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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 OTT계의 지각변동] OTT 돌풍과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
집중점검 | 등록일 : 2023-10-27

이제 OTT를 빼놓고는 방송영상 산업을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스트리밍을 주도하고 있는 OTT 활성화가 낳은 산업 변화와 이용자에게 미친 영향, 그리고 문화적 의미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스트리밍 주도 생태계의 의미

 

‘스트리밍’이라는 용어는 실시간으로 인터넷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의미했다. 하지만 인터넷 기반 동영상 미디어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스트리밍은 보다 많은 것을 상징하는 용어가 됐다. 이제 스트리밍이라는 용어가 은유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다. 첫 번째, OTT를 비롯한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가 미디어 생태계, 특히 영상 영역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 두 번째, 과거와 같은 공급자 중심의 레거시 미디어 생태계가 이용자에게 최적화(optimization)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트리밍 환경으로 전환됐다는 것이다(노창희, 2020a). 최적화와 관련해서는 뒤에서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다. 

 

기술적 변화에 따른 혁신, 그리고 그에 따른 시장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TT 사업자 등장에 따른 스트리밍 주도 생태계는 이전과 다른 단절적인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OTT 성장 이후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들은 산업적인 측면 그리고 이용자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맥락을 살피고 이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국내 레거시 미디어 산업은 OTT 성장 이후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 산업 규모는 점점 위축되고, 지속가능한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 내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OTT 사업자들은 투자를 이어가며 가입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커지는 적자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스트리밍 주도의 생태계 조성 이후 국내 미디어·콘텐츠 분야의 산업적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기간 동안 급격히 늘어났던 미디어 이용량 감소라는 거시적인 흐름이 배경에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앞서 최적화 얘기를 꺼냈지만, OTT 사업자들이 다른 플랫폼에서는 이용할 수 없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경쟁하는 상황 속에서 최적화라는 용어는 더 이상 OTT 서비스의 특징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최적화라는 표현이 성립하려면 이용자가 자신이 구독하는 OTT 서비스에 충분한 선택지가 있다고 느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이용자가 복수의 플랫폼을 이용하면서도 또 다른 OTT에 가입할 필요를 느낄 정도로 많은 OTT 플랫폼이 시장에서 경합하고 있다. 배타적인 콘텐츠 제공 환경 속에서 이용자들은 자신이 가입하지 않은 플랫폼의 신규 콘텐츠를 접하고 싶다는 충동을 언제든지 느낄 수 있다. 즉, 지금과 같은 경쟁 환경에서는 최적화라는 표현에 부합하는 플랫폼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전후로 언론에서 끊임없이 회자한 ‘스트리밍 전쟁(streaming wars)’이라는 말은 OTT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을 예측하게 했지만, OTT로 인해 미디어 시장이 보다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함축된 표현이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전후로 압축적인 OTT 시장 규모 확대로 인해 OTT 산업이 성장 한계에 봉착하면서 이제 스트리밍 전쟁은 끝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CNBC의 미디어 전문기자 셔먼(Sherman, 2023.5.11)은 OTT 시장의 경쟁 심화와 성장성 둔화로 인해 사업자들이 가격 인상과 비용 절감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스트리밍 전쟁은 이제 끝났다고 언급한 바 있다.

 

OTT의 가파른 상승세가 멈춘 것은 분명하고 성장의 흐름이 너무 급격하게 꺾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OTT는 여전히 성장 중이고 동영상 시장을 포함한 미디어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매체임은 분명하다. 이 글에서는 OTT의 등장과 활성화로 인한 산업적 변화 그리고 이용자에게 미친 영향과 문화적 의미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OTT는 미디어 생태계에 비가역적인 변화를 가져왔는가?

 

코로나19는 디지털 대전환을 가속했고, 적어도 영상 산업 영역은 비가역적인 변화를 경험했다(노창희, 2020b). 유료방송 가입자는 1995년 이후 처음으로 소폭이나마 감소했다.1) 2018년 8,151억 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유료방송 VOD 매출은 2022년 6,905억 원까지 떨어졌고, 다시 반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방송통신위원회, 2023). 유료방송 VOD 매출이 2018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인 것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미 코로나19 이전에 OTT로 인해 레거시 미디어 이용 행태가 변하고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단서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한 것이 2016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이용자들은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한 이후 2년 사이 유료방송을 통한 VOD 소비를 줄이고 넷플릭스를 통한 콘텐츠 이용을 늘려나갔다고 짐작할 수 있다.

