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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포럼] 2023 웹서밋(Web Summit) 참가기
미디어포럼 | 등록일 : 2023-12-29

전 세계 IT·미디어 업계 종사자, 투자자, 창업자 등이 모여 거대한 네트워킹의 장을 이룬 2023 웹서밋의 주인공은 단연 AI였다. AI 활용과 규제가 그 어느 때보다 큰 과제로 떠오른 오늘날 미디어 업계가 주목해야 할 사안은 무엇인지, 행사 참가기를 통해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포르투갈과 첨단 기술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포르투갈을 호날두와 에그타르트로 유명한 스페인 옆 나라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익히 알려진 대규모 IT 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라스베이거스), MWC(Mobile World Congress, 바르셀로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IT 콘퍼런스가, 포르투갈에서도 열린다. 2016년부터 매년 리스본에서 열리고 있는 ‘웹서밋(Web Summit)’1)이다. 2023년 11월 13일부터 16일까지 전 세계 153개국에서 총 7만 235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IT 행사 웹서밋의 현장 모습과 주요 내용을 전한다.


 

 


국가적 지원 받는 리스본의 효자 웹서밋 

 

‘웹서밋의 본고장 리스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Lisbon, the home of Web Summit)’

 

행사 시작 하루 전인 2023년 11월 12일 일요일, 리스본 포르텔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전광판 문구다. 출국장을 나오자마자 공항에 행사 참가 등록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인천공항 입국장에 통신사 유심 구입 데스크와 함께 특정 행사 등록 데스크가 있는 셈이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리스본 시내로 진입하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광장과 공원마다 설치된 웹서밋 홍보 조형물이 보였고, 거리 곳곳에서 명찰을 착용한 참가자들을 마주칠 수 있었다. 세계 최대 IT 콘퍼런스라는 건 행사 주최 측의 과장 섞인 홍보 문구일 것이라 여겼던 생각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웹서밋은 국가와 지자체 차원에서 엑스포 수준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포르투갈의 ‘효자 상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몇 년간 포르투갈은 관광대국을 넘어 스타트업·IT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타트업블링크(startupblink)가 발표한 2023년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2)의 스타트업 생태계 지수3)에 따르면 포르투갈은 세계 26위로(한국 20위), 유능한 IT 인재를 배출하는 대학 시스템과 기술 혁신에 대한 정부의 폭넓은 지원을 기반으로 스타트업을 키워가며 2020년 31위에서 꾸준히 순위가 상승하고 있다.

 

창업 증진을 위해 제정된 법령에 따라 운영되는 비영리단체인 스타트업 포르투갈(Startup Portugal)의 CEO 안토니오 디아스 마르틴스(António Dias Martins)는 웹서밋 오프닝 행사에서 포르투갈은 다른 주요 기술 강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기 때문에 생태계가 작아 사람들이 더 쉽게 연결될 수 있고, ‘모든 것이 인간적인 규모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포르투갈이 토종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계 각국의 스타트업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웹서밋은 이 전략의 키 플레이어 역할을 한다. 매년 수만 명의 IT 업계 거물, 투자자, 창업자, 미디어 업계 종사자 등이 한데 모여 캐서린 마허(Katherine Maher) CEO의 표현대로 ‘기술과 사회의 교차점에서 중요한 논의를 진전시키고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 연결하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행사장에서 만난 네덜란드의 한 스타트업 CEO는 특별히 피칭(pitching)4)할 내용이 없어도 3년째 매년 웹서밋에 참석한다며, 이곳에서 만나는 업계 종사자들과의 교류가 아이디어 수집이나 네트워크 형성에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어차피 주인공은 AI

 

행사 당일, 행사장에 들어서는 길목에서부터 규모에 압도됐다. 메인 세션장(center stage)인 알티스 아레나(Altice Arena)는 수용 인원이 2만 명인 잠실실내체육관과 비슷한 규모로, 유럽에서 규모가 큰 실내 경기장 중 하나다. 아레나 옆 리스본 국제 컨벤션센터(FIL, Feira Internacional de Lisboa)에는 주제별로 15개의 세션장이 준비됐는데, 이 컨벤션센터는 축구 경기장 6개 규모5)를 자랑하는 포르투갈에서 가장 큰 전시장이다. 총 16개의 세션장에서 AI, 미디어, 비즈니스 혁신, 핀테크, 마케팅 등 27개 트랙별로 아침부터 오후 6시까지 쉴 새 없이 발표가 진행된다.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세션의 총 개수는 최소 500개다. 정규 세션이 끝나면 저녁에는 꼬메르시우 광장(Praça do Comércio) 등 리스본의 랜드마크 격인 장소들에서 나이트(night) 세션이 열리는데, 이곳에서는 본격적으로 참가자들 간의 네트워킹을 위한 장이 마련됐다.

