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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_언론사 인재 공백: 떠나는 언론인, 줄어드는 지원자]새로운 채용 방식의 도입 필요성: 미국 채용 제도와의 비교 및 제언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4-04-26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언론고시’를 통과하기 위해선 실무와 상관없는 준비에 막대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수십 년 이어 온 국내 기자 채용 방식의 관행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미국의 사례를 통해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펴낸 책 《한국의 기자》를 통해 한국식 기자 채용 제도, 수습 교육 문제를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았다. 언론사가 기자를 채용할 때 어떤 자질을 중요시하는지, 이러한 채용 방식이 기자로서의 역량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어떻게 채용해야 좋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지를 보다 구조적으로 드러내 보이기 위해, 한국의 주요 언론사 6곳과 미국 주요 언론사 6곳을 선정해 비교·분석했다. 

 

채용 공고와 더불어 5개의 미국 유수 저널리즘스쿨(애리조나주립대학, 미주리대학, 노스이스턴대학, 오리건대학, 텍사스주립대학)의 인턴십 교육과 실무 교육 커리큘럼을 참고해 한국 채용 방식의 문제점을 짚는 한편, 새로운 기자 채용 방식 조건들을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시험 통한 공채 vs 샘플 기사 평가

 

한국 언론사들이 서류-필기-면접을 골조로 고등학교나 대학을 빌려 몇백~몇천 명의 지원자를 평가하는 제도는 70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 왔다. 현장의 취재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실무 전형을 강화하고 채용형 인턴제와 경력자 채용이 트렌드가 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기자로서의 첫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수습 공채에 응시하거나, 심지어 인턴으로 뽑히기 위해서 역시 비슷한 서류-필기-실무-면접을 거쳐야 한다. 

 

지원자 입장에서 가장 심리적 장벽이 높은 필기 전형 논술 시험의 경우, 물가 안정과 자유 시장의 원리, 집회와 시위의 자유와 같은 거시적 정치·사회 이슈 위주로 출제된다. 지원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단체 채팅방을 통해 매일 한 편 이상의 논술을 쓰고 서로 첨삭해 주거나, 주요 언론사 칼럼을 필사해 서로 검사받는 방식으로 필기 전형을 준비한다고 한다. 문제는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근거를 가져와 주관적 생각을 강화하는 글쓰기(논술), 상상력을 발휘해 유려하게 글 쓰는 테크닉(작문)은 실제 기자들이 입사해 기사를 작성하는 능력과는 별개의 자질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기자 채용의 중심은 지원자가 쓴 기사여야 한다고 믿는다. 지원자들은 기자로서의 경력과 수상 내역 등을 어필할 수 있는 커버레터(cover letter)와 함께 자신이 작성한 기명 기사, 혹은 방송기자의 경우 데모 릴(Demo reel)1) 몇 편을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쉽게 말해 수습직도 경력직처럼 뽑는다는 이야기다. 첫 기자 생활을 시작하는 엔트리 레벨 지원자의 경우 인턴십이나 대학 언론 활동을 통해 이 샘플 기사나 릴을 준비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 주요 저널리즘스쿨의 커리어센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언론사 입장에서도 제도권 교육을 통해 기사 쓰기 훈련이 된 준비된 학생들을 채용할 수 있기에 안전한 인력 충원 창구로서 언론사와 학교 서로 간의 상부상조인 셈이다. 이 커리어센터들은 각 언론사의 리크루터들(Recruiting Manager, Talent Acquisition Specialist, News Talent Recruiter)과 긴밀하게 협력해 뛰어난 학생이 면접에 응하도록 조율하고 이미 현직에 있는 졸업생들에게도 경력직 기회를 공유해 지속적인 커리어 개발을 돕는다. 또 리크루터들은 지역 언론에서 취재 능력이나 기획력 등이 돋보이는 기자들을 레이더망에 두고 우수 인력을 확보해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하며 스카웃 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능력별 오픈마켓 시스템인 셈이다.


