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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에서 K-콘텐츠가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 방송 산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주 수익원인 방송광고는 줄고, 경기 침체로 광고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 증가세를 보이던 국내 드라마 제작 건수도 감소하는 가운데, 국내 방송사들의 경영 현황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한국의 방송영상 산업은 최근 몇 년 사이 양과 질 모두 급격하게 성장해 왔다. 우리나라 콘텐츠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K-콘텐츠 산업이 각광받고 있지만, 정작 핵심 기반이 되는 방송 산업은 좋은 콘텐츠를 지속 생산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용자들이 TV를 떠나고 있다는 증거는 여러 조사들을 통해 확인됐고, 최근 방송사들의 실적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비상 경영 선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월 19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내용은 방송 산업이 처한 위기를 보여준다.
숫자가 말해주는 TV의 위기
전체 방송시장은 2014년 이후 연평균 2.8% 성장을 해왔지만, 방송사업 매출액은 2023년 들어 전년 대비 9,403억 원(4.7%) 감소한 18조 9,734억 원으로 줄어들었다.[그림] 특히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매출액은 4,242억 원 감소한 3조 7,309억 원으로 떨어지며 가장 큰 폭(10.2%)으로 감소했다. 위기의 원인은 광고에 있다. 방송사 매출은 주로 광고에 의존한다. 하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광고 시장의 중심축 역시 디지털,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일시적 반등이 있었지만, 미디어 이용 행태 변화에 따라 TV 시청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방송사의 주된 재원인 방송광고 시장은 줄어들고, 국내 경기 침체로 광고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 방송사들에게 광고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지만 방송광고 매출액 규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종식과 광고 시장의 경기 부진에 따라 2023년 지상파의 광고 매출은 9,273억 원으로 1조 원이 깨졌고 10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표 1]
여기에 OTT들이 잇따라 광고 요금제를 내놓고 있는데, OTT는 측정된 이용자를 활용하고, 광고 효율성이나 몰입도, 간접광고·협찬믹스 등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에 광고 시장 영역에서도 실질적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1)

2024년 비상 상황의 방송사들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주요 방송사들의 매출 규모가 일제히 줄어들었고, 적자 전환한 방송사가 늘었다.[표 2]
KBS는 지난해 644억 원의 영업손실이 올 1분기 455억 원의 적자로도 이어졌다. 수신료 분리 징수와 관련해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비상 경영 체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신규 사업과 채용 등이 중단된 상태고,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MBC(서울 본사 기준) 매출은 2022년 8,602억 원에서 2023년 7,436억 원으로 13.5% 하락했다. 영업이익도 565억 원에서 77억 원대로 86.4% 급감했다.
SBS는 2022년 매출 1조를 달성했으나 2023년 8,665억 원대로 줄었다. 올 1분기 방송광고 수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억 원(15.6%) 줄었고, 영업손실도 2023년 1분기 69억 원 손실에서 149억 원으로 적자 규모가 커지며,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EBS 역시 공적 재원 및 광고 수익 감소와 원자재 가격 상승 및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출판 수익 감소로 2022년 256억 원, 2023년 183억 원의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2) 2022년부터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해 제작비 감축, 비정규직 감원 등이 이뤄졌다.
이러한 경영 위기는 종편도 마찬가지다. JTBC는 지난해 584억 원의 영업 적자로 인해 구조조정에 들어간 바 있다. 올 1분기 결산까지 95억 원의 영업 적자, 11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임원 임금 반납 등 추가 조치에 나섰다.3) 채널A도 지난해 적자 전환됐고, TV조선과 MBN 역시 매출액이 크게 줄어들었다. 각 방송사의 실적 악화 이유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광고 수익 감소는 공통적이다.
