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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전반이 위기를 겪는 가운데 대학 언론 또한 예외가 아니다. 종이신문을 접해보지 않은 세대에게 대학 언론은 인지도와 접근성 면에서 다른 미디어에 뒤질 수밖에 없다. 위기 속 대학 언론의 현황을 살펴보고, 그 가치와 가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대학 언론이 위기라는 말은 오래된 돌림노래 같다. 1990년대 후반 처음 대학 언론 위기론이 등장한 이후 위기가 아니었던 적은 없지만, 최근 들어선 대학에 따라 위기를 넘어 소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에 이르렀다. 크게 보면 이는 저널리즘 전반이 겪고 있는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젊은 세대의 뉴스 소비 행태는 완전히 변했고, 유튜브, OTT 등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더군다나 지금의 대학생들은 2000년대 초반 스마트폰과 함께 태어난 세대다. 이들에겐 종이신문의 존재부터 낯설다.
대학 언론은 이에 더해 미디어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 학교 당국의 재정 지원을 받는 학내 기구라는 제한성, 학생 자치와 대학 내 공동체 문화가 크게 약화한 상황 등 다양한 층위의 요인이 겹치면서, 위기의 속도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읽는 사람도, 만들 사람도 부족하다
대학 언론의 위기는 낮은 구독률로 드러난다. 2015년 이후 5개 대학신문 구독률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1) 학보 구독률은 50%에 이르지 못한다. 읽지 않는 이유는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대학신문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는 응답은 현재 대학 언론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필자가 일하는 이화여대도 사정은 대동소이하다. 교내 건물 곳곳에 매주 신문을 비치하고 온라인 홈페이지와 SNS 채널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인지도와 접근성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
대학 언론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신입 기자를 모집할 때 위기를 체감한다. 지원자 수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대학에 따라선 기자 대여섯 명이 신문을 제작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비교적 안정적인 규모로 운영되는 대학들도 간사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편집국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기자가 없어 애를 먹곤 한단다.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2)가 2019년 2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학보사 운영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인력난’이 1순위로 꼽혀 ‘편집권 침해’, ‘예산부족’을 제쳤다.3)
언론인에 대한 직업적 인기도가 낮아진 분위기도 한몫하겠지만, 무엇보다 요즘 대학생들은 무척 바쁘다. 좁아진 취업문을 뚫기 위한 각종 ‘스펙’ 쌓기, 아르바이트를 학업과 병행하는 것만도 분주하다. 이런 가운데 밀도 높은 노동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대학 언론 활동을 최소 3학기 이상 이어간다는 것은 이들에겐 상당한 기회비용을 감수해야 함을 뜻한다. 대학 언론 활동이 경험적 측면에선 의미 있더라도 정작 취업에 직결되는 도움을 얻기는 어렵다는 인식은 기회비용을 더욱 높인다.
사람이 제일 중요한 자원인 것은 대학 언론도 마찬가지다. 적은 인력이 지면을 채우느라 허덕이다 보니 품질 높은 기사를 생산하기가 어렵다. 제대로 된 문제 진단과 시스템 혁신은 언감생심이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다시 관심도 저하와 인력난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악순환이 현재 대학 언론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이 시대에도 유효한 대학 언론의 가치
이런 질문이 나올 수도 있겠다. 읽는 사람도 없고, 만드는 사람도 없다면, 대학 언론은 이 시대에 과연 필요한가? 대학 언론이 활성화돼야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에는 시사IN이 매년 주관하는 ‘대학기자상’4)을 수상한 몇몇 보도 사례로 답해보려 한다. 올해 수상한 <외대교지>의 외국인 유학생 시리즈 기사는 대학이 국제화를 기치로 유학생 유치를 확대하고 있지만, 이들을 등록금 수입원으로 바라볼 뿐 입학 후 제대로 된 지원을 제공하지 않는 실태를 다뤘다. 예컨대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의 한국어 능력만 충족하면 입학을 시켜주면서 정작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이나 수업 지원은 부족한 탓에 학생과 교수 모두 고충을 느끼는 상황 등을 생생하게 전했다. 2022년 수상한 <서강학보>의 <유한회사 ‘대출 갈아타기’로 민자사업 투자금 상환 완료> 기사는 학교가 민자 사업으로 기숙사 등 부대시설을 건설한 뒤 저리의 은행 대출을 받아 투자금을 모두 상환했지만, 학교가 절감한 비용이 학생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여전히 학생들이 높은 기숙사비를 부담하는 실태를 보도했다. 주현우 기자(현 동아일보 기자)가 학교 내 식당 사장님과의 대화를 단서로 완성한 취재였다.
대학은 지역 사회와도 긴밀하게 연결되기에 대학 언론은 지역 문제를 다루기도 한다. 2021년 <동아대학보>와 <부경대신문> 기자가 공동 취재한 <무너지는 부산지역 대학, 지역도 무너진다> 기사는 기성 언론조차 겉핥기식으로 넘어가는 지역 대학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세세하게 파헤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대학보>는 <서울 살지만 서울 시민 아니다>라는 기사로 올해 대상을 받았는데, 지방 출신 학생들이 대학가 주변 오피스텔 등을 계약할 때 세금을 줄이기 위한 집주인들의 요구로 전입신고를 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발했다. 이들은 서울에 살면서도 서울시의 월세나 교통비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기자 본인의 경험에서 시작해서 이화여대 인근 오피스텔 매물 141개와 셰어하우스 12채를 전수조사해 완성한 기사였다.
