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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편집은 어떻게 이뤄지고 무엇을 추구하는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배진아·윤석민 교수는 신문사 편집국에서 61일간 상주하면서 편집 과정을 관찰했다. 편집국의 일원이 되어 하루 두 번 열리는 지면 편집회의를 관찰하고 제작 현장을 직접 체험한 연구진의 연구 후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언론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언론과 언론인은 불신과 조롱, 비판과 개혁의 대상이 됐다. 언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연구자들은 정파적 정치 권력이나 실체가 모호한 시민 권력이 아니라 언론 스스로의 주도로 언론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언론의 본질은 전문성(대중과의 소통 능력)과 규범성(내면화된 아비투스1))이며, 언론 위기의 해법은 이를 되살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언론은 전문성과 규범성의 회복을 통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가지고 있는가? 언론 내부로부터 위기 극복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가? 여기에 답하기 위해 언론 현장에 직접 가 보기로 했다. 현장 연구를 위해 조선일보와 한겨레 등에 접촉했고, 조선일보가 문을 열어주어 2021년 가을 참여관찰을 시작했다.
편집국에서 작성한 관찰일지
2021년 여름부터 연구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해 2021년 9월 9일 조선일보 편집국을 찾아 연구 협조를 구하고 10월 1일부터 본격적인 참여관찰을 진행했다. 2022년 2월 18일까지 5개월 동안 총 61일 조선일보 편집국에 머물렀고 61개의 관찰일지를 작성했다. 편집국장실과 사회부, 정치부, 국제부 등이 있는 4층 편집국에서 주로 관찰했고, 일선 기자들이 자유롭게 작업하는 3층 편집국과 1층 휴게공간(조이룸)에서 자료를 수집하거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선일보 맞은편에 있는 카페 ‘인잇’도 편집국 내부와 주변의 사람들을 만나는 주요 장소였다.
편집국 구성원들은 처음에 연구자들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편집국 한쪽 구석에 노트북을 펴고 자리 잡은 연구자들을 오가며 힐끗거렸고, 조선일보 사측의 의뢰로 연구하는 걸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다가 하루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연구자들의 존재는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엘리베이터나 커피를 마시는 공간에서 만나면 가볍게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연구가 끝날 때쯤 연구자들은 전혀 특별하지 않은, 각자의 일로 바쁘게 이리저리 오가는 편집국의 많은 사람 중 하나가 됐다.
편집국에서는 하루 종일 여러 차례 회의가 열리는데, 오전 10시 전후의 디지털 회의, 오후 2시의 부장단 회의, 오후 5시 30분 초판 회의, 저녁 9시 51판 회의에 참석해 회의 내용을 기록하고 관찰했다. 편집국에서 지내는 일에 익숙해지면서 편집국 구성원들과 점심 약속도 하고 차도 마시고 저녁 식사도 하면서 일선 기자부터 데스크, 논설위원, 조선NS(조선일보 자회사)와 디지털 팀의 구성원 등과 자연스럽게 소통했다.
날것의 이야기가 담긴 심층 인터뷰
현장에 머무는 것만으로 알 수 없는 편집국 구성원 내면의 이야기들을 듣기 위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애초에 15회 정도로 기획했던 심층 인터뷰 횟수는 45회까지 이어졌으며, 인터뷰에 참여한 인원은 47명이다. 논설위원과 편집국장, 주필을 대상으로 시작한 심층 인터뷰는 부장, 부국장, 차장급 기자, 인터넷 기사를 생산하는 조선NS의 대표와 소속 기자들, 온라인 부서의 차장과 기자를 넘어 김대중 고문과 방상훈 사장까지 확장됐다. 인터뷰를 거치면서 계속 새로운 인터뷰 대상자를 추천받는 바람에 처음 계획보다 세 배가 넘는 사람들과 만났다. 여기에는 편집국 내부 구성원뿐 아니라 언론학 연구자, 미디어 비평지 대표, 조선일보를 떠난 전직 기자, 타 언론사 기자 등도 포함된다.
처음에는 반구조화된 설문지를 미리 주고 답변을 받아 이를 토대로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인터뷰를 거듭하면서 설문지에 의존하기보다는 인터뷰 대상자마다 개성 있고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설문지 없이 진행했다. 그들만이 들려줄 수 있는 진솔하고 생동감 넘치는 날것의 이야기들이 심층 인터뷰에 담겨 있다. 연구자들이 편집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덕에 인터뷰 대상자들이 좀 더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들을 풀어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밀착 관찰: 사회부·정치부
편집국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좀 더 자세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밀착 관찰을 기획했다. 밀착 관찰은 사회부에서 6일(2021년 12월 26~31일), 정치부에서 3일(2022년 1월 24~26일) 간 진행했다. 사회부는 사회부 데스크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책상을 놓고, 정치부는 정치부 데스크 중 한 석을 차지하고 앉아 진행했다. 사회부 밀착 관찰 첫날은 연구자 2인이 함께 투입됐지만, 데스크들의 일상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해 이틀째부터는 연구자 1인만 밀착 관찰에 참여했다. 다른 연구자는 조금 먼 곳에 자리하면서 구글 문서를 통해서 관찰 내용에 관해 소통했다.