특히 2023년도 국내 광고 시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미국발 고금리 긴축재정 기조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광고주들의 광고비 집행이 줄어들었고, 이러한 감소세는 2024년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여름 대형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파리올림픽이 예정돼 있지만, 유럽과의 시차로 현지 프라임타임 경기들이 새벽에 중계된다는 점과 시청률도 높고, TV 광고 노출 효과가 큰 남자 축구 등 구기종목의 대표팀 출전이 무산되면서 올림픽 특수 또한 크게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용 행태의 변화… 편성 및 제작시장 파급 효과
전통적인 TV 이용자들조차 이제는 TV를 벗어나 다양한 디바이스와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이용 방식을 구축해 오고 있다. OTT 이용률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20년 66.3% → 23년 77.0%), 유료 결제 이용자 비율 또한 크게 늘었다(20년 21.7% → 23년 57.0%).4) OTT는 이용 행태의 변화만 가져온 것이 아니다.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이 입증되면서 해외 글로벌 OTT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고 성공 사례들이 생겼다. 문제는 드라마 제작비가 700억까지 치솟는 상황이 되었다는 점이다.[표 3] 국내 드라마 시장이 내수 중심에서 글로벌 유통의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OTT 환경으로 변화하면서 프로그램 제작 시장의 제작 단가가 크게 올라 내수 위주의 방송사들에게는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방송사업매출 대비 제작비 투자 비율이 76%5)에 달하는 지상파는 이 같은 제작시장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방송광고 침체, 시청률 부진 등의 요인은 방송사들의 드라마 편성을 축소시킨다. 과거에는 방송사들이 월화, 수목 미니시리즈 드라마를 경쟁적으로 편성했지만, 현재 지상파에서 월화 드라마는 KBS만 방송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가 드는 예능을 편성함으로써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견고하던 KBS 2TV 주말극도 시청률 30%가 무너지면서 지상파 드라마 위기론은 커지고 있다. 드라마 편성과 제작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증가세를 보이던 국내 드라마 제작 건수도 2022년 141편에서 2023년 들어서 123편으로 줄어드는 등6) 방송사뿐만 아니라 OTT도 투자를 줄이고 있다. 대규모 제작비가 들어간 소수의 작품만 성공하는 승자 독식 구조가 형성되면서 많은 작품이 편성조차 되지 않거나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라지게 된다. 제작시장은 양극화되었고, 대형 제작사들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과 함께 OTT에 동시 방영되는 경우도 회당 방영료가 1억 원을 넘기기 쉽지 않고, 여러 콘텐츠 플랫폼에 방영권을 판매해야 수지를 맞출 수 있게 된다.
방송 시장의 위축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 시사교양, 다큐멘터리에도 나타난다. TV 채널에서 방송하는 드라마를 제외한 예능, 시사교양, 다큐멘터리 등의 신작 편수는 2022년 349건에서 2023년 272편으로 전년 대비 22.1% 감소하기도 했다.7) 방송심의의 엄격한 제재 아래 있는 TV 예능은 제작에 많은 제약을 받지만, 소재 및 표현의 확장, 자유로운 PPL이 가능한 OTT 오리지널 예능, 유튜브 예능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은 TV 예능조차도 위기임을 보여준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OTT 사업자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스포츠 중계권을 따내고 있다. 이를 신규 가입자 확보 및 기존 가입자를 유지하는 전략으로 활용하면서 국내 방송사들은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TV도 대규모 제작비를 쏟아붓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tvN의 역대 드라마 시청률을 기록한 <눈물의 여왕>의 제작비는 16부작에 총 560억 원, 회당 35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믿고 보는 배우와 작가, 막대한 자금력. 이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눈물의 여왕>의 경우 넷플릭스에서 제작비의 약 80%를 부담했다고 알려졌는데,8) 앞서 언급했던 현재의 방송사 경영 상황에서는 이같은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다.
KBS도 지난해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에 270억 원을 투입했는데, 의상, 소품, 세트, 전투 신 등 제작비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사극의 특성과 32부작이라는 긴 회차를 감안하면 평균 8.4억 원이라는 편당 제작비는 OTT 블록버스터에 비해 가성비가 높은 셈이 된다(<수리남> 편당 58억 원).
실적 악화는 제작비와 인건비의 축소를 야기하고, 콘텐츠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 K-콘텐츠 생태계의 핵심 성장 동력인 지상파 방송은 그동안 경쟁력 있는 제작 인력을 배출하고, 제작비 증가와 광고 매출 급감의 이중고 속에서도 제작 및 재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게 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지금의 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지상파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방송사의 경영 악화는 대중문화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저해하고, 방송의 공적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이 비상 상황을 극복하고 선순환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
1) 조성동, <지상파 방송광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체계 개편방안 제언>, 한국광고학회 특별세미나 ‘멀티 플랫폼 시대의 지상파 방송광고 발전 방향’, 2023.8.11
2) 남보라, <우리가 70원 내고 보는 공영방송의 400억 적자…'비상경영' EBS에 무슨 일이?>, 한국일보, 2024.2.28,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22715150003992
3) 김고은,
4) 방송통신위원회, ’23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결과 발표, 2024.3.13
5) 방송통신위원회, 2023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요약, 2024
6) 장우영, <한 편 제작에 500억 원?… 성장 가도 K드라마 제작 ‘뚝’>, 조선일보, 2024.3.13, https://biz.chosun.com/industry/company/2024/03/13/HFUQ677GLFGZZCUPPRHEHESO5M/
7) <유튜브 예능의 대세, 그리고 감소하고 있는 TV 비드라마>, Gooddata, 2024.3.14, http://www.gooddata.co.kr/spcreportview.do?seq=145&page=1
8) 최지윤, <[초점]560억 들인 '눈물의 여왕', 그 이상의 가치>, 뉴시스, 2024.4.21,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0421_00027070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