 

IT 분야 콘퍼런스인 만큼 27개 트랙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트랙은 기술 트랙이었고, 그중에서도 역시나 주인공은 AI였다. 기술 트랙 이외의 세션 발표도 마케팅과 AI, 기후변화와 AI 같은 식으로, AI와 엮이지 않은 발표는 드물었다. 저널리즘 트랙은 ‘제4계급(Fourth Estate)’이라는 부제 하에 컨벤션센터 가장 끝 15번째 세션장에서 진행됐는데, 역시 저널리즘·미디어에 AI가 접목된 발표가 주를 이뤘다.


과도한 AI 규제에 한목소리로 우려 표명

 

인공지능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규제를 위한 움직임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정규 세션 첫날의 포문을 연 발표는 앤드류 맥아피(Andrew McAfee) MIT 수석과학자(Principal Research Scientist)의 ‘AI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How do we regulate AI?)’였다. 워낙 거대한 규모의 행사라 기조연설 순서가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았지만, 가장 큰 메인 세션장에서 첫 번째로 진행된 만큼 전체 행사의 기조연설에 해당한다고 여겨지는 발표다. 앤드류 맥아피는 AI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허가 없는 혁신(Permissionless Innovation)’을 추구해야 한다며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때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혁신은 예측 불가능한 지점에서 일어나며 과도한 규제는 기술 발전을 억제할 수 있기에 규제 이전에 혁신을 허용하고, 혁신 이후에 법 제도나 규제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mRNA 백신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허가 없는 혁신 덕분이었다며 백신 개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혁신 이후 적절한 시점에 규제가 도입되어야 하고, 특히 AI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기술 발전의 방향이 사회적 가치와 일치할 수 있도록’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기술 발전과 사회의 안녕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규제의 주된 목적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각국이 독자적인 규제를 시행함으로써 발행할 수 있는 디지털 시장 파편화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여러 국가가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협력해 국제적인 규제 표준을 수립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외에도 ‘규제가 AI를 죽일 것인가(Will regulation kill AI?)’ 세션에서 포르투갈 인터넷 언론 에코(ECO)의 부편집장 쉬리케시 랙스미다스(Shrikesh Laxmidas)는 규제가 혁신을 저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과도한 AI 규제에 대한 경계를 표했고 투자회사 인디코 캐피탈 파트너스(Indico Capital Partners)의 크리스티나 폰세카(Cristina Fonseca) 본부장은 규제는 필요하지만 산업 변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므로 산업 종사자들이 자율 규제를 통해 AI가 안전한 경계 내에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과 AI, 경계와 활용 사이

 

규제 외에도 AI 관련해 빠질 수 없는 논의는 AI 시대 저널리스트의 역할과 언론의 AI 활용 방향이었다. 이 논의를 주제로 한 다양한 세션의 언론계 연사들은 공통적으로 AI에 대한 과의존을 경계하면서도 언론이 이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AI 시대의 진실: 우리는 미디어를 보호할 수 있는가?(Truth in the age of AI: Can we safeguard the media?)’ 세션에서 독일 방송사 도이치벨레(Deutsche Welle)의 편집장 마누엘라 카스퍼 클래리지(Manuela Kasper-Claridge)는 AI가 일부 단순 작업을 수행할 수는 있지만 최종 결정은 항상 인간 편집자가 해야 한다며 ‘기계가 만들어 내지 않은 인간 저널리즘의 가치’를 강조했다. 언론사와 저널리스트의 역할은 ‘맥락(context)’을 전달하는 것이라며 AI는 할 수 없는 인간 고유 역할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도이치벨레는 자동 언어 번역 서비스를 이용해 더 광범위한 시청자에게 더 빠르게 소식을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AI가 필요한 부분에는 적극적으로 기술을 활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CNN의 최고 디지털 책임자(Chief Digital Officer, CDO)인 애이선 스테파노포로스(Athan Stephanopoulos)는 ‘저널리즘에서의 AI: 가능성과 위험(AI in journalism: The prospects and pitfalls)’ 세션에서 AI가 뉴스 수집 과정에서 기자들을 돕는 수단이 될 수 있으며, 단순 업무를 도와 기자들이 뉴스 내용 검증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AI가 수집한 정보를 검증할 때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CNN은 외부 소스에서 얻은 정보를 검증하고 AI 생성 내용 포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문 AI 회사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한다.

