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상세
[미디어 人사이드]언론상담소: 성공적인 인터뷰 전략은
미디어 人사이드 | 등록일 : 2024-09-27

Q.

인터뷰 요청을 할 때 어떻게 하면 상대가 응할 확률이 높아질까요? 특히 대상과 안면이 없고 가까운 사람 중에 연결고리도 없을 때 인터뷰 대상을 섭외하고 좋은 인터뷰를 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익명의 기자 

인터뷰 섭외가 고민이시군요. 마침 저는 조금 전 오랜 기다림 끝에 꼭 만나고 싶은 분으로부터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야호! 몇 달 동안 전전긍긍했는데 드디어 인터뷰할 수 있게 되다니!

 

인터뷰를 기획하고 콘텐츠로 완성하기까지 여러 번 설렘과 좌절, 기쁨과 고통의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을 인터뷰할 기회를 얻게 된 지금은 ‘너무 기뻐서 펄쩍펄쩍 뛰며 인터뷰이(interviewee)가 계신 쪽으로 넙죽 절한 뒤 이걸 해낸 나 자신이 기특해 맛있는 떡볶이를 먹으러 가야겠다!’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쉽지 않은 시간이 올 것을 알고 있지만, 일단 지금은 기쁜 마음을 즐기고 싶네요. 

 

제가 이렇게 오두방정 떠는 모습을 낱낱이 보여드린 것은 인터뷰 과정에서 섭외가 정말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이 어떤 인터뷰를 하시든, 몇 년의 경력을 갖고 계시든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번 글에서는 19년째 인터뷰를 하며 살고 있는 제가 생각하는 ‘원하는 사람과 인터뷰하는 법’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와, 19년 차라니! 놀라셨을까요. 인터뷰를 오래 해왔다는 것은 인터뷰를 잘 한다기보다는 그만큼 많은 실수와 실패의 경험을 축적했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흑역사, 이불킥 폴더’에 에피소드가 두둑하다는 뜻이죠. 그럼 인터뷰를 주제로 책도 쓰고, 여전히 인터뷰하며 살고 있는 저는 어떻게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을 섭외할까요?

 

비법은 없지만, 불안 최소화하고 믿음 줘야

 

첫 번째 비법은 이것입니다. ‘비법은 없다’는 것입니다. 실망하셨나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읽은 것이 아까우니, 어디 뭐라고 하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읽어주셔도 됩니다. 저는 인터뷰 섭외를 시작할 때, ‘비법 같은 것은 없다’라고 되뇌며 시작합니다. 인터뷰는 한 사람의 세계로 들어가는 일이죠. 비슷한 사회적 조건을 가진 사람을 연이어 인터뷰한다고 해도 각각의 사람은 개별적 존재입니다. 때문에 A라는 사람을 인터뷰할 때 사용한 방법을 B라는 사람을 인터뷰할 때 똑같이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먼저 인지합니다. 하나의 정해진 틀을 만들어 놓고 누구를 인터뷰하든 끼워 맞추듯 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인터뷰 주제에 따라, 만나려는 사람에 따라 매번 이것은 단 한 번뿐인 새로운 인터뷰라고 생각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는 모두 변화무쌍한 존재여서 같은 사람을 인터뷰하더라도 어제 하느냐, 오늘 하느냐에 따라 대화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회적 사건, 날씨, 집에서 있었던 일, 심지어 아침 식사 메뉴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죠. 그러니 ‘오늘의 그 사람’은 어떤 마음일까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습니다. 10년 전 다른 인터뷰에서 본 내용, 지인의 지인에게서 전해 들은 내용 말고 객관적인 사실을 토대로 그 사람의 오늘을 헤아리며 시작하는 겁니다. 그래서 굳이 첫 번째 비법을 말씀드리자면, ‘인터뷰는 오늘 나와 당신이 만나는 단 한 번의 사건’이라는 생각으로 매번 새로운 마음을 먹는 겁니다. 

 

두 번째 비법은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기입니다(이미 인터뷰할 대상을 찾으셨다면 이 부분은 건너뛰고 바로 세 번째로 넘어가셔도 됩니다). 인터뷰하고 나면 독자들이나 동료들로부터 “대체 이 사람 어떻게 찾았어?”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기자 생활을 오래 해서 발이 넓은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아는 사람이 많은 것과 인터뷰 콘텐츠로 만나고 싶은 특별한 사람을 찾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인터뷰하고 싶은 주제가 생기면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기 시작합니다. “이런 인터뷰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이런 주제로 인터뷰 기획해 보면 재밌지 않을까요?”라고 수다를 떠는 거죠. 상대가 호응을 해준다면 때를 놓치지 않고 묻습니다. “혹시 이런 이야기를 나눌 만한 사람 알아?”, “추천해 줄 만한 사람 있을까요?” 

