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상세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총 32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종합순위 8위에 올랐다. 지난 8월 20일, 이번 파리 올림픽을 지켜본 스포츠 PD와 기자 5명이 모였다. 이번 올림픽의 성과와 중계, 보도에서의 변화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유상건 올림픽 보도는 스포츠 저널리즘의 중요한 영역이다. 기자와 PD 관점에서 파리 올림픽을 평가해 보자.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손성권 2011년 KBS에 입사해 중계부에서 씨름을 비롯한 각종 투기 종목과 야구를 담당하고 있다. 올림픽 시작 전에는 각종 인서트 영상, 자료 화면 제작을 담당했고 대회 기간에는 수영을 담당했다. 수영은 대회 초반부 메달을 기대하는 주요 종목이라 준비할 것이 많았다. 지금은 패럴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이문기 SBS 스포츠 기획부로 2005년에 입사했다. 직접 제작을 하지는 않고 기획, 예산, 편성 등 전반적인 운영을 맡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유튜브 콘텐츠는 물론 편성이나 광고 관련 커뮤니케이션도 담당했다.
안희남 MBC 스포츠 기획사업팀 소속으로 2003년 스포츠 PD로 입사했다. 이번 올림픽은 준비할 때부터 모든 부분을 총괄 담당했고 파리에서는 해설위원이나 출연자 섭외까지 담당했다.
김경호 1989년 한국일보 일간스포츠에 입사했고 처음부터 스포츠 기자가 되려고 했다. 선진국으로 발전할수록 스포츠가 각광받을 것이고 직업으로 유망할 것으로 생각했다. 2005년부터는 자리를 옮겨 경향신문에서 스포츠 기자로 일하고 있다.
김지한 일간스포츠에 2012년 입사, 중앙일보를 거쳐 매일경제에서 스포츠 기자로 일하고 있다. 그전에는 JTBC골프에서 방송도 했고, KBS라디오에서도 8년째 방송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에서는 양궁, 펜싱, 태권도, 배드민턴 등 8개의 금메달 현장을 취재했으며, 골프와 탁구, 육상, 수영, 브레이킹, 테니스 등 10여 개 종목을 하루에 3시간씩 자면서 현장 취재했다.

2024 파리 올림픽, 새로운 시도와 허술함이 공존
유상건 환경과 경제적 효율을 표방하는 등 파리 올림픽은 여러 특징이 있었는데 전반적인 평가를 한다면.
손성권 경기 일정 등 대회 운영은 큰 문제가 없었는데 셔틀버스 운영 같은 디테일한 점에서 도쿄 올림픽에 비하면 매우 부족했다.
이문기 목동 SBS 방송센터에서 방송 중계를 했다. 파리 조직위원회의 올림픽 접근법과 타국의 접근법이 달랐다. 프랑스는 100년 만에 파리로 돌아온 올림픽에 방점을 찍고 홍보하고 싶었지만 타국은 포스트 코로나 첫 메이저 대회라는 사실에 더 주목했던 것 같다. 지난 도쿄 올림픽에 이어 베이징 올림픽, 그리고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관중이 없는 메이저 대회를 세 번 치렀다. 이번에는 역동적인 그림이 만들어졌고 함성의 힘이 체감됐다. 올림픽이 원래 이런 것이지 싶었다.
안희남 양궁 경기장, 펜싱 경기장 등이 태양왕 때의 군사시설이나 만국 박람회 현장 등이라 세계에서 보고 싶어하는 예쁜 그림이 많아 좋았다. 스포츠로 예술적인 그림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또 국제 신호 제작도 상당히 좋았는데 와이어캠을 거의 모든 종목에 활용했다. 흔히 스포츠 PD들이 말하는 ‘커트발’이 좋았다.
김지한 파리에 3주 반 정도 있었다. 기존 시설을 경기장으로 만든 차별된 시도는 좋았다. 군인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시내에 많이 배치됐다는데 굉장히 안전하다 느꼈다. 소매치기가 거의 없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다만 국내 기자 중에 도난 사고가 있었다 들었다.
이문기 우리 카메라가 도난당했다. 조직위 쪽에 항의했는데 공식 답변을 못 받았다. 범인이 배드민턴 경기장에 AD 카드와 유사한 형태의 목걸이를 걸고 들어와 오전 세션이 끝나고 취재진이 자리를 비운 사이 트라이포드에 있던 카메라를 갖고 도망갔다. CCTV에 찍혔는데 어떻게 처리된다는 보장도 없다.