 

같은 세션에서 영국 공영방송사 채널4(Channel 4)의 제작 책임자인 에드 프레이저(Ed Fraser)는 AI가 뉴스를 직접 제작하는 것은 시기상조며, 언론사는 AI 활용에 대해 열린 태도를 취하면서도 동시에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인간 저널리스트의 경쟁력은 창의성, 결정 능력, 미묘한 요소들을 고려한 기사 제공 능력인데, AI는 그런 역량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AI가 인간 저널리스트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AI를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역할을 대체할 가능성은 있다”며 기자들도 AI 활용 능력을 갖춰야 함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미국 최대 통신사 AP는 AI 기술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미국은 특히 2024년 대선을 앞둔 터라 줄리 페이스(Julie Pace) AP 편집인의 ‘투표를 넘어: 미국 대선과 미디어 역학 탐구(Beyond the ballot: Exploring US presidential elections and media dynamics)’ 세션에 많은 청중이 몰렸다. 줄리 페이스는 AP가 지금껏 유지해 온 비편향성과 사실 기반 보도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거듭 밝혔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AP는 자체 개발 인력과 외부 파트너십을 조화롭게 활용하고 있었다. 업무 자동화와 같이 전통적인(단순한 수준의) AI로도 가능한 기술 개발은 AP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사내 개발팀이 담당하지만, AI로 생성된 가짜 콘텐츠 구별 등 보다 최신 AI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IT 스타트업과의 파트너십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특히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사내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들은 아마도 꽤 빨리 한물간 것이 될 것6)”이라고 솔직한 견해를 밝히며 적절한 외부 전문 인력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불완전한 인간이 만드는 AI는 완전할 수 없다

 

AI 혁명이 진행 중인 지금, 인류는 이 강력한 기술을 선한 목적으로 사용할 만큼 도덕적일까? 인간은 인간 자신과 지도자를 신뢰할 수 있을까? 웹서밋 연사들의 답은 ‘아니오’였다.

 

“AI의 가장 위험한 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당신입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당신과 나, 그리고 분명한 의사 결정 능력을 갖추지 않은 의사 결정자 모두입니다.” 

 

전 구글 수석 의사 결정자(Chief Decision Scientist)인 캐시 코지르코프(Cassie Kozyrkov)는 ‘의사 결정 리더십: 기계 너머의 인간 의사 결정자들(Decision leadership: The human decision-makers behind the machine)’ 세션에서 이처럼 일갈했다. AI 시스템이 사고·결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실제로 의사 결정을 수행하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AI의 가장 위험한 점은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하는 인간 모두라는 것이다. 

 

그는 AI의 의사 결정은 AI 시스템을 개발할 때 구성 요소를 구조화하는 과정에서 인간 리더들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같은 자극이 주어져도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점과 확증 편향 개념을 언급하며 이는 숫자(넓은 의미로, 숫자와 같이 객관적으로 보이는 정보)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숫자는 그저 단순한 숫자가 아니며 같은 정보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인식하고, 느낀다는 것이다. 따라서 데이터가 객관적이라거나 혹은 사람들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 외 여러 전문가 패널 역시 인공지능을 만드는 인간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올바르게 활용하기 위해 늘 경계해야 하며 이를 위한 규제와 입법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AI를 사용하기에 충분히 도덕적인가?(Are we moral enough for AI?)’ 세션에서 디지털 자산 무역 협회(Digital Asset Trade Association)7)의 공동 창립자 브리타니 카이저(Brittany Kaiser)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 Cambridge Analytica) 사태를 언급하며, 데이터가 무기화되어 인권과 시민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태란 2016년 초 영국의 정치 컨설팅 회사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 이용자의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정치적 선전에 활용한 사건으로, 이후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 수집 및 사용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브리타니는 인공지능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기본적인 데이터 소유권, 책임 소재, 추적 가능성, 투명성 등에 대한 법률과 규제가 없으면 인류는 비도덕적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세션에는 사람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가치의 힘을 다뤄 노틸러스 출판상(Nautilus Book Awards)을 수상한 《가치 나침반(The Values Compass)》의 저자 만딥 라이(Mandeep Rai)도 참석했다. 그는 AI 알고리즘에 내재된 편향과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언급하며 AI를 선용(善用)할 수 있는 도덕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개인과 사회, 기술 개발자, 법률가들이 모두 함께 참여해 책임질 수 있는 현실적인 법을 만들어야 함과 동시에 개인의 책임 의식을 강조하기도 했다.