 

물론 한 번에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이렇게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정말 인터뷰할 만한 주제인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 정리가 됩니다. 또 이곳저곳 소문을 내면서 점점 더 원하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렇게 사돈의 팔촌의 이웃의 친구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봅니다. 꼭 주변에서만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식당에서 밥 먹다가, 작은 구둣방에서 수다를 떨다가 즉석 섭외를 한 적도 있습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어떤 필터를 끼우면 갑자기 눈에 띄기 시작한 경험 있으시죠. 예를 들어 ‘오늘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을 몇 명이나 만나는지 찾아보겠어!’라고 마음을 먹으면 갑자기 길에서 빨간 옷 입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거나, 빨간 옷 입은 사람은 없고 왜 이렇게 검정 옷 입은 사람만 많지? 싶은 거죠. 사람 찾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뷰’라는 필터를 가지고 사람들을 발견하는 과정을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세 번째 비법은 질문을 주신 분이 가장 궁금해하실만한 내용입니다. 상대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친분이 있는 사람이든 아니든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라는 관계로 만나는 것은 서로 새로운 페르소나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확하고 정성스러운 설득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누군가 우리에게 인터뷰 요청을 한다면, 우리는 어떤 마음이 들까요? 좋은 주제든 아니든 일단 긴장될 겁니다. 말실수를 하면 어떡하지? 뭔가 멋있는 얘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공격적이거나 곤란한 질문을 받는 건 아닐까? 왜곡되거나 이상하게 편집되는 것 아닐까? 저는 인터뷰 섭외를 할 때마다 상대방이 느낄 당연한 불안을 최소화하고 믿음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저는 인터뷰 섭외 메일을 굉장히 구구절절 쓰는 편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왜 이 인터뷰를 기획하게 되었나. 

△왜 꼭 당신과 인터뷰하고 싶은가(‘당신은 내가 인터뷰를 요청하는 100명 중의 하나일 뿐이야’라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우리의 대화가 잘 흘러간다면 당신은 아마 이런 이야기에 이런 모습으로 등장하게 될 것(콘텐츠의 형식, 방향, 예상 발행일, 함께 등장하는 다른 인터뷰이가 있다면 누구 등). 

△팩트를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일은 없을 것. △내가 만든 콘텐츠(보여주고 싶은 잘 만든 콘텐츠 첨부 + 이번에 하고 싶은 인터뷰와 비슷한 콘텐츠가 있으면 예시로)

 

보여줄 만한 콘텐츠가 없다면 생략하셔도 됩니다. 저는 고민이 담긴 일기를 써서 첨부한 적도 있습니다. 과거의 콘텐츠나 일기까지 첨부하는 이유는, 상대가 조금 더 안심하고 나와의 인터뷰를 구체적으로 상상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한 팀’이 되어 만드는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메일을 이렇게 구구절절 쓰는 이유는, 소중한 파트너가 될 상대방에게 기획 단계부터 한 팀의 마음으로 함께 이 멋진 여정을 시작해 보자는 초대의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나라면 어떤 인터뷰어와 인터뷰하고 싶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저라면 나의 말을 오해 없이 진심 어린 태도로 들어줄 사람과 만나고 싶을 것 같습니다. ‘당신의 인터뷰를 신문에 큰 분량으로 써드릴게요. 멋진 영상 편집 기술로 플랫폼 메인에 올려드릴게요’ 등 속보다 겉만 강조하는 인터뷰어, 혹은 밑도 끝도 없이 ‘저랑 제발 한 번만 인터뷰 해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하는 저자세의 인터뷰어, ‘나랑(우리 미디어랑) 인터뷰하면 당신이 영광이지’라는 고자세의 인터뷰어보다는 ‘이 사람은 이런 이유로 나랑 대화하려고 하고, 우리의 대화는 이런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로 만들어질 수 있겠구나’라는 믿음을 주는 사람. 저는 그런 인터뷰어가 되려고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는 중입니다. 


무수한 실패와 좌절 속에서 배우는 것

 

이 글의 초고를 쓰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글 앞머리에 ‘드디어 인터뷰하게 됐다’고 좋아서 펄쩍펄쩍 뛰었던 분과는 그사이 연락이 끊겼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으로부터 8일 후가 저와 그분이 인터뷰를 하기로 한 날입니다. 그날, 저는 무사히 인터뷰할 수 있을까요?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만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지금부터 저는 다시 그분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고 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잠시 머뭇거리고 계신 걸까. 나라면 어떤 용기가 필요할까. 저는 그분을 믿고 또 저를 믿습니다. 마음을 단단히 다지고 다시 저에게 문을 열어줄 그분을, 그분의 시간을 인정하고 조바심 내지 않고 기다릴 저를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저는 분명히 무언가를 또 배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는 참 어렵지만 소중합니다. 무수한 실패와 좌절을 경험할 여러분, 그래서 어제보다 오늘 한 사람을 더 깊이 알게 될 여러분. ‘인터뷰라는 세계’에서 함께 성장할 우리를 응원합니다. 

저자의 다른 미디어
  • 필자 : 장은교
  • 소속 :
  • 직함 :
  • 발행 : 2024-09-27
  • 조회수 : 8
  • 키워드 :
블로그 공유 트위터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