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상세
[미디어 리뷰]악셀슈프링어 대담 및 PDLN 총회 후기
미디어 리뷰 | 등록일 : 2024-07-26

2024년 PDLN 정기총회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최근 오픈AI와 콘텐츠 제휴를 맺은 악셀슈프링어 관계자를 만났다. 미팅의 주요 내용과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미디어 기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진 이번 정기총회의 주요 이슈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PDLN(Press Database and Licensing Network)은 세계 뉴스 출판 저작권관리단체 협의체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재단)을 포함해 24개국 28개 회원사가 소속돼 있고 해마다 정기총회를 개최한다. 올해 정기총회는 지난 6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로봇(AI)과 수익’을 주제로 열렸다. 재단은 PDLN 총회와 별도로 오픈AI와 콘텐츠 제공 계약을 맺은 악셀슈프링어(Axel Springer) 담당자를 만나 생성형 AI 시대, 미디어가 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확인했다.


악셀슈프링어와 오픈AI, 그들이 진정 원했던 것

 

악셀슈프링어(이하 악셀)는 오픈AI와 매년 최소 1,000만 달러(약 130억 원)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였다. 챗GPT는 악셀 산하 매체들에 대해 선별된 콘텐츠의 요약본과 함께 출처 및 원 기사의 링크를 표출할 수 있게 되었다.

 

계약과 관련해 악셀에서는 오픈AI 계약을 담당한 사내 변호사 베네딕타 폰 라우흐(Benedicta von Rauch)가 대담에 참여해 크게 두 가지 전략적 접근에 대해 설명했다. 물론 그는 구체적인 계약 액수에 대해서는 끝까지 함구했다.

 

악셀은 오픈AI와 구체적인 협의 전 몇 가지 시나리오 플랜을 면밀하게 분석해 자사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안을 선택, 협상에 임했다고 밝혔다. 특히 오픈AI를 상대로 소송을 했을 경우와 현금 보상과 기술 지원을 받을 경우에 대한 이해득실을 분석한 후, 최종적으로 그룹 내 전체 매체 콘텐츠를 제공하고 몇 백억 원 수준의 계약에 합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미디어 회사(뉴스코프, 파이낸셜타임스, AP, 소송 중인 뉴욕타임스)는 이런 몇 가지 플랜을 내부적으로 분석해 자사에 가장 이익이 되는 방안을 선택할 것이라고 후술했다. 또한 폰 라우흐 변호사는 뉴욕타임스 소송의 지속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며, 이를 계약 협상의 한 가지 수단으로 간주했다.

 

기술 지원과 관련해서는 챗GPT의 일부 솔루션의 기술 지원을 받아 사내에서 쓰는 방식인지를 물었으나, 악셀은 자사에서만 쓰는 솔루션이 아니라 챗GPT의 다양한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식이라 설명했고, 콘텐츠의 학습뿐 아니라 사내 업무 프로세스 개선에도 쓴다고 부연했다. 또 향후 지속적으로 악셀의 뉴스 아카이브를 제공해야겠지만 대신 최신 기술에 대한 원활한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필자는 악셀은 유럽 및 글로벌 영향력이 있는 매체 브랜드를 여럿 가지고 있는데 이를 매체별 계약이 아닌 그룹 전체로 매체를 망라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적합한지 의문을 제기해 보았다. 이에 폰 라우흐 변호사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오픈AI가 요구하는 최신의 수준 높은 AI 서비스를 파일럿 형태로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강조했다. 

 

 

2024년 악셀슈프링어 프리 미팅. 왼쪽부터 넴 플로리안(Nehm Florian), 베네딕타 폰 라우흐(Benedicta von Rauch), 필자, 알릭스 콤핀(Alix Compin) ⓒ한국언론진흥재단

 

 

또한 악셀의 뉴스 콘텐츠 기반 수익 중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부분에 집중하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는데, 바로 페이월(Paywall)이라는 용어로 망라되는 유료 구독 모델이다. 악셀은 기존 매체 브랜드의 콘텐츠 유료 구독 모델과 이를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한 유료 구독 확산에 집중하고 있고, 이는 2024년 기준 100만 명 이상의 유료 디지털 콘텐츠 구독자를 보유하는 결과로 나타나 있다. 유료 구독 모델(페이월)은 매체 브랜드별 독립적인 저널리즘을 제공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폰 라우흐 변호사는 설명했다. 2024년 현재 구독자 400만 이상인 ‘모닝 브루(Morning Brew)’라는 뉴스레터의 경우 다양한 언어로 번역돼 MZ를 포함하는 젊은 계층으로 구독자 저변을 넓히고 있다.