전문기자 세분화해 수시 채용하는 미국

 

미국 채용 시스템의 또 다른 독특한 특징은, 비교적 작은 규모 언론사나 지역지의 경우 취재기자로 통칭한 일반기자(General Assignment Reporter)를 뽑기도 하지만, 대형 전국지일수록 데스크 혹은 비트(Beat, 한국식 출입처)별 수시 채용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2024년 4월 현재 뉴욕타임스가 채용 중인 취재직군을 보면, 조세 정책 분야 기자(Tax Policy Correspondent), 뉴욕 주의회 기자(NY StateHouse correspondent), 에너지 산업 기자(Energy Correspondent), 비즈니스 섹션 에디터(Business Feature and Beat Editor) 등이다. 모두 10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하는 자리들이다. 

 

취재직군 기자를 통칭해 뽑고, 이후 순환 형태로 여러 부서를 돌며 기자가 되는 우리의 현실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더군다나 인사팀에서 이러한 채용 과정을 총괄하는 것이 아니라 각 팀의 국장과 동료들이 직접 채용 과정에 관여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자연스레 응시 자격과 조건도 천차만별이다. 이를 테면 법조 기자(Legal Affairs Correspondent)의 경우 미국 법제도 및 법률 프로세스에 대한 취재 경험이 필수자격 요건이며, 미국변호사협회(American Bar Association) 취재원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는 지원자를 선호한다고 명시한다. 기자 한 명이 플레이어로 활동하며 개인별 계약 과정을 거치기에 대형 언론사 데스크급들은 대부분 지역지나 경쟁지 서너 곳을 거쳐 현재 자리로 이직한 경우가 태반이다. 


논술·작문 시험 폐지하고 실무 전형 대폭 강화해야

 

최근 한국 언론사의 채용 추세를 보면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첫째, 2010년대를 거치며 비용 절감을 위해 이미 검증된 경력직 채용이 대세가 됐다는 점(특히 KBS가 공채 대신 필요 부서에서 수시로 경력 기자를 채용한 방식은 참고할 만하다), 둘째, 신입 기자를 채용할 때도 실무 전형을 강화하거나 검증 기간이 긴 ‘채용 전환형 인턴’으로 돌리는 기조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 셋째, ‘디지털 인력’과 전문 기자, 특히 4차 산업과 AI 등장 등으로 공대 출신의 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있는 점(김한나, 2021) 등은 상당 부분 미국식 문화·관행과의 차이를 좁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이 대학 교육부터 인턴, 신입 기자, 전문기자, 부장, 국장급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에서의 교육과 학습이 그다음 경력으로 이어져 전문가로 성장하는 길이 이미 제도로 정착돼 있다면, 한국에서는 신입 공채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시험을 쳐 인재를 선발하는 과거제 방식이 인턴과 경력 채용 곳곳에 여전히 남아있어 대학 교육, 채용 제도, 경력 관리가 서로 순환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단절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언론사 시험 대비를 하다 그만두는 지원자들이 준비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것 또한 사회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부서별 순환·보직 제도는 그렇지 않아도 전문가로 성장할 수 없는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채용 방식을 미국식으로 단숨에 바꾸는 것이 모범정답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미국처럼 오랜 역사를 기반으로 한 대학 인프라나 인턴 제도가 한국에서는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대규모 논·작문 중심의 필기 전형이나 마와리2)를 통해 눈치로 기사 작성법을 배우는 도제식 교육은 이미 수명을 다한 만큼 현재 한국적 현실 안에서 가능한 조건과 자원을 확인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유려한 글솜씨만을 강조해 선발하는 논술과 작문시험을 필기 전형 단계에서 과감히 폐지하고 동시에 스트레이트 기사를 쓰는 실무 전형을 대폭 강화하는 것은 이러한 변화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이전 단계의 교육과 학습이 그다음 경력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인력 흡수를 위해서는 인턴 시절 작성한 기명 기사나, 대학 언론의 기자 경력과 기사의 퀄리티를 평가하는 방식도 도입해 봄직하다. 결국 언론은 사람을 쓰는 비즈니스인 만큼 채용뿐 아니라 부서 배치와 조직 구조, 경력 관리, 재교육 방식을 정비해 고유한 역량을 지닌 대체 불가능한 기자들을 양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언론 혁신의 핵심적인 고민이 돼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 이 글이 하나의 참고 사례가 되기를 희망한다. 

 

 

 

 

 

1) 자신의 기자 경력을 소개하는 3~5분의 짧은 동영상

2) 사건 취재를 위해 관할 경찰서를 도는 일을 일컫는 기자들의 은어.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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