의 행보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 이은별·김선호·박영흠·김해영, <90년 전통의 기성 언론에 스타트업의 DNA를 심다 : <뉴스위크> 혁신 사례>, 해외 미디어 동향 2024년 1호, 한국언론진흥재단, https://kpf.or.kr/synap/skin/doc.html?fn=1717544623314.pdf&rs=/synap/result/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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