 

이쯤에서 뉴스 콘텐츠 대가 산정 기준에 대한 얘기로 넘어갔다. 악셀은 상세 계약 내용을 비공개하기 때문에 어떤 근거로 산식을 도출해 협상이 벌어졌는지 알 수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뉴스 콘텐츠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값을 계산해 냈느냐인데, 필자는 악셀의 포뮬러(가격 산정 기준)가 앞으로의 기준이 될 만한 사례로 남게 될 것이라며 재차 답을 청했다.

 

이에 악셀은 타 매체사 혹은 출판 등에 쓰이는 가격 산정 기준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으나 많은 매체를 보유하고 있는 미디어 그룹이 이런 포뮬러를 쓰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는 매체별로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생산가격(시간, 인원 등)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쉬운 답변 이후 몇 가지 협업 사항들을 서로 공유하며 미팅을 마무리했다. 전반적으로 악셀이 전통적인 뉴스 콘텐츠 외에 다른 분야(디지털 플랫폼, 벤처 등)에서 매출이 증가하는 상황이라, 새로운 기술 기반에 대한 활용과 협력에 더욱 주안점을 둔다는 인상을 받았다.

 

 

지난 6월 헝가리에서 열린 2024년 PDLN 총회 현장 ⓒPDLN

 

 

문제는 매체사마다 처한 입장이 다르다는 점이다. 악셀과 같은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매체사(보통 미디어 그룹)들은 뉴스 콘텐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 변혁에 올라타 협업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반면 자국 또는 지역에 국한돼 확장이 여의치 않은 매체사들은 뉴스 콘텐츠 자체의 적절한 보상에 치중하는 듯 하다. 이런 기본적인 입장 차이가 좁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AI 시대 크리에이터의 생존 방법-유료 구독 모델

 

악셀 미팅에서뿐 아니라 PDLN 총회에서도 ‘페이월’ 용어는 자주 등장했다. 알다시피 페이월 위쪽은 이용자가 아무런 제약 없이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지만 페이월 아래쪽은 결제를 거쳐야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런 유료 구독 모델은 코로나19 시국에 전성기를 구가한 바 있다. 서브스택(Substack)을 위시한 유료 구독 뉴스레터 플랫폼이 엄청난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네이버 역시 이를 참고해 창작자들이 페이월을 활용해 창작물을 노출할 수 있는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1) 카테고리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구독자 확대가 여의치 않아 유료 구독 모델의 한계가 명확하기도 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번 PDLN 총회에서 AI 시대에는 페이월 방식이 혹은 페이월 방식만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있었다.

 

FIBEP(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s Bureaux d'Extraits de Presse, 국제 언론 클리핑 회사 연맹) 및 AMEC(Association of Media Evaluation Companies, 미디어 평가 기업 협회)는 2024년 1~4월까지 두 차례 워크숍을 개최했으며, 이 워크숍에서는 AI와 페이월에 대한 주제를 다뤘다고 소개했다. 

 

특히 페이월 관련 프로젝트 성공 사례 중 하나로, 팟캐스트 Radio Tok FM이 구글뉴스이니셔티브(Google News Initiative)와 협력해 팟캐스트를 위한 검색엔진을 구축하는 작업에 대해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의 두 가지 목표 중 하나는 구글 검색엔진의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검색 엔진 최적화)를 개선해 페이월 콘텐츠에 접근하려는 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페이월 아래 콘텐츠를 포함, 특정 키워드를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사용자가 페이월 전체 콘텐츠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가령 특정 인물이나 주제를 검색해 관련 페이월 아래 콘텐츠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구글 SEO에 맞춘 글쓰기는 마치 한국에서 네이버 검색에서 높은 순위 노출을 위한 글쓰기와 같다. 이는 지금부터 당분간은 유효한 콘텐츠 노출 방법이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서 보면, AI 검색으로 검색 시장이 완전히 재편될 경우 구글과 네이버 검색엔진 SEO에만 초점을 맞춘 콘텐츠는 설 자리가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더더욱 페이월이 있는 유료 구독 모델의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페이월 아래 콘텐츠의 AI 학습은 불가능하지만 AI 검색에는 노출되게끔 한다면 페이월 콘텐츠 트래픽은 현재 검색 환경에서 보다 AI 검색 환경에서 드라마틱하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 양질의 신뢰할 만한 콘텐츠는 AI 검색을 통해서 소개되는 페이월 아래 콘텐츠라는 것이 지배적인 인식이 될 수도 있다.