새로운 플랫폼, 또 다른 세대

 

뉴스를 만들지만 언론사는 아닌 곳과 뉴스를 전하지만 기자는 아닌 사람들이 뒤섞인 시대, ‘뉴스 분야 차세대 기술은?(What's the next big tech development in news?)’ 세션장에는 유튜브와 틱톡 채널에서 활약하는 뉴스 콘텐츠 크리에이터들과 언론사 저널리스트들이 한데 모였다.

 

이 자리에서 유튜브·틱톡 채널 뉴스위드크리스(NewsWithChris)를 운영하는 뉴스 분야 인플루언서 크리스 챈들러(Chris Chandler)는 뉴스 인플루언서와 저널리스트는 명백히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신과 같은 인플루언서와 저널리스트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선이 있으며, 때문에 협력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함께 일하고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Z세대는 단순히 뉴스를 전달해 줄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연계(community connection)를 제공하는 사람을 원한다며 기존 언론이 이러한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많은 Z세대가 틱톡에서 뉴스를 접하고 있으므로 언론사들은 틱톡을 새로운 뉴스 유통 창구로 받아들이고, 이 새로운 플랫폼이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제공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바이스 뉴스의 멀티플랫폼 편집장 잭 커닝스(Jack Cummings)는 저널리즘은 게이트키핑 역할을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인플루언서를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지만, 언론인이 Z세대 청중에게 영향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바이스는 저널리즘과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사이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다수의 틱톡 팔로워를 보유한 일부 저널리스트를 고용한 적이 있다고도 밝혔다. 바이스의 수입원은 매우 다양한데, 틱톡을 수익화하는 것도 분명히 가능하며 이것이 2024년도 전략의 큰 부분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새로운 뉴스 이용자가 될 알파 세대에 대한 분석도 이뤄졌다. ‘알파 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Z세대로부터 배울 것(Lessons from gen Z that will engage generation Alpha)’ 세션에서 Z세대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 리서치 회사인 이마젠 인사이츠(Imagen Insights)의 창립자 제이 리처드즈(Jay Richards)는 Z세대(Generation Z)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짚은 뒤 알파 세대(Generation Alpha)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Z세대에 대한 자신의 분석을 이렇게 설명했다. Z세대가 소비력이 없다거나 모든 이슈에 대해 지나치게 주장이 강하다는 것은 명백한 오해고, 2030년이면 그들의 소비력이 33조 달러(약 4경 3,000조 원)에 달할 것이며 그들은 자신들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특정한 이슈(환경, 지속 가능성 등)에 깊이 관여하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브랜드들이 이러한 이슈에 진정성 있게 접근할 때 그들과 강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으며 그것이 곧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인사이트를 전했다. 그가 강조한 Z세대 포섭 포인트는 ‘대화(대화식 마케팅), 협력, 투명성’인데, 이는 Z세대 뉴스 이용자를 둔 언론계에도 시사점을 준다.

 

이어 제이 리처드즈는 이제는 Z세대를 넘어 알파 세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알파 세대란 (연구자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2010년 이후 태어난 세대를 지칭하는데, 제이 리처드즈에 따르면 2025년 그들이 20억 명에 달할 예정이며 향후 65%는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알파 세대는 인류 최초로 탄생에서부터 성장까지의 과정이 부모의 소셜미디어에 게시되는 세대이자 인플루언서에게 영향받은 부모에게 양육된 세대이며, 이것이 그들의 정체성과 정신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빅테크와 저널리즘의 자세

 

IT 콘퍼런스지만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인 기후변화 역시 빠질 수 없는 이슈였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석 지속 가능성 관리자(CSO, Chief Sustainability Officer) 멜라니 나카가와(Melanie Nakagawa)의 ‘AI를 활용한 기후변화 솔루션 가속화(Accelerating climate solutions with AI)’ 세션이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팬데믹 동안 AI가 백신 개발을 가속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처럼, 우리 시대의 큰 과제 중 하나인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데에도 AI가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 가지 주요 영역에서 AI가 기능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그 영역과 각각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복잡한 시스템 측정·예측·최적화: 산불의 패턴을 인식하고 변화를 감지해 대응을 최적화할 수 있음 △지속 가능성 솔루션 개발 가속화: AI를 사용해 배터리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재료의 성질을 신속하게 스크리닝하고 예측해 기술 비용을 낮출 수 있음 △관련 인력 강화: 클라우드를 통해 일반 고객이 고급 분석을 신속하게 수행하고 실행 가능한 기후 인사이트를 직접 생성할 수 있음. 이처럼 AI의 힘을 활용하는 것은 지구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인류가 보다 지속 가능하고 탄소 중립적인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후 보도 시 저널리스트의 역할에 대한 언론인들의 고민을 나누는 세션도 이어졌다. ‘위기에서 해결책까지: 건설적인 저널리즘과 기후 보도(From crisis to solutions: Constructive journalism and climate reporting)’ 세션에서 이탈리아 유로뉴스(Euronews)의 편집장 루스 라이트(Ruth Wright)는 기후변화의 현실을 명확히 전달하면서도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태도는 피해야 하며, 끊임없는 부정적 뉴스로 인해 시청자가 외면하지 않도록, 또한 대중이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보도 방식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이치벨레의 편집장 마누엘라 역시 재난 시나리오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문제 해결 시도 사례를 보여줘야 한다며 솔루션 중심 저널리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희망을 가지고 우리의 보도를 보러 오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긍정적이어야 한다”며, 톰슨로이터재단 야시르 칸(Yasir Khan) 편집장은 기자들에게 희망적인 태도를 잃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위기 속 기회 찾는 포르투갈처럼 