위와 같은 보도 사례는 대학 언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한다. 오늘날 대학은 교육·연구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자 학생, 교원, 직원, 동문 등 다양한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공동체이며, 등록금을 주 수입원으로 삼는 거대한 행정조직이기도 하다. 더 건강하고 민주적인 대학 사회를 위한 감시견과 공론장의 역할을 언론이 아니라면 누가 담당할 것인가? 대학 언론은 또한 대학생이 언론인의 꿈을 키우고 저널리즘을 경험하는 실습의 장으로서도 중요하다. 학생들이 취재와 기사 작성을 훈련하며 기른 역량, 실제 독자들의 반응을 보며 얻는 효능감은 졸업 후 언론계 진출을 결심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열악한 제작 환경에도 불구하고 좋은 기획과 취재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대학 언론의 발전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대학마다 나름대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전담 부서를 신설해 운영하거나 학보사·방송사 등 학내 언론매체를 통합한 플랫폼을 출범시키기도 한다. 수강 신청, 취업, 학생식당 문제 같은 생활 밀착형 기사를 고민하고, 관내 대학들이 협업해 지역사회 현안을 전달하기도 한다. 여러 대학이 연합해 공동 취재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느리지만 조금씩, 대학 언론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학 언론 활동과 언론사 채용 이어져야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다양한 층위에서 혁신이 필요하겠지만, 메스를 들이댈 동력이 만들어지려면 대학 언론에 대한 관심도부터 높이는 게 급선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언론계의 애정 어린 관심과 지원사격이 필요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대학 언론 기자를 하겠다고 나선 학생들을 미래의 후배로 바라봐주고, 대학 언론 활동 경험과 언론사 취업의 연결성을 높이는 방안들이 논의된다면 좋겠다. 현재는 언론사의 채용 시스템상, 대학 언론에서 기사 쓰기를 훈련해 온 학생들도 언론사에 입사하려면 원점에서 논술 시험부터 새로 준비해야 한다. 반면 미국의 경우, 기자 채용의 중심은 지원자가 쓴 기사여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대학 언론은 학생들이 경력을 쌓기 위한 출발점으로 기능한다. 대학 언론 활동을 통해 샘플 기사를 준비하는 식이다. 언론사 입장에서도 제도권 교육을 통해 기사 쓰기 훈련이 된 학생들을 채용할 수 있어, 안전한 인력 충원 창구로서 언론사와 학교 간 상부상조가 이뤄지는 것이다.5)
대학 언론 활동 임기를 성실하게 마친 학생들은 좋은 언론인으로 성장할 근력과 잠재력을 갖췄을 가능성이 크다. 정식 채용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를테면 채용 연계형 인턴을 뽑을 때 대학 언론에서 썼던 기사 퀄리티를 평가하고 레퍼런스를 체크해 가산점을 주는 방식은 어떨까. 또는 대학 언론과의 협업과 접점을 늘리고, 그 과정에서 눈에 띄는 우수 인력을 인턴으로 스카우트해 볼 수도 있겠다. 이런 식으로 대학 언론 활동이 언론사 입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는다면, 기자직을 희망하는 더 많은 학생이 대학 언론 활동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검증된 인력이 언론계로 진출하는, 서로 ‘윈윈’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대학 언론의 교육적 기능을 강화하고 운영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대학 내부 노력도 선행돼야 한다. 대학 언론이 활성화된 미국은 저널리즘 교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뉴스룸 기자로 활동하고 수업 담당 교수는 데스크를 맡는 등, 언론 활동과 저널리즘 교육이 긴밀하게 연계 또는 통합돼 있다. 이런 모델을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더라도 대학마다 나름의 방안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화여대의 경우 2018년부터 이화미디어센터6) 주간 보직을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들이 전담하고 있다. 언론을 잘 아는 전공 교수가 운영을 맡고 그 지속성이 담보돼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대학보> 기자들은 방학 교육 외에도, 신문 제작 기간에 기자 출신의 ‘라이팅 코치’로부터 상시 코칭을 받을 수 있다. 기획안 발제부터 인터뷰 질문, 기사 구조 등 각자 궁금한 점을 묻고 피드백 받는다. 교육적 효과뿐 아니라 기사 퀄리티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돼 학생기자들의 호응도가 높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대학 언론 또한 저널리즘 생태계를 이루는 주요한 일원이라는 것이다. 토양이 비옥해야 될 성 부른 떡잎이 자란다. 대학 언론은 그런 토양이 될 수 있고, 돼야 한다. 학계와 언론계의 더 많은 관심을 기대하며, 지금 이 시각에도 고군분투하고 있을 대학 언론 기자들과 관계자의 건투를 빈다.
1) 김은규(2024), <대학신문 위기 요인과 변화 방향에 대한 연구>,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24(2), 224쪽
2) 서울 및 수도권 지역 대학 학보사 연합체
3) 김은규, 앞의 논문, 227쪽
4) 시사IN이 대학 언론을 응원하기 위해 2009년부터 15년째 진행하고 있는 ‘대학기자상’은 대학 언론 기자들 사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힌다.
5) 문영은, <능력별 오픈마켓인 美 언론사 채용, 기자 개인의 경쟁력 평가가 핵심>, 《신문과방송》 2024년 5월호
6) 이화여대는 이대학보, 영자신문사, 방송국의 3개 학생언론기관의 활동을 이화미디어센터가 통합 지원하고 있다. 학내 언론의 편제와 지원 방식은 대학마다 다르다.