사회부 밀착 관찰 마지막 날에는 연구자가 사회부 지면의 오타를 발견하기도 했다. 저녁 8시가 넘은 시간 51판 마감 직전 새로운 기사가 들어왔는데, 편집기자가 취재기자에게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내용을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시간이 부족해 취재기자가 불러주는 내용을 편집기자가 받아적는 방식으로 급하게 수정했는데 그 과정에서 오타가 발생한 것이다. 실시간으로 뉴스 모니터 시스템을 관찰하고 있던 연구자가 이를 발견하여 편집기자에게 알렸고, 편집기자는 빠른 동작으로 편집국을 누비면서 오타를 수정했다. 정신없이 바삐 돌아가는 편집국의 일상에 잠시 스며든 순간이었다.
6일 동안의 일선 기자 동행 관찰
조선일보는 2021년 9월 편집국 공간을 새롭게 리모델링하면서 일선 기자의 개인 책상을 모두 없앴다. 기자들은 편집국 3층과 4층의 자유석, 1층 조이룸, 출입처 기자실, 카페 등에서 자유롭게 업무를 본다. 따라서 편집국 참여 관찰에서 일선 기자들의 일상은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선 기자의 일상을 함께 하는 동행 관찰을 기획했다. 사회부 말진2)기자, 정치부 차말진 기자, 정치부 팀장 등 세 명의 일선 기자를 선정하고, 각각 관찰자(대학생)를 붙여 종일 함께하면서 관찰한 모든 내용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2021년 12월 28일부터 1월 12일 사이에 기자의 일정에 맞춰 각각 6일(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동안 동행 관찰했다. 관찰자는 기자와 매일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관찰이 끝나면 매일 밤 연구자와 관찰 내용에 대해 소통하고, 관찰이 끝난 후에는 종합적인 관찰 의견서를 작성했다. 마지막으로 관찰자 3인과 연구자 2인이 참여하는 평가 회의를 통해 동행 관찰을 마무리했다.
편집 과정 보여주는 뉴스 모니터 자료
편집국 관찰만으로 뉴스 생산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기자들은 전화와 메신저(카카오톡, 슬랙, 텔레그램)로 많은 소통을 하고 있었고, X-scoop을 통해 기사 아이템을 취합하고, 아크(Arc)에서 데스킹을 보고, 일일 보고 구글 문서를 통해 지면을 배치하고, 뉴스 모니터에서 지면을 편집하고 있었다.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대화와 업무 프로세스를 모두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일일 보고 구글 문서와 뉴스 모니터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허락받아 게이트키핑과 편집 과정을 일부 관찰하는 기회를 얻었다.

뉴스 모니터는 신문 발행 과정에서 내부 구성원(편집국장, 데스크, 기자, 편집기자 등)이 지면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기사를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판(板)이 바뀔 때마다 새롭게 편집된 지면이 공유된다. 초판 발행 이후 편집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자료이지만, 편집 과정의 변화를 그대로 드러내는 자료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편집국장에게 뉴스 모니터 자료를 살펴보고 수집하도록 허락을 받은 후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편집국에 머물면서 관찰하는 동안 많은 시간을 뉴스 모니터 자료 수집에 할애했다. 2021년 10월 1일부터 2022년 2월 18일까지 총 118일 동안 초판부터 5판까지 발행된 모든 지면(총 11,780면)을 확보했다. 한국언론학보 68권 1호에 실린 <신문의 지면 편집은 무엇을 지향하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은 뉴스 모니터를 통해 수집한 판별 지면에 대한 내용 분석과 편집국 내에서 이뤄지는 두 차례의 지면 편집회의(5시 30분 초판 편집회의, 9시 51판 편집회의)에 대한 참여관찰 결과를 토대로 작성했다.
허약한 희망의 불씨… 현장이 말해주는 것
현장 연구의 마지막은 논설위원실 참여관찰이었다. 2022년 2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6층 논설위원실에 머물면서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열리는 회의에 참석했다. 어수선하고 분주한 편집국과 달리 논설위원실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개인적인 작업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종일 편집국에 머물면서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뉴스에 쏟아붓고 있었다. 언론에 대한 혐오와 손가락질, 불안한 미래 전망 속에서 위기의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성찰과 관행, 희생과 워라밸, 일에 대한 자긍심과 불안정성(precarity)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도 가장 정확한 팩트를 가장 적합한 단어와 문장, 이미지로 전달하기 위해 늦은 밤까지 뉴스 생산에 몰두하고 있었다. 방향이 어디인지,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지 성찰할 여유도 없이 그렇게 하루하루 달려가고 있었다.

언론의 위기는 이 지점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이들을 어떻게 다시 소명 의식으로 충만하게 할 것인가. 차갑게 식은 열정을 어떻게 다시 끓어오르게 할 것인가. ’80~90년대의 짧은 전성기를 거친 후 언론은 침체를 겪어 왔다. 이들이 힘겹게 버티어 온 그 긴 기간 동안, 사회는 이들의 헌신에 대해 놀랍도록 한 일이 없다. 인정과 보상보다는 이들을 불신하고 냉소하며 심지어 악으로 매도했다.
현장엔 희망이 존재했지만, 그 불씨는 하시라도 꺼질 듯 허약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언론이 사회를 지켜왔듯, 이제 사회가 언론을 지켜야 한다.
1) 개인의 경험과 배경이 형성하는 내재된 경향성, 태도, 취향, 행동 패턴
2) 말(末)진 기자는 막내 기자를 일컫는다. 편집자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