 

15세기 초 대항해시대를 열며 한때 세계 강대국 중 하나였지만 2000년대 전후로 재정 위기에 빠져 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과 함께8) 유로존 위기의 핵심 국가로 여겨지기도 했던 포르투갈. 과거의 영광은 뒤로하고 쇠락의 길을 걷는 듯했던 포르투갈은 이제 세계 각국의 IT 스타트업과 디지털 노마드를 적극 유치하고9) 그들 간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하며 글로벌 IT 강국으로서의 부흥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부단한 여정의 한 페이지를 웹서밋에서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여기서 어딘가 오버랩 되는 장면이 있다. 과거 대항해시대를 열 때도 포르투갈은 코너 끝에서 기회를 만들어냈다. 유럽 대륙의 가장 서쪽 끝에 위치해 스페인을 거치지 않고는 다른 국가와 교역하기 힘들다는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지만, 오히려 대륙의 가장 끝이라는 것을 기회로 삼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대서양으로 나아가며 최전성기를 누렸다. 그리고 이제는 첨단 기술 시대의 흐름 속에서 또 다른 기회를 노리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집요하게 기회를 찾는 포르투갈에서 우리 언론도 교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 웹서밋에서 다뤄진 다양한 세션의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해외미디어동향 4호> "2023 웹 서밋을 가다 -‘웹’ 서밋에서도 ‘인공지능’"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kpf.or.kr/front/research/trendListPage.do)

 

 

 

 

 

 

1) 2009년 시작된 웹서밋은 2015년까지 매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렸다. 2009년 1회 행사는 기술 전문가와 기자들이 모여 소규모로 시작했으나 해를 거듭하며 규모가 커져 2013년에는 일론 머스크가 연사로 참가하기도 했으며, 2014년에는 2만 명이 참석했다. 이에 주최 측은 행사 규모를 감당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개최지를 이전, 2016년부터 매년 리스본에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2) https://lp.startupblink.com/report/에서 이름과 이메일 주소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받아볼 수 있다. 

3) 정량적 측면(quantity: 스타트업, 투자자, 액셀러레이터, 스타트업 밋업(meetup) 등의 수), 정성적 측면(quality: 총 누적 스타트업 종사자 규모, 엑싯(exit)한 스타트업 및 유니콘 기업 규모, 글로벌 기술 기업의 연구소·지사 존재 여부 등), 비즈니스 환경(startup business environment: 인터넷 속도·비용, 기술 서비스의 가용성, 법인세율, 노동법의 창업 친화성 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점수를 산출한다.

4) 스타트업이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하는 프레젠테이션

5) 실제 사용 부지 면적만 4만 3,000㎡에 달한다.

6) 발표 원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Anything that we developed in house to try to keep up with some of this technology would probably be 

obsolete pretty quickly"

7) 디지털 자산 관련 개인 권리 보호를 위한 입법 개혁을 추진하는 비영리 로비 회사

8) 이들 4개 국가를 일컬어 ‘PIGS(Portugal, Italy, Greece, Spain)’라는 약칭이 붙기도 했다.

9) 포르투갈은 유럽 최초로 디지털 노마드 빌리지를 구축하고 그들을 위한 특별 비자를 발급하는 등 전 세계의 디지털 노마드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네스트픽(Nestpick)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포르투갈 리스본은 디지털 노마드에게 좋은 도시(The Work-fromAnywhere Index) 15위(유럽 도시 중 6위)로 선정되기도 했다(전체 1위는 호주 멜버른, 일본 도쿄는 6위이며 한국 도시는 순위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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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이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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