김지한 허술한 부분도 많았다. MPC(메인프레스센터)에 들어갈 때는 보안검색대를 거치는데 개막하고 나서도 한동안 육안으로 검색했다. 그런데 MPC와 연결된 쇼핑몰 쪽 문이 열려 있어 일반인들이 왔다 갔다 할 수 있었다. 누가 폭탄을 들고 왔다면 뚫리는 상황이었다. 센강도 쓰레기, 스티로폼, 페트병이 엄청 떠다녔다. 유람선도 계속 왔다 갔다 하고. 저탄소 친환경을 강조했는데 오히려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더 잘했다. 당시 재활용 플라스틱을 자판기에 넣으면 마일리지처럼 적립해 쓸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는데 파리는 컵 하나에 2유로(약 3,000원)씩 받고 나중에 제대로 현금을 돌려주지 않는 곳도 있어 결과적으로는 플라스틱을 쓰게 됐다.

김경호 올림픽 유치 단계에서 개최권을 따내기 위한 전략으로 환경을 내세우는 데 주최 도시가 강박관념을 갖는 것 같다. 운영 디테일 면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등 아시아권이 잘한다. 에어컨, 음식 등에 선수들의 불만이 많았고 경기력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 비용 절감 측면에서는 효과를 봤는지 몰라도 취지대로 잘했는지는 모르겠다.
저조한 메달 예상으로
국민과 광고주 기대도 낮아져
유상건 개막식 시청률이 0%대가 나오기도 했다. 방송사 내부 분위기는 어떠한가?
안희남 올림픽 본선에 축구가 떨어지는 순간 광고 수익이 상당히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아직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역대 최악의 적자 올림픽을 면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팀 성적이 나쁘지 않았고 특히 양궁 같은 효자 종목 성적이 좋았던 데다 조직위원회에서 경기 시간을 밤 9시부터 12시 프라임 타임에 배정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럼에도 대부분 결승전이 우리 새벽 시간에 많이 열려 광고가 저조했다.
김경호 양궁은 한국을 의식해 배려했다고 들었다.
안희남 양궁 결승을 현지 낮, 즉 우리 밤늦은 시간에 배치해 줬다. 배드민턴도 그렇고 탁구는 토너먼트에 중국이 올라가면 현장에서 밤 9시에 중계되도록 배정했다. 동북아시아가 중계권료를 많이 내는 부분이 있고, 상생해야 한다는 면에서 바람직했다.
이문기 탁구는 분명 그런 영향이 있었겠지만 양궁은 특별히 우리를 배려했다고 보지 않는다. 보통 오전 10시쯤 시작해서 오후 3~4시에 끝나는 스케줄이기 때문이다. 리우 올림픽 때는 아예 12시간 시차라 속이 편했는데 파리로 결정되며 수지 측면에서 힘들 수밖에 없었다. 축구와 야구는 광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종목인데 이 두 종목이 본선 진출에 실패하고 정식 종목에서 제외돼 수지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다른 종목에서 선전했지만 광고 측면에선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여기에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에의 재판매도 좋지 않았다. 금메달을 5개밖에 못 딴다고 했던 대한체육회의 예상에 비하면 선수단은 선전했지만 전체적인 광고 흐름에는 크게 변함이 없었다.
안희남 목표치를 금메달 5개라고 해 국민과 마찬가지로 광고주들의 기대감도 낮았다. 태권도 경기 등 방송 시간이 새벽인 데다, 축구도 없고 금메달도 없다니 광고 선판매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분위기가 개회식 시청률에도 반영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문기 올림픽 경기 방송 편성은 구기 종목으로 뼈대를 세우고 그 외 시간대에 군소 종목이 살을 붙여가는 형태다. 구기 종목이 없는 데다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무조건 올림픽을 방송해야 해서 물리적으로 힘들었다.
손성권 언제나 단체 종목을 만나면 “메달 많이 딸 거다”, “히든카드가 많다”, “월드 레벨이 많다”고 하는데 항상 결과는 예상보다 낮게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였다. 광고할 동력이 많이 없었다는 점에 굉장히 공감한다.
김경호 최고 인기 종목인 축구가 본선 진출에 실패하고 다른 구기 종목도 전멸해 국민적 관심도도 낮아졌다. 취재 파견 인원도 영향을 받았고 긴장감도 떨어졌다. 대한체육회가 목표를 낮게 잡은 것은 이해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 차이가 너무 커 일부러 축소한 거 아니냐는 의혹이 있는데 이것은 과한 발언이라고 본다.
이문기 메달 전망이 어려웠던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는 소극적 예측이 마케팅에 부정적인 신호를 준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지한 이런 사례는 처음 같다. 도쿄 올림픽 때는 텐텐으로 해서 갔다가 결과적으로는 금메달 6개, 종합순위 16위에 그쳤고 이후 보수적으로 가지 않았나 싶다. 포스트 코로나 첫 올림픽이라 변수가 매우 많았던 것 같다. 예측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
김경호 국제적으로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이 밀리는 상황이고 이제 일본과는 따라갈 수 없는 정도로 차이가 벌어졌다. 그러다 보니 위축될 수밖에 없는 요즘 분위기가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
올림픽 중계 영향력은 감소, 자극적 보도는 해결 과제
유상건 일본은 금메달 20개를 정확히 맞혔다. 보수적 전망은 어떤 고려가 있지 않았나 싶다. 이번에 중계나 취재를 준비하면서 상대적으로 잘했다고 보는 부분이 있나.