 

또한 AI 검색 방식이 차츰 검색 증강 생성(RAG,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으로 수렴되는 것에 주목했다. RAG는 AI 머신러닝의 한 기법으로, 대규모 언어 모델이 기존의 정보 검색 시스템과 통합되어 더 정확하고 관련성 높은 응답을 생성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 모델은 학습된 콘텐츠뿐 아니라 검색된 문서를 참고하기에 보다 정확하고 시의성 있는 답변을 제공하며, GPT-3, GPT-4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이 이 기법을 사용 중에 있다. AMEC는 이런 변화하는 검색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AI를 활용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편집 및 모니터링 용도)에서 사용가능한 기반 프로그램을 구축해 RAG 실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시대에 불법 복제 해결 방법으로 콘텐츠의 무료 제공이 아닌 페이월 등 접근을 제한하는 방식을 AMEC는 추천한다. 페이월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고, AI 도구 등을 활용하여 콘텐츠에 더욱 접근하기 쉽게 하고, 이를 통해 트래픽을 증가시켜 구독자를 늘리는 데 중점을 둬야 함을 강조했다.

 

현재 유럽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 있는 매체들은 페이월 모델이 중요한 수익 모델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다소 안정적으로 출판사와 매체사가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하고 제공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AMEC은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받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데 페이월은 필수적이고, 바야흐로 AI검색에 적합한 AI SEO(AI Search Engine Optimization)에 맞는 콘텐츠 제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림] 킹가 인센스 미디어스페이스 창립자가 개발한 로열티 계산 공식 <출처 - PDLN 콘퍼런스 홈페이지>

 

 

저작권 관리단체의 저작권료 계산과 분배 방식

 

다음으로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저작권 관리단체가 AI 이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였다. 저작권 관리단체가 꼭 매체사나 출판사의 저작권을 신탁받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단체들은 저작권리자들을 위해 모니터링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고, 여기에서는 눈에 띄는 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킹가 인센스(Kinga Incse) 미디어스페이스(Mediaspace, MCN+광고대행사) 창립자는 B2B 소셜 미디어 분야에서 데이터 자산(콘텐츠)을 중요한 무형 자산으로 인식시키는 데 공헌했고, 광고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음악 라디오 모델을 도입하여 새로운 콘텐츠 가치 산정 방식을 제시했다.

 

킹가는 연간 순수익을 기준으로 출판사(매체사)의 로열티를 계산하는 공식을 개발해 다양한 사용자 카테고리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데 기여했다. 이런 접근 방식은 소셜 네트워크와 검색엔진의 수익 배분에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콘텐츠 제작자와 플랫폼 간의 공정한 수익 분배를 보장하여 미디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 바 있다.

 

[그림]의 포뮬러(공식)에서 R은 연간 순수익인데 주로 광고를 통해 얻고, C%는 저작권료(로열티)를 가리킨다. 중요한 저작권료를 추계하는 산식은 크게 검색 플랫폼과 소셜 네트워크로 나눈 후 공정 분배율을 일괄 9% 적용한다. 가중치(혹은 가치)를 검색 55%, SNS 40%로 두었고 이를 곱한 결과를 최종 로열티 요율(C%)로 책정했다. 왜 9%로 분배율을 정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산식이 아니라 시장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수치를 귀납적으로 확정한 것으로 설명했다.

 

킹가는 저작권 로열티 공식에서 주요하게 고려한 요소 몇 가지를 강조했다. 공정한 분배, 정확한 크로스 체크 및 추적 가능 시스템, 이해관계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투명성, 국제법과 규제를 준수하고 변화에 대응하는 법대응, 마지막으로 이해관계자 간의 협업과 로열티 분배 모델의 지속적 개선이 그것이다.

 

이 고려 요소들은 미디어스페이스사의 비전이지만 세계 곳곳의 매체사들이 원하는 저작권료 분배 및 라이선스 관리 방식이기도 하다. 미디어스페이스사뿐 아니라 PDLN 총회 전반적으로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낡은 규제, 투명성 부족, 불공정 경쟁 등 미디어 산업의 부정적인 요인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며 총회는 마무리 됐다. 

 

 

 

 

1) 네이버에서 서비스하는 유료 콘텐츠 플랫폼. 미구독자는 일부 무료 콘텐츠를 제공 및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저자의 다른 미디어
  • 필자 : 김재욱
  • 소속 :
  • 직함 :
  • 발행 : 2024-07-26
  • 조회수 : 5
  • 키워드 :
블로그 공유 트위터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