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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소멸이라는 말과 함께 지역신문의 위기 또한 문제로 거론된 지 오래다. 이 시점에서 지역신문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는 ‘2023 지역신문 컨퍼런스’가 열렸다. 행사 참가기를 통해 그 고민의 흔적들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하는 ‘2023 지역신문 컨퍼런스’가 지난 11월 3일 대전에서 열렸다. 지역신문 언론인, 시민기자, 언론에 관심 있는 지역민 등 지역사회 구성원 약 360명이 한자리에 모여 ‘다시, 콘텐츠로 독자에게’를 주제로 지역신문의 현재와 미래를 나누는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저널리즘의 본질인 콘텐츠와 독자에 초점을 맞춰 지역신문의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찾고자 했다.
행사는 김찬영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의 개회사에 이어 최진순 전 한국경제 기자의 기획 세션 강연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이후 20개의 우수 사례와 12개의 청년 기획취재 발표, 13개의 부대 전시, 그리고 특별 세션이 행사를 빛냈다.
독자 중심의 가치 순환 모델을 향해
행사의 포문을 연 것은 ‘미디어 생태계 변화와 지역신문 전략’을 주제로 한 최진순 전 한국경제 기자의 기획 세션 강연이었다. 그는 현재 지역신문이 맞이한 어려움의 근원을 짚고 지속 가능한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기존 방식의 전환 전략을 논했다. 강연이 진행되는 동안 각지의 지역 언론인들은 공감의 표정을 짓다가도 때로는 고민에 빠지는 듯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이며 높은 몰입력을 보였다.
최진순 전 한국경제 기자는 수년째 반복되는 지역신문의 위기를 진정으로 돌파하기 위해서는 독자·기자·뉴스룸·콘텐츠 및 서비스·비즈니스·커뮤니티 등 저널리즘을 구성하고 있는 것들의 기존 방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독자 중심의 가치 순환 모델을 만들 때가 왔다”며 이 모델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역신문이 저널리즘·콘텐츠·테크놀로지·커뮤니티를 통해 지역민이 느끼는 가치와 경험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널리즘 전략으로는 뉴스룸이 지역민과 높은 상호작용성을 가질 것을 제안했다. 기사와 편집에 대한 상호 의견을 주고받는 피드백 장치들을 두고, 이를 통해 지역민이 그저 인터뷰 대상자로서 등장하는 것만이 아니라 기사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콘텐츠 전략으로는 교통·교육·의료·날씨 등 가장 기본적인 지역적 주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신문의 여건상 지역 공동체 주제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면 관내에 데이터를 많이 보유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기관들을 직접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크놀로지 전략 역시 기술 기업과 협업하기 위한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스타트업과 대학 등을 찾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타 중앙지와 다른 지역신문만의 차별화 전략으로는 커뮤니티를 꼽았다. 지역 통신사와 접촉해 데이터 발생량이 많은 공간을 찾아가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네 곳곳의 작은 이야기들이 번성하는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된 특별 세션에서는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의 발제와 지역신문 디지털 담당자의 토론이 진행됐다. 오세욱 책임연구위원은 발제를 통해 챗GPT와 같은 생성형AI가 언론인들의 삶과 가까워지고 포털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시기에 지역신문의 온라인 홈페이지와 플랫폼 활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공유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주요 언론사 디지털 담당자들은 AI를 기회로 삼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하며 AI의 보조적 역할에 긍정하면서도, 수준 높은 AI 활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무엇보다 토론자들은 기술 시스템 구축과 활용에 대한 명확한 교육 및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일반 세션에서는 지역신문의 노력과 성과를 공유하는 우수 사례 발표작들이 소개됐다. 지역의 고민과 숙원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 지역민들의 삶을 바꾼 사례, 지역민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시도, 수십 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지역의 공간을 기록한 사례 등 다채로운 주제로 구성됐다. 이는 저널리즘·콘텐츠·테크놀로지·커뮤니티를 파고들며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고 지역 공론장을 일깨우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2023 지역신문 컨퍼런스 주요 수상작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성과를 소개한다.