안희남 방송 준비할 때 이것저것 고려하고, 어떤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대처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대표팀 성적이 좋아야 시청자들이 많이 본다. 이것이 스포츠 방송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집중했던 종목에서 성적이 좋아 방송 분위기가 좋았는데 선수들 위에 올라탔을 뿐이다.
이문기 방송 3사의 준비는 대동소이했을 것이다. 같은 화면을 갖고 경쟁하는 구도다 보니 해설에 차별을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타 대회에 비해 합을 맞추는 리허설을 많이 진행했고 그 결과, 전에 비해 전 종목에서 고르게 캐스터와 해설자의 호흡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권위와 유명세에 기대 해설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해설을 수용하는 시대는 지났다.
손성권 이번에 메인 MC가 모델로 유명한 이현이, 송해나 씨였다. ‘파리’ 하면 떠오르는 게 패션이고 그다음 역사고 영화고 그렇다. 단순히 스포츠 축제를 넘어 문화 예술 축제라는 이미지를 만들려 했다. 내부적으로는 신선한 시도이자 성공적인 결과였다고 생각하지만 시청률 상승으로 연결됐는지는 의문이다. 우수한 아카이브 자료가 장점이라 과거 올림픽 자료들을 활용해 콘텐츠로 만들어 많이 방송했다. 다큐와 특집도 많이 했는데 요즘에는 굳이 TV를 통해 정보를 얻지 않는 시대다 보니 만족할 만큼의 결과를 못 얻은 것 같다.
유상건 시청자의 소비 형태가 바뀌어 공중파의 시도나 노력이 충분히 전달 안 된다는 뜻으로 들린다.
손성권 공중파의 위력이 점점 작아지는데 그중에서도 KBS가 가장 직격탄을 받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이문기 우리는 가구 시청률보다는 2040 시청률에 주목하는 편인데, 거기서도 이번 중계 결과는 M, S, K 순으로 기억한다.
안희남 전반적으로 3사를 다 합쳤을 때의 시청률이 계속 낮아지는 건 맞다. 셋 중에 제일 나았다고 좋아할 수 없는 상황이다. e스포츠는 TV를 거의 안 보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인데, 내일을 생각할 때 시청자에게 무엇으로 다가갈 것이냐는 점에서 노력이 필요하다.
유상건 이번 올림픽 보도에서 과거보다 개선된 점이 있다면 무엇을 들 수 있나.

김경호 경기 결과 위주의 보도가 아니라 과정과 노력을 전하는 보도가 많이 정착됐다. 그러나 여전히 온라인 위주의 휘발성으로 소비되는 선정적이고 선동적인, 본질을 벗어나는 자극적인 기사들이 매우 많다. 안세영 선수의 문제 제기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시드니 올림픽을 계기로 즐기고 노력하는 선수들을 칭찬하고, 꼭 금메달이 아니어도 만족하고 기뻐하고 하는 문화가 나타났다. 그런데 온라인화가 강화되면서 선정적인 기사들이 국민을 자극한다. 예를 들어 배드민턴협회 임원이 축구협회 임원 수보다 많다는 기사는 말도 안 되는 기사다. 배드민턴은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이 합쳐져 위원회가 많다. ‘이사들이 전부 안세영에게 빨대를 꽂았다’는 식의 기사도 정말 잘못된 보도다. ‘안세영이 세계랭킹 1위인데 연수입이 6억이고 인도의 세계랭킹 3위 선수는 97억을 받는다’는 기사는 시장 여건이 다른데 단순히 수입만 비교, 강조한 자극적인 기사다. 온라인에서는 건수만 된다면 쓴다. 국민은 마치 선수의 수호신처럼 댓글도 달고 국민 청원도 한다. 그런데 국민 청원으로 잘못된 게 김보름 사건이다. 현장에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썼는데도 선동적인 기사들로 흐름이 변질됐다.
김지한 안세영 선수가 선배 집안일까지 도맡아 했다는 기사는 팩트체크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가공해 쓴 기사로 보인다. 뭔가 자극을 주고 부풀리는 기사다. 현장에서 공들여 취재한 내용이 국내에서 쓴 기사에 비해 포털에 노출이 잘 안 된다. 포털의 자체 알고리즘이 어떻게 설계돼 있는지 모르겠지만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취재했던 것들이 상대적으로 묻히는 현상이 올림픽 보도에서 계속 이어졌다. 이같은 문제는 차기 올림픽을 비롯해 주목받는 국제 대회가 열릴 때 반드시 개선돼야 하는 부분이다.
유상건 수고 많으셨다. 개막식 내용 분석과 엘리트 스포츠 전략, 해외의 올림픽 보도 등이 앞으로 많이 논의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