 

극장과 영화의 위기는 OTT가 동영상 시장을 주도한 이후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8월까지 1억 5,602만 명을 동원했던 국내 극장 산업은 2023년 동 기간 8,72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영화진흥위원회, 2023). 극장 관람료 인상으로 매출 하락 폭은 관객 수 하락 폭만큼 크지 않았으나2) 영화 산업계에서 이 같은 변화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참담한 결과다. 더욱이 우려스러운 것은 극장 관객 감소와 경기 침체로 인해 향후 영화에 어느 정도의 자본이 투입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즉, 국내 영화에 대한 투자가 대폭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영화의 위기는 단순히 단일 산업의 위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영화 산업의 경쟁력은 <오징어 게임>과 같은 경쟁력 있는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3) 전체 콘텐츠 분야의 경쟁력 제고와 대한민국의 인지도 향상에 크게 이바지했다. 

 

OTT의 성장은 국내 레거시 미디어 산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국내 OTT 시장 상황은 어떨까? 미국 사업자에 의해 자국 시장이 잠식된 유럽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국내 사업자들은 선전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넷플릭스 이용자 수가 1,223만 명으로 압도적이긴 하지만 다른 국가에서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이용자가 270만 명인 것에 비해 쿠팡플레이의 이용자는 563만 명, 티빙 540만 명, 웨이브 439만 명 등으로, 국내 OTT 사업자들의 이용자 수가 훨씬 많다(모바일인덱스·마클, 2023).

 

 


 

 

문제는 적자다. 시장 규모에 비해 콘텐츠 제작비가 높은 국내 시장에서 OTT로 인해 콘텐츠 수급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작비는 더욱 상승하고 있다. 최근 국내 OTT에서 발표된 오리지널 콘텐츠 중 가장 높은 화제성을 보여준 <무빙>의 경우 제작비 50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22년 기준 방송사업자 전체 평균 제작비인 158억의 세 배에 해당하는 규모고 지상파 평균 제작비 520억 원과 맞먹는 규모다. 글로벌 사업자가 아닌 국내 사업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콘텐츠 제작비가 상승하면서 국내 OTT 사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이다. 


이용자의 위상에 대한 접근 필요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이며 많은 기대를 모았던 스트리밍 전쟁은 이제 전쟁이라기보다는 성장 국면에서 성숙의 단계로 넘어가는 듯하다. 영상 시장이 디지털 위주로 재편되면서 이용자의 위상에 대해서도 새로운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선택권 증가로 이용자의 관심이 희소 자원이 되면서 이용자에게 주도권이 부여된 듯한 형국이다. 하지만 기술의 진화와 시장 변화로 주어진 환경이 이용자에게 유리하게만 작동하지는 않는다(Webster, 2014/2016). 그동안 능동적 이용자의 가능성에 대해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는 낙관론과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 등 이용자가 기술 환경에 대한 통제권을 온전히 가지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비관론이 양립되어 왔다(노창희, 2023). 스트리밍 환경이 성숙기에 접어든 지금 이용자의 위상에 대해 보다 합리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스트리밍 환경은 이용자의 선택성이 높은 반면 복수 플랫폼 이용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선정적이고 유해한 콘텐츠에 노출되거나 불법 사이트에 대한 이용 충동이 높아질 수 있다. 연구자 입장에서 스트리밍 환경은 여전히 온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다이내믹스를 가지고 변화하고 있다. 생성형 AI의 활성화는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를 넘어 콘텐츠 제작에 기술적 개입이 더욱 거세질 것임을 시사하고 있고, 이에 관한 반작용도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미국의 작가조합(WGA) 파업 등이 그 예다. 영화 <탑건: 매버릭>에서는 인공지능이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인공지능을 적으로 설정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의 사례는 여전히 미디어 영역에서의 기술적 개입에 관한 강한 거부감을 보여준다. 기술적 변화가 시장의 변화를 온전히 주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미디어 산업의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스트리밍 생태계 속에서 사업자들은 반등의 기회를 엿볼 것이고, 이용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기 위해 보다 노력할 것이다. 스트리밍 생태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1) 2022년 11월 가입자 3,629만 9,606명 → 2022년 12월 가입자 3,628만 7,977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3.5.17. 

2) 같은 기간 기준 매출은 13,238억 원에서 8,912억 원으로 감소했다(영화진흥위원회, 2023).

3) 직접적으로는 황동혁 감독과 같은 인력 양성에 이바지했고, 전반적인 콘텐츠 품질 향상으로 다른 장르에 직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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