저널리즘의 본질
더 나은 지역민의 삶을 위한 솔루션
컨퍼런스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단연 저널리즘에 충실한 사례들이었다. 대상을 수상한 무주신문은 지역사회의 문제를 끊임없이 파고들어 실질적인 개선 효과를 만들어낸 사례를 공유했다. 이들은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시설물들이 방치된 현실에 주목하며 17여 곳 마을의 50여 개 시설물 운영 실태를 점검했다. 4회의 실태 점검 보도와 4회의 대안 모색 보도를 통해 문제를 지역사회에 공론화했고, 그 결과 주민들이 직접 나서 방치된 시설물을 주민 여가 공간으로 새로 꾸민 사례들을 소개했다. 무주군에서는 이 같은 시설물 활용 방안 마련을 위해 지역 주민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금상을 수상한 무등일보는 이상기후의 피해가 사회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하며 재난의 양극화를 주제로 취재한 내용을 발표했다. 광주 시민들의 경험을 현장감 있게 전달하고 양극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를 적극 발굴하여 문제를 가시화하는 데 힘썼다. 11건의 기획 연재를 진행하는 동시에 제도 개선을 이끌기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한 결과, 광주시에서 ‘가뭄·홍수·폭염 안심도시’ 등 3대 기후재난 대응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기후재난의 불평등에 초점을 맞춘 지역언론의 보도들이 이어지는 등 반향을 일으켰다.
거제신문은 레저객과 어업인 간 갈등의 불씨가 된 해루질1) 문제를 공론화한 주제로 은상을 수상했다. 거제 지역을 포함해 전국의 어업인을 만나 해루질의 심각성을 알리는 동시에 어민들의 대책 방안을 청취하고 거제시 관련 부서 및 해양경찰 관계자 등이 해루질 근절 방안 등을 모색하는 내용의 보도를 이어갔다. 거제신문의 보도는 사람들에게 불법 해루질에 대한 의식을 개선하는 효과를 낳았고, 불법 해루질 근절에 대한 조례 발의 준비 등 행정 차원의 움직임을 촉구하는 역할을 했다.
동상을 수상한 해남우리신문은 해남군청, 해남교육지원청, 해남소방서 등 지역 대부분의 공공기관과 함께 ‘일회용품 제로청사 운동’을 펼쳤고, 해남군 화산면 43개 마을을 농촌마을형 탄소중립 실천 마을로 지정해 교육 등을 진행했다. 지역신문이 공공기관과 주민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탄소중립 운동을 기록하고 홍보하는 데 앞장선 사례다.
지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이번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는 미디어 환경에 따라 지역민에게 다가가는 형태나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상을 수상한 인천일보는 서울의 높은 집값으로 인해 인천 지역으로 흘러들어오는 신혼부부의 고충과 인천시가 고민해야 하는 정책들을 취재했다. 육아 인프라, 전세 사기, 서울로의 출퇴근 등 인천일보가 담은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해당 주제를 ‘인생네컷’의 형식을 빌어 <신혼N컷>으로 전달했다는 데 있다. 젊은층에서 인기를 끄는 인스타툰 작가들과 협업해 소셜미디어와 자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취재 내용을 웹툰으로 보도했다. 지면 기사에서는 분석 기사를 확인할 수 있고 기사 내 QR코드를 통해 웹소설로 기사를 만나볼 수도 있다. 이들의 <신혼N컷>은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만들어내기 위한 색다른 노력이었다.
이처럼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은 금상을 수상한 옥천신문 사례에서도 느낄 수 있다. 옥천신문은 지역신문 지원 사업들을 활용해 독자와 더 가까워지기 위한 새 플랫폼 개발과 콘텐츠 발굴에 힘썼다. 옥천신문의 뉴스레터 ‘월간 쏙(SO_OK)’은 유료 구독 채널로, 구독료는 옥천신문의 취약계층 구독료를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덕분에 옥천신문이 형성하는 공론장 속에 취약계층이 들어올 수 있게 됐고, 옥천신문은 지역사회의 감춰져 있던 의제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옥천신문은 청소년 독자위원을 두고 이들이 직접 이 주의 옥천신문을 선정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선정 기준 역시 청소년 독자위원회가 직접 결정했다. 신문은 청소년 독자를 확보할 수 있고, 지역의 청소년들은 그들의 삶에 밀접한 의제를 기반으로 풍부한 생각을 나누고 미디어 비평 능력을 다질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저널리즘, 독자, 콘텐츠 간의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는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지역신문의 역할
지역신문은 펜과 잉크로 지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는 지역의 역사적 가치를 정립하고자 하는 지역신문의 노력이 눈에 띄었다. 매일신문은 희생자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대구 10월 항쟁에 주목하며 지역사회의 관심을 촉구한 사례로 은상을 수상했다. 유족회와 지자체의 협조, 그리고 지난한 설득을 거쳐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5편의 기사를 보도했고 끈질긴 후속 기사를 이어가고 있다. 매일신문의 연이은 문제 제기는 10월 항쟁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을 이끄는 계기를 마련했다.
동상을 수상한 영주시민신문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된 소수서원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실태를 집요하게 찾아내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사례를 발표했다. 유출된 소수서원의 고문서들을 추적 보도한 끝에 《소수서원 입원록》 제1권을 비롯해 《거재잡록》 등 고문서 8책을 반환받는 성과를 이뤘다. 소수서원 경내 각종 현판에 있는 오류를 치밀하게 조사한 결과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영주시민신문의 보도에 따라 영주시는 자체 전수조사를 수행했으며 예산을 확보해 일부를 수리하고 연차적으로 교체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원도민일보는 2025년 강원 탄광산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시기를 앞두고 폐광지역 역사를 되짚는 사례 발표로 동상을 수상했다. 광산진폐권익연대 등과 협업해 1년에 걸친 장기 취재 기간 동안 광부와 가족 43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실었다. 강원도민일보의 보도가 이어진 결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사북항쟁 집단인권침해사건’ 조사 개시를 결정했고, 사북항쟁 국가폭력 희생자 유족이 제기한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청년의 시각으로 소외된 이들을 찾다
지역신문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의 시각은 어떨까. 청년 기획 프로젝트에서는 지역사회 안에서도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하는 노력이 보였다. 대상을 수상한 ‘우리도 여성’ 팀은 파주시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강제 폐쇄 추진을 반대하는 성노동자와 상인들의 취재기를 전했다. 오랜 시간 파주의 한편을 지켜왔으나 지역민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지역사회의 숨겨진 목소리를 찾아냈다.
금상을 수상한 ‘별하’ 팀은 포천시 외국인주민센터 설립에 대한 취재물을 발표했다. 주민의 반발로 설립이 두 번 무산되고 설립지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당사자인 외국인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못한 현상을 꼬집었다. ‘이공’ 팀은 대전 둔산동 어린이 보호구역의 공백에 대한 취재물로 금상을 수상했다. 사고가 발생한 초등학교의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권고사항에 그친 보행안전시설물 설치 필요성을 제시했다. 포용의 사회를 위한 지역 공론장을 형성하는 데 있어 청년들의 역할이 기대되는 발표들이었다.
2023 지역신문 컨퍼런스에는 주제에 걸맞게 저널리즘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노력한 지역신문의 노고가 엿보였다. 전통적 가치를 잊지 않으면서도 미디어 환경 변화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소개하지 못한 우수 사례들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며, 미래의 지역신문이 맞이할 발전과 성장을 기대해본다.
1) 밤에 얕은 바다에서 맨손으로 어패류를 잡는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